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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정택영 그림 / 미래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면 아련한 잔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여기 겉표지에 등장한 것처럼 소인국에 갇힌 걸리버의 모습.
이번에 완역된 것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 건
순전히 이 두께 때문이다.
난 두꺼운 책이 좋다.
오래도록 이야기가 지속되는 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을 안 읽는지도 모른다.
읽을 만하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어쨌든 이 책을 다 읽고나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기본 배경을 알아야 이 책을 이해하기 쉽다.
이 사람은 아일랜드 태생이다.
1713년에 더블린의 성 패트릭 성당 사제장으로 임명되었는데
다음 해 앤 여왕의 죽음으로 그가 지지하던 토리당이 몰락하고
정적이 있던 휘그당이 득세하자 주교 승진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고
그후 아일랜드에 상주하면서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그곳의 참상에
분개하여 많은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사람의 이런 배경들이 고스란히 걸리버 여행기 속에 드러난다.
'18세기 영문학 전공자의 완벽한 번역'
오호라..그렇단 말이지.
번역이 책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드는데 이 한줄은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크게
릴리펏(소인국) 여행기
브롭딩낵(거인국)여행기
라퓨타, 바니발비, 그럽덥드립, 럭낵, 일본 여행기
휘넘국(마인국)여행기로 나누어져 있다.
소인국이나 거인국 이야기는 동화로 축약되어 대충의
이야기는 아는 바라 크게 동요될 부분도 없었으나
내 마음을 어지럽힌 건
휘넘국 이야기다.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그려 놓은 게 바로 '말'들이고
거기에 사는 인간(야후)들은 더럽고 야만적이고 무척이나 타락하여
이 세상에 존재 가치가 없는 동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걸리버가 집으로 돌아올 생각조차 안 하고
자신의 주인인 휘넘님의 밑에서 영원히 살기를 희망했을 정도로
휘넘국은 이상향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정과 자비심이 넘치고 편애도 질투도 말다툼이나 불만도 없는 곳.
그래..
나도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살고 싶을 정도다.
동화로만 알려진 걸리버 여행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추한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걸리버가 주장한대로
거짓말하는 버릇, 책임을 전가하는 버릇, 속이는 버릇,
말을 얼버무리는 버릇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조금씩 없어진다면 ..
아무튼 이 책이 갖고 있는 정치색을 모두다 빼고 읽었다고 뭐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