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양장)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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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하는 '아비투스'라는 단어를 알기 전까지 그러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단지 고루한 상류층의 문화가 있을 뿐이고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라는 책을 읽자,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 자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존재하지만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던 아비투스!! 

  

  이 책은 아비투스를 설명하기 위해서 태어나는 순간 미래가 결정되는 점박이 하이에나를 예로든다. 왕자와 공주로 태어나는 세끼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더 좋은 먹이를 안전하게 많이 먹고, 상류층의 전형적인 행동방식을 배운다. 아들들은 우두머리 암컷을 유혹하는 방법을 일찍이 터특하기에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번식한다.

  우리 인간의 세계도 점박이 하이에나와 같다. 상류층 부모로부터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물려받은 자녀는 보다 쉽게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흡수하여 상류층의 삶을 누리며 여유롭게 살아간다. 하류층의 아비투스를 물려받은 자녀는 치열하게 노력하여 계층 상승을 노리지만 상류층 자녀보다 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상류층 아비투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것에 익숙해져라(Life is no fair, Get used to it)" 빌게이츠의 말이다. 그렇다!! 세상은 불공평했다. 어느 아비투스를 체득하느냐가 우리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상류층 아비투스를 소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책은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 자본을 소개한다. 이러한 자본에 따라서 하류층 아비투스에서부터 상류층 아비투스가 결정된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자본이다. 

  교사 발령을 받고 많은 소개팅을 했다. 그때 가장 당황스러운 장소는 햄버거 가게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주문을 받고 햄버거를 쟁반에 담아 소개팅녀와 식사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식사 후 쟁반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와 대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이 공간을 떠날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탐색했다. 물론, 소개팅이 잘 진행될리는 없었다. 

  시골에서 자라서 햄버거를 먹을 기회도 없었으며, 햄버거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서민의 문화자본조차 없었다. 평범한 중류층 여성과의 데이트 조차도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나의 문화자본은 너무도 심각하게 부족했다!! 이러한 내가 임용고사를 통과해서 교사가 되었더라도 쉽게 중류층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던 이유는 나의 문화자본이 너무도 터무니 없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이라는 책에 소개된 청조의 마지막 황제 푸이는 풍부한 문화자본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서민의 문화자본이 없기에 퇴위 이후의 삶이 쉽지는 않았지만, 푸이가 만주국 강덕제로 즉위하는 것을 지켜본 외국인은 푸이에게서 기픔있는 모습을 보앗다고 전한다. 찌질해 보였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푸이는 청나라 최상위츠의 문화 자본을 풍족하게 갖고 있었다. 그것이 못난 푸이를 기픔엤게 보이게했다. 아비투스의 힘은 정말 강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를 달리 해석하게 되었다. 부르디외는 "주어진 상황과 계급에 순응하는 태도"를 아모르파티라고 말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름다운 말은 곧 네 운명에 순응하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아비투스에 순응하며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도전을 멈춰야할까? 운명에 순응한다면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 처럼 계층 상승을 위해서 과잉교육열에 학생들이 혹사당하지 않아도 된다.


  "위로 올라가는 문을 열려면 최소한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한다." (128쪽)


  학벌 사회, 입시문제를 지적하며 외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외국의 최상류층은 자녀에게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서, 자녀의 생존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세련된 아비투스를 얻기 위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서 최상류층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 

 피터지게 7가지 자본을 획득하여 1퍼센트의 상류층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일까? 차라리 그러한 집착에서 벗어나서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각자의 삶의 의미에 따라서 선택하면 될 일이지만, 나에게는 상류층 사회에 진입하는 도전이 더 가치있어보이는 것은 왜일까?

  

  책장을 덮고 7가지 자본 중에서 한국 사회에서 중시여기는 자본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단연 경제자본이다. 경제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 지식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입시과열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도 상류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왜곡된 지식자본 축적과 물질만능에 빠져 경제자본 축적을 위해서 영끌해서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를 하기 때문이 아닌가? 나의 자녀에게 7가지 자본을 골고루 축적하도록 하여 최상위 계층으로 상승시키고자하는 열망이 책을 읽는 불타올랐다. 그러나, 책장을 덮자, 그것이 자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일지에는 의문이들었다. 자녀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려하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 7가지 자본을 획득하는 이유가 최상위 계층으로 계층 상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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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 만주국의 초상
야마무로 신이치 지음, 윤대석 옮김 / 책과함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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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월 9일, 5월 9일, 오호 우리나라의 치욕21개조를 승인하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네 - P34

