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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손탁 ㅣ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
정명섭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평점 :
손탁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함께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사람이다. 실권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대한제국의 고종 및 명성황후와 친해졌고, 이 과정에서 고종황제에게 땅을 받아 손탁호텔을 건립한다. 이 호텔은 당시 거의 유일한 서양식 숙소이고 손탁이 운영하였기에 대한제국이 망하기 전까지 유수의 외국인 인사들이 머물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헤이그 특사와 연결시킨게 이 소설이다. 시기는 1907년으로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누구나 조선의 명운이 얼마남지 않음을 직감하는 시기였다. 이런 과정에서 고종황제가 썼던 마지막 카드가 헤이그 특사였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부당함을 알려 독립을 유지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소설에는 배정근이란 16세의 소년과 이화학당에 다니는 이복림이라는 동갑내기 소녀가 나온다. 배정근은 아버지가 돌아가서고 고종의 시위대 소위인 형의 소개로 손탁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이복림은 서자이면서도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에도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소녀다.
배정근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호텔 일에 적응해나가던 때 이토히로부미와 이완용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묶은 후 갑작스레 손탁여사가 호텔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손탁은 중국의 청도로 향한다는 편지만을 남겨놓았는데 여러모로 이상한 정황이 많았다. 이에 배정근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손탁이 중국을 향한게 아니라 납치되었거나 어딘가에 은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영어가 가능한 이복림과 더불어 손탁을 찾아 나선다.
복림과 정근이 만난 사람들은 손탁의 지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만다는 베델과 선교사 헐버트였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손탁의 행선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린 정근은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알게된다. 조일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미국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이미 조선을 일본에 내어주고 필리핀을 얻었으며 조일수호통상조약의 상호방위 부분을 지적한 조선 조정과 헐버트의 항의도 묵살한 상태였다. 거기에 영국은 러시아만을 제지하느라 일본의 위험성은 알지못하고 일본과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남의 노름에 조선 백성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모르고 차츰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손탁의 행방은 정근에게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손탁이 가까운 궁궐안에 숨어있음을 알게 되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다. 친러반일성향의 손탁의 거취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텔내 일본첩자와 협력자들의 얽힘속에서 정근은 손탁을 만나고 손탁이 황제의 밀서를 이준에게 넘기려 함을 알게된다. 헤이그 특사의 시작인 것이다.
정근과 복림, 손탁의 노력으로 우여곡절끝에 성공한 헤이그 특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고종황제는 이토와 이완용의 협박으로 퇴위하고, 그 결과 손탁은 궁궐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거기에 시위대는 해산명령을 받아 정근의 형은 이에 저항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다. 이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자신의 거취에 위협을 느낀 손탁은 정근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로 향한다.
실제 역사는 손탁이 1909년에 호텔을 정리하고 한 조선인을 프랑스로 데려갔는데 이 아이는 프랑스에 정착해 프랑스인과 결혼하여 4남1녀를 두었다고 되어있다. 작가는 이 부분고 손탁의 역사적 위치를 이용하여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재밌고, 안타까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