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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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에 <공중그네>를 재미있게 읽고, 연휴 끝난 후에 오쿠다 히데오 님의 <남쪽으로 튀어>를 읽었다. 은행나무에서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했는데, 책을 조금 더 크게 만들었으면, 한 권으로도 가능했을 거 같다. 
결론적으로 <공중그네>처럼 이 책도 재미있다. 

어찌 보면, 한 소년의 성장 소설로 보이기도 하는데, <공중그네>에서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듯이 <남쪽으로 튀어>는 주인공 소년의 아버지인 이치로를 빼놓고 이 소설을 말할 수 없다. 이치로는 전형적인 아나키스트로 연금이나 세금 납부를 거부하고, 국가와 사회 비리에 온몸을 던져 저항하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좌익 단체, 분파 등을 조직하거나 가입하는 것을 환멸하고, 오로지 개인에 의한 저항 운동을 모토로 삼고 있다. 초반부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이치로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에 대해 몰입하고, 그를 따르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도쿄를 떠나 남쪽으로 떠난 후에 전기도 없는 곳에 정착하고, 주변의 따뜻한 사람과 자연에 동화되어 꿈같은 삶을 만들어 가는 그의 용기가 부러웠고, 그걸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나의 소심함이 안타까웠다. 

수학여행 비용에 이의 신청을 하고, 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자연과 고향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신념을 실천하려는 이치로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어찌 보면 심각한 주제이고, 상황이지만, 오쿠다 히데오 님은 위트 있게 긴장감을 해소시키면서도 메시지는 명확하게 전달한다. 심각한 주제의 위트 있는 묘사와 전개.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아들인 지로에게 아버지 이치로가 들려주는 말은 심금을 울린다.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 가며 어렵사리 쟁취해 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2권, p.245)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 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만으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2권, p. 288)

남쪽 섬으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가족은 이치로의 조상 때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만, 일반 사람에게 자연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삶이 평탄할 리는 없을 것이다. TV에서 산속에 사는 자연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가족과 함께 사는 자연인을 본 적은 없다. 혼자서는 어떻게든 살 수 있겠지만, 온 가족이 서로 의지하며 자연 속에서 문명과 떨어져 사는 것은 쉽지 않다는 단면이 아닐까 한다. 

캠핑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막상 자연 속에서 문명과 떨어져 산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렇게 상상만 하는 것은 더 좋을 수 있다. 과거에 좋은 기억을 같이 만들었던 사람을 오랜 시간 후에 만나서 좋은 기억을 망가뜨리는 것보다 계속 그 시절의 그 사람의 좋은 모습을 추억만으로 간직하는 것이 더 좋은 것처럼..


2017.10.1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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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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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님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일본 소설의 특징일까?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을 치유하는 내용을 에피소드로 묶어서 소개하는 구성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읽은 책 중에 <비블리아의 고서당 서점>, <팽권 철도 분실물 센터>도 비슷한 구성을 따른다. 
직접적으로 해결책을 제기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가끔 무심한 듯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의 외모, 환경 등을 기반으로 전개되며, 잔잔한 생활의 단면을 배경으로 따뜻한 결론으로 끝맺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블리아의 고서당 서점>에 등장하는 미모의 고서점 여주인과 직원, <팽귄 철도 분실물 센터>에 등장하는 분실물 센터 직원과 펭귄, 그리고, <공중그네>에 등장하는 뚱뚱하고, 염치없는 신경정신과 의사와 육감적인 간호사는 분명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대상이다.

