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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미우라 시온의 이 소설은 꼭 붕어빵 같다.
한 겨울에 한 입 배어먹는 붕어빵 만큼 또 따뜻한 것도 없지만 늘 먹어왔던 맛인데도 질리지않고 다시금 찾게 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아마도 그의 소설이 손난로 처럼 따스한 온기와 일부러라도 듬뿍 젖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가 그리는 세계가 온기와 봄날의 조는 곰처럼 달콤한 평안을 머금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우라 시온이 사람들에 대해 가지는 굳건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상엔 그리 나쁜 사람은 없다는, 알고보면 정말은 착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른 소설들 같으면 얼마든지 협박과 다툼으로 이어졌을 상황에서 조차 타인을 배려하고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참으로 자주 보여준다. 첫 단편, 'SIMPLY HEAVEN'에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무런 갈등없이 한데 동거하는 모습도 그렇고 두번째 단편 '심신'에서 아내의 눈을 피해 성적 서비스를 받으려 집으로 불러온 여자가 그 때 아내가 나타나자 어려움에 처한 남편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꺼이 그가 관리하는 아파트의 한 주민으로 연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세번째 단편, '기둥에 난 돌기'에선 지하철 플랫폼에서 우연히 만난 조폭 두목 조차 사람의 정을 소중히 하고 한번 정을 나눈 이를 위해서는 그가 아무리 하찮은 인연으로 엮어졌다 하더라도 잔정 가득한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은 각 단편들마다 주인공들의 어쩌면 상궤에서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는욕망의 추구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묘사를 통해 사실은 그 이면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즉 주인공들이 그토록 자신의 욕망 추구에 충실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그를 둘러싼 타인들이 무엇보다 그를 참고 그를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정말 미우라 시몬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단편 조차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검은 음료수'이다. 이 단편은 다른 단편과 달리 만일 그러한 타인의 참음과 배려가 없다면 한 개인의 일방적 욕망 추구가 과연 어떠한 파국을 불러오는지 보여주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미우라 시온은 그 모든 개인의 욕망 추구가 가능함의 이면에 인내와 배려로 모종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타인들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은 나를 둘러싼 타인에게로 먼저 눈을 돌리게 만드는 단편집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미우라 시온은 여러 다양한 세입자가 한데 모여 사는 '고구레 빌라'를 소설의 주된 배경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고구레 빌라 처럼 우리 세계 역시도 나와 대등한 욕망을 가진 많은 이들이 한데 모여 살고 있으며 내가 지금 나의 욕망을 관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타인들이 그런 나를 참고 배려해 주고 있기 때문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이러한 미우라 시온의 시선, 나 이전에 나를 나답게 있게 해주는 타인을 먼저 염두에 두는 그 포용의 시선에 담겨진 따스함 때문에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이 따끈한 붕어빵과도 같은 온기를 지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붕어빵은 봉지째 사더라도 바람이라도 훔쳐갔는지 먹다보면 어느새 쉬이 사라진다.
그처럼 착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발산하는 따스하고도 달콤한 온기에 취해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있는 것을 깨닫는 '착하디 착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