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중국의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탐사선 만으로는 지구와 교신을 할 수 없어 통신 위성도 쏳아올렸다는 기사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것도 그러했지만,

그게 중국의 그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이 책 '삼체'를 읽는 중이었다.

 

 

 

 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휴고상, 네블러상, 로커스상에 빛나는 '데이비드 브린'의 이런 서평이 나온다.

"최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류츠신은 어떤 언어로 읽어도 최고인 픽션을 만들었다."

어떤 언어로 번역되더라도 멋진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과학적 용어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바꾸어 얘기해 컴퓨터의 원리나 물리학ㆍ천문학적 용어가 낯설다면 진입하기 힘든 소설이 되겠다.

과학적 상상력과 다채로움을 빵빵하게 장착한 과학 전용 고급 부페 같은 느낌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이 빈약하거나 그쪽으로 노출이 없다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난 이 책이 다른 의미에서 좀 힘들었는데,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쁜 놈을 죽이려다가 어처구니 없이 남편이 같이 죽게 되거나,

난세가 되면 사람을 탈수시켜 돌돌 말아들고 다니다가,

어떤 탈수자는 불태워지거나 다른 사람이 주워 먹어버리기도 하고,

항세기가 되면 물에 들어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건 물론 게임 속 가상현실이지만 말이다.

이 책 속에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중요하게 언급된다.

나도 언젠가 읽기는 했었지만, 그냥 스치듯 읽었던 터라,

큰 의미를 부여하진 못 했었는데,

예원제와 문화대혁명을 비교하여 인용하니 무게감을 알겠다.

이 책이 내게 의미있게 다가온 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대자연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일뿐, 미미한 존재이니까 말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것도 아닌, 그저 살충제 남용이 환경에 미치는 위해를 말하고 있는 책이었지만 작가의 시각이 예원제를 뒤흔들었다. 레이철 카슨이 쓴 인간의 행위, 즉 살충제 사용은 예원제가 보기에 그저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적어도 중립적인 행위였다. 그러나 대자연의 사각에서 보면 위 행위는 문화 대혁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의 세계에 끼치는 폐혜는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그렇다면 자기가 보기에 정상이거나 심지어 정의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행위 중 사악한 것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113쪽)

이런 구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들의 생각을 교란하는 거지. 사람을 죽이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겠지만 생각을 교란시키면 과학은 끝이거든.(156쪽)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이 책은 중국 문화혁명 당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께도 버림 받은 여자-에원제-의 인류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왜 기초과학에 집중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됐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인간의 목숨이, 삶이,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하찮기만 한 존재도 아니다.

적당히 묻고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겠다.

3권은 아직 번역 전인 것 같고, 2권은 대기 중이다.

2권은 우주대함대의 격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RPG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재밌게 접근할 수 있겠다.

중국에선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과학이론이나 과학적 상상력을 어떻게 영상화했을지 궁금하다.

 

 

 

 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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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1-08 01:4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양철나무꾼 2019-01-08 17:09   좋아요 0 | URL
제가 먼저 인사 드렸어야 하는데, 한발 늦었네요.
카스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감사할 일이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산문집 몇권을 읽었는데, 그게 좋아서,

소설도 그 연장선 상이겠지 생각하고 읽었다.

한창훈이니까 쓸 수 있는, 한창훈의 느낌이 배어있는 소설이긴 하지만,

독특한 설정이긴 하지만,

내용도 그렇다고는 못 하겠다.

약간 신파조로 흐르나 싶었는데, 순애보적인 사랑이 등장하는,

그렇다고 달달한 구석은 1도 없는(?) 그런 책이었다.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잃거나 먼저 보내버린 사람이 읽으면 공감하고 같이 슬퍼할 수 있는,

숨어있기 좋은 방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한창훈의 글들을 읽으며 느낀 것은,

'홍합'은 읽었으나 기억이 없고, 다른 것들은 읽었는지조차 기억에 없는고로,

그의 소설에 대해 이렇다 얘기할 것은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이라는 거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나오고 '생아저씨'가 나와도 현실의 일처럼 그럴 듯하게 여겨진다.

밤낚시란 지루한 행위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름다운 별들과 별빛을 반사하며 출렁이는 바다, 허공을 지나가는 등대 불빛이 아른답다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날마다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35쪽)

나는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엔 격하게 반대를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있어야 할게 제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뭐~(,.)

 

책을 읽다가 놀라운 발견- 문학동네 책에서 오타를 발견할 줄이야, ㅋㅋ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였던 부분은 다음이었다.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집사람이 아니라 체온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익숙한 체온.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며 속고 사는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104쪽)

 

아이는 게속 침묵했다. 또다시 자신의 별을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집으로 갈 수 없는 나그네는 처량맞은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나도 얼마나 오랫동안 집을 그리워했던가. 침묵을 못 견디는 쪽은 나였다.

