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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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원칙이라는 게 있을까? 흔히 글을 잘 쓰려면 좋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오랫동안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얘기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말하듯이쓴다는 방법을 새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었던 글쓰기 방법에서 벗어나 글쓰기 원칙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강창래는 20년이 넘는 출판 편집기획자 생활을 거쳐 다방면의 글을 쓰며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요리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 몰라,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한 책의 정신등이 있다.

 



이 책 내용의 구성은 1부 바로잡기 2부 쓰기 3부 고치기로 세 가지 주제로 서른네 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번역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번역 수업에서는 한자어보다는 고유어로 쓰라고 했는데, 저자는 이 세상에 고유어(겨레말)로만 이루어진 언어는 없다면서 반박한다. 글쓰기에 완고한 원칙을 갖고 있었던 저자는 이오덕의 우리말 바로쓰기(5)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세상은 지구촌으로 연결되어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언어는 물론 그들의 사고방식까지도 주고받는 세상이니 당연히 언어도 뒤섞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세 가지 큰 주제의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는 방식으로 리뷰를 하려고 한다. 각 글마다 예문을 제시,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읽는 재미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문을 소개하고 있어서 나중에 읽어보려고 열심히 목록을 추가하며 읽었다. 이렇게 책 읽기를 통해 다른 책을 만나가는 과정이 참 즐겁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다독해야 한다는 말은 글쓰기에서 마치 진리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저자는 노력할 일은 아니라면서 독서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어서 그만둘 수 없어서 많이 읽다 보니 쓰게 되고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독서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노력하기보다는 그것을 기꺼이 즐길 때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며, 독서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또 필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기록해 두거나 필사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무작정 따라 쓰는 것은 효과가 아주 적다고 한다.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말고 문장에 담긴 의미와 생각,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언어가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식 한자어는 쓰지 말자? 라고 하는 글에서 우리말에 대한 오해도 흥미로웠다. 퀴즈를 내 보겠다. ‘토시’, ‘에누리’, ‘구라’, ‘애매하다에서 애매는 일본식 한자어일까? ! 아니다. 한국 고유어라고 한다. 이 단어들은 모두 조선왕조실록<태조실록>에 나오는 단어라고 한다. 한중일 다 같이 사용했던 단어이며 한자어에는 그런 예가 많다고 한다. 이밖에도 식사(食事), 순번(順番), 구입(購入), 월요일(月曜日), 인간적(人間的), 지불(支佛), 모금(募金), 기증(寄贈), 이유(理由), 건강(健康), 자유(自由), 장소(場所), 영화(映畫), 문화(文化) 등의 단어가 일본식 한자말이라고 한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이 일본식 한자어라니 놀라웠다. 그러니 순수한 우리 고유어란 없다는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한국어가 일본어의 영향으로 오염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쯤 되면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알아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일본식 한자어는 일본의 것이냐고 묻는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한자어인 교육, 학교, 교실, 국어, 과학, 사회, 헌법, 민주주의, 시민, 신문, 방송이라는 단어의 원저작자는 유럽이지만 일본이 번역을 한 단어라고 한다. 수용된 언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언어와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미 번역되어 유포된 한자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순수한 문화 같은 건 없다면서 뒤섞이면 풍부해지는 것이라고 매듭을 짓는다.

 



2부 내용에서는 글쓰기의 순서와 이유부터 플롯 구성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예문을 제시하며 알려준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저자가 쓴 서평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한 편의 서평을 쓰는데 관련 책과 영화까지 두루 챙겨 보면서 깊이 있는 서평을 쓰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점에 감탄했다.

 



특히 작품이라고 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가 절대적이다. 조정래는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언제나 깊고 넓게 자료를 조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백산맥(10)을 쓰기 위해서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자료 조사의 결과이다.’(p145~146)

 



흔히 글쓰기에 있어서 잘 아는 것을 쓰라는 말도 있지만 잘 모르는 분야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공부하려는 열정적인 태도만 있다면 말이다.

 



3부는 고치기다. 좋은 글은 여러 번 읽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다. 좋은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과정은 수없이 읽으면서 교정하고 교열한다고 한다. 내 이름은 빨강의 오르한 파묵, 농담을 쓴 밀란 쿤데라, 세계적인 천재 중 한 사람이라는 움베르토 에코 역시 열 번이나 스무 번 고쳐 썼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글쓰기 초보 저자들은 어떨까. 아마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서 고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고치기 어려운 초보자들에게는 같은 주제의 글을 세 번쯤 써 보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순서와 스타일, 초점을 조금씩 바꾸어 써보는 변화를 경험해 보라는 거다. 그러다 막히면 독서를 하라고 한다. 그럴 때는 자료 조사, 독서가 최고라고 한다. 다양한 글의 예시를 통해서 읽고 싶은 책도 늘었다.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듯이 관심 목록에 적어두었다.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왔다. 이 책은 글쓰기 할 때 원칙은 이래야 한다고 알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깨주는 책이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떤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쓰기를 할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글쓰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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