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모든 것이 비껴갈 때가 있다.

눈이 뿌옇게 흐려져 책은 지지리도 안 읽히는데,

게다가 가지고 온 책이 윤인모 님의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트라우마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란 책이었다.

책 날개를 보면 책속의 누군가가 글쓴이를 '필력은 있는데 작가는 아니고, 학식은 있는데 교수도 아니며, 명상에 대해서 뭘 좀 아는데 도인은 아닌' 사람으로 소개한다는데, 그럴듯 하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많은 사람들의 예가,

내가 어디 다른 책에서도 접해봤던 사람들이어서 '구라를 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을 뿐이지,

게다가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 쿨하게 시인해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지,

앞뒤전후 안 재고 이 책만 읽었다면 '사기꾼' 당첨이올시다, ㅋ~.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4년 9월

 

 트라우마 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7년 6월

 

책이 안 읽히면 '춘추전국이야기' 팟 캐스트 방송이라도 들어,

11권이라는 책 중 전반부 어딘가에서 멈춘 책을 읽기 위한 독서근력이라도 키워야 할텐데,

이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알테지만,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정확하고 명쾌한데,

공원국 님의 목소리는 낮고 일정한 리듬이 있어 일종의 자장가이다.

학창시절이었다면 이런 교수님의 강의는 잠으로 초토화 되었을 것이다, ㅋ~.

 

그래도 '춘추전국이야기'시리즈는 끝까지 다 읽을 것이다.

대망의 11권을 *****님께 선물받아 대기중이니 박차를 가해야 겠다.

 

오래간만에 알라딘 신간 마실을 다니는데,

읽지도 못할 책을 마구잡이로 장바구니에 쑤셔넣다가 일단 멈춤이다.

브레이크를 건 책은 '사주'라고 해야 더 친근한 '명리' 관련 책이다.

 

고서를 버리라는 제목인데,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명리라는 것이 '고서'를 버리고도 존재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읽히지 않고 심심해서 찾아보니,

나 한때 노트필기까지 해가며 명리 관련 책을 좀 읽었었다, ㅋ~.

책이 읽히지 않는다, 로 시작하여,

고전 내지는 고서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로 끝맺게 된다.

덕분에, 장바구니는 닫았는데,

그래도 이 책 한권은 들여야겠다.

 

 

 

 신영복 평전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신영복 님의 평전이라고 하여 궁금한 것도 있지만,

평전하면 김삼웅 님을 충분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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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1-25 10:40   좋아요 1 | URL
노트까지는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 같이 연습장 삼아 정리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오늘도 날이 완전 추워요.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꽁꽁 싸매고 다니세요~^^

syo 2018-01-24 20:16   좋아요 1 | URL
한국의 츠바이크 김삼웅 선생님!

양철나무꾼 2018-01-25 10:44   좋아요 1 | URL
츠바이크라는데, 왜 치바이스가 떠오른 것일까요?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럴듯 하여 허벅지를 턱하고 치게 됩니다.
전 리영희 평전이랑 조봉암 평전만 읽었더라구요~^^

AgalmA 2018-01-25 00:19   좋아요 0 | URL
저도 김삼웅 저자 신뢰요^^!
요즘 그런 생각 자주 해요. 아주 오래전 이론들 허점 깨는 책이 수두룩한데 원전을 꾸역꾸역 찾아 읽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초를 위해? 산더미 같은 책 순번이 너무 많아 꾀를 피우는 건지도 모르죠. 당시엔 대단했던 <이기적 유전자>만 해도 막상 읽어보니 이리저리 읽은 책에서 읽어서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더란 말이죠? 철학이야 각자 캐들어간 그 과정을 보는 것의 의미도 있지만 유효기간 지난 혹은 지금의 해석으로는 상당히 문제적인 정보들로 가득한 오래 전 책을 대하면 늘 고민입니다. ˝고서는 버려라˝ 그 대목 때문에 주절주절해봤어요^^;

양철나무꾼 2018-01-25 10:45   좋아요 0 | URL
김삼웅 님도 좋고, 김삼웅 님을 신뢰하는 Agalma님도 좋아요.^^
 

 

 

 

 

 

 

 

 

 

 고마워 영화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우주의 질서가 '저절로, 자연스럽게' 그러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것 또한 그러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조화를 '인연'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건 사람 뿐만 아니라 책이나 영화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책만 하더라도 그렇다.