"우리 지구에서는."

목이 잠긴 탓에 가벼운 기침을 두어 번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데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아름다운 별이 된다고 해. 그래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표현하지."

"ㆍㆍㆍㆍㆍㆍ"(121쪽)

이런 구절은 요즘 나의 현실과 맞물려 위로가 되었다.

위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다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는 느낌이었다면,

아플때일수록 꼿꼿하게 나를 다잡아 세우라는 정반대 느낌의 책도 있었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중간에 겹쳐 읽었던 '아침의 피아노'였다.

한창훈의 소설은 감정 이입하며 읽다보면 흠뻑 빠져 들어 힘들었다면,

'아침의 피아노'는 아주 짧은 것이 감정이라곤 들어 있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데,

때론 그 담담함에 목이 매여와서,

오랫동안 숨고르기를 해야만 했다.

 

아주 오랫동안 꼬장꼬장하게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정갈한 가르침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새로 주문하여 대기중인 책으로

상검루수필, 블레이크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우리가 추락하는 이유가 있는데,

 

 삼검루수필
 백검당주.양우생.김용 지음, 이승수 외 옮김 /

 태학사 / 2018년 4월

 

 

 

 

 블레이크 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김영미 옮김 /

 창비 / 2010년 8월

 

 

 

 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이런 주문했던 책들을 쟁이자마자 박균호 님의 새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주문을 넣어놨는데, 12월4일 수령예상이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 /

 2018년 12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 또한 재치 발랄하다.

그의 글쓰기를 일컬어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글쓰기'라고 한다는데,

그의 전작들을 읽은 나로서는 요번 작품도 기대된다.

 

추천 글을 보면 박상률 님이,

나무가 뿌리박혀 있는 땅속에는 지하수가 흐른다. 지하수는 땅속으로만 흐르기에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자라게 한다. 책도 그런 것 아닐까?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자라게 하는……. 그게 고전이다.

라고 하셨다는데,

내게도 '고전' 이란 그런 것 같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의 부제를 내 맘대로 패러디해보자면,

'읽고는 싶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지 않고, 시간은 널널한데 다 읽기는 싫은 청장년을 위한' 정도가 되겠다.

이쯤 되면 책이 손에 닿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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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29 17:14   좋아요 0 | URL
있다가, 는 문맥상으로는 이따가,가 맞는 것 같은데,
갑자기 저도 자신이 없어지네요. ;;

양철나무꾼 2018-11-30 10:16   좋아요 1 | URL
‘이따가‘가 맞는데,
바로 그 밑에 있다, 없다 할때의 그 ‘있다‘가 등장해서 그렇게 느껴질 거예요.
서니데이 님이 엄살을 부리시니,
저도 갑자기~--;

북극곰 2018-11-30 13:11   좋아요 2 | URL
국립국어원에서,

‘있다가’와 ‘이따가’는 모두 쓸 수 있는데, 그 뜻과 쓰임이 다릅니다. ‘이따가‘는 ‘조금 지난 뒤에‘의 뜻을 가진 부사로, ˝이따가 단둘이 있을 때 얘기하자.˝와 같이 쓰이고, ‘있다가‘는 ‘있다‘에 연결 어미 ‘-다가‘가 붙은 활용형으로, ˝집에 있다가 심심해서 밖으로 나왔다.˝와 같이 쓰입니다.

라고 하니, 여기서는 ‘있다가‘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
그나저나 열심히 읽고 올려주시는 나무꾼님 감사해요! 그냥, 감사해요~!!

양철나무꾼 2018-11-30 13:46   좋아요 1 | URL
북극곰 님, 댓글을 확인하니 정확하게 ‘이따가‘가 맞는군요. 머물다는 느낌의 ‘있다가‘가 아니라 ‘조금 지난 뒤에‘라는 내용이 맞거든요.
북극곰 님, 바쁘실텐데 챙겨 읽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8-11-30 14:14   좋아요 1 | URL
북극곰 님도, 저 사진 밑의 ‘있다는...‘문구와 연관하여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저 내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목 뒤의 어떤 표식 같은게 있는데 그게 보이다가 보이지 않다가...하는 상황입니다.
안 보인다고 했더니,
조금 이따가 볼 수 있을거라고 하고,
그러자 그 표식이 있다는게 느껴지기는 하는 거냐고 묻는 부분입니다.
에혀, 땀나라~;;;

