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의 우울
곤도 후미에 지음, 박재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추리 스릴러나 범죄 소설을 읽다가 오랜만에 따뜻한 소설을 읽었다. 이 책도 미스터리를 다루기는 하지만, 책에서도 소개했듯이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스터리'이다. 일본 작가와 소재의 다양성은 참 대단하다. 물론, 기획력도 대단하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나오지만, 그중에 안 좋은 책들도 종종 있다. 그런 책들은 중간에 독서를 포기한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책을 만날 수도 있는 이유도 많은 책들이 출판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경찰견으로 활약하던 셰퍼드 종인 샤를로트가 은퇴하면서 일반 가정에서 지내면서 겪는 미스터리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스터리이기는 하지만, 머리를 써야 한다거나 슬프거나 잔인하지 않다. 그냥 일상의 궁금증을 푸는 정도일까? 한 번도 개를 키워 보지 않은 주인공이 샤를로트를 알아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저자인 곤도 후미에씨도 푸들을 키우고 있다고 하니 본인의 경험이 소설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를 키워 본 기억이 두 번 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개를 키웠는데, 애완견, 반려견은 아니었다. 그냥 옥상에 묶어 놓고 키웠는데, 가끔 같이 놀뿐이었다. 별로 보살피지 않으니 주변이 더러웠고, 그로 인해 더 자주 안 간거 같다. 결국, 이 개는 나중에 없어졌는데, 아버지가 자세한 이야기를 안한 것으로 추측하건대, 모두 예상하는 그거이었다. 
두 번째 개는 이름도 기억난다. 진주라는 유치한 이름을 붙였는데, 얼굴이 납작한 시츄였던 거 같다. 집에서 키워서 같이 놀고도 했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온통 사고를 쳐서 부모님에게 미친개라는 악평을 받다가 결국 다른 집으로 입양되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진주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무조건 혼만 냈던 거 같다. 뭔가 교육을 시키거나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 같은 사람은 별로 개를 안 좋아하고, 왠지 키우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려견이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딸아이가 계속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끝까지 감당할 책임감이 없는 거 같아서 강아지에게 미안할 거 같아서 쉽게 마음의 결심을 못하고 있다. 따뜻한 또 하나의 생명체가 집에서 온기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강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대하면서 평생을 같이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누군가 대소변, 털, 식사, 교육 등을 다 책임지고, 난 그냥 즐거운 시간만 보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역시 난 반려견을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책임지고 키워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상 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데, 암튼 이 책을 읽고 나서 고민이 더 커졌다. 

샤를로트는 셰퍼드 종이라서 큰 개이다. 이 정도 개를 키우려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에 사는 나로서는 참 부러운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마당이 있어도 안에서 샤를로트를 키우고, 매일 산책을 시키고, 마당에서 있다고 들어올 때 발도 씻겨주고, 잠이 안 올 때는 침대 위에서 같이 자기도 한다. 물론, 샤를로트는 훈련이 잘 된 개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크지 않아도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주택, 이왕이면 내가 설계한 단독주택을 가지고 싶다는 꿈은 아마 많은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는, 혹은 은퇴하면 실현하겠다고 많이 말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에 부딪혀 결국 아파트에 산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가능할까? 
와이프에게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단독주택에 살려면 많은 일을 관리사무소 없이 해야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귀찮아서 못할 거다. 음. 맞은 말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반려견 키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런. 결국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려견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아. 역시 난 안 되나.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막중한 의무가 아닐까 한다.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2017.09.17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