마구잡이로 들인다고 다 읽는 것이 아니고,

책과 나의 연이 맞아야 읽게 되는 것이고,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놓고 봤을때 난 영화와의 인연은 좀 소극적일 수 있는데,

시각적 충격을 주거나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는 안(또는 '못') 보는 경향이 있다.

 

때로 리뷰를 쓸 수 없는 책들이 있다.

한때는 글을 잘 쓰고 싶어 안달을 한 적도 있으나,

이제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니 글쓰기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점점 더 즉흥적이 되어서,

그때 그때 느낌을 춘향이의 그이 이몽룡도 아니면서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지라,

리뷰라는 말이 송구하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리뷰를 쓰는 책들은 직접 사서 읽으려고 한다.

이 책도 서재 프로필에서 본 지는 좀 됐는데,

보내주신다고 하셨을때까지 알라딘DB에 뜨지 않았었다.

귀한 책을 읽을 수 없을까봐, 얼른 보내달라고 했다.

 

책의 내용들은 알라딘 서재를 통해서 봤던 내용들도 있고 해서 크게 낯설지 않았다.

 

알라딘 서재에 뜨문 뜨문 한편씩 올라오는 글을 읽는 것과는 다르게,

글을 쭈욱 연결해서 읽으니 저자의 개성을 알 수 있겠다.

글이 시원시원하고 군더더기 없이 흐른다.

내동 객관성을 유지한다.

설핏 저자의 개인사가 언급되는가 싶다가도,

저자는 영악하게 빠져나오고,

그 자리에 영화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만 남는다.

 

내가 이 책을 두고 리뷰로 쓸 수 없다고 한 것은,

51편의 영화 중 내가 제대로 본 것은 10편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10편도 저자처럼 농밀하게 본 것이 아니라서,

말을 보태거나 훈수를 두기 민망한 정도이다.

 

그런데,

글씨 얘기는 좀 해야겠다.

난 글뿐만 아니라 글씨도 그 사람을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글씨에 모종의 패티쉬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남편에게 필이 꽂히게 된 것도 연습장 글씨를 너무 차근차근 잘써서 였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다, ㅋ~.)

 

글씨가 큼지막할뿐더러 뻗는 획도 시원시원하다.

글씨가 그러하듯 글에도 군더더기 없는 것이 시원하다.

가슴이 뻥 뚫리고 시야가 훤히 트인다.

덕분에 나도 책은 물론이고 영화도 밝은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프롤로그를 보면 내가 위에서 얘기한 '인연'을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람이 그렇듯 영화도 시절인연이 있다. 시의적절한 충고를 해주는 영화에서 빠져 나오면 조금은 나은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속 인물과 대사가 절묘한 처방약이 되고 풍경이 더없는 위안의 손길이 될 때마다 자작자작 마음 밑바닥이 젖어들었다. 넘어져도 덜 다치고 씩씩하게 다잡는 맷집도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면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조금은 자라서 가볍게 날 듯했다. 영화는 그렇게 미욱한 나를 키웠다.(프롤로그 중에서)

 

차근 차근 아껴읽고 보다보면 나도 한뼘쯤 깊어지고 그윽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에필로그를 읽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영화는 날마다 태어나고 행복은 그러므로 보장된 셈이다.

 

부디 날마다 행복하시라.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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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6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에 물성을 부여해 끔찍이 아끼는 나는 독서를 할때 커버를 분리하였다가 다시 끼워서 보관한다.

한때 내가 모시는 유일한 신이 있다면 '酒님'도 아니고 '책 님'일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내가 이런 조합이라니~--;

내 완벽한 콜렉션에 오점을 남긴다, 아흑~(,.)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이런 책을 내가 구입했나 싶어 찾아보니,

내 손으로 직접 구입을 하긴 하였다.

 

책 등이야 '구라'를 치든 사기를 치든, 책이 재밌으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분위기는 언젠가 읽었던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흰옷을 입은 여인'과 비슷한 것도 같은 것이 독특하다.

 

이 작품은 누가 작가 헨리 제임스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적합한 유령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쓰여진 것이라는데,

이게 인기를 얻어,

연극, 오페라, 영화,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는데,

고딕 소설을 ('많이'는 아니어도) 좀 읽어주신 나로서는 그 인기의 요인이 쉽게 공감되기 않는다.

