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작품이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멋진 글이라는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차라리, 중간중간 뛰어넘어가 줄거리를 따라가는 글이었다면 혹시 모르겠다.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들어가 여왕도 만나고 공작부인도 만나고

홍학을 들고 고슴도치를 공으로 하는 크로케 경기를 하는 장면을 읽거나

키가 줄었다가 늘었다가 애벌레의 이야기도 듣고, 그리펀 같은 등장인물을 만나

그때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간단하게 보는 책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어정쩡한 기분을 느꼈을까?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를 자세히 싣다보니 생긴 일이었겠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 때와 마찬가지로 어지간히 실망이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개그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도대체 왜 웃어?" 라고 물어보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설명을 해줘야 그때서야

한 박자 늦게 웃어제끼는 꼴이다.

 

예를 들어, 그리펀과 함께 가짜 거북을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 중에

"바다거북이라면서 왜 민물거북이라고 불렀어?"

가짜 거북이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를 가르쳤으니까 민물거북이라고 불렀지. 넌 정말 멍청하구나!"

이렇게 봐서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겨우, (우리를 가르쳤다 (taught us)와 민물거북(tortoise)은 영오로 말하면 발음이 비슷하다-옮긴이)

이 각주를 보고난 후에야 아하! 하고 이해를 하고 있으니 씁쓸했다.

다른 작품들도 물론 각주를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중간 깔깔대며 같이 웃어줘야 할 부분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 자꾸 가던 길을 막는 것과 같다.

 

이 작품을 제대로 맛 보려면 원서로 읽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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