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없는 소생은 근 2,000여쪽에 달하는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1~3>을 일전에 재독한 바 있다. 소생의 관심이 비잔티움, 지중해, 에게해 등을 분주하게 쫓다보니 노리치의 또 다른 저작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상,하)라는 책을 알게되었고, 당연히 구매하려고 보니 이게 하권은 판매중이나 상권은 절판이라. 중고를 살펴본 바 알라딘에는 300,000원에 올라와 있고, - 이 판매자는 좀 특이한 사람인 것 같다. 다른 절판본 도서에도 엄청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거래가 있는지 궁금하다. - 예스에 40,000원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장고 끝에 구입하여 지금 읽고 있다. 어제 소생은 이 책을 읽다가 아래 대목에 이르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잉글랜드 사자심왕 리처드와 시칠리아 왕 탕크레드는) 조약을 굳건히 하는 의미로 선물도 교환했다. 리처드는 당시 그래스톤베리에서 발굴한 그 유명한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 검을 탕크레드에게 선물했다.” (P220)

 

 

아아아아아 !!!! 엑스칼리버. 동명의 영화 <엑스칼리버>를 보면........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는 무수한 천하장사 거한들이 달려들어 낑낑거리며 생똥을 싸도 꼼짝달싹않지만 소년 아서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무슨 무 뽑듯이 그냥 쑥 뽑아버리고, 검을 취한 자가 왕이 되리라는 전설을 실현한다. 전투에서 승리한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높이 쳐들며 외치던 소리도 기억난다. “One Land, One King" 흠흠...소생이 영화를 보는 중에 유일하게 알아들은 대사다. 아서는 그 유명한 원탁의 기사들을 불러 모으고 일통 왕국을 세운다. 엑스칼리버가 아서와 함께 있는 동안 왕국은 번성하고 개돼지들은 살지고 문화는 꽃피고 말하자면 태평연월을 구가하게 된다.

 

 

 

 

 

 

 

 

 

 

 

 

 

 

엑스칼리버는 랜슬롯과의 결투에서 아서의 욕심으로 한번 부러져 버려졌으나 검의 요정인지 바다의 요정인지 본드로 붙였는지 어쨌든 깜쪽같이 재생되어 다시 아서에게 바쳐진 적이 있었지만 결코 버려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기사 랜슬롯과 왕비 귀네비아가 서로 배꼽이 맞아 발가벗고 뒹굴다 잠든 사이 이를 발견한 아서가 그 벌거벗은 두 남녀의 사이에 엑스칼리버를 꽂아 버리고 떠난다. 오쟁이진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버리고 그 자신 삶의 의욕도 버리자 왕국은 피폐해지고 전염병이 퍼지고 주술과 마법이 횡횡하고 악의 무리들이 이처럼 들끓고 개돼지들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왕의 보호자이자 자문역인 마법사 멀린도 제자인 여마법사의 간계에 빠져 어둠속에 갇히고, 굳게 빛나던 원탁도 산산히 깨어져 용감한 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나, 다만 몇몇 뜻있는 기사들만이 성배를 찾아 고난의 모험길에 나서게 된다. 그날 이후로 수녀원에 들어가서 참회의 삶을 살고 있던 귀네비어가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던 엑스칼리버는 다시 늙은 아서의 손에 쥐어지고 아서는 마지막 혼심의 힘으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 여자 마법사의 사술에 의해 생긴 자신의 아들인 황금갑옷 기사와 마지막 대결에서 아들은 창으로 아버지의 배때지를 찌르고, 아서는 그 창을 자신쪽으로 더 잡아당겨 거리를 좁히고 엑스칼리버로 아들의 유일한 약점(갑옷으로 보호되지 않은)을 목을 푹 찌른다. 아비와 자식은 그렇게 창과 칼에 함께 꿰어져 죽는다. 그후 엑스칼리버는 한 기사에 의해 바다에 던져지고 그 순간 바다에서 신비한 손이 올라와서 칼을 공손히 받아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동서고금을 털어 보검이라 일컬어 지는 검이 여럿 있지만, 왕발의 <등왕각서>에도 나오는 바 “용광사우두지허(龍光射牛斗之墟)”이라. 용천검의 광채는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았던 것이고, 제다이 광선검은 포스의 신비한 힘을 이용하여 오랜 세월 공화국을 수호하여 왔으나, 동서고금의 신검, 보검의 계보에 있어 엑스칼리버 만큼 우여곡절 사연을 간직한 검은 일찍이 없었다는 것이 소생의 짧은 소견인바,

 

 

 