 

내가 번역의 완성도를 논할 깜냥은 아니어 주시고~--;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번역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적어도 가독성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로 달려오고 있는 두 권의 책은 나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문어의 영혼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6월

 

아참참, 그리고 이 책,

 

 

 

 집중과 영혼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10월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책값이 좀 비싸다.

김영민 님은 뭐랄까,

내가 배우기 위해 다가가려 애를 쓰는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느낌이랄까.

언젠가 하루 두번 산책을 하고,

하루 한끼를 드신다는 글을 읽은 것도 같다.

그래서 인지 모르지만,

이런 나의 표현이 외람된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좀 식물적인 느낌이랄까.

또는 솟대처럼 고고한 느낌이랄까.

 

 

한해가 이렇게 가고 있다.

뭐, 애써 성탄절 분위기를 내보려 하는데,

예전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흥겨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올라오다가 여러 감정들에 막혀 '정체'중인지도 모르겠다, ㅋ~.

지금 이 순간도,

아프고 힘들 이들을 생각하며 책이나 읽으며 조용히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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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06 17:16   좋아요 0 | URL
책 사랑..그 마음이 느껴지군요. 책 소개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2-06 17:21   좋아요 1 | URL
어떨 땐 책을 읽고 독서를 하는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종이로 만들어진 책, 그 책의 물성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극복해야지 하고 노력한지는 좀 됐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cyrus 2017-12-06 17:23   좋아요 2 | URL
민음사 판 ‘나사의 회전’도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어요. 전 열린책들 판본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이것마저 가독성이 좋지 않으면 남은 건 시공사 판본이군요. ^^;;

양철나무꾼 2017-12-06 17:29   좋아요 0 | URL
미리보기로 보니, 그나마 시공사 게 낫더군요~^^
전 실은 역자의 이력 사항에 쫌 실망을 하고 말았는데,
‘쾰른대학교에서 중국학과 일본학, 만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라고 되어있더군요.
미국 작가의 책을 번역하는데, 독일의 쾰른이랑 저 ‘중국학, 일본학,만주학‘이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췟~(,.)
저런 이력은 안 적느니만 못 하지요.
개인적으로 ‘바른번역‘이란 곳 쫌 그래요~--;

2017-12-06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7: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같은 책은 여러 번 구매했습니다. 난감하죠.. ㅎㅎ

2017-12-06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2-07 10:00   좋아요 0 | URL
메뚜기의 날인가, 메뚜기의 하루, 거금 100만달러 같은 책이 있네요.
열린책들 홍지웅 사장님의 마인드도 좋고,
책제본 하는 방식도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고 해서,
일부러 고르려고 노력했었느네,
이러면 일부러 제껴놓는 수밖에 없죠~--;

박균호 2017-12-06 22:08   좋아요 1 | URL
저의 경우는 책 장 넘길 때 성가셔서 띄지를 따로 두었다가 다 읽으면 띄지를 다시 쒸워서 보관하는 편입니다. 커버도 그런 편인데 띄지 마저 다시 쒸워두면 뭔가 책을 읽은 증거가 없어질 것 같아서 버리기도 합니다. 띄지의 현란한 광고 문구는 그 책을 구입한 제 순수하고 고매한 의도가 광고에 현혹된 충동 구매로 오해될 까 더더욱 버리는 편입니다. 그나저나 <집중과 영혼>은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사람의 오랜 노력이나 기호를 공짜로 쉽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니까요.

양철나무꾼 2017-12-07 10:23   좋아요 0 | URL
전 언젠가 한 출판사 사장님으로 부터 띠지야말로 책의 꽃 같은거라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형광 연두색에 형광 핑크 띠지가 유행할때 였는데 말이죠.
서점 매대에 쫘악 깔려있으면 그런 책들이 눈에 띤다나 어쨌다나 그러시더라구요.
그후로는 띠지 하나도 허투루 못 버리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책은 잘 되십니까?
알라딘 통계를 보니까 올 한해 제가 사랑한 작가는,
님이 1순위, 조지수 님이 2순위(이분 수필집까지 싸악 구입했습니다, ㅋ~.)더라구요.
제가 건필을 응원합니다~!^^

비연 2017-12-07 08:45   좋아요 0 | URL
오늘 김영민님의 책을 보관함에 넣었는데... 이 분의 책을 한번도 본 적이 없더군요, 제가..ㅜㅜ
양철나무꾼님의 글에서, ˝내가 배우기 위해 다가가려 애를 쓰는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느낌이랄까˝
라는 문구가 마음에 남습니다. 조만간 사서 한번 보려구요.

