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무의식을 취한다. 시는 체험이라는 자양분을 빨아들여꽃을 피우는 무의식이다. 그것은 빵이기도 하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꿈의 빵이다. 시는 이 세계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는 선택받은 자들의 빵이자 저주받은 양식이다." 옥타비오 파스가 활과 리라」에서 한 말이다. - P119

암 수술 후, 오른팔을 못 쓰면 왼손만이라도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눈물을 흘리며 들었다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퇴원한 뒤에 맨 먼저 <호프만의 뱃노래>를 쳤는데, 오른쪽 손가락이 움직일 때의 그 감사와 환희는 기쁨의 눈물로대신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고백을 들으며, 나도 다시 시를 쓰는 기쁨을 눈물로 대신했던 생각이 났다. 그녀는 재활 훈련을 하며 연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은 지사 개월만에 건강한 사람들도 치기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쳤던 것이다. 이 곡은 영화 <샤인>에서 데이비드 헬프캇이 연주하다가 미쳐버린 곡이다. 서혜경의 연주가 끝났을 때 객석은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 연주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마로 인해 좌•절하고 고통 받는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고한다.  - P120

사람이 내는 소리의 가장 깨끗하고 묘한 것이 말이라면, 악기가 내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영혼이 내는 소리다. 시를 쓸 때 손으로 쓰지 않고 영혼으로 쓰고, 피아노를 칠 때도 손으로 치지 않고영혼으로 친다면, 그 시와 피아노 연주는 누구에게라도 감동을 줄 것이다. 어떤 일에 자기를 다 바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광채를얻는다. - P121

시를 쓰는 것과 연주를 하는 것은 영혼과 마주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는 읽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듯이, 훌륭한 연주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하기 때문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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