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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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두 가지가 놀라웠다. 우선 단편집이라는것. 600p에 가까운 두께가 단편집인 건 처음이었다. 마땅히 장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틀이 별루라는 것. 재미나고 신선하며 독특한 단편이 많이 이 책에서 타이틀을 차지할 정도라면 종이동물원은 마땅히 재밌어야 했다. 하지만 분량도 생각보다 적었고 개인적으론 많이 아쉬웠다. 뭔가 보여주다 만 느낌. 평론가들의 생각은 달랐는지 뒤의 평을 보니 종이동물원은 작가에게 많은 상과 유명세를 남긴 작품이었다. 작품성과 대중성은 반비례하는 것일까? 

 켄 리우의 단편집이 독특한건 그의 이름때문이다. 중국계이면서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고대의 중국문화와 일본침략과 국공내전을 중국근현대사의 아픔, 그리고 미국인으로서 첨단을 자랑하는 미래가 재밌게 뒤섞여있다. 서술을 잘 따를수 있는 것도 그가 기본적으로 아시아권문화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썼어도 서양인의 서술은 정말 잘 번역되지 않는한 따라가다 망설이게 된다.

 여러 개의 작품중 과거를 다룬 1개의 작품과 미래를 다룬 2개, 그리고 미래와 과거과 뒤섞인 1개가 마음에 들어 정리한다. 

 과거 작품의 배경은 대만이다. 릴리라는 붉은 머리의 미국소녀가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대만으로 이주한다. 릴리는 미국에선 제법 인기있는 소녀였지만 새 대만의 국제학교에서는 왕따신세다. 릴리는 제법 좋아하고 즐기지만 다른 미국아이들이 혐오하는 중국 도시락은 이 아이의 신세를 더욱 악화시킨다. 어느 날 릴리는 길을 거닐다 대만의 물소를 본다. 그 물소의 뿔은 미국 물소와 다르게 뒤로쳐졌다. 웬지 쉽게 잡아 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릴리는 5살에 양 등에 매달려 무려 28초를 견딘적이 있다. 그렇게 물소를 잡아탄 릴리는 물소주인인 중국인 할아버지와 소년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는 한자점으로 릴리에게 한자와 중국문화를 가르쳐주고 왕따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준다. 소년은 커서 미국의 메이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싶어한다. 거기에 금발의 미국인 아내도 원한다. 릴리는 할아버지에게 배운 한자점으로 제해권이란 단어의 영어뜻을 아버지에게 묻다 우연히 소년의 친부모가 2.28사건과 관련되었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소년의 아버진 할아버지를 신고하고 할아버진 모진 고문끝에 죽고, 저항하던 소년도 죽는다. 릴리는 아무것도 모르며 자신의 물음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시대의 아픔이다.

 미래세계에서 갑작스레 콜걸들이 살해당한다. 범인인 워쳐라는 남자다. 그는 어릴적부터 권력욕을 탐했고 사람을 지배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뒷골목에서 전전하던 그가 한 콜걸을 알게되고 어느날 서로의 몸을 탐하다 우연히 그녀의 눈빛이 이상함을 느낀다. 일부 콜걸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훗날의 보험으로 눈에 영상저장임플란트를 심었던 것이다. 워처는 이를 이용하기로 한다. 임플란트를 한 콜걸들만 찾아죽이고 그 임플란트로 그녀들과 관계한 권력자를 위협하는 것. 이 대담한 살인에 한 탐정이 끼어든다.

 또 다른 미래 이야기는 지구에서 우주로의 여행이야기다. 지구의 과밀화로 승객 천여명을 태운 우주선이 처녀자리의 먼 행성으로 이주를 시도한다. 가는데는 400년이 걸리기에 철저한 인구조절로 수세대에 걸친 자손들이 간신히 도착하는 거리다. 항해후 모처럼 지구에서 통신이 들어온다. 의술의 발달로 영생의 비밀이 풀린것. 이 시술은 우주선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주선의 사람들은 정해진 인구수로 인해 영생이냐 자손을 남길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다. 400년후 도착한 행은 놀랍게도 이미 상당부분 개발이 되어 있었고, 생명체도 있었다. 알고보니 이들은 지구인이었다. 그들이 떠난후 백년이 넘게 지나 과학기술이 발달해 후발로 출발한 이들이 한참 먼저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외양이 이상하다. 그들은 생물학적 불멸을 넘어 기계와 하나가 된 것이었다. 도착한 이들은 바로 고민에 빠진다. 보다 확실하고 엄청넌 지성을 가진 불멸이 될 것이냐 구석기의 정신과 유물을 가진 인간으로 남을 것이냐였다.