양철나무꾼 2017-12-07 10:27   좋아요 0 | URL
김영민 님이 처음이시라면 ‘동무와 연인‘이나 ‘봄날은 간다‘ 같은 걸로 워밍업 하시는것도 괜찮을것 같고,
이분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들을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요즘 글들은 조금 더 단단하고 높아진 느낌이라서 말이죠~--;

북극곰 2017-12-07 09:07   좋아요 0 | URL
김영민 님의 책에 대한 감상, 완전 와닿습니다. -.-; <문어의 영혼>, 저도 맘에 담아 두고 있어요. 표지도 참 멋지고요. ㅋ
연말에 저도 조용히 책읽으며... ^^

양철나무꾼 2017-12-07 10:29   좋아요 0 | URL
이게 누구랍니까?
잘 지내시는거죠, 북극곰 님?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라도 안부를 여쭐 수 있으니,
이만하면 된걸까요?^^

‘문어의 영혼‘은 말이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상살력과 기지가 너무 멋진것 같습니다~^^

북극곰 2017-12-11 11:42   좋아요 1 | URL
반겨주셔 감사해요!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올해 다른 일을 좀 벌이느라... 알라딘은 뻔질나게 들락거렸지만, 서재방문을 못했어요.

조금 여유가 생겨, 믿음직한 서재들을 방문하며 읽을 책들을 담고 있는 중입니다.
연말하면 알라딘이죠. 이러면서... ㅋㅎㅎㅎ
역시나 서재를 돌아댕기다보니 시간이 훌쩍이네요.

 
비회원 ‘좋아요‘와 관련하여

안녕하세요, 서재지기 님.

북플을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요며칠 '비회원'이 제 글과 댓글에 무작위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 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하루종일 이어지니,

밤늦게 새벽에도 물론이고,

이건 폭격 수준입니다.

진짜 제 글에 관심을 갖고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들이 묻혀버리는 수준입니다.

오후 3시 이후(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습니다) 3시39분까지의 비회원 '좋아요'현황입니다.

일단 북플 '알림'은 해제하였습니다만,

확인 후 조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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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물선 2017-12-04 17:31   좋아요 0 | URL
이런 헤괴망측한 일이...

다락방 2017-12-04 17:37   좋아요 0 | URL
게다가 비밀댓글에도 비회원이 좋아요를 누르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12-04 17:49   좋아요 0 | URL
위에 속상여주신 분, 다락방 님,
저도 ‘비밀댓글‘에도 ‘좋아요‘가 뜨는데,
이 문제는 전에 경험한 일이 있어요.

제 비댓을 볼 수 없는 누군가(회원)이 무작위로 ‘좋아요‘를 눌렀더라구요.
한번 시험해 보세요.
비댓이어서 내용이 안 보여도 ‘좋아요‘는 누를 수 있더라구요.
전 속으론 ‘깜.놀‘했지만,
그 회원분이 무작위로 누른게 민망할까봐 아는 척을 못했었습니다~--;

다락방 2017-12-04 17:54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전 너무 놀라서 비댓을 지웠지 뭡니까 ㅠㅠ

transient-guest 2017-12-04 21:12   좋아요 0 | URL
북플은 여전히 꾸준히 말썽이 많네요

비연 2017-12-05 08:15   좋아요 0 | URL
흠... 기분 별루네요...ㅜㅜ

양철나무꾼 2017-12-05 17:45   좋아요 1 | URL
*서재지기 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오전까지 간간히 이어지던 비회원 ‘좋아요‘가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확인한 결과 특정 IP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좋아요˝가 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좋아요˝가 되는 IP에서는 ˝좋아요˝가 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2017-12-05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856쪽의 두꺼운 책을 내달려 읽었다.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어려워서 중간에 막히거나 헤매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맛있는 곶감을 빼먹듯 야금야금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만난 충격으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난 이 결혼 반댈세~!'의 심정으로 '난 이 결말은 절대 반대다~!'라고 하고 싶지만,

책은 내가 쓰는게 아니라, 박지리 님의 그것이니까 말이다.

단편 소설보다 이렇게 두께감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옛날 옛적에 읽었던 '마리샤 페슬'의 '블루의 불행학 특강'도 연상되고,

이윤기 님이 번역한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도 생각난다.

적당히 겹쳐진다.

