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두 가지가 놀라웠다. 우선 단편집이라는것. 600p에 가까운 두께가 단편집인 건 처음이었다. 마땅히 장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틀이 별루라는 것. 재미나고 신선하며 독특한 단편이 많이 이 책에서 타이틀을 차지할 정도라면 종이동물원은 마땅히 재밌어야 했다. 하지만 분량도 생각보다 적었고 개인적으론 많이 아쉬웠다. 뭔가 보여주다 만 느낌. 평론가들의 생각은 달랐는지 뒤의 평을 보니 종이동물원은 작가에게 많은 상과 유명세를 남긴 작품이었다. 작품성과 대중성은 반비례하는 것일까? 

 켄 리우의 단편집이 독특한건 그의 이름때문이다. 중국계이면서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고대의 중국문화와 일본침략과 국공내전을 중국근현대사의 아픔, 그리고 미국인으로서 첨단을 자랑하는 미래가 재밌게 뒤섞여있다. 서술을 잘 따를수 있는 것도 그가 기본적으로 아시아권문화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썼어도 서양인의 서술은 정말 잘 번역되지 않는한 따라가다 망설이게 된다.

 여러 개의 작품중 과거를 다룬 1개의 작품과 미래를 다룬 2개, 그리고 미래와 과거과 뒤섞인 1개가 마음에 들어 정리한다. 

 과거 작품의 배경은 대만이다. 릴리라는 붉은 머리의 미국소녀가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대만으로 이주한다. 릴리는 미국에선 제법 인기있는 소녀였지만 새 대만의 국제학교에서는 왕따신세다. 릴리는 제법 좋아하고 즐기지만 다른 미국아이들이 혐오하는 중국 도시락은 이 아이의 신세를 더욱 악화시킨다. 어느 날 릴리는 길을 거닐다 대만의 물소를 본다. 그 물소의 뿔은 미국 물소와 다르게 뒤로쳐졌다. 웬지 쉽게 잡아 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릴리는 5살에 양 등에 매달려 무려 28초를 견딘적이 있다. 그렇게 물소를 잡아탄 릴리는 물소주인인 중국인 할아버지와 소년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는 한자점으로 릴리에게 한자와 중국문화를 가르쳐주고 왕따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준다. 소년은 커서 미국의 메이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싶어한다. 거기에 금발의 미국인 아내도 원한다. 릴리는 할아버지에게 배운 한자점으로 제해권이란 단어의 영어뜻을 아버지에게 묻다 우연히 소년의 친부모가 2.28사건과 관련되었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소년의 아버진 할아버지를 신고하고 할아버진 모진 고문끝에 죽고, 저항하던 소년도 죽는다. 릴리는 아무것도 모르며 자신의 물음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시대의 아픔이다.

 미래세계에서 갑작스레 콜걸들이 살해당한다. 범인인 워쳐라는 남자다. 그는 어릴적부터 권력욕을 탐했고 사람을 지배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뒷골목에서 전전하던 그가 한 콜걸을 알게되고 어느날 서로의 몸을 탐하다 우연히 그녀의 눈빛이 이상함을 느낀다. 일부 콜걸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훗날의 보험으로 눈에 영상저장임플란트를 심었던 것이다. 워처는 이를 이용하기로 한다. 임플란트를 한 콜걸들만 찾아죽이고 그 임플란트로 그녀들과 관계한 권력자를 위협하는 것. 이 대담한 살인에 한 탐정이 끼어든다.

 또 다른 미래 이야기는 지구에서 우주로의 여행이야기다. 지구의 과밀화로 승객 천여명을 태운 우주선이 처녀자리의 먼 행성으로 이주를 시도한다. 가는데는 400년이 걸리기에 철저한 인구조절로 수세대에 걸친 자손들이 간신히 도착하는 거리다. 항해후 모처럼 지구에서 통신이 들어온다. 의술의 발달로 영생의 비밀이 풀린것. 이 시술은 우주선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주선의 사람들은 정해진 인구수로 인해 영생이냐 자손을 남길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다. 400년후 도착한 행은 놀랍게도 이미 상당부분 개발이 되어 있었고, 생명체도 있었다. 알고보니 이들은 지구인이었다. 그들이 떠난후 백년이 넘게 지나 과학기술이 발달해 후발로 출발한 이들이 한참 먼저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외양이 이상하다. 그들은 생물학적 불멸을 넘어 기계와 하나가 된 것이었다. 도착한 이들은 바로 고민에 빠진다. 보다 확실하고 엄청넌 지성을 가진 불멸이 될 것이냐 구석기의 정신과 유물을 가진 인간으로 남을 것이냐였다.

 마지막은 역사와 미래 이야기다. 양자이론의 연구로 어느날 과거로 여행이 가능한 장치가 개발된다. 물론 가서 상황을 볼수만 있으며 관여할 수 없고, 과거의 사람들도 여행자를 보지 못한다. 중국계 미국인 역사학자는 이를 일본의 잔학한 범죄인 731부대의 현장을 고발하는데 사용한다. 731부대의 피해자 유족들은 과거 조상들이 당한 범죄와 일본의 간학함을 보고 경악하며 분노한다. 모든 역사적 쟁점을 마무리 할만한 이런 장치의 발명에도 세계는 더욱 논란에 빠진다. 일부 사람들은 이 장치가 역사학 자체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지금을 과거에 다시 묻히게 만들다고 했다. 다른 이는 이 장치를 아예 믿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장치를 통해 여행하는건 거부한다. 정치권은 더 말썽이었다. 1세계의 민주사회는 처음 장치의 등장을 환영했다. 역사는 잊혀지면 안되는 거고 정의는 중요하니까. 하지만 문제가 민감하다. 미국과 중국은 대결구도였고, 미국을 돕는 제1 똘마니 일본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미국에 좋지 않았다. 거기에 다른 나라들도 뒤가 가렵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1세계 국가치고 과거에 만행을 저지르지 않은 국가가 없었다. 그 현실이 파헤쳐지는 것. 그들은 그게 두려워졌다. 그래서 생각보다 빠른 전 세계의 합의로 이 장치의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이 이루어진다. 사람이나 개인이나 과거 자신의 과오를 직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 소설에는 이 외에도 정말 재밌는 소설이 많다. 정말 버릴게 없는 단편집인 것이다. 한 여름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9-07-09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로 풀릴 때까지 기다려서 드디어
사긴 했는데 여적 못 읽고 있네요...

그런데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하시니
이번 휴가 때 읽어야 하나 싶네요 :>

닷슈 2019-07-09 15:49   좋아요 0 | URL
재미납니다 휴가에 딱맞을겁니다

행인1 2020-08-05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이동물원은 끝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다른 것들은 중국인의 관점이 너무 진하단 생각입니다. 기대가 컸는지 만족은 그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