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양장)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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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하는 '아비투스'라는 단어를 알기 전까지 그러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단지 고루한 상류층의 문화가 있을 뿐이고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라는 책을 읽자,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 자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존재하지만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던 아비투스!! 

  

  이 책은 아비투스를 설명하기 위해서 태어나는 순간 미래가 결정되는 점박이 하이에나를 예로든다. 왕자와 공주로 태어나는 세끼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더 좋은 먹이를 안전하게 많이 먹고, 상류층의 전형적인 행동방식을 배운다. 아들들은 우두머리 암컷을 유혹하는 방법을 일찍이 터특하기에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번식한다.

  우리 인간의 세계도 점박이 하이에나와 같다. 상류층 부모로부터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물려받은 자녀는 보다 쉽게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흡수하여 상류층의 삶을 누리며 여유롭게 살아간다. 하류층의 아비투스를 물려받은 자녀는 치열하게 노력하여 계층 상승을 노리지만 상류층 자녀보다 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상류층 아비투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것에 익숙해져라(Life is no fair, Get used to it)" 빌게이츠의 말이다. 그렇다!! 세상은 불공평했다. 어느 아비투스를 체득하느냐가 우리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상류층 아비투스를 소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책은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 자본을 소개한다. 이러한 자본에 따라서 하류층 아비투스에서부터 상류층 아비투스가 결정된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자본이다. 

  교사 발령을 받고 많은 소개팅을 했다. 그때 가장 당황스러운 장소는 햄버거 가게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주문을 받고 햄버거를 쟁반에 담아 소개팅녀와 식사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식사 후 쟁반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와 대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이 공간을 떠날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탐색했다. 물론, 소개팅이 잘 진행될리는 없었다. 

  시골에서 자라서 햄버거를 먹을 기회도 없었으며, 햄버거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서민의 문화자본조차 없었다. 평범한 중류층 여성과의 데이트 조차도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나의 문화자본은 너무도 심각하게 부족했다!! 이러한 내가 임용고사를 통과해서 교사가 되었더라도 쉽게 중류층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던 이유는 나의 문화자본이 너무도 터무니 없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이라는 책에 소개된 청조의 마지막 황제 푸이는 풍부한 문화자본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서민의 문화자본이 없기에 퇴위 이후의 삶이 쉽지는 않았지만, 푸이가 만주국 강덕제로 즉위하는 것을 지켜본 외국인은 푸이에게서 기픔있는 모습을 보앗다고 전한다. 찌질해 보였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푸이는 청나라 최상위츠의 문화 자본을 풍족하게 갖고 있었다. 그것이 못난 푸이를 기픔엤게 보이게했다. 아비투스의 힘은 정말 강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를 달리 해석하게 되었다. 부르디외는 "주어진 상황과 계급에 순응하는 태도"를 아모르파티라고 말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름다운 말은 곧 네 운명에 순응하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아비투스에 순응하며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도전을 멈춰야할까? 운명에 순응한다면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 처럼 계층 상승을 위해서 과잉교육열에 학생들이 혹사당하지 않아도 된다.


  "위로 올라가는 문을 열려면 최소한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한다." (128쪽)


  학벌 사회, 입시문제를 지적하며 외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외국의 최상류층은 자녀에게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서, 자녀의 생존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세련된 아비투스를 얻기 위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서 최상류층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 

 피터지게 7가지 자본을 획득하여 1퍼센트의 상류층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일까? 차라리 그러한 집착에서 벗어나서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각자의 삶의 의미에 따라서 선택하면 될 일이지만, 나에게는 상류층 사회에 진입하는 도전이 더 가치있어보이는 것은 왜일까?

  

  책장을 덮고 7가지 자본 중에서 한국 사회에서 중시여기는 자본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단연 경제자본이다. 경제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 지식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입시과열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도 상류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왜곡된 지식자본 축적과 물질만능에 빠져 경제자본 축적을 위해서 영끌해서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를 하기 때문이 아닌가? 나의 자녀에게 7가지 자본을 골고루 축적하도록 하여 최상위 계층으로 상승시키고자하는 열망이 책을 읽는 불타올랐다. 그러나, 책장을 덮자, 그것이 자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일지에는 의문이들었다. 자녀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려하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 7가지 자본을 획득하는 이유가 최상위 계층으로 계층 상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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