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내내 무얼 찾다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뭐든지 잘 버리지 못해서 메모한 쪽지든,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이나 여행지의 추억이 깃든 영수증도 모아 둡니다. 나중에 발견하고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갖고 있었네, 혼자 웃기도 하지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우리는 평생 찾는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정말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는 그보다 더 걸리겠다 싶습니다. 제발 버릴 건 버리고 살자, 정리를 하던 중에 빛바랜 클리어 파일이 눈에 띄어 이것도 이제 버려야겠다, 하고 펼쳐 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내가 예전부터 찾고 있던 소중한 보물 같은 게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문학 관련 자료를 스크랩하던 문학소녀 시절의 흔적들.
정신세계사 소식지입니다. 무려 33년이나 되었어요. 제가 20대에 쓴 원고가 채택되어 얼마나 기뻤던지요. 함께 나이를 먹으며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이 얇은 소식지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아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몰라요. 보기엔 이렇게 지저분하고 아이들의 낙서도 있지만 제게는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이지요. 그때 원고료로 정신세계사에서 출간된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천부경의 비밀과 백두산족의 문화』입니다. 지금 펼쳐봐도 알 수 없는 난해한 도해가 가득해서 보기만 해도 기가 죽습니다. 요즘 명상 채널에서 천부경에 대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아마도 빛을 발할 듯합니다. 이렇게 책이 나와 만나는 시간은 언제든 오는 것 같아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선물받았던 책.
예전에는 독자 엽서가 붙어있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 당시 서울에 있는 ‘책방 정신세계’에도 방문한 적도 있어요. 아담한 서점이었는데 정신세계사에서 출판된 책들을 위주로 진열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예전에는 책 속에 독자의 엽서가 들어있어서 회원으로 가입하곤 했지요. 『성자가 된 청소부』를 읽었던 기억도 나요. 주로 명상이나 영적인 책을 출간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검색해 보니 아직도 건재한 출판사더군요. 번역가로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류시화 시인이 초대 편집자였다는 흥미로운 내용도 알게 되었어요. 그때는 종로에 있었는데 지금은 마포에 있다고 하네요. 한때 그 출판사의 독자회원이었던 저로서도,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도 꾸준히 책을 펴내며 40여 년이나 되는 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소식지에 실린 제 독후감도 역시 정신세계사에서 출판한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제목의 책이며 러시아의 과학자 류비셰프의 삶과 업적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지금은 다른 출판사에서『시간을 정복한 사나이, 류비셰프』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제가 쓴 책 『책만 읽어도 된다』에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법>에도 이 류비셰프의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어요.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활용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건강하게 장수했던 과학자의 일대기입니다. 제가 20대에 감명을 받은 책이었고 나의 책에 그의 이야기를 썼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청춘 시절의 독후감을 다시 만난 반가움과 신기함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읽고 썼던 시간이 쌓여서 작가의 꿈을 이루었구나, 감개무량했습니다.
여러분 책을 읽기만 하지 말고 독서 후기도 쓰세요.
그냥 간단하게 남기는 것도 좋겠지만 글쓰기를 연습한다 생각하면서 조금씩 긴 글, 정성이 담긴 글을 써 보세요. 독서 후기를 쓰는 것은 최고의 글쓰기 훈련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궁금하신 분이나 나도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저처럼 작가가 될 수 있어요.
평범한 제가 작가가 되기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꿈을 꾸었던, 그리고 지금도 꿈꾸고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