 마지막은 역사와 미래 이야기다. 양자이론의 연구로 어느날 과거로 여행이 가능한 장치가 개발된다. 물론 가서 상황을 볼수만 있으며 관여할 수 없고, 과거의 사람들도 여행자를 보지 못한다. 중국계 미국인 역사학자는 이를 일본의 잔학한 범죄인 731부대의 현장을 고발하는데 사용한다. 731부대의 피해자 유족들은 과거 조상들이 당한 범죄와 일본의 간학함을 보고 경악하며 분노한다. 모든 역사적 쟁점을 마무리 할만한 이런 장치의 발명에도 세계는 더욱 논란에 빠진다. 일부 사람들은 이 장치가 역사학 자체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지금을 과거에 다시 묻히게 만들다고 했다. 다른 이는 이 장치를 아예 믿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장치를 통해 여행하는건 거부한다. 정치권은 더 말썽이었다. 1세계의 민주사회는 처음 장치의 등장을 환영했다. 역사는 잊혀지면 안되는 거고 정의는 중요하니까. 하지만 문제가 민감하다. 미국과 중국은 대결구도였고, 미국을 돕는 제1 똘마니 일본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미국에 좋지 않았다. 거기에 다른 나라들도 뒤가 가렵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1세계 국가치고 과거에 만행을 저지르지 않은 국가가 없었다. 그 현실이 파헤쳐지는 것. 그들은 그게 두려워졌다. 그래서 생각보다 빠른 전 세계의 합의로 이 장치의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이 이루어진다. 사람이나 개인이나 과거 자신의 과오를 직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 소설에는 이 외에도 정말 재밌는 소설이 많다. 정말 버릴게 없는 단편집인 것이다. 한 여름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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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09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로 풀릴 때까지 기다려서 드디어
사긴 했는데 여적 못 읽고 있네요...

그런데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하시니
이번 휴가 때 읽어야 하나 싶네요 :>

닷슈 2019-07-09 15:49   좋아요 0 | URL
재미납니다 휴가에 딱맞을겁니다

행인1 2020-08-05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이동물원은 끝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다른 것들은 중국인의 관점이 너무 진하단 생각입니다. 기대가 컸는지 만족은 그다지.......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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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홍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중국은 과거 우리의 3.1운동에도 영향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엔 광주민주화항쟁의 영향을 받은듯 하다. 오늘 MBC뉴스에도 나왔는데 검검이란 중국인이 우산혁명의 실패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접하고, 중국 상황에 맞게 개사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홍콩과 한국의 80년대 상황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노래가 필요했던 것이다.미국과의 패권전쟁이 본격화하며 더욱 국가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국에 홍콩의 민주화운동이 작은 브레이크가 되었으면 한다.

 소년이 온다는 80년 광주에서 쿠데타 세력과 싸우다 희생된 민중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실제 기록과 증언을 많이 참고한지라 워낙 잔인한 희생장면이 생생히 묘사되 좀처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읽기 쉽지않다는 혹자들의 말이 사실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무척 정독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읽어냈다.

 여러 장면이 나오는데 중학생이면서 도청에서 시체를 관리하고 신원을 정리하는 일을 맡은 중학생. 이녀석은 어른들의 만류에도 군인들이 도청에 처들어오는 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아 결국 최후를 맞았다. 이 중학생은 같은 집에 더부살이 하는 친구와 짝사랑하던 그녀의 누나를 걱정하며 찾지만 그들도 결국은 희생되었음을 짐작한다. 다른 장에서는 그 중학생이 걱정하던 친구가 이미 죽어 혼으로 광주를 떠도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 친구는 도청을 지키던 자기의 친구가 죽는 것을 느낀다.