 

가볍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열여섯 살 아이들의 얘기여서 그런지, 뭔가 어설프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더 마스터'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최백호 님이 부른 '아씨'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 어설픔의 원인을 짐작하게 되었다.

곰삭은 느낌, 잘 울궈낸 곰국 같은 깊은 맛이 들지 않았다.

'마리샤 페슬'과 '도나 타트'도 그 연장선 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순간 거울 속에 다윈과 자신의 모습이 함께 비치는 것을 본 니스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란 때때로 이 거울과 같아서 현재 안에 늘 과거를 품고 있는걸까. (25쪽)

이 문장은 문장 자체만으로도 아포리즘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 복선을 담고 있는 문장이다.

이런 복선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방 안 사물에 닿아 바닥 여기저기에 기하학적인 그림자가 생겨났다. 가장 밝은 빛 옆에서 가장 어두운 그늘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빛과 어둠으로 고약하게 조각난 세계 같았다.(27~28쪽)

이런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다윈은 옛 친구의 죽음에 아버지가 고수하는 엄격함이 좋았다. 죽음을 존중한다는 건 그만큼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삶을 존중한다는 건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의미였다.(30쪽)

극과 극은 통한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죽음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속성까지 완전 일치하지는 않는다.

엄격함은 상대적으로 느슨함이어서,

자신에게 엄격함을 적용하는 순간 타인에게는 느슨함이 자동 적용된다.

자신에게 느슨한 사람이 타인에게 엄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음과 삶이란 동전의 양면 같은 거라서,

이 세상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태어나는 삶이 주어지듯이 말이다.

"다윈 넌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ㆍㆍㆍㆍㆍㆍ다윈은 뜻밖의 질문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있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진 않을 거야."

루미는 호기심이 일어 물었다.

"그럼 어떤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사랑?"

"응.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혼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잖아. 쓸모없는 건 퇴화하는 게 진화의 법칙이겠지."(47쪽)

이런 진화의 법칙, 즉 적자생존의 법칙 자체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아래 니스가 쓴 축사, 써놓고 보니 아들 다윈영을 위한 헌사 같았다던 이 구절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ㆍㆍㆍㆍㆍㆍ정상이 아닌 산등성이는 그대로 완전합니다. 만개하지 않은 꽃은 그대로 완전합니다.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새는 그대로 완전합니다. 여러분이 남몰래 알 수 없는 불안과 시련을 겪고 있다 해도 역시 그대로 완전합니다. 매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720쪽)

이 구절은 저 위 다윈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와는 상반된다.

어쩌면 다윈의 아버지 니스 본인도 헌사 속의 삶을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회한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린 다윈은 모르고, 또 인정하려 들지 않을 지 모르지만.

 

훌륭한 부모는 어느 훌륭한 종교보다도 낫다. 그러나 훌륭한 종교가 드물듯 훌륭한 부모도 드물다. 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그분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었다. 나에게 신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110쪽)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겠지만,

이 책의 제목대로라면 훌륭한 종교나 선 뿐만 아니라, 악의 근원 또한 대물림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다소 억지스럽고 논리적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필요한게 종교나 부모가 아닐까 싶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좀 다른 얘기일수도 있는데,

다시, '최백호'님의 '아씨'라는 노래로 돌아가,

'낭만에 대하여'란 곡 정도로 접했던 분인데,

'아씨'라는 노래는 완전 죽음이었다.

처연한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저 손을 놀리는 제스츄어는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살짝 다가가 지그시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눌 수 있지 싶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이 먹는 것이, 죽음에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것이 좋아졌다.

 

선이라던가, 악이라던가,

인간의 본질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무색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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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1-20 14:27   좋아요 1 | URL
인용해주신 인간의 영혼에 대한 대화가 인상깊네요.
전 저번주에 뇌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인간-뇌-의식-영혼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참이라서요.

그 다음 문단도 맘에 와 닿구요.
결국 이 자체로서 완전한 인간이라면 우리는 현재의 삶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하고, 죽음마저 그러한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ㅎ
궁금증을 양철나무꾼님 방에 놓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11-20 14:53   좋아요 0 | URL
그쵸?
다만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듯하여 님의 궁금증을 해소해 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박지리 님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 한권으로 그의 전작을 찾아 읽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분 젊은 아니 어린 나이에 사망하신듯 합니다.
사계절 편집자 분의 절절한 연서를 본듯도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