그렇게 사라졌던 칼인데, 아아아 그때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엑스칼리버가 12세기 글래스톤베리에서 발굴되었다니 너무 놀랍다. 그런 보검을 탕그레드에게 주다니 그 조약이 얼마나 중요하고 탕크레드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리차드 저 영화를 못 봐서 그런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애통하고 애통하다. 그런데 지금 그 엑스칼리버는 어디에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다윗의 칼이니, 모세의 지팡이니, 마호메트의 치아, 예수 처형시 사용되었다는 십자가(이른바 참 십자가라고 한다.), 예수의 수의, 예수가 처형시 썼다는 가시면류관, 노아의 방주의 조각이니, 요섭의 가운, 아브라함의 접시 등 온갖 성물들이 유럽의 수도원과 성당, 모스크,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이게 모두 진품인지 짜가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을 접하게 되면 신비롭고 이상한 감회에 사로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나만 그런가?) 호머에 미친 슐리만은 끝내 신화 속의 트로이를 현실에서 발굴했고 그곳에서는 황금 보물들이 눈처럼 쏟아져 나왔다. 슐리만은 그 보물들 중 사람얼굴의 황금 가면을 아가멤논의 가면이라고, 또 목걸이 등 황금 장신구들을 헬레네의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 생각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아서왕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다. 구입해 놓고 읽지는 못한 책들.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 버나드 콘웰의 아서왕 연대기 3부작 <윈터킹>, <에너미 오브 갓>, <엑스칼리버> 내 서재 어디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서왕 이야기의 정통은 역시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이다. 이 책은 소생 서재에 없다.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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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7-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만원에 사셨군요. 알라딘 삼십 부른 분은 이게 직업이신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품절센터 문의해 보시지 그러셨어요. 저는 품절센터덕 절판된 책 몇 권 구했거든요. 엑스칼리버는 세익스피어만큼이나 위대한 이야기같아요. 저 문화권에선. 저는 반지의 제왕 읽을 때 좀 버겁더라구요. 생소해서. 지금 다시 읽으면 어쩔까싶은데. 돼지님은 유럽 문명사나 신화 좋아하시네요. 참 그리고 지난 번에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을 친정집에서 가져왔는데 발간 당시 후기 보니 로망 개리가 쓴 것으로 확정 지은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이 책 올려볼께요. 돼지님페이퍼 보고 친정집에서 찾아보니 있어 기쁘더라구요!

붉은돼지 2016-07-18 11:14   좋아요 0 | URL
품절센터에 물어볼 생각은 못 했습니다. ㅜㅜ 인터넷 중고서점 이곳저곳 기웃거려봐도 별 수가 없고,,,출판사에도 문의해보니 재출간 계획도 없다고 해서... 그냥 구입했습니다......남자들은 대개 중세 기사이야기, 마법이 횡횡하고 은빛 갑옷의 기사들이 마구 말달리면서 칼싸움 겁나하고...뭐...이런 것들 좋아하잖아요 ㅎㅎㅎㅎ

<자기앞의 생>은 저도 한 20-30년전에 본가에 있었던거 같아요..그때 형님 누나들이 봤던 것 같아요...물론 지금 그 책들은 다 어디 갔는지 없어졌지만요...ㅜㅜ

붉은돼지 2016-07-18 15:11   좋아요 0 | URL
그런데....기억의집 님

품절센터가 어디에 있나요?
저는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ㅜㅜ

transient-guest 2016-08-10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칼리버가 세상에 있다면 CIA비밀창고, 자금성지하비고, 혹은 바티칸 지하실에 있지 않을까요? ㅎㅎ 성배, 성창 등등 무수히 많은 보물과 함께 말이죠, 특히 나찌패망 후 미국으로 많이 갔을 듯 합니다.ㅎㅎ 좋은 책을 많이 리스팅하셔서 보관함에 꽉 채웠네요. 저 위의 영화는 영화보다도 main theme OST가 유명한거죠? 저도 DVD로 갖고 있습니다. 제가 기사이야기나 북방유럽의 사가를 좋아해서 - 기사나 무술이야기를 싫어하는 남자는 많이 없죠 - 여러 번 돌려봤네요.

붉은돼지 2016-08-15 14:02   좋아요 0 | URL
인디에나 존스의 성궤도 CIA의 비밀창고 인지 어떤 거대한 창고의 무수한 궤짝들 사이에 파묻혀 버렸죠....엑스칼리버 OST가 유명한 거는 처음 알았습니다 ㅜㅜ 혹시 다시 보게되면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습니다. ㅎ 기사들 이야기에 마음 설레이지 않는 남자들 별로 없을 겁니다. ^^
 

 

 

 

 

 

 

 

 

 

 

 

 

 

서재에 이중 레일 책장을 설치하려고 - 만화방이나 도서대여점에 많이 설치되어 있는 -  진작에 마음을 먹고는 있었으나, 이래저래 알아보니 가격도 만만치 않고, 아내의 반대도 역시 만만치 않고, 또 책을 옮기고 다시 정리하고 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이고 해서 만만한 것을 찾다가 일전에 곰발님 서재에서 본 철재 프레임 책장을 하나 주문해서 책상 뒤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로 소생의 서재는 삼면이 바다로....아니 책장으로 접해있다. 일명 반도 서재...ㅋㅋ 

 

가격은 11만원 정도(배송비 15000원 별도)로 괜찮은 것 같다. 조립은 예상외로 힘이 들었다. 맨손에 드라이브로 덤비다가는 생똥을 쌀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소생도 용 좀 쓰다가 다음날 사무실에서 전동드릴을 가져와서 조립했다. 보기에 나름 만족스러운데, 그간 이중 주차되어 있던, 혹은 탑을 쌓고 있던 책들을 가져다 놓으니 책장이 또 금방 차버린다. 서재 전체적으로 볼때는 역시나 여유가 없고 분주한 모양새다. 역시 이중레일 책장을 설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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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7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17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7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중레일이 답입니다. 아무리 쥐어짜도 답이 없어요. 전 책의 60%를 박스에 담에 창고와 베란다에 보관 중인데... 정작 꼭 필요한 책이 있어서 찾으면 죄다 박스에 있더라고요. 엄청난 회의감이.......