이 책의 주인공 이라부 이치로는 종합병원 원장 아들이면서 신경정신과 의사로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환자들을 치유한다. 치유 방법이 독특한데, 일단 환자가 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무심한 듯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치료를 하면서도 결국,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신경정신이 마음의 문제이니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치료의 핵심인 거 같다. 
이라부는 환자들의 생활에 직접 개입하기도 하는데, 진취적이고, 호기심도 많고, 자신이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을 좋아한다. 조폭과 함께 미팅에 참석하기도 하고, 공중그네를 배워서 서커스단에서 관중 앞에서 직접 해보고, 공공시설물에 낙서도 하고, 환자에게 야구를 배우고, 심지어 소설가가 되기 위해 책을 써서 출판사로 찾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이고, 활동적인데, 왜 뚱뚱할까? 뚱뚱하면, 게을려야 한다는 내 선입견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부럽다. 
'난 안되겠지. 시간이 없어.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 우리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시도조차 안 하지 않나.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합병원 원장의 아들로 병원에서 쫓겨날 염려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렇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쳐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향정신성, 도박, 불륜 등으로 어긋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좋은 모습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는 신경정신학에서 다루는 여러 증상들이 나온다. 
뽀족한 것을 못 참는 '선단공포증', 항상 뭔가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블랭킷 증후군', 일탈의 행위를 억누르고 있는 '강박증', 자기가 생각하는 바가 몸에 전해지지 않고, 의지에 반하는 '입스', 감정들을 쌓아 놓고 있는 '강박증' 등이 등장한다.
그런데, 환자들이 하나같이 나름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조폭 중간 보스, 서커스단 퍼스트, 대학병원 학부장을 장인으로 두고 있는 대학 강사, 올스타전에 매년 나가는 부동의 3루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안정을 가지고 있어도 신경정신 문제는 피할 수 없는가 보다. 어찌 보면, 이루어 놓은 것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강박 관념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가진 것이 없으면, 걱정도 없다는 역설적인 주장이 생각이 난다.
이라부는 원인과 규명이 신경의학의 기본이라고 한다. 먼저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종의 명상이기도 한데, 내 마음이다 보니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하러 간다. 자신을 속이 지 않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 이라부는 주사 성애자이기도 한데, 주사에는 항상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한다. 마음의 병이면, 마음을 다스려야지.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라부의 진단과 치료 방법이 마음이 드는 이유이다.

하루 만에 읽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이라부의 특이하면서 환자를 생각하는 치료 방식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도 이번 연휴 시간에 읽을 생각이다. 
<공중그네>는 그리 길지 않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2017.10.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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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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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독서법>에서 추천한 해외 소설 중의 하나이다. 200 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이지만,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한 소설이다. 나도 읽어 보고 나니 추천을 안 할 수가 없다. 

한 남자가 있었다. 광고 회사 다니면서 능력도 있고, 외모도 멋있고, 주변에 항상 사람이 모이는 남자였다. 하지만, 몸이 안 좋아지면서 몇 번의 수술을 하고, 은퇴한 후에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인생을 다시 돌아본다. 첫 번째 결혼했던 아내와 두 아이를 버리고, 두 번째 결혼을 하고, 다시 아내와 한 아이를 버리고, 세 번째 결혼을 한 그는 연속되는 수술을 하면서 몸이 안 좋아지면서 결국 세 번째 아내하고도 헤어진다. 세 번째 아내는 무려 20년 넘게 차이가 났으니 누구나 예상하지 않았을까?
전반적인 소설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없지만, 젊었을 때와 노년일 때 인생을 바라보는 그 남자의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내용은 단숨에 책을 읽게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 후반부에서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It is Life's change agent. It clear out the old to make way for the new.
Right now the new is you, but someday not too log from now, you will gradually become the old and be cleared away."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잔인하리 만큼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젊었을 때 잘 나간다고 해도 영원한 것은 없고, 결국 인생을 정리하는 시점이 온다. 
잡스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열정적으로 하라는 말을 하면서 연설을 마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그 남자는 은퇴 후 평소에 희망하던 그림 그리는 것에 매진을 한다. 은퇴 후 바닷가에 있는 콘도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멋있게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그것은 결단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남자에게 그림을 배우던 한 여자는 척추 손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만 옆에 있어도 이 모든 것을 극복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결국 자살로 생을 마친다. 
그 남자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두 번째 아내는 수술을 한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하지만, 그는 건강을 회복한 후 또 다른 여자를 찾아 바람을 피우고, 거짓말을 하면서 그녀를 속이고, 결국 그녀와 이혼을 한다. 저자는 돈과 명예가 있으면, 더 젊은 여자를 찾으러 다니는 보통의 남자들, 외적인 환경이 아니고,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남자들을 에브리맨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탈무드>에서 말한 격언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할 때가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곧 치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세 친구가 있었다. 제일 친한 친구는 매일 만날 정도로 절친했고, 두 번째 친한 친구는 아주 소중히 여기기는 했으나 첫 번째 친구 때문에 자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세 번째 친구도 아주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앞의 두 친구와 만나는 바람에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사람이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가장 친한 친구는 그가 죽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그의 곁 떠나버렸다. 두 번째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면서도 그의 무덤까지만 같이 가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마지막 친구는 그가 죽는 순간뿐 아니라 하느님께 인도되는 순간에도 함께 하였다."