2.5월 9일, 5월 9일, 국욕(國)의 고통이 얼마나 큰고한(조선)을 멸망시킨 수단을 우리에게도 사용하니우리는 결코 그처럼 되지 않으리
3.5월 9일, 5월 9일, 국욕은 반드시 씻어야 하리‘
-국치가

군관학교 생도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커리큘럼, 교재 등은 똑같았지만 생활에 대한 대우에는 하늘과 땅 차이가있었다. 복장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본인 생도는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신품이었지만 중국인 생도는 외출복 외에는 대부분이 낡은 것이었다.
침구와 그 외 생활용품도 복장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생도는 새것, 중국인 생도는 낡은 것이었다.
식사에도 차별이 있었다. 일본인 생도는 주식으로 쌀밥, 반찬은 영양이풍부한 것을 먹었다. 중국인 생도의 식사는 고량뿐으로, 그것도 말과 소에게 먹이는 사료용의 붉은 고량이었다. 그때 위병이나 위궤양에 걸린생도들은 사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것이 ‘민족적 억압‘이 드러난 한 사례임은 명백하다 - P310

국무총리대신비서를 지낸 왕쯔형이 같은 방에서 근무했던 마쓰모토 마스오의 《복무수지(服務須知)》를 보고 적어두었다는 메모를 통해 그 내용을 엿볼수밖에 없다. 이 사료에는 모순도 있고 해서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는없으나, 어쨌든 거기에는 "조선민족과 한(漢)민족 사이는 소원하게 해야하지 친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양민족이 충돌했을 경우 그 시 - P311

비가 동등하다면 조선민족 편을 들고 한민족을 억누른다. 조선민족에게 잘못이 있으면 한민족과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라는 말목 외에 각 민족의 민족성과 그에 대한 대응책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만계 관리에 대해 "친일파이건 반일파이건 그들의 언론, 행동, 공적·사적 생활에는 모두 주의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아니면 그 마음은 반드시 다르다‘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적혀 있었으며, 또한 "일본인을 제외한 타민족의 재산은 오로지 축소감소시켜야 할 뿐 이것을 증가시켜서는 안 된다"라고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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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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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많이 보는 다큐가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속의 생존경쟁에 지치고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고픈 존재들을 위한 다큐다. 내가 살고 싶은 대자연 속에 집을 짓고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을 구하면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나날들을 상상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속의 자연과 자연인은 천국에 살고 있다. 그들을 괴롭히는 생존투쟁도 없고, 자본의 구속도 없다. 여유와 행복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는 "나는 자연인이다" 속의 자연인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전통사회를 소개했다. 이 책의 '전통사회'는 무리사회 혹은 부족사회를 뜻한다. 국가 성립 이전의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원시 부족사회를 낭만적으로 생각한다. 공동 생산 공동 분배하는 평등한 사회이며, 일정시간 사냥을 하고 여유롭게 나머지 시간을 즐기는 낭만의 시대로 생각한다.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원시 사회를 이상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든 교수는 낭만적 원시 부족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한예로,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게 머슼켓총과 군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감자가 전해지자 대규모 머스켓 전쟁이 발발했다. 피지섬에도 머스켓 총이 전해지자 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평화로운 원시 부족사회는 환상이다. 그들 사회는 절대! 평화롭지 않았다. 부족간의 전쟁이 빈발했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한정된 식량을 두고 더욱 치열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작은 전투에 총이 전래되자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했다. 평화로운 무리사회 혹은 부족사회는 없었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상향일 뿐이다. 

  마르크스는 직접 가보지도 않은 원시시대를 원시 공산사회로 미화했고, 루소는 평화로운 원시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자유를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 사회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원시 부족사회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현대인에 의해서 발견되어지자, 그들은 원시 부족사회의 삶을 청산하고 문명사회에 적응하려했다. 왜일까?