붉은돼지 2016-07-17 18:02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박스에 담아 별도 보관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농 혹은 옷장 속에 쌓아두고는 있습니다.)
내년이나 후년에 이중레일 설치하지 못하면 아마 박스에 넣어서라도 정리해야할 것 같아요...ㅜㅜ
정말이지 꼭 필요해서 찾는 책은 이미 중고로 팔아치웠거나.... 박스 속에 들어앉아있지요 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6-07-1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도 이중레일을 설치하고 싶은데 방이 너무 좁아질 것 같아 고민ㅠㅠ;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책을 쌓아둘 수도 없고ㅠㅠ;; 맞아요. 다시 찾아보고 싶은 책은 이미 찾기 힘든 곳에ㅠㅠ;;;;;;;;;;;;;

그나저나, 서재 멋집니다@_@;; 철제 프레임 책장도 좋아보이구요. 부럽부럽^^

붉은돼지 2016-07-18 11:14   좋아요 0 | URL
근데 이중레일도 가만 생각해보니......책이 너무 무거워서 바닥이 내려앉지는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ㅋㅋㅋㅋ

가넷 2016-07-1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집에 책들이 박스채로 쌓여 있는게 있는데 역시 관리가 안되니 곰팡이 핀게 많더라구요. 가슴이 찢어지는 줄;;;;

책 보관 때문이라도 집 하나 장만하고 싶네요...ㅜㅜ

붉은돼지 2016-07-18 11:16   좋아요 0 | URL
제 경우도 옛날에는 형님들 책이 많아서 어릴 적 일반주택에 살때는 형님이 라면박스에 수십박스 담아서 지하실에 보관했었는데요...나중에 보니 모두 곰팡이 슬어서 다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ㅜㅜ

가넷 2016-07-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암사에서 나온 소세키 전집의 띠지는 안 버리셨네요? ㅋ 이런건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둬야 뽀대가 나는데... 다 모아두고는 몇권 못 읽었네요.

붉은돼지 2016-07-18 11:17   좋아요 0 | URL
사놓고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죠...뭐..ㅋㅋㅋㅋ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뽀대나죠.....마음이나 고양이 이런거는 예전에 읽은 것도 같지만....
현암사판을 사서는 한 권도 읽은게 없습니다. ㅜㅜ

다락방 2016-07-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저 책장 너무 근사해서 지금 잠깐 제 방을 둘러보았어요. 저거 놓을 데가 있나...... 없네요 ㅜㅜ

비연 2016-07-17 23:09   좋아요 0 | URL
락방님.. 저도 좌절중요... ㅜㅜㅜ

붉은돼지 2016-07-18 11:20   좋아요 0 | URL
거실에라도 ㅋㅋㅋ

박똘 2016-07-1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잔가보다..

붉은돼지 2016-07-18 11:21   좋아요 0 | URL
부자가 되고 싶은 돼지입니다...ㅋㅋ

cyrus 2016-07-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레일 책장이 좋지만, 최근에 마련한 저 책장도 멋있습니다. ^^

붉은돼지 2016-07-19 16:35   좋아요 0 | URL
저 책장도 나름 예쁘긴 합니다만...
역시 수용 부분에서는 이중레일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10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역시 이중이나 삼중레일이 필요하실 듯. 자리가 남으면 책으로 채우려는 못된(?) 버릇은 저만의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품이 깔끔하니 보기 좋네요.

붉은돼지 2016-08-15 14:05   좋아요 0 | URL
궁극의 소망은 장석주 시인처럼 어디 호숫가에 책과 디비디 등 보관하고 또 편하게 볼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 공간을 가지는 것입니다만...역시 찬바람 부는 소생의 경제로는 애로가 있습니다만..
 

 

 

 

 

고백하건데, 소생은 장정일키드이다. 한때 개인적으로 사사하며 사부로 모셨다. 뭉크의 사춘기를 알려준 것도, 고품격 포르노 소설을 처음 맛 보게 해 준 것도 그였다. 전작주의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장사부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삼국지 10권도 읽었다. “아담이 눈뜰 대” 이전에 나온 장정일 초기 포로노 소설의 백미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이 소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고로도 거의 안보이는 것 같다.)를 읽는 동안 소생의 거시기가 뭐시기하게 몇 번이나 분기탱천했는지 모른다. 연이나 그때는 소생이 아직 천지분간을 못할 때라, 분기탱천이 아니라 지랄용천을 한들 별 뾰족한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바는 천학 소생이 희곡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장사부의 희곡 작품들은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사사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어쨌든)

 

 

독서일기도 1~4권 정도까지는 읽은 것 같다. 물론 구입은 다 했다. ‘빌린 책, 버린 책, 빌어묵을 책’ 어쩌고 하는 것도 다 구입했었는데...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몇 권 없다. 이번에 나온 《이스트를 넣은 빵》은 역시 장정일키드임을 자처하는 김영훈이 장정일의 독서일기 1-7까지 중에서 입맛대로 골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소생과 달리 김영훈은 장정일키드로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 같다. 말하자면 김영훈은 적통을 이은 적자라 할 것이고 소생은 씨족의 일원이라고 우기지만 촌수를 따지기도 어려운 듣보잡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뭐 애새끼라고 다 같은 애새끼는 아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기억나는 것은 조금이고 금시초문은 대부분이다. 마광수를 옹호하는 글과 장정일 자신의 포르노 소설들을 변호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편자 김영훈은 이 책의 서두를 장정일의 시<삼중당 문고>로 시작하고 있다. 장정일키드로서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삼중당 문고. 이 문고판을 모르는 세대에게 과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기억에 남는 독서일기 한 편을 옮겨본다.

