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드 매치드 시리즈 1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새로나온 판타지 소설인 '매치드'는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고 사실 '오피셜'이라는 지배적 관료집단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고 개인의 선택적 자유는 철저하게 억압된 '소사이어티'라는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읽어보면 단순히 판타지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은 주인공들이 모두 10대들이라 보편적 의미에서 성장소설로도 읽히지만 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현재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수월성 위주 교육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저자인 앨리 콘디는 전직 고등학교 영어교사였고 '매치드'는 주로 카시아가 다니는 학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비록 그 학교가 '소사이어티'라는 멀지않은 미래의 전체주의사회 속 공간이긴 하지만 지금의 학교 현실과 그리 달라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의 교육은 '소사이어티'를 지배하고 있는 관료집단 '오피셜'에 의해 배워야 할 것들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특히나 그들은 문학, 음악, 미술등 모든 분야에 걸쳐 100위까지 순위를 정해놓고 거기에 속하지 않는 것들은 모조리 없애버린다. 한 마디로 100위 밖에의 것들은 그것이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사람들의 머리속만 복잡하게 하지 배울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암기 위주의 입시 지옥에서 허덕이는 우리나라 아이들이라면 오히려 이런 조치를 환영할지도 모르겠다. 100위까지만 외우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오피셜'들은 모든 지식을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특히나 개인이 뭔가 스스로 생각하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수 있는 것을 철저히 제거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철학도 없고, 시도 없다. 글씨를 배우는 것도 허락 안 되고 과거의 역사를 공부할 수도 없다. 그것은 비단 교육 현실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으며 개인의 물건 역시 '오피셜'의 허락 없이 가질 수 없다. 하물며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이 남긴 추억의 물건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직업도 일할 곳도 입을 옷들까지 다 그들이 결정해 준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오피셜'들이 미리 짝을 결혼해야 할 짝을 정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제목이기도 한 '매치드'란 행사다. 일종의 집단 맞선 행사 같은 것으로 통일교가 종합운동장에서 벌이곤 하는 단체결혼식 같은 것을 연상하면 쉬울 것이다.  '소사이어티'에서는 17세에 이르면 독신을 선택하지 않는 한 모두 이 '매치드'란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거기서 '오피셜'이 골라준 상대와 맺어지는데 그 사람이 바로 배우자가 된다. 결혼 연령 또한 소사이어티에는 정해져 있는데 그건 스물 한 살이다. 그러니까 '매치드' 이후 부터 '결혼'할 수 있는 스물 한 살까지는 연애 기간인 것이다.열 일곱이란 한창 이성에 눈을 뜨고 사랑의 에너지로 충만할 시기. 소사이어티는 아예 처음부터 상대를 결정해 가장 '개성'으로 충만할 시기를 통제하는 것이다.

 

 

  왜 이러는 것인지에 대해 '소사이어티'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이 매칭된 대로 선택한다면, 결혼 계약은 당신이 스물 한 살 때 이루어집니다. 여러 연구에서 양쪽 남녀의 임신 가능성은 24세에 최고조에 이른다고 나타났습니다. '매칭시스템'은 매칭된 사람들이 그 나이 즈음 아이들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건강할 후손을 가질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 (p. 22) 

 

 

 

 

 이 말에는 '소사이어티'가 행하고 있는 모든 관리와 통제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지도 나와있다. 그들은 언제나 통계나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세운다. 이건 개인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즉 '소사이어티'는 이렇게 개인은 행할 수 없는 사회 전체에 행해진 연구 결과를 내세워 자기들에게 권위가 있음을 설파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개인의 무력감 위에 기초하기에 개인들에게 '소사이어티'가 자신들 보다 더 잘 알고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만든다. 즉, 그들의 정당화 논리에는, 소사이어티는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개인이 알 수 없는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을 마땅히 잘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것이 단순히 디스토피아를 다룬 판타지 소설만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소사이어티'의 정당화 논리는 지금 주인공 카이사와 같은 또래들에게 그들이 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지 내세우는 어른들의 정당화 논리와도 똑같기 때문이다. 미국 뿐만아니라 우리 한국 사회의 어른들 역시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지 않는가? '니들이 뭘 안다고 그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어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다 인생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니 잔말말고 따라.' '앞으로 한 번 살아 봐. 내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음을 알게 될테니...' 등등 우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이와 같은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

 

 

   앨리 콘디는 이렇게 소사이어티의 정당화 논리와 어른들의 정당화 논리의 유사성을 통해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 또한 소사이어티가 가하는 교육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깨닫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소사이어티의 교육을 잘보면 그것이 현재 오바마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수월성 위주 교육' 정책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현재 미국의 교육 정책은 철저하게 성과 위주이다.