 살아남은 이들도 고통받는다. 잔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정신외상에 시달리며 인생이 파괴된 사람들. 게중에는 결국 영혼이 고문장을 떠나지 못해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있었다.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에서도 유시민은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고문했을 경찰을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고 많은 감정을 녹여내며 담백한듯 말했다.

 살기위해 적당히 광주를 떠난 사람들도 고통받는다. 계속 전두환 정권 치하를 살아가야 했고 대학에 가고 중퇴를 하고, 출판사에 취직을 해서도 그놈의 검열때문에 고통받는다. 민중인사를 만났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경찰에 뺨을 일곱대나 맞았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맞은 뺨 일곱대를 지우는데 쓴다.

 광주는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사형을 언도받은 수괴가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끝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일방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옹호하고 편드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사과가 있고 처벌이 있어야 역사는 바로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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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19-06-18 2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강을 보고 좌파 작가라고 지칭했던 어떤 정치인이 떠오르네요. 어이가 없는 일이죠

닷슈 2019-06-18 22:51   좋아요 0 | URL
그런사람이 있었군요
 
미스 손탁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
정명섭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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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함께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사람이다. 실권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대한제국의 고종 및 명성황후와 친해졌고, 이 과정에서 고종황제에게 땅을 받아 손탁호텔을 건립한다. 이 호텔은 당시 거의 유일한 서양식 숙소이고 손탁이 운영하였기에 대한제국이 망하기 전까지 유수의 외국인 인사들이 머물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헤이그 특사와 연결시킨게 이 소설이다. 시기는 1907년으로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누구나 조선의 명운이 얼마남지 않음을 직감하는 시기였다. 이런 과정에서 고종황제가 썼던 마지막 카드가 헤이그 특사였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부당함을 알려 독립을 유지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소설에는 배정근이란 16세의 소년과 이화학당에 다니는 이복림이라는 동갑내기 소녀가 나온다. 배정근은 아버지가 돌아가서고 고종의 시위대 소위인 형의 소개로 손탁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이복림은 서자이면서도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에도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소녀다.

 배정근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호텔 일에 적응해나가던 때 이토히로부미와 이완용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묶은 후 갑작스레 손탁여사가 호텔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손탁은 중국의 청도로 향한다는 편지만을 남겨놓았는데 여러모로 이상한 정황이 많았다. 이에 배정근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손탁이 중국을 향한게 아니라 납치되었거나 어딘가에 은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영어가 가능한 이복림과 더불어 손탁을 찾아 나선다.

 복림과 정근이 만난 사람들은 손탁의 지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만다는 베델과 선교사 헐버트였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손탁의 행선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린 정근은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알게된다. 조일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미국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이미 조선을 일본에 내어주고 필리핀을 얻었으며 조일수호통상조약의 상호방위 부분을 지적한 조선 조정과 헐버트의 항의도 묵살한 상태였다. 거기에 영국은 러시아만을 제지하느라 일본의 위험성은 알지못하고 일본과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남의 노름에 조선 백성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모르고 차츰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손탁의 행방은 정근에게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손탁이 가까운 궁궐안에 숨어있음을 알게 되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다. 친러반일성향의 손탁의 거취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텔내 일본첩자와 협력자들의 얽힘속에서 정근은 손탁을 만나고 손탁이 황제의 밀서를 이준에게 넘기려 함을 알게된다. 헤이그 특사의 시작인 것이다.

 정근과 복림, 손탁의 노력으로 우여곡절끝에 성공한 헤이그 특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고종황제는 이토와 이완용의 협박으로 퇴위하고, 그 결과 손탁은 궁궐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거기에 시위대는 해산명령을 받아 정근의 형은 이에 저항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다. 이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자신의 거취에 위협을 느낀 손탁은 정근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로 향한다. 