2018-11-2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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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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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29 21:15   좋아요 0 | URL
저도 한창훈님 산문만 읽었던것 같아요. 소설은 한 권도 읽지 않은 듯하고, 제일 유명하다는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도 아직이네요.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아침의 피아노>인데 쉽게 손에 잡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ㅋ을, 저는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ㅋ~을요^^

양철나무꾼 2018-11-30 10: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자산어보‘세트 땜에 한창훈 님의 팬이 되어버렸죠.
근데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닌 듯, 몇 권 읽엇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아침의 피아노‘는 생각보다는 덤덤하던걸요.
가을볕에 바짝 말린 빨래처럼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처연해서 서글프긴 하더이다, ㅋ~.
이 ‘ㅋ‘ 말씀이시군요.
정확히는 이‘ㅋ~.‘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한동안 글을 쓰면서도 이모티콘이나 ‘ㅋ~.‘따위를 자제하고 살았더군요.
앞으로 남발은 아니더라도 넉넉하게 쓰고 살고싶습니다.
단발머리님이 좋아하시는 ‘ㅋ~.‘도요~^^
고맙습니다.

2018-12-02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집을 대청소 중이다.

청소라고는 하지만,

더럽고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이 한다는 의미보다는,

정리하고 버린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물에 물성을 부여하고 감정 이입을 해서,

버림 받는 것처럼 여겨질까봐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도 마음 굳게 먹고 제법 잘 정리하고 있다.

다른 건 다 그럭저럭 하겠는데, 책이 낭패다.

책을 하나 둘 정리하다가 정민 님의 이 책을 발견했다.

 [eBook] 스승의 옥편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3월

 

 스승의 옥편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2월

 

정민 님의 책을 제법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만큼 좋았던 책이 없다.

여러 번 들춰본 책이어서 상념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골랐는데,

구절 구절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아들 곁으로 내달린다.

 

이 책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한문학자'이신 정민 님의 글이라기 보다는,

정민 님의 삶과 사유가 배어있는 일기 글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선현들의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언급도 좋았다.

예전에 읽을때는 스승님의 옥편을 다리미로 다려가며 간수한다는 구절에 집중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선현들의 옛글에 자신의 삶을 포개놓은 정민 님이 고스란히 읽혀서 이 또한 배울 점이지 싶다.

책의 초반부터 곳곳에서 상념이 널을 뛰었는데,

'마음을 헹구는 일'이란 꼭지에서 이윤영의 문집에 평생 벗이었던 이인상이 지은 제문에서 '와르르' 눈물이 났다.

"오호라.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은 오직 그대의 육신과 혼백이요, 나를 버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이다."

첫 줄에 그만 나도 눈물이 글썽해진다. 제문은 계속 이어진다. "그대의 덕은 본받을 만했으니, 빈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세상이 날 어리석다 미워해도, 그대는 사귐을 더욱 도타이 하며, 덕은 외롭지 않은 법이라 했었지. 아아! 지난 30년간, 속마음엔 슬픔이 가득했었네. 책 읽는 즐거움은 때로 책을 덮음만 못 했었지." 가슴속 깊은 슬픔을 나누던 벗을 잃은 상실감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진다.(27쪽)

 

내가 '와르르' 눈물을 흘린 것은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은 오직 그대의 육신과 혼백이요, 나를 버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이다.'라는 구절에서 였다.

예전 같으면 그저 눈으로, 머리로 읽었을 구절인데,

그 마음이 내게 충분히 전해져 어쩌지 못하였다.

 

그동안 세상 참 많은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는 듯 공감을 표하려 했었다.

내가 그 또는 그녀가 아닌데, 그 또는 그녀가 겪은 슬픔이나 아픔을 어쭙잖게 위로한답시고 공감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이젠 그런 말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말인지를 알겠다.

섣불리 판달할 것도 아니고, 쉽사리 내뱉을 수 있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커다란 슬픔이나 절망에 빠져 있을때는,

그런 위로의 손길이나 공감의 표현이 정말 큰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내가 날마다 따뜻함을 경험하고 있다.

 

처음엔 내게 왜 이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 왜...라는 생각으로 괴로웠는데,

더 무릎을 꿇고 마음을 낮추라는 가르침으로 받아 들이려 한다.

 

어떤 아픔은 묻어둘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따위의 말들로 위로하는 수밖에 없음을 알겠다.

한시도 잊혀지진 않는다.

잊혀질 수는 없다.

매 순간 순간 숨쉬는 숨결마다 같이 한다.

내딛는 걸음 걸음, 밥을 먹는 밥공기에도, 자려고 누운 베갯머리에도, 함께 한다.

하지만 무심한듯 일상을 산다.