 

 

2006.10.3. 모옌의 탄샹싱을 읽다

‘탄샹싱’은 단향형(檀香刑)의 중국식 발음으로 ‘박달나무 형벌’이란 뜻이다. 역대 중국왕조의 형부에서 사용된 혹형 가운데 혹형으로 이 감상문에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대신 임신부나 노약자는 물론이고 심약한 독자에게는 이 소설을 금한다. 선정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판사는 반드시 위와 같은 경고를 띠지로 만들어 책표지에 둘러야 한다. p353

 

 

 

 

 

 

 

 

 

 

 

 

 

소생이 뭐 돈류(豚類)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 종들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아서 알라딘에서 찾아봤다.  탄샹싱이 과연 무엇인고 하고 말이다. 책소개에 단향형이라는 형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장사부님의 말씀처럼 소생의 입으로 옮기기는 싫다. 실로 끔찍하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이러면 소생의 허접한 이 글을 읽는 알라디너님들은 또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인생사가 그런 것이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해도 꼭 돌아보는 놈이 있고 상자 뚜껑을 열지 말라고 애원을 해도 꼭 뚜껑 열리게 하는 인간이 있다. 청개구리 삼신이 씌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청개구리 삼신은 인간의 운명이고 숙명이다. 검색을 해보니 장정일이 여러 매체에서 이 소설을 상찬하고 있다. 읽어보려고 하니 절판이다. 쩝

 

 

혹형하니 생각나는데, 흑형이 아니다.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처음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마 캄뷔세스 왕의 재판이라는 그림일 것이다. 캄 왕이 재판결과 내린 형벌이 이게 또 엄청나게 가혹한 형별인데, 산 사람의 살가죽을 홀라당 벗기는 형벌이다. 그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아마 죄수가 이를 앙다물고 있었던 것 같다. 심은하 나오는 영화 “텔미썸씽”에도 이 그림이 나왔던 것 같다. 사람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이상한 인간 이야기인가 뭔가 그런 내용인데...아아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름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탄샹싱도 그렇고 형벌과 고문의 종류만 봐도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은 참 여러 방면으로 발현되고 발전하고 있는 것같다. 그 끝이 과연 어디쯤 일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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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섭 2016-07-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붉은돼지 2016-07-11 16:56   좋아요 1 | URL
ㅋㅋㅋ

cyrus 2016-07-06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가 온라인 중고샵에서는 엄청 비싼 가격입니다. 제일 싼 가격이 십만 원 넘습니다. ㅎㅎㅎ 장정일 작가 본인에게는 흑역사 같은 희귀 작품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6 13:39   좋아요 1 | URL
이 책 읽은 1인입니다. 형편없는 소설이긴 합니다. 필모에서도 장정일이 이 소설을 뺀 것을 보면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나 보더군요...

붉은돼지 2016-07-06 13:57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찾아보니 온라인에서 엄청 비싼 가격에 올라와 있더군요...뭐 구입할 의사는 없습니다...
제 기억에 저 책을 읽은 지가 아마 30여년 전은 아니고.... 20년은 확실히 훌쩍 넘은 것 같은데요....
당시에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돈류(豚類)가 되어버린 지금 읽으면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작가소개 목록에서 이 작품이 누락된 것은 소생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뭐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 말못할 여차저차한 사정들이 다 있지않겠나 그리 돈류 멋대로 혜량하고 있사옵니다.

컨디션 2016-07-06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붉금돼지님 글의 가장 큰 특장점은, 일단 뭐에 홀린 것처럼 급물살을 타듯 읽어내려간다는 거죠. 들어본적도 없는 중세의 왕들과 지명들이 줄줄이 나와도 꾹 참고 일단 읽는다는 거죠. 왜냐, 고진감래라고 낭중엔 꼭 낭중지추 마냥 재미를 보게 되니까요.^^(아, 원래는 이런 아부랭이를 떨려던 건 아니었는데 ㅎ)

질문이요, 장정일의 아내 신이현(?)의 `숨어있기 좋은 방`에 대해서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장정일키드시니까 근황을 알고계신가 해서요. 뭐 그냥요^^(부담갖지 마시라는 뜻)

붉은돼지 2016-07-07 14:36   좋아요 2 | URL
항상 인생에 아니 돈생에 뭐, 별 뾰죡한 수가 없다고 한탄하는 한심한 돈류 소생에게 낭중지추까지 운운하시는 상찬을 들으니 소생 어데 몸 둘 곳을 찾지 못하겠습니다만.....사실 뚱뚱한 몸을 어데 쉽게 둘 곳도 없습니다만......

소생이 장정일 애새끼이기는 하나 본류 적통이 아닌 방계 듣보잡이라 그의 아내 계대 불문과 용숙이(장정일의 시 삼중당 문고에도 나오잖아요..)의 근황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가 없습니다만...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하더군요.. 계대는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입니다...미인이 많다고 소문이 난 학교입니다만 용숙씨의 해당여부는 소생이 역시 알수가 없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7-09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장정일의 책은 정작 작품으로 읽은 건 없고 빌-산-버, 독서일기, 그리고 공부까지 죄다 봤네요. 책을 자유롭게 읽기 위해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던 그의 말이 남았네요. 나름 그렇게 생활하기 위해서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붉은돼지 2016-07-11 12:54   좋아요 2 | URL
맞아요...저도 그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와서 책을 읽는다....뭐 동사무소 직원이라고 야근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제가 요즘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를 배우고 있는데요 동사무소 직원들도 야근을 하더군요... 저는 한 때 국립공원관리사무소 매표소 직원을 꿈꾸기도 했습니다만....ㅜㅜ

고양이라디오 2016-08-29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이 장정일키드셨군요ㅎ?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만 읽어봤는데, 왠지 저랑은 안맞는 거 같더라고요ㅠ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붉은돼지 2016-08-30 22:27   좋아요 2 | URL
키드라고 사기엔 지금은 너무 늙어버린듯 합니다요 ㅜㅜ
장정일이 제일 많이 깐 사람이 아마 공지영이었죠...
 