실제 역사는 손탁이 1909년에 호텔을 정리하고 한 조선인을 프랑스로 데려갔는데 이 아이는 프랑스에 정착해 프랑스인과 결혼하여 4남1녀를 두었다고 되어있다. 작가는 이 부분고 손탁의 역사적 위치를 이용하여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재밌고,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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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리스타트 에디션 - 『수짱의 연애』x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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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마스다 미리 작품을 처음 봤다.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생각과 고민도 하게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리스타트 에디션에는 츠치다와 수짱 두 명의 고민을 묶어 담았다. 내용도 츠치다의 이야기에서 수짱으로 거의 바로 이어진다. 반대로 봐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츠치다는 33세의 일본 남자로 서점에서 일한다. 동경에 살고 있는데 서점에서 일한지는 어느덧 7년째다. 대학을 나왔다면 그 이후로 서점에만 쭉 있었던 셈이다. 6년째 솔로상태인데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않은 듯 하고, 결혼에 대한 욕구는 제법 있어보이지만 적극성은 다소 부족한 그런 상태다.

 책을 좋아하는 건 정작 큰아버지인데, 츠치다의 백부님은 병에 걸려 죽는다. 이 큰아버지 보통사람이 아닌게 자신이 죽을 고비임에도 설령 힘이 다해 읽지는 못할 지언정 책이 놓여있으며 조카들에게도 항사 생일선물로 책을 주었다. 거기에 문병오는 사람들에게 비통함을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농담에 대접도 오히려 잘한다. 보기 좋은 삶이다.

 하여튼 츠치다는 큰아버지가 죽고나서 연애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츠치다는 삶을 공허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서 매일 일하고, 원룸에 혼자 돌아와 밥을 먹고 다음날 나가는 삶이 쳇바귀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애도 시작하고, 서점일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다고 월급이 느는것도 아니고 일만 많아진다는 동료의 핀잔에도 말이다. 연애가 좀 문제였긴 한데 정작 미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은 이미 짝이 있었고, 수짱이란 썸녀가 있음에도 아요이를 만나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수짱은 츠치다보다 나이면에서 더 심각하다. 어느덧 37. 일본이 만나이를 씀을 감안하면 전세계의 유일한 한국의 세는 나이로는 이미 38-39일터다. 그야말로 내일 모레 마흔인데 남의 일같지가 않은게 아니라 남의 일같다. 어쩌면 41인 다른 솔로 친구가 있어서일지도.

 수짱은 카페점장을 했었고, 거기서 가까운 서점에서 일하는 츠치다가 자주 밥을 먹으로와 살짝 썸을 탔다. 하지만 거기까지. 서로 소심한지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츠치다는 카페를 그만두고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한다. 요리만드는걸 좋아하고 여러 아이를 대하며 살아간다.

 여자로서 한해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아이가 없는 삶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보며 여러 인생이 있고, 나의 인생도 그 여러 인생중 하나란걸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답은 없고, 불안도 어찌보면 정말 나에게서 기인한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짱은 불안해하고 츠치다를 좋아하면 결혼하고 싶어한다. 집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는 수짱의 생각은 그래서 나온건지도 모른다. 츠치다와 수짱은 츠치다가 이미 애인이 있음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츠치다는 수짱은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인다. 아요이는 어떻게 될까나.

 고령화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저하, 개인의 자유등이 강조되며 결혼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가족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지라  사람들은 결혼과 가족, 아이가 없는 삶을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수짱과 츠치다도 그렇다. 인구구조가 우리보다 한발 빠른 일본에선 그게 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사정이라 수짱과 츠치다의 고민에 공감하는 한국인이 많을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가진 자도 고민한다. 자신의 사라진 시간과 자유를 걱정하며 육아로 인해 자신이 쌓아올린게 무의미하고 허물어질까 고민한다.