육신과 혼백은 내곁을 떠났을지라도 마음만은 여기 나와 늘 함께 함을 알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직업이지만,
아들을 향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자책에,
삶이 참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들이 엄마의 직업을,
이곳에 독서기록을 올리는 엄마를, 참 자랑스러워 했었던 기억에 손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여러 분들이 위로해주시고 선물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거절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거절을 했는데,

*****님은 블로그 댓글도 막아놓으시고,

방명록은 확인을 안 하시는 듯 하고,

개인 연락처도 없고,

심지어 선물 수락 메시지까지도 전할 수 없었어서 이곳에 감사의 마음을 남긴다.

 

 

 

 일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 도감
 마스다 유키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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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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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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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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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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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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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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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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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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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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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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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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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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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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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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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어도 믿을 수가 없다.

믿어지지 않는다.

해가 바뀌고 강산이 변한다한들 믿을 수 있을까.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지만 대부분 넋놓고 앉아 있는 시간이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했고,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마시고 취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한다.

어설프게 마시면 감상에 젖어 더 괴롭다.

한두번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함께 하지만,

매일 반복되다보니 그들의 일상을 흐트러 놓을까 조심하게 된다.

같은 아픔을 가진 남편만이 내 좋은 술친구이다.

 

여행은 좋아하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다.

그나마 좋아했던게 책읽기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하지만 독서 말고 뭘 할 수 있겠나.

독서만이 공허한 나의 하루를 채운다.

 

이런 책들을 읽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끝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독서, 여행, 사람 만나기입니다.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특히 평생에 거쳐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이 바로 독서, 여행, 사람들과의 지적 대화입니다. 다시 말해 끊임없는 세상으로부터 자극을 받으시라는 겁니다. 의미 있는 세상과의 충돌, 이것이 우리의 인생을 바꿉니다. 이 세가지는 자기가 직접 물리적 환경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지적 능력이란 오랜 학습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익히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세상에 나가 해결 방법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새로운 해법을 떠올리는 능력이 바로 그 사람의 지적 능력입니다. 아무도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더 나은 답에 도달할까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혁신의 실마리를 통해, 그리고 내가 평소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지식을 십분 활용해서 그 답을 찾아보세요. 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 삶 속에서도 그 순간을 종종 만들어내 봅시다.(230쪽)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눈길을 안 주었던 책인데, 이 책 좋다.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대사증후군
 오상우 지음 / 청림Life /

 2012년 2월

 

 

 

 

 [eBook] 대사증후군
 오상우 지음 / 청림Life /

 2012년 10월

 

 

<랜싯>에 실린 흥미로운 임상결과 ㆍㆍㆍㆍㆍㆍ그결과 항산회 비타민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비타민E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오메가-3는 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79쪽)

오메가-3와 오메가-6 각각보다는 사실 이들 간의 비율이 더 중요하다. 오메가-3에 비해 오메가-6가 상대적으로 과량일 때에 여러 해로운 영향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4:1 이하인 경우가 가장 적절하며, 10:1이상은 안 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오메가-6가 상대적으로 많은 참기름보다는 오메가-3가 상대적으로 많은 들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식용유도 옥수수유보다는 콩기름이 낫다.

하지만 어떤 기름이든 음식에 많이 사용하면, 전반적인 칼로리가 높아져 비만을 유발하고 이상지질혈증을 악하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다. 상대적으로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지 절대적일 수는 없다.(83쪽)

 

지방이 극도로 제한된 음식은 비단 맛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필수지방산 섭취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건강상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사람은 체지방을 몸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대사 조절, 체온 유지, 신체 보호 등 지방세포가 하는 다양한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지방 섭취는 건강에 필수적이다.(85쪽)

 

LDL콜레스테롤의 측정과 함께 다른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인자를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의 표에 정리해 두었다. 흡연, 고혈압, 낮은 HDL콜레스테롤, 관상동맥질환의 가족력, 연령은 위험인자이고, 높은HDL콜레스테롤은 보호인자다. 여기서 당뇨병이 빠졌는데, 이는 당뇨병 자체를 관상동맥질환이 이미 발생한 것과 같은 심각한 결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154쪽)

해답은 이미 우리가 3대 거대영양소를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 나왔다. 곧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탄수화물 중에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선택하고, 지방의 함량을 줄이는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먼저 섬유소의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음료로 먹기보다는 야채의 형태로 먹는 것이 훨씬 낫다. 일부러 식사 때 야채 섭취를 늘리는 것이 훌륭한 방법이다. 또한 음식에서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음식의 에너지 밀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은 포만감 유발과 체지방의 제거에 도움이 된다.(168쪽)

 

황현산 님의 '사소한 부탁'을 비롯한 몇 권을 들었다 놨다,

하릴없이 넘겨 보기도 한다.