 

 

 

 

 

 

 

 

 

 

 

 

 

 

그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에 가면 궁전보다 더 유명한 12마리 사자 분수가 있다. 12마리 돌사자들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게 옛날에는 시계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매 시마다 어느 사자의 입에 물이 뿜어져 나오는지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알함브라가 나중에 기독교도들에게 함락되고 나서 기독교도들이 여기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고 분수를 분해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이후로 시계는 두 번다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알람브라 이야기를 하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을 타고 오른다. 기독교도 유럽의 궁전들이 금박과 수정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졸부들의 경박한 대저택이라고 한다면 이슬람 궁전인 알람브라는 유수한 가문의 유서깊은 고택같은 느낌이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우아하고 무엇보다도 낭만적이고 신비롭다. 수많은 분수와 수조들이 수로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 항상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또 그 분수와 수조들 사이에는 수풀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며, 그 정원들 사이로 고색창연한 기와지붕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아아아 어디 먼 곳에서 북소리가..아니 기타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애잔한 음률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워싱턴 어빙의 이 책은 몹시 지루하니 참고하시길....)

 

독일 로멘틱 가도의 하이라이트이자 '중세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로텐부르크의 시의회 연회관 건물 벽에 붙어 있는 벽시계는 ‘마이스터 트룽크’(위대한 들이킴)이라는 고사를 재현하고 있다고 해서 유명한 관광코스중 하나다. 신구교간에 벌어진 30년 종교전쟁 중에 로텐부르크 마을을 점령한 구교도의 틸리 장군이 3.25리터짜리 잔에 든 포도주를 한 숨에 들이켜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하자, 누쉬 시장이 이를 단숨에 들이켜서 도시를 참화에서 구했다는 이야기다. 정말 멋진 이야기다. 아니 황당한 이야기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한국 남성 위의 평균용량이 1407cc라고 되어있고 300년전 독일 남성의 위라고 해서 뭐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는데 3250cc를 단숨에 들이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뭐 어쟀든 어려운 일을 해 내었으니 역사에 남았겠지만 말이다. 이건 여담인데 소생의 대학 재학시절에 지도교수님은 앉은 자리에서 맥주 20000cc를 마시고 화장실에 가지를 않아서 방광이 터져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매시간 정각 즈음에는 시계 밑으로 수백명의 관광객이 모인다. 정시가 되면 시계 양 옆의 창문이 열리고 창문에는 인형이 나타나는데 왼쪽 창문의 인형은 몸을 오른쪽으로 틀고 오른쪽 창문의 인형은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손에 든 커다란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게 전부다. 빈 컵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딸랑딸랑거리거나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리는 뭐 그런 재미는 없다. 그래도 어쨌든 대단한 고사를 재현한 유명한 시계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도 유명한 시계가 있다. 천문학적 도형과 상징들이 복잡하게 설치된 시계인데 화려하고 아릅답다. 역시 정시가 되면 시계 위의 창문이 열리면서 창문 안에 있는 조각상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시계옆에 붙은 해골들이 종을 땡땡 울리는 그런 시계다. 역시 정시가되면 그 시계 아래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인다. 일설에는 이 아름다운 시계를 만든 장인은 시계 제작 후에 눈이 멀었다고도 하고 살해되었다고도 한다. 다시는 이런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말이다.(역시 믿거나 말거나다.)

 

유럽의 고도에는 이런 시계들이 많다. 아름답고 화려한 천문학적 도상이 있거나 인형들이 움직이는 시계 말이다. 도시의 자부심과 실용성, 시대적 트랜드를 따라 아마 경쟁적으로 커다란 시계탑을 세웠을 것이다. 중세의 시계는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또 고장이 자주나서 시계 관리를 전담하는 시계공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야 했는데, 작은 도시의 경우 시계 설치비, 수리비, 인건비 등의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시계산업이 발전하면서 흔히 우주를 복잡한 기계식 시계로 보고 이 시계를 조작하고 수리하고 관리하는 시계공을 조물주(신)로 상정하는 비유들이 널리 인용되었다. 아시다시피 도킨스도 <눈먼 시계공>이라는 책을 썼다. 과연 시계공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여하튼 존재한다면 아마 이 우주라는 시계를 만들고 바로 눈이 멀어버린 것은 아닐까? 프라하의 그 시계공처럼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보다 더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지 못하도록???

 

‘1300~1700년, 유럽의 시계는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시계와 문명》이라는 책에서 소생의 위와 같은 믿거나 말거나식의 흥미진진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기대했는데, 이건 소생의 헛된 바람이었다. 이 책은 호사가들의 경박스런 흥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서양사회에 있어서 시계와 시계를 만든 장인들이 수행한 기능에 대한 미시사적 연구의 성과물이다. 내용은 딱딱하고 재미도 없다. 소생과 같은 얄팍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실망하니 참고하시길 바라나이다. 이런 내용이다. 기계식 시계가 어떻게 발명되어 발전되어 왔는가, 시계 생산 장인들의 길드 형성, 유럽에서의 시계의 확산과 런던과 제네바가 어떻게 시계 산업의 중심이 되었는가, 시계의 대량생산에 따른 시계 산업의 발달, 더하여 중국은 언제 기계식 시계와 조우했고 왜 중국에서 시계는 기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2012년에 방문했을 때 '12사자 분수'는 공사중이었다. 아마 시계의 재작동을 위한 공사는 아닌듯. 