여기에서 세 친구는 누굴까? 바로 첫 번째 친구는 돈, 두 번째 친구는 가족,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라고 한다.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설마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필립 로스가 소설 속 주인공 그 남자를 통해 말하고 싶은 아래의 내용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전에는 혼자 있을 때면 잠시, 사라진 구성요소들이 기적적으로 돌아와 그를 다시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주고 그의 지배를 재확인해줄 것이라고, 실수로 그에게서 잘려나간 권리가 회복되어 불과 몇 년 전에 중단되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점점 줄어드는 과정에 있었으며, 종말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목적 없는 나날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가끔은 생각한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 나이가 들어서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건강하기 위해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끝나는 그 시점에도 혼자만 있다는 것은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첫 장면은 묘지이다. 그 남자가 무덤에 안치될 때 그의 곁에 머무른 사람들이 회상을 하면서 시작한다. 인생의 마지막 날. 누가 내 옆에 있을까?


2017.09.3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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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의 우울
곤도 후미에 지음, 박재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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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스릴러나 범죄 소설을 읽다가 오랜만에 따뜻한 소설을 읽었다. 이 책도 미스터리를 다루기는 하지만, 책에서도 소개했듯이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스터리'이다. 일본 작가와 소재의 다양성은 참 대단하다. 물론, 기획력도 대단하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나오지만, 그중에 안 좋은 책들도 종종 있다. 그런 책들은 중간에 독서를 포기한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책을 만날 수도 있는 이유도 많은 책들이 출판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경찰견으로 활약하던 셰퍼드 종인 샤를로트가 은퇴하면서 일반 가정에서 지내면서 겪는 미스터리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스터리이기는 하지만, 머리를 써야 한다거나 슬프거나 잔인하지 않다. 그냥 일상의 궁금증을 푸는 정도일까? 한 번도 개를 키워 보지 않은 주인공이 샤를로트를 알아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저자인 곤도 후미에씨도 푸들을 키우고 있다고 하니 본인의 경험이 소설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를 키워 본 기억이 두 번 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개를 키웠는데, 애완견, 반려견은 아니었다. 그냥 옥상에 묶어 놓고 키웠는데, 가끔 같이 놀뿐이었다. 별로 보살피지 않으니 주변이 더러웠고, 그로 인해 더 자주 안 간거 같다. 결국, 이 개는 나중에 없어졌는데, 아버지가 자세한 이야기를 안한 것으로 추측하건대, 모두 예상하는 그거이었다. 
두 번째 개는 이름도 기억난다. 진주라는 유치한 이름을 붙였는데, 얼굴이 납작한 시츄였던 거 같다. 집에서 키워서 같이 놀고도 했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온통 사고를 쳐서 부모님에게 미친개라는 악평을 받다가 결국 다른 집으로 입양되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진주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무조건 혼만 냈던 거 같다. 뭔가 교육을 시키거나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 같은 사람은 별로 개를 안 좋아하고, 왠지 키우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려견이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딸아이가 계속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끝까지 감당할 책임감이 없는 거 같아서 강아지에게 미안할 거 같아서 쉽게 마음의 결심을 못하고 있다. 따뜻한 또 하나의 생명체가 집에서 온기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강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대하면서 평생을 같이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누군가 대소변, 털, 식사, 교육 등을 다 책임지고, 난 그냥 즐거운 시간만 보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역시 난 반려견을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책임지고 키워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상 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데, 암튼 이 책을 읽고 나서 고민이 더 커졌다. 