 

철학자 김진영 님의 '아침의 피아노'가 읽고 싶기도 한데,

너무 침잠해버릴까봐 두렵기도 하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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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1-01 12:41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양철나무꾼님에게 책이 눈에 잘 안들어오는 일이라니요.
여행, 저도 이젠 귀찮아 하는 편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가만히 제자리 지키고 있는것보다는 나았어요.

2018-11-0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8-11-01 15:28   좋아요 0 | URL
정재승님의 책은 늘 후회가 없더라구요. 강연체임에도 여러가지 몰랐던 사실도 많이 전해주고,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8-11-01 16:44   좋아요 0 | URL
정재승 님도 그렇고,
황현산 님도 제겐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그동안은 단정한 문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황현산 님은 이 시대 보기 드문 올곧은 지성이시더라구요.
돌아가신 후에 이 분의 글을 깊게 읽게 되어 애잔함이 더하다고나 할까요.

2018-11-01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1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2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2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2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3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3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의 나는 그러니까 별로인 책을 만나도 별로라고 얘기하지를 못했다.

출판사라는 곳이 책을 향하여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만드는 곳이니 사전 검증은 거쳤을테고,

알라딘 서재, 이곳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그들이 추천하는 책은 당연히 좋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고,

그 취향은 개별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내 취향에 안 맞는 책을 만나도 얘기하지 못했었고,

리뷰나 페이퍼 쓰기를 건너 뛰고 넘어가서 잊혀지다 보니,

나중에 그 책을 또 구입하고,

조금 읽다가는 예전에 구입해 읽었던 별로인 책이었다는걸 깨닫고 난감해 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젠 그저그런 책을 만나면 별로라고 코멘트를 한다.

내가 내 취향을 존중하기로 한다.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내게 그랬다.

그렇다고 내가 '아고타 크리스토프'를 별로라고 생각하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이 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아주 감동적으로 잘 읽었다.

선물받아 읽었었다.

그때 친구는 연필로 밑줄의 그어가며 읽었기 때문이라며,

책을 새로 사서 보내주는 바람에,

내가 느끼는 감동은 배가되었다.

 

하지만, 이 책 문맹에 대해서라면 애기가 다르다.

내용은 차치해 두고,

좀 화가 난다.

책의 크기나 두께도 그렇지만, 책에 본문을 앉힌 방식도 그렇다.

이같은 편집 방식을 취하지 않았으면 책은 얼마든지 더 얇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128쪽, 참고로 불어판은 57쪽이다.

 

그래서인지 내겐 책의 내용도 무미건조하고 가볍게 읽혔다.

이 사람의 출신이나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이해하려 든다면 좀 다르게 읽혔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면,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되고,

무미건조하다는 내 평가가 그리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만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여러 인터뷰를 통하여 '문맹'이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덜 문학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일어나는 사건 자체는 사실에 가깝고 그런 의미에서 덜 문학적일 수 있으나 그녀의 문장들, 암시와 공백으로 완성되는 그녀의 단순하고 투명한 문장들은 그 자체만으로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별과 상실, 가난과 고독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인생의 어떤 시절을 그리고 있지만 크리스토프는 단 한 순간도 과도한 감상주의나 자기 연민으로 기우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을 담담하고 때로는 익살스럽게, 많은 것들을 생략한 채로 우리에게 들려준다.(125쪽)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붙들고 있는 또 한권은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알.쓸.신.잡3'를 보면서 유시민 님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스를 방문하셔서 무모할 정도로 '소크라테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뭐랄까, 역사를 대하는 겸손함과 더불어,

소크라테스에 대한 순수하고 진실한 추종 같은 것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다.

 

사실 나는 '역사'를 좀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책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가지고 있고 가끔 한번씩 들춰보고는 있지만,

독서용이 아니라 장식용으로 갖고 있다고 해야 하겠다.

 

아직 초반부를 읽는 중이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펠로폰네소스전쟁사'의 아웃라인을 잡겠는 것이,

이젠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두 역사서를 비교하면서 사실을 다루는 태도와 방법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사실과 상상력이라는 얘길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인용하는데, 흥미로웠던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여자들이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고, 남자들은 집 안에서 베를 짠단다.

짐을 남자들은 머리에 이는데, 여자들은 어깨에 멘단다.