 

 

알람브라 전경 

로텐부르크 시의회 연회관 건물이다. 그날 무슨 공연이 있었다.

 

 

술잔을 들고 있는 인형이 보인다. 3250cc안되어 보이는 듯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정시가 되면 시계아래로 이정도의 인파가 모인다.  

 

베른이지 싶으다.

 

아아아아아 휴가철은 다가오는데....

소생이 올린 사진 보시고 엉덩이 들썩들썩 씰룩씰룩 거리는 분들 계시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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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7-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지에서 직접 찍어올리신 이 사진들 중에 저는 `12사자 분수`가 젤 신기하네요. 정말이지 시계 같지 않은 시계라서요^^

갑자기 백투터퓨쳐도 생각나구요. 비바람 치던 밤에 거대한 시계탑 위에 올라간..

붉은돼지 2016-07-04 16:11   좋아요 1 | URL
어머! 컨디션님! 대문사진이 없어요 이달의 여배우는 아직 선정 못하셨는지요..ㅋㅋㅋㅋ 기대가 큽니다. ㅎㅎㅎ
12사자 분수가 시계기능을 했다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인데...아마 사실은 아닐듯 합니다. 그냥 전설 같은 것이죠..ㅋㅋㅋ
맞아요 빽투더퓨처 생각납니다. 비바람 몰아치고...번개 번쩍번쩍 치던 밤 이었죠 아마.....

비연 2016-07-0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썩들썩 씰룩씰룩...
저도 프라하에서 저 시계.. 봤더랬죠...으흑.

붉은돼지 2016-07-04 16:12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ㅜㅜ

oren 2016-07-0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2년 전에 로맨틱 가도를 지나가면서 끝내 로텐부르크를 그냥 지나쳤던 게 다시금 후회되는군요. 그리고 프라하 광장의 저 시계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인형, 허영을 상징하는 거울을 보는 자, 돈지갑을 움켜쥔 유대인, 음악을 연주하는 터키인도 등장하고, `죽음 앞에 이 모든 것이 쓸데없음을 보여준다`는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유대인이었던 카프카는 어린 시절에 이 시계 속의 탐욕스러운 유대인을 보고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도 하고요.

아참, 저 프라하의 구시청사 시계는 `서울`에서도 볼 수 있더군요.(두어 달 전인가, 우연히 홍대 앞 `캐슬 프라하`라는 술집에 갔었는데, 그 술집의 건물 외벽에 저 벽시계를 아주 정교하게 본떠 놓았더군요. 너무 놀라서 제가 찍은 사진을 꺼내 들고 한참이나 자세히 비교해 봤더랬습니다.)


붉은돼지 2016-07-05 14:09   좋아요 0 | URL
로텐부르크는 아담한 성벽도시인데 이것저것 볼 것도 많고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도시의 성벽은 2차대전때 파괴되었는데 그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다시 복구되었다고 합니다. 성벽을 둘러보면 벽돌 하나하나에 기부자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한자로 쓰인 일본사람 이름이 여럿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야구공같이 생겨서 별 맛도 없는 슈니발렌인가 하는 커다란 과자도 있구요...무슨 크리스마스 박물관도 기억납니다.

rosa 2016-07-0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좋았습니다. 엄마는 내내 행복해 하셨고요. 다시 보니 반갑네요. 글구 제 엉덩이도 들썩거립니다. 흑 흑흑

붉은돼지 2016-07-05 14:10   좋아요 0 | URL
다시 한번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알바이신 거리의 카페에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요.....ㅜㅜ

마녀고양이 2016-07-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덩이 완전 들썩들썩 씰룩씰룩합니다. ㅠㅠㅠㅠ

붉은돼지 2016-07-05 14:10   좋아요 0 | URL
저는 실룩씰룩거리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렸습니다. ㅜㅜ

서니데이 2016-07-0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도 여행 좋아하시나봐요. 올해도 좋은 곳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수도 있겠네요.
올려주신 사진 잘 보았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6-07-05 14:13   좋아요 1 | URL
옛날 사진을 보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합니다만......
요즘같은 혹서기에도 찬바람 부는 소생의 가정 경제를 생각하면 참아야합니다.
요즘은 책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ㅜㅜ

보슬비 2016-07-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천문시계 만나니 무척 반가워요. 로텐부르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서 마켓 보느라 시계는 안봤네요. ㅎㅎ

붉은돼지 2016-07-06 09:30   좋아요 0 | URL
맞아요...로텐부르크에 세계최대의 무슨 크리스마스 박물인가 뭔가가 있었어요...엄청나게 큰 트리도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팔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어떤 하루 2016-07-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그 밑에서 그 역사를 새겨보고 싶을만큼 너무 이쁘고 멋진 시계들이네요.~~12 사자 분수는 공사후 어떤모습일지 궁금하네요~

붉은돼지 2016-07-11 12:51   좋아요 0 | URL
유럽다니면서 시계들만 찍어 모아봐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누구는 맨홀 뚜껑만 찍는 사람도 있더군요....12사자 분수는 뭐 때문에 공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저 모습이 바로 완성된 모습이랑 거의 똑 같은 것 같습니다.
 