  부족전쟁이 식민 정부의 강압적인 개입으로 종식되자 부족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부족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를 인구비율로 비교해보면, 현대 전쟁의 사망자 비율보다 부족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이 많다. 잦은 부족전쟁은 부족사회보다 현대 문명사회를 더 행복하게 여기게하는 주된 이유이다. 그래서, 뉴기니 고원지대의 아위야나족 남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삶이 더 나아졌다. .... 아침에 일어나 화살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없이 집에서 나와 소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20쪽


  국가가 없다면 개인은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국가를 탄생시켰다는 홉스의 지적은 자연상태를 평화로운 상태로 가정한 로크나 루소보다 더 현실적이고 타당했다. 폭력의 독점은 개인간의 폭력을 줄였다. 그러하기에 혼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제3세계 민중들은 독재자에게도 복종했던 것이다.

  원시 부족사회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관계 획복에 촛점을 맞춘 사법체계를 들 수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폭이 법정에 까지 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고 고말을 남발하는 학부모도 있다.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하려는 얄팍한 생각은 우리의 현실을 팍팍하게 말들고 있다. 학교폭력이 벌어지면 해당 사안을 처벌에 촛점을 맞춰 진행하다보니,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관계회복은 이뤄지지 않는 비극이 발생한다. 

  부족사회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뉴기니에서는 사법적 처리도 이뤄지지만, 관계 회복을 위한 가해자의 노력과 피해자의 용서가 선행된다.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했듯이, 관계회복에 촛점을 맞춘 부족사회의 전통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사법적 처리와 함께 피해자가 원한다면 관계회복을 위한 절차를 사법부가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특히, 학교 현장에서 학폭사안에 대해서는 상담교사의 도움아래 관계회복절차라 이뤄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둘째, 전통적인 뉴기니 사회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멀리한다. 마푸크는 재봉틀을 사서 부족민의 찢어진 옷을 수선해서 돈을 벌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친척들이 마푸크의 이기심을 나무랐다. 옷은 무료수선하고, 마푸크의 결혼식때 신부값을 지원하는 다른 방식으로 댓가를 지불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사례를 한가지 더 들자면, 뉴브리튼 섬의 카울룽족 아이들은 바나나 먹여주기 놀이를 한다. 어려서부터 이러한 놀이를 하며자란 카울룽족 아이들은 이기심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더 중요시한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친구를 이겨야 내가 1등급을 맞을 수 있는 경쟁구조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한학년에 2명 이상의 교사가 수업을 할 경우, 학생들은 타반 선생님은 힌트를 주었는데 우리는 왜? 주자 않느냐며 항의한다. 물론, 확인 결과 타반 선생님은 힌트를 제공한 적이 없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친구를 딛고 일어서야한다는 경쟁심을 가르치는 우리 교육 현실이 개탄스럽다.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보다는 타인을 딛고 내가 일어서는 삶을 살려하지 않을지 무척이나 염려스럽다. 

  셋째, 원시 부족사회의 노인 우대문화가 부럽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노인을 우대하는 유교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사라진감이 든다. 물론, 원시 부족사회라고해서 무조건 노인을 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한정된 식량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노인을 유기하거나 죽이는 원시 부족사회도 있다. 그러나, 노인의 지식이 생존에 유용했던 원시 부족사회에서 노인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다. 

  친가에 나이드신 어머니가 있고, 처가에 연로한 장인어른이 있다. 노부모를 봉양해야하는 상황에서 여러 생각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난다. 나의 어머니에 대해서 효를 행하라고 아내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효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를 봉양해야한다. 날로 노쇠해지며 치매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어찌 모셔야할지 눈물만이 흐른다. 

  넷째, 이중언어의 중요성이다. 원주민들은 보통 4~7개의 언어를 한다. 혹은 1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원주민들도 있다. 좁은 지역에 다양한 언어가 있는 뉴기니에서 이중언어 생활은 당연한 것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원주민 언어를 보호하고 이중언어 생활을 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할 뿐만니라 원주민집단의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자. 자신의 뿌리가 되는 언어를 무시하고 타언어를 열심히 배우자는 주장은 아니다. 


