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종의 기원 - 부끄러움을 과거로 만드는 직진의 삶
박주민 지음, 이일규 엮음 / 유리창 / 2017년 6월
평점 :
어젠 아침부터 완전 경쾌하게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박주민의 '별★종의 기원'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쾌해져서 친구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나의 '잘생겼다'는 말에 '깜.놀.'한듯 친구는 'ㅋ저 얼굴이 잘생겼나'고 되물어왔고,
뒤 이어 '박주민 멋진 사람이다'라고 하길래,
'못 생겼어도 사람 마음이 멋지면 잘 생겨 보인다'고 하였다.
나의 이런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책 뒷표지에서 주진우 기자는,
'자세히 보아야 미남이다. 오래 보아야 머리숱도 많다. 박주민은 그렇다.' 고 하고 있다.
사실 박주민 님은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얘기를 할때 목소리로만 만나다가,
얼굴을 알게 된 건 '잡스'라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였다.
그때 사회자가 "잘생겨졌다, 귀티가 난다"고 하자,
"오늘은 제대로 씻고, 메이크업도 세게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었다.
그때는 이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이 책 속의 사진들을 보니 '거지갑'이라는 별명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ㅋ~.
사실 박주민 님을 향하여 완전 좋다고 설레발을 치지만,
'박주민 말하고 이일규 엮음'의 이 책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좀 아쉬웠다.
책의 짜임이 인터뷰 형식을 취했는데, 내용의 밀도가 맘에 안들었다.
어느 부분이 묻는 부분인지 어느 부분이 대답하는 부분인지 경계가 모호하고,
그냥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매 꼭지 제목 아래 너무 많은 것을 중언부언 설명하려든다.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않고 규칙이 없으니까 오히려 성글다는 느낌이 든다.
박주민 님이 직접 쓴을 '머리말을 대신한 프롤로그'가 설득력 있었다.
'이렇게 살아왔소'하는 삶의 여정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
왜 정치를 하게 되었는지, 지금까지의 삶은 어땠는지, 를 정리하는 것에 더하여,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고 싶어 씌여진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좋았다.
몇 달 지나면서 가닥을 조금씩 잡겠더라구요. 일머리를 좀 알게 되었어요. 동료의원들한테 어떻게 협조를 받아야 하는지, 원내대표에게 어떻게 하면 제가 발의한 법안이 중요한 법안이란 걸 알릴 수 있는지ㆍㆍㆍ.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변호사로 일할 때처럼 나 자신을 내려놓으니까 일이 더 잘 풀리더라구요. 체면 생각하면서 움직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는데,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러니까 미소도 절로 나오고 인사도 잘하게 되고 심지어 동료 의원들에게 아양도 떨게 되고 그러더라고요.(웃음)(115쪽)
최근에는국회 권한 축소가 국회 선진화법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의회 안으로 끌어오는 활동도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의원이 국회 안에서 일하면 되지 밖에 나가서 뭐하는 거냐는 비판도 있지만, 의회 안에서만 무얼 하려고 하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직접 에너지를 끌어오는 것, 의회주의에 갇히지 않는 어떤 모델이 필요합니다.(121쪽)
변호사도 좋은 직업의 하나로만 인식되고 있을 뿐예요. 변호사가 가지는, 아니 가져야 하는 공적 역할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어 보입니다. 변호사의 역할에서 나오는 무게감도 고려대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나한테는 수많은 사건 중의 하나지만 의로인에게는 모든게 걸린 단 하나의 사안이라는 성찰이 없는 겁니다. 사실 의뢰인을 만족시킨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이고요.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145쪽)
역사의 수레바퀴를 1cm라도 돌리고 죽자"가 좌우명이라고 들었습니다.(185쪽)
사실, 이 책을 경쾌하게 시작했지만,
읽다가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마침내 대성통곡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눈물을 쏟은 이유는,
그가 거리에서, 집회에서, 그리고 새벽 유치장에서 만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노란 리본을 숨기고 인형 탈을 쓰고 그를 지지했기 때문도 아니다.
잠 잘 시간이 부족해 아무데서나 잘 자는 '특기'를 가진게 안쓰러워서도 아니었다.
이 영상이 참 많은 걸 내포하고 있고,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의 붉은 눈시울과 성난 목울대를 보면서,
이땅의 청년들을 향한 그의 애정과 염려가 느껴져서 같이 아팠다.
이렇게 리뷰를 빙자해 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앞으로도 오래 보고싶으니까 건강 잘 챙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