 

 

학업에서 정해진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학급은, 학교는 가차없이 퇴출되거나 많은 불이익을 받는다. 따라서 교사들은 그 정해진 성과를 내기 위해 아이들 인성이나 개성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정부가 원하는 지식만을 가르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소사이어티'의 100위까지 정해진 문학, 음악, 미술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가. 수월성 교육은 학생 개인의 자아 발전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아니 시스템상 아예 고려할 수 조차 없다. 교사 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도 자신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교육에 있어서 철저하게 선택의 자유가 배제된다. 즉 우리 사회가 바로 그 '소사이어티'며 우리 아이들이 '매치드'로 자신의 평생 반려자 조차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카시아'들 인 것이다. 사실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교육은 50년대 미국의 교육과 30년대 일제가 우리나라에서 행했던 교육의 반복이나 마찬가지다. 50년대 미국은 정부 위주로 과학교육에 그 어느때보다 열을 올린 때가 있다. 무엇보다 소련의 스푸트닉호 발사 성공 때문에 과학기술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 최고라 자부했던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은 나머지 다시는 그 같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하여 뒤쳐진 국력을 따라잡는다는 명목으로 과학교육에 가열차게 집중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견해에 의하면 그건 그저 명분일 뿐이고 사실은 소련의 성과로 인해 위기의식이 커져서 혹시나 미국인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가지게 될까봐 사상 통제가 더 큰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자면 30년대 일제 역시 우리나라에 그와 비슷한 일을 했다. 조선인들이 교육을 통해 의식을 키워 혹시나 일제에 맞서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여 '2등국민'으로서 필요한 '산수'나 '글자' 같은 단순 지식만 습득하도록 했던 것이다. 50년대의 미국과 30년대의 일제 교육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 교육을 받는 개인이 우선이 아니라 사회 지배 계급의 이익이 우선인 것이다. 따라서 이 '매치드' 또한 전직 교사로 미국의 교육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했던 앨리 콘디의 지금 미국 교육이 추구하는 것 역시 50년대의 미국 교육 혹은 30년대의 일제의 교육과 같은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이자 비판인 것이다.

 

 

  따라서 카이사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찾아가려는 여정은 그대로 앨린 콘디가 바라는 진정한 교육의 모습이기도 하다. 즉 그녀는 카이사의 탈주를 통해 지금 미국이 아니 교육이 가져야 할 보편적인 모습이 그와 같이 배움을 받는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선택하고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매치드'는 단순한 판타지만은 아니다. 교육이 뭔지 정말 교육의 중심엔 무엇이 놓여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유의 여정이다. 지금 나온 '매치드'는 총 3부작으로 계획된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후의 여정에서 콘디가 또 어떤 교육에 대한 사유를 보여줄 지 기대가 되고 미국의 교육 현실 보다 더 암담한 우리 교육의 현실상 한번쯤 벗해보는 것도 좋지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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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0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들어 판타지 소설이 너무 싫게 느껴지는 참이었어요. 따지고 보면 제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게 된것도 판타지 소설 덕분인데 요새는 판타지 소설을 너무 하급 취급하고 있지요. 제가 뭐라고.
그런데 이 책은 헤르메스님의 리뷰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인지 너무 괜찮게 보여요. 리뷰를 읽으면서 '닥터후'생각도 조금씩 나고, 여러가지 이미지가 겹치는 군요. 한 번 읽어봐야 알테지만 매혹적인 리뷰어요 .

ICE-9 2012-02-02 23:03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도 '닥터후' 좋아하시는군요. 저역시 '닥터후'를 엑스파일 다음으로 최고로 꼽는 팬입니다. 반갑고 또한 이렇게 공통점이 있다니 좋은데요^ ^
'매치드'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현재 미국 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라 소이진님이 읽으면 더 많이 와 닿는게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어쩌면 저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판타지란 제 생각이지만 그냥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언제나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허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2차대전으로 나타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비판하듯이. 그렇게 전혀 새로이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고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판타지를 좋아합니다. 소이진님의 판타지 리뷰도 언제 한번 듣고 싶네요. 더 듣고 싶은 건 물론 소이진님의 닥터후 이야기이지만요.^ ^

이진 2012-02-02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닥터후에 미친 사람입니다. 후후. 닥터후 전 시리즈를 다봤고(물론 우리가 알고있는 시즌말이지요)스페셜까지 모조리 섭렵해버렸습니다. 데이비드 테넌트에는 한때 엄청나게 열광해서 그의 모든 출연작까지 살펴보고 시즌 4의 도나는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해서 그녀의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니까요. 자막도 없는 그 예능 프로그램이 어찌나 재밌던지. 아, 닥터후를 좋아하신다니 전 너무 반갑습니다. 너무요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2-02-0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저는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류의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나봐요. 아우, 정말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읽을 때는 잼났는데
이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는게 없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정말 많이 나왔잖아요, 그런거.

매치드를 트와일라잇과 비교한다면, 통속성이 강한가요 아닌가요?

ICE-9 2012-02-05 20:53   좋아요 0 | URL
저는 별에 별 의미를 안두고 있어서 다섯개라고 해서 꼭 대단한 작품은 아니고 그냥 생각도 못했던 작품의 재미나 의미를 알려준다고 하면 다섯개를 주니까 너무 고려해 넣지 마세요^ ^ 제가 트와이라잇을 읽지 못해서 어떻게 비교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영화판을 염두에 두고 말하면 통속성은 그 보다 덜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원작을 못 봐서 자신은 못하겠네요. 아무튼 트와이라잇 성공후에 그 옛날 할리퀸 시리즈가 마치 판타지로 개작된 듯이 그런 류가 너무 범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저도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