  "원주민 소수집단 중에서도 문화와 언어를 원형대로 유지한 집단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사회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적다."-596쪽


  오스트리일리아 원주민 중에서 전통적인 부족언어를 배운 원주민은 문화적으로 단절된 원주민보다 약물을 멀리하는 경향을 띤다.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영재교육 연수를 갔을 때, 뇌과학자분이 유대인의 예를 들면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정체성을 세울 뿐만 아니라 뇌발달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라없는 유대인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 금융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저력은 역사와 언어를 잃지 않으므로서 뿌리뽑힌 민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또다른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 뇌발달을 위해서, 타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책은 언제나 우리에게 통찰력을 준다. 그래서 한국어로 번역된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벽돌책을 열심히 읽는지도 모른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서도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냐 협조적이냐를 따지는 건 헛수고일뿐이다. 어떤 인간 사회에나 폭력과 협조는 동시에 존재하며, 환경에 따라 하나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하다."-233쪽


  그렇다. 성선설과 성악설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교육되었고 어떤 환경이 생애 초기에 제공되었느냐에 따라서, 자원의 희소성과 위협적인 국가가 이웃하느냐 등에 따라서 폭력적인 인간이 될 수도 있고 협조적인 인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의 세계 질서는 폭력적인 인간을 만들고 있을까? 협조적인 사람을 만드록 있을까?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나의 마음에 심오한 화두를 던진다.







ps.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에도 아쉽지만, 옥의 티가 있다. 


  "히틀러와 일본 조차 소련과 미국에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그와 동시에 소련과 미국을 공격했다." -205쪽


  "일본 조차" 미국에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했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든 교수의 지적을 잘못된 것이다. 일본은 진주만 공습 때 미국에 기습 후에 선전포고를 했다. 일본의 전형적인 전쟁 수법이 이른바 '선빵필승'이다. 선전포고 없이 먼저 공격한 후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후포고라고 해야하까?

  근데, 251쪽에는 진주만 기습을 "선전포고 전에 행해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는 기만적인 잔혹행위로 여겨졌다."고 섰다. 205쪽의 서술과 배치된다. 물론, 205쪽 서술이 잘못된 것이다.


'어제까지의 세계'에는 마르크스의 그 유명한 문장도 소개되있다. 


  "종교는 억압 받는 사람들의 한숨이고, 비참한 세계의 심장이며, 영혼없는 상황의 상황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482쪽


  종교가 구원의 사다리이기보다 민중을 착취하는 지배자의 도구 혹은 그 지배자 자체일 때 마르크스의 종교에 대한 정의는 유효하다. 현재의 한국 종교에 이 정의가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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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인문학 - 천재들의 놀이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중환 지음 / 한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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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들의 놀이터는 어떤 곳일까? '천재들의 놀이터 숲의 인문학'을 서가에서 꺼내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칼비테의 '자녀교육법'이라는 책에도 칼비테는 반드시 자녀와 산책을 한다. 숲이 영재교육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를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이 책에 제시된 여러 천재들의 공통점은 숲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숲이 천재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능력이 발현할 수 있도록 돕니다. 단, 에디슨과 스티브 잡스만은 숲과 함께하지 못했고 그래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천재로 자라났다고 저자 박중환은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가 문득 '나뭇꾼은 천재들 이었겠군?'이라는 생각이들었다. 선녀의 옷을 훔쳐 장가든 나뭇꾼이 천재였단 말인가? 숲과 천재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논리적 비약을 한 것은 아닐까?

  저자 박중환은 이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 놓았다. 천재성이 발현되려면 6가지를 갖추어야한다. 남다른 호기심, 관찰력, 끈질긴 탐구심, 천착근성, 숲 놀이나 정원 가꾸기, 열정적인 독서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데 어찌 하나의 요인만이 작용했겠는가? 한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듯이, 한 천재가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한다. 

  숲을 놀이터 삼아서 천재의 재능을 발휘한 이야기 부터, 지구의 탄생 부터 숲의 출현과 지금의 숲 파괴와 도심 속 숲 정책에 대해서 저자 박중환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안토니 가우디의 말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한다. 


  "자연에 직성은 없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만든 곡선을 좋아하고 고집한다."-145쪽


  인공적인 직선에 익숙해져 가우디의 곡선의 미를 신기해하는 나 자신을 보며 숲 속을 더 거닐며 사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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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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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각자가 자신에 맞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보는 세상을 타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본 세상이 오직 하나뿐인 진리라는 오만을 내려 놓고 타인의 안경을 써보기로했다. 타인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내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번에는 건축가 유현준의 안경을 쓰기로했다. 건축가가 바라본 세상은 어떠한 세상일까? 


