라틴어 수업 (리커버)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가, 유투브에서 ‘아베 마리아’를 들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듣고, 그리고 조수미, 임형주의 음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음성으로 아베마리아를 듣는다. 호소력 짙은 감미로운 음성이다. 원어로 부르는데, 물론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아베 마리아(Ave Maria)'는 라틴어 ’Ave', ‘안녕하세요’의 뜻이며, ‘안녕하세요, 마리아’의 뜻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흔히 라틴어 전공자 외에는 낯선 언어로 고상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우리 삶의 주변에 가까이 밀착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비쿼터스, 비전, 아우디, 에쿠스, 아쿠아, 스텔라’ 등이 모두 라틴어이거나 라틴어에서 온 말들이라고 한다. 또, 담배 이름 에세(Esse)는 라틴어 에스트(est)의 동사 원형이며 이는 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하고, 그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라고 했다. 건강에 백해무익한 담배 이름에 고상한 라틴어 이름이라니, 상술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무엇보다 라틴어는 문법이 아주 복잡하고 매우 어렵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저술가로 라틴어의 대가로 불리는 키케로도 ‘지긋지긋한 라틴 문학’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로마 제국의 공용어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잘 배우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했을 법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어려운 라틴어 공부가 평범한 두뇌를 공부에 최적화된 두뇌로 활성화시켜 사고 체계를 넓혀준다고 한다. 마치 자신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거듭 읽다보면 소위 문리 터짐을 발견한다는데,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언어, 점점 잊어가는 언어인 줄 알았는데 유럽을 비롯한 서양의 교육에서는 오히려 오늘날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죽은 언어가 아닌 우리의 수능 영어나 국어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과목이라는 것이다.

 

 라틴어는 세계 언어 분포상 인도 유럽어계에 속한다고 했다. 북인도, 근동, 유럽 전 지역에 전파되어 있는 언어군(群)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예상 밖이었다.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라고 하는데,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목적이 되어버린 상황이 안타깝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왜,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인지 가끔씩 자신을 들여다보고 물어봐야 한다.

 

 중세의 교육에서의 장점은 젊은 세대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면서 각자의 자신의 목표를 확립하도록 도와준 점이라고 한다. 여기서 요즘의 세태를 들여다 볼 때 너무 수동적이지 않나 싶다. 시키는 것은 잘 하는데, 창의력이 부족한 것도 이런 연유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어떤 것을 했을 때 즐거운지도 알아내어 목표를 세우지 않겠는가, 하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헌법상 기본권은 그 출발이 종교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라틴어는 로마 제국이 패망한 뒤에도 근대 이후까지 교회의 공식 언어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종교차원을 넘어 언어와 문화, 종교와 사상 전반에 영향을 주었으므로 서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흔히 우리는 상황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은 상태에서 공부든 무엇이든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한 상황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여건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하자는 것이다. 하든 안하든 시간은 흐른다. 뭔가 하면서 그날을 맞이하자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라틴어와 그와 관련 있는 로마의 역사, 문화, 로마인의 풍습도 알게 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B.C. 65~B.C.8)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뜻으로 마치 쾌락주의 사조의 냄새가 풍기는 이 말의 참뜻은             

 ’매 순간 충만한 생의 의미를 느끼면서 살아가라‘는 경구이다.

 

처음 접하는 라틴어 강의인 만큼 필사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많이 알려진 명문장이지만 라틴어로 써 보는 문장은 감회도 새롭다.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된 초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들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한다. 소개된 제자들의 편지들을 보아도 얼마나 인기있는 강의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라틴어만이 아니라 저자의 공부 내공이 모습을 갖추기까지 내면의 험난한 고통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선 모습은 자기계발의 동기 부여에도 충실한 역할을 해 주리라 믿는다. 라틴어를 비롯한 인문학 등을 포함한 그야말로 ‘통합 교양강좌’라고 할 수 있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을 향해 독설과 냉대를 서슴지 않았다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도 이 글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고,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평생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절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교육 실정이나,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 등 개인적인 삶 전반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책 한 권은 저자의 지식을 흡수 할 수 있는 아주 저렴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러한 경이로움을 잘 활용하여 ‘나의 삶에 대해(De mea vita, 데 메아 비타)’ 생각해 보는 시간도 매우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In omnivus requiem quaesivl, et nusquam inveni nisi angulo cum libro.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더라. -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 독일의 수도자이자 종교사상가.(P182)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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