 그래서 결혼한이와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저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한다. 재밌는 일이다. 아직은 통념상 그리고 숫자상 결혼이 우위인 사회지만 3-40년후 그 수가 역전되면 어떠할까. 결혼을 더욱 희소하고 부러워하게 될까, 아니면 매우 어리석은 선택으로 여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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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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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혁명을 즈음해 인간은 전세계적으로 신분사회로 들어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없다지만 왕후장상은 생겨났고, 긴세월을 기득권을 갖고 지위를 세습하며 독점에 들어갔다. 개인의 개성이나 능력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점차 약화되긴 했지만 가까운 조선까지도 꾸준히 세습사회였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의 조상은 평민이나 노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19세기의 대규모 족보위조나 구매로 인한 신분세탁으로 우리는 자기 조상이 모두 왕후장상인줄 안다. 신분사회가 피라미드 구조란걸 생각하면 매우 이해가 안가는 일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어찌보면 다소 부끄러운 일이기도하다. 진짜 조상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완 다르게 미국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영화나 책에서 그들은 자신의 조상이 흑인 노예더라도 이런 기록이 비교적 정확히 남아있는듯하다. 그리고 책' 킨'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내 나이와 얼추 비슷하다. 그래서 책의 배경도 1976년 미국이다. 흑인 아내인 다나, 백인 남편인 케빈이 등장한다. 둘은 작가이자 작가지망생이고 책에 삶을 맡길 정도로 잘나가지 못해 일을 하다 만났다. 둘은 인종도 다르고 나이차도 제법났지만 결혼해, 새집을 마련해 같이 살아간다.

 신혼살림을 차린지 겨우 며칠 째 되던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 다나가 현기증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케빈 눈앞에서 느닷없이 사라져버린것이다. 정신을 차린 다나는 강기슭에 있었고, 물에 빠져 익사위기인 소년을 인공호흡으로 구해낸다. 아이의 엄마는 이상한 옷차림이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욕을 하며 다나를 마구 때렸다. 정신을 차리고 통성명을 해보니 구한 아이의 이름은 루퍼스였고 붉은 머리의 백인아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아인 다나의 조상이었다. 뭔가 묘한 운명을 느낀 다나는 자신이 흑인노예로 악명이 높던 1819년의 미국남부로 왔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앨리스란 흑인 소녀를 수소문한다. 앨리스는 바로 루퍼스와의 사이에서 헤이거란 아이를 낳게 되고 이 아이가 다나의 직계조상이기 때문이다. 다나는 루퍼스의 집에서 나와 앨리스를 찾게되지만 앨리스의 어머니를 몰래 만나러온 앨리스의 아버지를 잡으러 온 백인들에게 발각되어 무자비한 린치를 당한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 다나는 현대로 돌아온다. 다나가 1819년에 머무른 시간은 며칠이었지만 1976년에서 다나는 불과 몇초만에 돌아왔다고 남편 케빈은 말한다.

 소설의 타임루프 계기는 다나의 조상은 루퍼스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고 다시 돌아오는 계기는 거꾸로 다나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다. 다나는 여러번 어리석은 루퍼스가 사고를 칠때마다 과거러 불려가 조상흑인들이 느낀 비애와 분노, 불공평함을 느끼며 노예의 삶을 체험한다. 이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았는데 웬지 자신의 조상인 헤어거가 등장해야만 끝날것 같음을 다나는 직감한다.

 타임루프란 소재는 매우 식상하지만 소설은 노예 흑인의 삶은 매우 상세하고 사실적이며 비극적으로 묘사하고, 이를 현대인이 체험하면서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로 인해 흔한 소재는 다소 덜 진부하게 느껴지고 즐겁지 않은 조상과의 만남은 이를 더욱 운명적으로 느끼게 한다. 소설에 나오는 흑인들의 삶은 매우 비참하다. 하루종일 백인들의 눈치를 보며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나의 자식들은 주인에 의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다른지역으로 팔려나간다. 도망친 노예가 잡히면 맞아죽거나 채찍질을 당하기 일쑤였고, 여성노예들은 언제나 백인 주인이나 관리인의 성적 노리개였다. 그들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도 사람취급 받지 못하고 언제든지 팔려나갔으며 백인 부모를 나으리라 불러야 했다는 사실은 홍길동도 울고갈만큼 극적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성서의 욥기에서 따온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어서 이걸로 마무리한다.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며 시들며 그림자와 같이 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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