  1. 건축가에 대한 편견 깨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사실은 무분별한 개발을 그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며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을 경제발전이라는 용어로 포장하며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는 그러하지 않았다. 특히, 한강 개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으면서 무척 놀랐다. 


  "한강 개발에 대한 많은 접근 방식에서 우려되는 것은 비어 있는 한강을 지나치게 밀도 높은 공간으로 만들려고하는 것이다." -201쪽

  "한강공원처럼 24시간 사용 가능한 수변에 위치한 도심 공원은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202쪽


  그릇이 비어있기에 쓸모가 있듯이, 한강을 비우기에 쓸모가 커진다는 사실을 유현준은 알고 있다. 건물을 밀도 높게 지어서 돈벌이를 많이하기 보다는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더 나아가서 자동차와 아파트의 등장으로 우리는 마당과 골목을 잃어야했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개발 지상주의가 지배했던 시기에 우리는 마당과 골목을 내어주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하나를 얻으려할 때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내어 주어야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웃과 대화가 단절된 아파트에 살면서, 돈을 내지 않고 서는 머무를 공간이 너무도 부족한 도시에 살아야하는 댓가를 지불해야했다. 건축가 유현준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유현준은 발코니 확장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파트 베란다를 줄여서 용적율을 높이고 실내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찬성하면 찬성했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현준은 그러하지 않았다.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을 정겹게 바라보며 발코니가 사라진 도시에 아쉬움을 표한다.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우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59쪽


 어느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값을 높이기 위해서 에어콘 실외기를 아파트 밖에 달리 않기로 결의하기도했다.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을 지저분하게 바라보며, 아파트 값을 높이기 위해서 생활의 불편함도 감수하는 이 시대에 유현준 교수는 현타를 날리고 있다.

  이제는 건조기를 사용하는 집이 많아지면서 유현준 교수가 정겹게 보고 싶어던 빨래가 널려 있는 풍경을 보기는 힘들어지고 있다. 더 많은 건물을 지어 돈을 벌려는 탐욕의 시장 논리를 유현준 교수의 말한마디로 없애버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버리있음을 일깨우는 깨달음의 죽비를 내리치는 용기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건축가 유현준이다.


2. 건축가의 세상보기

  공간과 건축을 바라보는 건축가 유현준의 시선은 참신하다. 도시를 바라보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비밀을 깔끔하게 설명해준다. 몇가지 예를들어보자. 사무실 책상 위에 책이 수북히 쌓아 높고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하는가? 나는 그사람을 너무도 게으른 사람이라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유현준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필자가 있는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책을 쌓아 두는 직원이 있었다. 이는 그 직원이 단순히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개방된 책상이 불안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책과 서류로 벽을 치는 것이다. 보통 사무실에는 큰 모니터가 벽의 역할을 해준다." -220쪽


  어떤가 건축가의 눈으로 직원을 바라보니, 직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을 평가하다보니 편협하고 왜곡되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능적 욕구를 이해할 때문이 우리는 세상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중국 북경에서 사람들이 잠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들을 평가하겠는가? 혹시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꼴볼견으로 보지는 않았는가? 그런데, 유현준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이런 문화는 거리를 거실처럼 느끼고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191쪽


  잠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거리를 거실처럼 느끼고 있다는 설명은 나의 무릎을 치게했다. 거리를 나의 사적 공간의 확장으로 바라보니 부끄러울 것이 없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부끄러움 없이 잠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공동체 의식이 높다면 동료 시민이 위험에 빠지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한다. 뉴스나 유튜브에 소개된 영상에는 납치되는 아이, 사고를 당한 주민을 바라보면서도 신고를 하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 중국인의 모습이 꾀이었다. 물론, 수 많은 사례 중에서 극히 일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 소개한 두가지 사례는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탁월하면서도 색다른 유현준만의 시선이 이책 곳곳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공간의 미래'라는 책에 이어서, 건축가 유현준이 쓴 두번째 책을 읽었다. 유현준은 개발 논리에 앞도되어 무분별한 건설로 돈을 벌기를 자라는 악덕 건축가가 아니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도시를 만들고 싶어하는 건축 인문학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남다른 통찰과 해안을 제시해준다. 건축 인문학자 유현준이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글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건축은 중력을 어떻게 아름답게 극복하느냐를 통해서 다른 예술이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달해준다. 에펠탑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축물을 보면서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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