배변은 집 안에서 하고, 식사는 노상에서 한단다.(41~2쪽 갈무리)

앞으로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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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0-01 19:11   좋아요 1 | URL
전 정말 <문맹>을 너무너무 좋아했지만, 양철나무꾼님의 이건 별로야,에도 금방 수긍하게 되어서
나는 누굴까~~ 하고 생각하는 저녁입니다.
저도 <역사의 역사>를 사놓기는 했는데요.
아무렴요, 전 유시민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본인이 그렇~~~게 자기는 작가라고, 작가라고 하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시작은 못 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리뷰를 먼저 읽게 될 것 같다는 느낌 + 느낌

양철나무꾼 2018-10-02 09:37   좋아요 0 | URL
전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뭐랄까, 책을 부풀렸다는 느낌때문에 좀 불쾌했어요.
아고타 크리스토프를 아시고 이해하시며,
그렇기 때문에 ‘문맹‘을 너무 너무 좋아히시는 단발머리 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전 책의 만듦새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일까,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어요~--;

저도 님 따라쟁이일까요?
난 누굴까~~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유시민 작가님은 글도 잘 쓰시지만, 말도 참 잘 하시는 것 같아요.
글로도, 말로도 설명해주시는게 쏙쏙 들어와요.
전 역사 쪽의 책은 지레 겁을 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 덕분에 한걸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저도 리뷰를 쓸 수 있을지 , 언제 다 읽고 쓸 수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날이 제법 쌀쌀해요.
단발머리 님은 이 가을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갱지 2018-10-01 20:20   좋아요 1 | URL
요즘 공감과 존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인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보통은 두 가지가 얽혀있더군요:-)
양심상 공감을 할 수 없을 땐 그냥 나를 존중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전 좀 심해서 탈입니다만:-)

양철나무꾼 2018-10-02 09:47   좋아요 2 | URL
조금 생뚱맞은 얘기인데,
전 넷상에서 슬프거나 화나는 포스팅을 만났을때 ‘좋아요‘를 누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잠깐 생각을 해봤어요.
암튼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어서,
내 견해 따윈 없는 결정 장애처럼 굴었었는데,
이젠 나를 존중하는 의미로다가 내 견해를 피력해 보려구요.

근데 또 한편으론 이렇게 내 견해를 내세우다가 ‘꼰대‘소리를 듣는게 아닐지 두렵기도 합니다.
티비를 보니 이경규가 나와서 ‘꼰대‘지수를 평가하는 프로그램도 있던데 말예요~--;

책읽는나무 2018-10-02 07:25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의 댓글이 눈에 띄어 읽다가 혼자 빵~터졌네요ㅋㅋ
제모습 같다고 단발머리님이 귀엽게 봐지는 아침입니다;
나는 누굴까??
저도 쫌 그런편이라ㅋㅋ
그래서 가끔 나는 나만의 취향이란게 있나?한 번씩 고민해보곤 합니다.
남의 리뷰를 보면 바로 끄덕끄덕~~퍽 공감이 되어서 말이죠.
아~그런건 있어요.
책에 또 하트뿅뿅 하기전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먼저 읽어 버렸다면,그 책을 읽기전에 각을 잡고,읽으면서 이 부분 때문이었나?하면서 그 부분과 느낌을 찾으면서 더 이상 하트 뿅뿅에 빠지지 않으려는 객관성?이 좀 갖춰진달까요?^^

‘역사의 역사‘
아~저도 빨리 읽고 싶은데 살짝 두려워 주저중입니다.
지금은 팟빵의 장강명과 요조가 진행하는 ‘요게 뭐라고‘에서 유시민님의 ‘역사의 역사‘책 소개코너를 다운받아 듣고 있거든요....여러 에피소드를 들려 주는데 여기서도 혼자서 얼마나 빵~터지는지!!!!정말 재밌고 매력적인 작가님이십니다.
‘역사의 역사‘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갑자기 뛰어오른 전셋값을 충당하기 위한 필수적인 창조력이 발생하였다고~~좀 구질구질하네요?하시더군요ㅋㅋㅋ
이런 언사도 겸손?이시겠죠!!^^
거기서도 작가 아니 소설작가라고~~ㅋㅋㅋ

양철나무꾼 2018-10-02 09:58   좋아요 0 | URL
흥~=3
단발머리 님에 대한 애정 표현을 이곳에서 공개적으로 하시다니~(,.)
저도 단발머리 님 좋아하고 귀엽지 말입니다, 헤헤~^^

저는 호, 불호가 명확해서 취향은 명확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좋은 게 좋은거지...두루뭉술해져서 취향표현에 서툴었습니다.
취향을 표현한다고,
내 취향 표현이 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예요.

