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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유현준! 어느 날부터 건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건축가는 인문학자가 아니라는 나의 선입견을 멋지게 깨준인물이다. 김제동 작가의 '질문이 답이되는 순간'이라는 책을 통해서 유현준 건축가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아우라를 찾아가 보려한다.
공간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남다르다. 같은 사건을 바라볼지라도 기존에 생각지도 못한 설명에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연발했다. 한예로 '이슬람교가 기도를 하루에 다섯 번 드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하겠는가? 유현준 교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통해서 권력이 형성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톨릭은 '공간'을 통해서 권력을 형성했다면, 이슬람교는 공간을 통해서 권력을 형성하기 힘들었고,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시간'이었다. 유목민들이 어느 곳에 있던지 정해진 시간에 메카를 향해서 다섯번 기도를 드리도록 함으로써 그들은 시간을 통제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은 권력을 형성했다. 공간을 통해서 권력 관계를 읽어내는 그의 탁월한 모습에서 미셸 푸코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유현준 건축가가 어느 보수 정치인을 만났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그를 보수 우파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보수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구절이 몇군데 있었다.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181쪽
건축가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많은 건축이 있어야한다. 그렇기에 선심성 토목공사 공약을 남발하는 보수 후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갖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명제를 참으로 인정할 것인가? 인간의 이기심을 교육과 사회적 지도로 억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유교적 관념이 짙게 남아있는 나로서는 교육과 훈계로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해야한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기간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집값이 올라 자신에게 종합 부동산세가 부가되자 보수후보를 찍은 사람부터, 자신도 집을 갖게 되면 종합 부동산세를 많이 내게 될 것을 미리 걱정하며 보수후보를 찍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인간에게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도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기심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했다. 현실을 인정하며 유현준 건축가의 말을 다시한번 읽어 보았다. 인간은 이기적인 면과 선한면이 있는 야누스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유현준 건축가의 말이 진리로 다가왔다. 인간의 어두운면을 부정하고 정책을 설계하여 실패하는 것 보다는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서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이 '건축법규를 바꾸어야한다.'이다. 창의적인 건축 설계를 하기에 정부의 각종 규제는 너무도 거추장 스러울 것이다. 예를 들어 동과 동 사이의 거리를 규제하는 법규를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그로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이렇게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드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공유경제를 비롯한 부동산에 대한 그의 입장도 그렇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이다."-279쪽
유현준 건축가는 공유경제를 싫어한다. 물론 쉐어 하우스도 싫어한다. 이를 현대식 소작농이라 매섭게 비판한다. '부의 인문학'의 저자가 임대업을 가마우지 낚시에 비유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집을 소유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현대인의 관념을 비판하며 집을 사기 보다는 값싼 임대 주택의 보급을 강조하는 진보 운동가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나의 것으로 소유하기 보다는 모두가 소유하는 공유경제를 대안으로 생각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사례를 거론하며 소유하지 않는다면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내것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공유지의 비극이 초래될 수 있다. 자신의 이상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인간의 소유욕을 부정한 공산주의가 결국은 붕괴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유현준 건축가의 말은 소위 진보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경청해야할 명언이다.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매달 월세를 내는 것은 현대판 소작농과 무엇이 다른가? 열심히 가게를 운영해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는 것이 가마우지 낚시와 무엇이 다른가? 비참하지만 현실을 인정하자! '더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정의로운 사회라는 유현준 건축가의 말을 기억하자. 집을 살 여력이 없거나, 집을 사고 싶지 않은 자를 제외하고, 자신의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집을 원하는 자가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정의로운 정책 설계일 것이다. 공유경제, 쉐어하우스를 강요하는 것은'지옥으로 가는 길을 선의로 포장'하는 것과 같다.
유현준 건축가는 통일에 대해서도 건축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남북한을 융합할 수 있는 DMZ 평화 엣지 시티를 제안한다. DMZ 전체 면적의 1퍼센트 이하로 최소한의 규모로 선형의 고밀도 개발을 제안한다. 그곳에서 남북한의 젊은이가 만나서 연애도하고 벤처 사업도 할 수 있도록 엣지 시티를 걸선하는 것이다. 과거 정치인들이 평화공원으로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구상을 발표한 적이 있다. 유현준 건축가는 건축가 답게 소극적 방안보다 적극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소통과 환경을 고려한 그의 개발전략은 인간의 이기심을 포용하면서도 환경과 남북화해 협력이라는 인류의 가치를 무시하지 않고 있다. 그의 청사진은 반드시 값지게 쓰일 것이리라 기대한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보면 이렇게 볼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며 책을 읽었다. 편리성 안전, 효율성을 고려한 소규모 재개발 방안부터, 환경과 개인의 소유권을 모두 고려한 그린밸트 주변을 엣지시티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 것 등등에서,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면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실감하며 책을 읽었다.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며 책을 순식간에 다읽었다. 그의 다른 책도 나의 독서 목록에 추가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