샤를로트는 셰퍼드 종이라서 큰 개이다. 이 정도 개를 키우려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에 사는 나로서는 참 부러운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마당이 있어도 안에서 샤를로트를 키우고, 매일 산책을 시키고, 마당에서 있다고 들어올 때 발도 씻겨주고, 잠이 안 올 때는 침대 위에서 같이 자기도 한다. 물론, 샤를로트는 훈련이 잘 된 개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크지 않아도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주택, 이왕이면 내가 설계한 단독주택을 가지고 싶다는 꿈은 아마 많은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는, 혹은 은퇴하면 실현하겠다고 많이 말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에 부딪혀 결국 아파트에 산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가능할까? 
와이프에게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단독주택에 살려면 많은 일을 관리사무소 없이 해야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귀찮아서 못할 거다. 음. 맞은 말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반려견 키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런. 결국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려견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아. 역시 난 안 되나.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막중한 의무가 아닐까 한다.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2017.09.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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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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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넬레 노이하우스 책을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가의 이름은 모른다고 해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국내에서 독일 추리 소설을 제대로 알린 책으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책으로 기억난다. 나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 작가를 좋아해서 총 5권을 읽었다.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타우누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강력반 형사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활약상을 그린 시리즈를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부른다. 이 시리즈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깊은 상처>, <사악한 늑대>, <너무 친한 친구들>이다. 넬레 노이하우스가 이 시리즈를 쓰기 전에 쓴 소설 중의 하나인 <상어의 도시>도 읽었는데, 타우누스 시리즈에 비하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타우누스 시리즈 특징 중의 하나가 사건이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살인 동기를 쫓다 보면, 과거의 어떤 일 또는 과거부터 계속 지금까지 벌어진 일과 관련이 있다. 몇 년 또는 몇 십 년 전의 과거를 숨기고 사는 사람들의 민낯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강력반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물론, 이 과거를 밝혀내고 진실을 마주할 때 통쾌함보다는 분노, 좌절, 우울해짐을 느꼈다. 
항상 이럴 때 '아니 왜? 어떻게 저럴 수가..'이라는 말을 마음속에서 되뇌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서 처벌할 수 없거나 법의 처벌만으로는 도저히 용서 안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타올랐다. 

<여우가 잠든 숲>은 이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총 2권 중에서 1권만 읽었기 때문에 아직 비밀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달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보덴슈타인의 어린 시절과 주변 인물, 마을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고, 이로 인한 보덴슈타인의 분노가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 파악해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데, 어떤 비밀이 더 숨어있을지 빨리 2권을 읽어야겠다.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에게 용서보다는 더욱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처벌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연령대가 점차 내려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미성년자로 취급할 것인가. 세상이 변해가는 것에 따라 우리의 책임의식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하지 않을까? 조선시대에는 15살에 결혼도 해서 한 가정을 책임졌다는데, 이렇게 세상이 발전해도 우리는 언제까지 미성년자라고 그들의 책임을 외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사회의 담론이 필요하겠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살인, 폭력, 방조 등에 대한 다른 시선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건을 끝으로 보덴슈타인은 1년 휴직을 낸다고 하기 때문에 타우누스 시리즈가 끝날지도 모르겠다.  아직 타우누스 시리즈를 모두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읽을 책이 남아 있다고 해도 만약 타우누스 시리즈가 끝나면 아쉬운 느낌이 들 거 같다. 


2017.09.1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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