그래서 이젠 ‘저 남자가 내 남자다‘는 박신양의 대사이고,
별로다, 아니다...정도 의사표현은 해볼려고요~^^

‘역사의 역사‘...님도 저랑 찌찌뽕이시군요~!^^
저도 역사서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구질구질하신 유시민 님께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계십니다.
우리 같이 시작해보자구요~^^

북극곰 2018-10-02 10:18   좋아요 2 | URL
저도 <문맹>은 무척 좋았지만, 너무 얇아서 출판사한테 좀 심통이 나긴 햇어요.
똑같은 기분을 지금 커트 보니것의 <나라없는 사람들>을 읽으며 느끼고 있습니다.
150쪽도 안 되지 뭐예요. 유독 문학*동네 분들이 얇은 책에 양장본으로 내는 경우가 많아서
분해하며 <문맹>까지 다시 찾아봤는데, 다른 출판서더구만요. 흐흐





양철나무꾼 2018-10-02 10:32   좋아요 0 | URL
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때도 그랬습니다.
그 책은 98쪽이더군요, 문학동네 거고, 고종석 님 번역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가 되는 분위기 입니다.
책은 좋았지만, 너무 얇아서 심통이 난다는 부류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책까지 재미없게 느껴진다는 부류.

헐~,‘나라없는 사람들‘도 그렇단 말입니까?
북극곰 님이 읽으신다니 따라쟁이가 되고 싶지만,
심통이 나지 않기 위해서 한번 고려해봐야 겠는걸요~^^

psyche 2018-10-02 12:36   좋아요 1 | URL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거랑 너무 비슷해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또한 내 취향의 호불호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중이거든요.

양철나무꾼 2018-10-02 16:43   좋아요 2 | URL
예전에 어떤 책의 리뷰에 별점 하나를 주며 제 소신을 표현한 적이 있어요.
전생을 읽어준다는 왕꽃선녀님 급의 책이었는데,
피 냄새만 맡아도 전생을 읽을 수 있다나 어쨌다나,
열심히 깠는데,
그 사람인지 그 사람 추종자들인 악성 댓글을 달더라구요.

그리고 얼마 후,
제 리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몇 번 더 있었고,
알라딘 서재에 항의해 보려다가 부질없어서 그만두었었습니다.

때문에 실은 제 취향이나 소신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psyche님에게 털어놓는지,
님의 댓글이 어느 부분 제 감성을 건드렸나 봅니다.

자신의 취향을 얘기한다는거, 얘기할 수 있다는 거...일정 부분 용기가 필요한 부분일거예요.
그래도 이젠 용기내어 제 취향을 얘기해보려구요.
님도 그러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제 감성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2018-10-02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10-03 09:54   좋아요 2 | URL
리뷰가 사라지다니 그런일이 있을 수 있나요? 알라딘에 항의를 해야할 일인 거 같아요. 맘에 들지 않는 리뷰를 남이 삭제요청하고 그게 받아들여진다는 거잖아요. 와 정말 말도 안되네요!

양철나무꾼 2018-10-05 10:49   좋아요 1 | URL
속삭여주신 분, 감사합니다.
제가 폰으로 댓글을 달다보니, psyche님 댓글에 덧글을 단다는게 그만 따로 떨어져 버렸네요.
여기 비밀 댓글을 달게 되면 님이 읽으실 수 없어서 이렇게 공개댓글을 답니다.
그때 제 리뷰를 읽어주셨다고 말씀하시고, 그 책이 어땠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은 차치하고라도,
제 리뷰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바람에,
제가 그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는 실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서,
제 자신의 실존(씩이나?)을 의심받는 느낌이었거든요.

전 책을 사서 읽고 리뷰를 썼고,
사서 읽고 쓴 리뷰가 그렇게 사려져버려 못내 아쉽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저자고 출판사고, 그런 리뷰를 삭제할 정도로 자신이 없고 떳떳하지 못한 거겠죠.

암튼 님이 제 리뷰를 기억해주셔서 너무 감사한거 있죠~^^

양철나무꾼 2018-10-05 10:55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엔 화가 나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했는데요.
얼마나 자신이 없고 떳떳하지 못했으면 리뷰를 양해나 통보도 없이 그렇게 삭제해 버렸을까,
제 편할대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위의 님 글에 덧글을 단다는게,
폰으로 쓰다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따로 댓글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모쪼록 양해바랍니다~--;

북프리쿠키 2018-10-02 16:57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의 솔직함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묻는 자세도 양철나무꾼님의 글에서 배웁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8-10-02 17:11   좋아요 1 | URL
어허~ㄹ~--;
제가 그렇게 솔직하거나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하는것도 아닌데,,,,
말만 그렇게 할 뿐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상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님의 칭찬도 받았고 하니,
좋은 기운을 모아 건강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북프리쿠키 님, 꾸벅~(__)