 

 

 

 

 

 

 

 

 

 

 

 

 

 

요즘 <비잔티움 연대기>를 다시 읽고 있다. 지금 2권을 읽고 있는데 소생은 일명 '크리스마스의 비극'부분에 이르러서 그만 무릎을 탁! 치고  '하!'하면서 깊은 탄식을 터뜨리지 아니할 수 없었다. 예전에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 읽어도 역시 놀랍다. 사람들은 마치 천세만세만만세를 살듯이 날뛰지만 인간사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다. 아하!! 역사를 읽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무엇이 이로운가 모르겠따. 일없는 호사가들의 흥미와 호기심만 부질없이 자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럼 크리스마스의 비극이란 대체 무엇인가?

 

‘2009년 서울 LGBT 영화제개막작으로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었다. 원제는 ‘Make The Yuletide Gay’.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라는 말인데 중의적인 표현이다. 여기서 gay즐거운, 명랑한의 뜻이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남자동성애자라는 뜻도 있는 것이다. 그럼 LGBT는 뭔가? ‘성소수자라는 말이다. 소생도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다. 흔히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이상한’, ‘색다른의 뜻을 가진 퀴어(Queer)’를 많이 사용한다. LGBT는 보다 사전적인 의미여서 조금 딱딱한 느낌이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무슨 퀴어 축제도 있고 LGBT 영화제도 있다. ‘세상이 어찌 될려고 이러는지....쯔쯔즈하는 어르신들의 걱정과 탄식에도 나름의 일리는 있을 것이나 역시 마이너는 메이저보다 좀 더 외롭고 좀 더 아프고 좀 더 슬프고 좀 더 쓸쓸하기는 한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대학 졸업반인 올라프는 게이다. 크리스마스 휴일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집을 찾는다. 올라프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커밍아웃을 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있다. ‘엄마, 아빠 저.... 사실은 게이에요....’이런 심각한 고백을 하기에 크리스마스가 뭐 적당한 길일은 아닌 것 같지만(써프라이즈를 하기에 크리스마스는 이미 놀라운 날이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올라프는 그렇게 하기로 작정을 했던 것이다. 고향집에 도착한 올라프에게 남의 속도 모르는 엄마는 자꾸만 한때 여자 친구였던 애비와 올라프를 엮어보려고 애를 쓴다. 설상가상으로 올라프의 남자친구(그러니까 애인) 네이단이 갑자기 올라프를 찾아오면서 일이 꼬이게 되는데... 커밍아웃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잃게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올라프는 과연 크리스마스에 가슴아픈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소생은 이 영화를 못봐서 결말을 모른다. 코미디 영화여서 결말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우리식으로 하자면 아이고 이 자식아! 그기 무슨 소리고? 고마 니 죽고 내 죽자’, ‘아이고, 폭폭해서 나는 못살겟네...어쩌고 저쩌고엄마는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고 방바닥을 내려치고 발을 구르고 울고 짜고, 아버지는 돌아서서 금붕어마냥 담배만 뻐꿈뻐꿈굼거리고 이리 되었을 것인데 뭐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나름의 반전이 있는 훈훈한 결말이라고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어쨌든 올라프에게는 뭐 그리 나쁜 크리스마스는 아니었던 것인데, 세상일이란 것이 또 대충 그렇듯이 크리스마스라고 다 훈훈할 수는 없다. 늙은 구두쇠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에 교훈적인 꿈을 꾸면서 개과천선하고, 어린 소년 막걸리 컬킨은 홀로 남겨진 집에서 흥미진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1200여년전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황제 레오5세가 맞이한 크리스마스는 악몽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바로 죽음이었다. 아마 서기 820년의 성탄절은 동로마제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배신과 음모, 시해와 찬탈에 대한 그 놀라운 스토리는 후세의 감수성 풍부한 어느 사가가 조금 손을 댄 듯도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고대 희랍의 비극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군대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레오에게는 미카일이라는 절친한 동료 장교가 있었다. 프리지아의 아모리움 태생인 미카일은 일자무식에, 시골 촌놈에, 발성기관에 문제가 있어 말더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군사적 재능은 뛰어났던 모양이다. 이런 저런 사태에서 미카일은 레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마침내 미카일의 도움으로 레오는 제위에 오르고 미카일은 황궁 경비대 사령관으로 임명된다. 레오가 처음 황궁에 입성하는 날에는 황제가 말에서 내릴 때 미카일은 실수로 황제를 외투를 밟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어쨌든 황제의 절친 동료로서 미카일은 부와 명예, 군대의 지휘권으로 보상을 받았으나 동료가 가진 제국이라는 큰 떡에 비하면 자신이 가진 것이 너무 초라하다고 느끼게 되었는지 점차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공공연하게 황제를 잔인한 전제자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다녔다. 황제는 전우의 잘못을 지적하고 경고하고 또 거듭 사면하는 등 관용을 보였으나 미카일은 반성하거나 자중하지 않았다. 급기야 크리스마스 이브날 미카일이 주도하고 고위 장교들이 연루된 반란 음모가 발각되었다. 황제는 믿었던 친구이자 동료의 반역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미카일을 당장 황궁의 목욕탕 아궁이에 쳐넣어 태워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이 소식을 들은 레오의 아내가 버선발로 남편에게 달려와서 이제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그런 끔직한 짓을 하고 어떻게 성탄설의 성사에 참석하겠느냐며 황제를 극구 만류했다. 아내의 만류가 없었다면 그날이 성탄절이든 석가탄신일이든 시간이 한밤중이든 꼭두새벽이든 간에 황제의 명령은 엄정하게 집행되었을 것이다. 미카엘은 아궁이에 쳐넣어지고 따라서 크리스마스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애원에 레오는 마음을 바꾸었다. 뒤에 보게 되겠지만 이 순간의 변심이 그의 운명을 결정했다.

