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과 마음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것은 그냥 습관이지 마음과는 다르다.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가장 슬픈 일이다. 삶을 잃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의 마음이 밖으로 나가버린 것을 모를 때가 있다. 자신이 기르는 짐승이 집 밖으로 나가면 찾으려고 애쓰지만, 자기의 마음은 찾을 줄을 모른다. 이 세상에서 마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어머니일 것이다. 그림자가 죽어버린 뒤에도 어머니의 마음은 남는다. 그 마음 속에 우리가 살아 있다. 그러므로 그 마음의 편린이라도 물려받았을지 모른다. 마음은 스스로 일으키며, 일으킨 것을 타인에게 전할 때 더욱 아름답다. 마음이란 바람과 같아서 불어가는 쪽으로만 불어간다.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아,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이다. 결국 마음이란 자기 자신이다. 그것은 닦을 때 맑고, 쓸 때 빛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떤 소설에서 읽은 구절이예요. 

지난 화요일 아침 글을 올리다 말고 달려갔었습니다.
미국에 나가 있는 막내 아들까지 들어오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기 위해...어머니는 잘 참고 견디셨었습니다. 

꼬박 두달 동안 어머니 병간호와 직장생활을 병행했습니다.
병간호 중에 힘든 일도, 맘 아픈 일도 많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중 으뜸은 말이라는 걸 확인하는 나날들이었고,
그런 중에 이 곳 서재의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힘이 되었습니다.
전 최선을 다했고, 때문에 여한이나 아쉬움 따윈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지 못하겠는 감정의 자락들이 남아 있나 봅니다. 

큰 일은 잘 치렀지만, 며칠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는 것이 참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무수한 말들로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상처가 들여다보이지는 않는데...
걷다가 길을 잃게 하고, 밥을 먹다가 눈물나게 하고, 때론 상처에 고춧가루를 흩뿌린 듯 가슴이 화끈거려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리저리 걷다가 이런 간판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물의 밝은 측면 만을 바라보는 건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실은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 한장과 동의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와는 너무 달라서 이해할 수도, 적응할 수도 없는 타인의 마음의 영토...까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순 없어도 인지하기는 해야 겠지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몇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 

하나는 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지
날카로운 말들에 찔려 만신창이가 된 저는, 아마 말을 더 아끼고 조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병간호를 할 때...또는 환자를 대할 때...가족들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신 동안, 아버님은 이런 저런 고민을 하시고 혼란에 빠지셨었었는데...
아버님이 어머님에게 또 하나의 병인으로 작용한다는 걸 간과했었습니다.
아버님을 챙길 생각과 여력 까지는 없었습니다.

또 하나, 그동안 전 외로워, 외로워...하고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들면 누구나 다 외로워진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로움은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이렇게 미리미리 외로움을 연습하고 있으니, 외로움이란 감정을 향하연 고수가 되어 있을 겁니다.
외로움 속에서 아침이 오고 점심이 오고 저녁이 와도, 저 혼자 스스로 외롭고 그래서 스스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동안 전화로, 메일로,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물어주시고 챙겨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치근 차근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아직은 돌이키면 눈물이 앞서서 말이지요.

이젠 제 차례예요.
귀뜸해 주시면 열심히 달려가 귀 기울여 듣고, 위로하고 다독여 드리고 하겠습니다.  

 

 

 

 

 과학, 죽음을 죽이다
 조너던 와이너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1년 7월 

안락사, 존엄사, 연명치료, 품위 있는 죽음 따위에 대해 한참 생각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의학이...어느 누구에겐 참 모질지 싶기도 했고 말이죠. 

 

제가 참 아끼는, 그래서 숨겨놨던 곡인데...같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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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8 15:08   좋아요 0 | URL
어머님이 멀리 떠나셨군요, 그동안 장손며느리로 애 많이 쓰셨습니다~ 토닥토닥

다락방 2011-07-08 15:1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잘 견디셨습니다. 눈물이 난다면 눈물을 흘리시고, 천천히 천천히 회복하세요.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nine 2011-07-08 15:2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그제, 오는 비를 보며 양철나무꾼님 생각이 자꾸 나더라고요.
애쓰셨습니다.
좀 쉬도록 하세요.