AgalmA 2018-10-04 17:11   좋아요 1 | URL
취향도 있겠지만 독자의 독서 정도에 따라/ 지적 베이스에 따라 책의 평가가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는 분야와 정보를 쉽게 설명해주면 누군가에겐 별 다섯 개 급이 될 거지만 제반 정보를 대충 아는 사람에겐 식상하고 별로이지 않겠어요ㅎ
제 경우 <역사의 역사>에 높은 점수를 준 건 제가 이미 정보를 갖고 있는 게 많아도 저자가 그 정보들을 세심하게 비교하고 배치하는 능력에 점수를 준 거였어요. 글 써본 사람들은 잘 알지만 이게 젤 어렵죠.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말 잘 아는 유시민^^ 서사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잘 알아도 그건 잘 못 하시는 거 같지만ㅎㅎ
<문맹> 경우 저도 별로였는데요. 시집보다 얇은 내용물의 책이라는 게 제일 불만이었다는 것이 저도 공통 불만 사항이었고 덧붙이면 기존의 글쓰기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여성의 글쓰기 어려움도 이미 새로울 것도 없고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심층을 보여주기엔 얇은 책이 그걸 다 보여주지 못했죠.

양철나무꾼 2018-10-05 11:08   좋아요 1 | URL
반대로 취향이나,
독자의 독서 정도나 지적 베이스에 따라,
책의 이해 정도가 달라지기도 할거예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같은 경우도 그의 저변과 그의 성향을 알게 된다면 책의 두께야 어떻든 무한감동을 할 수도 있을테니까 말예요.

저 같은 경우는, 내용에 심취하기전에 책 두께의 소박함에 심드렁해진 경우고요~--;

사실 유시민 님을 완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 ‘알쓸신잡3‘도 있고, 이 책도 그렇고...배울 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하고 있어요~^^

오로라봉 2018-10-07 11:08   좋아요 1 | URL
아고타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내가 호구가 되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읽었지만 읽었다기 보다는 봤다 싶은 ... 저 분량에 저 책은 사악했져. 그런 생각 하는 사람 또 있다니 신기해서 한 문장 때문에 500페이지를 읽기도 하니까 ... 이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었으니까 호구가 되어주자 라고해서 이해해준 책이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가끔 호구가 되어 줄 때도 있잖아요 언젠가 내가 사악할때 누군가 나를 위해 그래 이사람에게는 호구가 한번 되어 줘도 좋아 이런느낌으로 내가 출판사의 비로 호구가 되었더라도 그래 뭐 1%정도는 ㅋㅋ 아고타에게 ㅋㅋ 라고 (라고 말하지만 진짜 ㅋㅋ 이건 나같은 애가 읽지 누가읽냐 ㅋ싶은)

양철나무꾼 2018-11-01 10:40   좋아요 0 | URL
오로라봉 님 댓글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기꺼이 호구가 되어줄 정도로 아고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니 부럽습니다.
저도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8-11-16 00:00   좋아요 0 | URL
일단 책의 양을 무리하게 늘렸다는 점에서 ‘문맹‘은 내용과는 별개로 저라도 점수를 낮게 주겠습니다. 출판업도 ‘업‘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글자크기가 너무 커지고 간격도 넓어져서 어지간한 책은 원전 한 권을 두 권으로 만들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책값이 여러 모로 외국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지만요. 저도 잘 안 보이거나 재미를 못 느끼는 책을 많이 구합니다만, 나중에 읽으면 또 확 다가올 때가 있어 그럭저럭 완전한 실패는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간혹 아주 별로인 책은 후회를 하고 또 그렇게 페이퍼에 남기기도 합니다만, 이런 저런 개론서나 방법론의 책이 아닌 소설이나 문학, 이름있는 논픽션은 실패할 확률이 낮고 ‘~하는 방법‘ 같은 책은 그 shallow함으로 인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8-11-16 09:48   좋아요 1 | URL
귀한 댓글 감사 드립니다.

님의 말씀처럼,
책의 내용이야 호, 불호가 있는 것이니 차치하고 책을 저렇게 늘려놓은 것이 문제가 있는 거라고 봐요.
책의 내용이야, 예전에 좋았던 것들이 지금 보면 별로인 것들도 있고,
예전엔 읽을 엄두도 못 냈는데 지금 보면 시도는 해보겠는 것들도 있고 말이죠.

독서 취향이 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님이 올려주시는 페이퍼를 보면서 다양하고 엄청난 독서에 자극 받곤 합니다.
먼 타국에서 아프지 않도록 건강 잘 챙기셔서, 즐거운 독서생활을 이어나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