 

황제는 미카일을 쇠사슬에 묶어 황궁의 지하 감옥에 가두고 엄중히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러고는 잠자리에 들었으나 황제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미카일이 자신의 외투를 밟아 황제의 기장이 떨어질 뻔 했던 일과 또 최근에 읽은 예언서에 그리스 문자인 카이(X)와 파이(Φ) 사이에 칼에 목이 찔린 사자가 그려진 그림을 보지 않았던가. 사자가 황제를 가리키고 카이가 크리스마스를 나타내고 파이가 예수공현축일을 나타낸다면 본인이 두 축일사이에 죽는다는 예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전전반측하던 황제는 갑자기 미카일이 어떻게 있는지 궁금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황제는 한밤중에 촛대에 불을 켜들도 옷자락을 끌며 구불구불한 황궁의 복도를 지나 깊은 돌층계를 타고 내려갔다. 감방 안으로 들어서니 간수는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고 죄수도 자기 침상에서 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않아 황제는 미카일의 가슴에 가만히 손을 대어보았다. 심장은 뛰고 있었다. 레오는 조용히 물러났다. 그러나 레오는 감방 안에 제3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미카일의 시종 한 명이 같이 있었는데, 이 시종은 누군가 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미카일의 침상 밑으로 숨었다. 침상 밑에서 시종은 황제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으나 황제만이 신을 수 있는 자주색 장화를 보고는 그가 누군지 바로 알수 있었다.

 

황제가 돌아간 후 시종은 즉시 주인과 간수를 깨우고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다. 죄수는 근무태만으로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기꺼이 죄수를 돕겠다고 나섰다. 미카일은 충직한 시종 한 명을 급히 시내로 보내 추종 세력을 규합하여 황제를 시해하고 자신을 구해내도록 음모를 꾸몄다. 하인은 신속하게 움직였고 반역의 음모는 곧 실행되었다. 크리스마스 새벽에 음모자들은 수도사의 복장을 하고 황궁 예배당으로 들어가 합창단원들 틈에 끼었다. 수도사의 넉넉한 복장은 칼 따위의 무기를 숨기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머리에 쓰는 큰 고깔같은 모자는 얼굴을 숨기기에 적합했다. 합창이 시작되자 황제가 도착했고 사제와 함께 자리에 앉아 찬송가를 불렀다. 주를 찬양하는 찬송가의 노랫소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암살자들은 공격을 개시했다. 머리에 덮어쓴 고깔모자 때문에 처음에 자객들은 사제를 황제로 오인해서 헛된 칼질을 했고 그 틈을 이용해서 비무장에 호위도 없던 황제는 제단의 무거운 십자가를 들고 자신을 방어하려고 했다. 황제는 자객들에게 자비를 요청했으나 암살자들은 무시했다. 한 자객의 일격에 십자가를 잡고 저항하던 황제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연이어 다른 칼날들이 황제의 목과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황제의 몸에서 뿜어져나온 피는 황궁 예배당의 돌바닥을 적시며 흘렀다. 레오5세는 성탄절날 새벽에 예배당 제단 바로 아래에서 살해되었다. 시신은 예배당의 공동 변소에 버려졌다. 이로서 레오5세의 치세는 끝났다. 서기 8201225일 새벽4시경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있었던 일이다.

 

<추신>

그 후 암살자들은 서둘러 미카일이 갇혀있는 감옥으로 가서 그를 구해내었으나 안타깝게도 두 발목에 채워진 족쇄는 풀 수가 없었다. 제국의 새 황제는 양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 족쇄를 찬 몸으로 제위에 올랐다. 정오가 되어서야 대장장이가 와서 족쇄를 끊었다. 이전에도 황제가 시해된 경우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별다른 명분이나 구실도 없이 무자비하게 해치운 적은 없었다. 시해의 동기는 오로지 미카일 개인의 시기심과 야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은 새 황제 미카일이 촌스럽고 무식하다고 비웃었다. 자기이름인 그리스 철자 여섯 자를 쓰는 시간에 다른 사람은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이 일자무식인 비열한 찬탈자의 치세가 그리 허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면, 미카일에게는 어쩌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황후 테오도시아는 어떻게 되었나? 비잔티움 연대기2에는 그 후일담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아마 마르마라해에 있는 프린키포 섬에 유배된 듯 하다. 레오의 네 아들에게는 거세의 명령이 떨어졌다. 막내는 수술 도중에 죽었고 살아남은 세 아들 중 한명은 나중에 시라쿠사 대주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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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06-16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이런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대충 2006-7년 무렵에 읽은 것 같은데, 그땐 서재를 할 때도 아니었고 해서 전혀 기록이 남이있지 않네요.ㅎ 허무한 황제의 죽음이군요..

붉은돼지 2016-06-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가까이 지났으니 뭐 기억 안나는 것은 당연하죠..저는 작년에 읽은 책들도 거의 기억이 안납니다.ㅜㅜ
정말 어떨 때는 역사가 소설보다 훨씬 재미(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