꿈꾸는섬 2011-07-08 15:29   좋아요 0 | URL
어머님 보내시며 얼마나 많이 힘드셨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들에 많이 공감이 되어요.
토닥토닥~~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언니, 아프신데는 없는거죠?
언제 한번 만나서 소주 한잔하며 이런 저런 얘기해요. 우리.^^

pjy 2011-07-08 15:5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어머님만큼 양철댁님도 잘 참고 견디셨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노아 2011-07-08 15:58   좋아요 0 | URL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양철나무꾼님도 몸과 마음 잘 챙기시고요.

애쉬 2011-07-08 16:25   좋아요 0 | URL
참으로 힘드셨겠어요. 결코 마음의 짐이 가벼워진 것도 아닐 거라고 짐작하고 있어요.
하지만, 또한 계속 힘내서 살아가셔야 하잖아요.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은빛 2011-07-08 16:43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안그래도 한동안 안보이셔서 조금 걱정을 했었습니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깨달으셨다는 부분들 공감이 갑니다.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싶지만, 그럴 재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그냥 힘내시라는 말씀만 전하겠습니다.
양철님 몸과 마음의 건강도 잘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비연 2011-07-08 18:08   좋아요 0 | URL
애 많이 쓰쎴어요...양철나무꾼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는 게 참...마음결 잘 다스리실 수 있는 시간들이길 바랄께요.

비로그인 2011-07-08 18:56   좋아요 0 | URL
애쓰셨네요. 어쨌든 남겨진 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1-07-08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7-08 21:24   좋아요 0 | URL
요즘 잘 안 보이셔서 걱정했는데,, 그 때동안 안부라도 물어봐야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 잘 다스리고 힘내시구요,, 더운 날 몸 건강하셔요.

blanca 2011-07-08 21:5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양철나무꾼님이 손을 가만히 잡아 드리고 싶어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왜 몸이 아픈 사람이 생기면 서로들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번번이. 양철나무꾼님의 상처도 빨리 아물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11-07-09 02:1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히 가셨길 빕니다.
몸도 마음도 휴식이라도 좀 취하셔야 될텐데 또 일상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인생부동산, 저런 곳에 가면 왠지 인생상담 한 자락 들을 수 있을 것도 같은 푸근한 이름이네요.

무스탕 2011-07-09 12:07   좋아요 0 | URL
애 많이 쓰셨어요. 같은일을 겪은지 얼마 안되는지라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실거에요. 당분간 많은 생각 하지 마시고 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1-07-0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07-09 13:54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살아계실 때는 서운했던 것들이 생각이 나는데, 돌아가시고 나면 서운하게 해드린 것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힘내세요.

반딧불이 2011-07-09 22:12   좋아요 0 | URL
못와보는 동안 큰일을 치루셨군요.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과 몸 잘 추스리시기 바래요.

쉽싸리 2011-07-10 21:00   좋아요 0 | URL
지리하게 나리는 비입니다. 어떤 균열이 생길법한 날들입니다. 잘견뎌내셨다고 믿고싶어지는 날입니다. 그래요, 잘 견디셨어요...

세실 2011-07-11 04:27   좋아요 0 | URL
아 많이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그렇게 힘든 시간 잘 견디면서 우리도 나이를 먹어 가나 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1-07-12 22:49   좋아요 0 | URL
뜸하신 동안 큰 일을 치르셨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지요.. 그 동안 보낸 힘든 시간들이 양철나무꾼님 마음에 잘 갈무리되길 바랍니다.

느린산책 2011-07-14 13:03   좋아요 0 | URL
인생부동산 참 맘에 들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양꾼님의 활기찬 컴백을 기다리며^^

oren 2011-07-14 15:59   좋아요 0 | URL
정말 힘든 일을 치르셨군요.
그리고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잘라 2011-07-15 00:0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루쉰P 2011-07-15 04:0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뒤늦게 이리 들어와 글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양철나무꾼님의 건강을 생각합니다. 인생의 숱한 바람들 중에 한 바람을 보내신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이 피곤하셨겠어요. 몸도 마음도 말이죠. 저도 영 상태가 안 좋았어요. 정말 이제는 비도 그치고 웃는 날만 왔으면 해요. 힘 내세요. 정말요. 반드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