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얼마든지 변화할 역량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소모된다. 인간은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를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본성이 아마도 유전자에 아로새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딜레마이다. 고래로부터 뇌는 습관을 형성함으로써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고 자신의 가능성은 억제하였지만, 작금의 시대는 습관이 일상이기엔 너무나도 다채롭게 변화하는 세계에 살면서 끊임없는 자극과 도전 앞에 놓여 있다.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고정과 현상 유지의 명령을 지워버리기 위한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시대가 성큼 다가온 모양새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의 신체예산에 영향을 끼치고 성인이 된 뇌를 재배선한다는 것일까? 우리 뇌는 새로운 경험을 한 뒤 배선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가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는 그 프로세스 말이다. 우리 뇌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들의 미세한 부분은 세부조정과 가지치기를 통해 매일 조금씩 변화한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처럼 뻗은 수상돌기는 더 무성한 가지를 갖게 되고, 신경 연결은 더 효율적이 된다. 이 리모델링 작업을 하려면 신체예산에서 에너지를 갖다 써야 하는데, 예측하는 뇌가 이렇게 많은 인출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한 가지 좋은 명분은 주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이 연결들이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우리 뇌는 조금씩 세부조정되고 가지치기된다. - P127

이것은 때때로 사람들이 자신과 달라 보이거나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왜 공감하지 못하는지, 그런 경우 공감을 시도하는 것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뇌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하려면 신진대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자기의 기존 믿음을 강화해주는 뉴스나 견해들로만 이루어진 이른바 반향실echochamber에 안주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따르는 불편함과 신진대사 비용이 줄어든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울 확률 역시 떨어뜨린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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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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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학년 소녀의 성장기이다. 이 소녀는 무슨 이유에선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중이고, 마침 엄마가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 까닭에 외할머니 댁에서 한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린아에겐 이 외할머니 댁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골’살이라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터, 5학년 소녀는 이를 표현하기 쉽잖아서 아마 심드렁한 표정과 짜증나는 말투로 이를 여과없이 드러냈을 터. 이야기는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린아의 곁에는 이런 린아를 마뜩찮아하는 사월이, 린아에게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 - 음이 이야기 내내 드러나 - 는 유하, 그리고 둘만으로는 이야기의 전개가 쉽잖기 때문에 필요한 지호, 세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유하의 사고로 인한 죽음, 그리고 사십 구제가 끝날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이승에서의 삶을 함께 정리해가며, 린아는 한 뼘 더 성장한다. 그 성장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린아는 과연 이 에피소드를 통하여 어떤 성장을 이루어내었는지. 상당히 색다른 방식으로 - 비눗방울과 일곱 번의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7분에서 1분으로 줄어드는 네 인물의 만남 - 짜여진 에피소드의 전개는, 글쎄. 이 책의 제목처럼, 린아의 여름이 반짝거리는, 이야기의 처음에 거부했던 물놀이를 말미에 받아들이면서 유하의 유품 - 이자 관계의 완성 - 을 발견하는 그 반짝임을 린아의 성장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이해일 뿐이다.

왜 어른 독자가 이 이야기를 헤아리며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이 어린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어른 독자는, 어린이에게 이 책을 안내하며 이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서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까, 어른 독자는 독서 내내 이 책의 매시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작가의 이야기 진행을 헤아릴 수 밖에 없다. 만약에 이 책이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면? 나는 좋은 평을 내리긴 어려울 듯 싶다.

사월이와 린아의 갈등은 너무 전형적이다. 이를 드러내고 해소하는 사건과 대화도 성글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서사의 유려함을 찾기 쉽잖다. 대화로 서사를 이어가는 것. 결국 자잘한 에피소드로 이야기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나마도 몰입하기 쉽지 않다. 특히, 린아를 설명하는 초반부의 장면이 너무 불친절하다. 생소한 환경과 원치 않는 삶의 방식에 던져진 5학년이라면, 이런 퉁명스러움과 얹짢음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 같은 시작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많은 것을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든다.

어린이들과 읽을 책으로써, 이 책이 가진 미덕은 망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비눗방울로 형상화한 독특한 장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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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 수학 수업 - 수학적 센스는 어떻게 자라는가 가르친다는 것 1
김진형 지음 / 천개의정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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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면, 미리 사교육에서 방법과 유형을 연습하고 온 학생에게 어떻게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 것인가, 이다.

그러나, 실은 이 책 안에는 자연스레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암시하고 있다. 이 책은, 교실 수학 수업에서 ‘왜’를 시도하는 다양한 국면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대안교육 뿐만 아니라 공교육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철학이다. 자꾸 다음 과정, 다음 단계, 다음에 배울 내용을 염두에 두느라 완성시킬 생각에 골몰하는데, 수학의 완성은 문제의 풀이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것, 그 자체이다.

특히 공교육에서, 초등학교 단계까지라도 문제 풀이의 교수-학습 과정은 지양되어야 한다. 하나의 문제 상황을 앞에 두고, ‘어떻게’에 ‘왜’를 짝지어주며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해결해가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반복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공교육 교사로서, 우리 교실에서는 이런 철학을 가지고 배움을 엮어나가고 있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 잘 하는 이전에’ 상태를 만들고자 함에는 아직도 모자람이 많다. 이 책은, 대안학교의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다는, 교육 자체의 방향성을 짚어본다는데에 의미가 있고, 이는 대안교육도 공교육도 다르지 않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아직까지 6학년 교사 경험 밖에 없는 처지여서, 비록 초중고 자녀를 두고 있지만, 다른 연령대의 배움을 이루어 가는 것에 대한 경험이 적은 찰나에, 발도로프학교의 종단적 배움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 두 지점정도 궤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이 책에 담긴 철학과 방향, 다양한 국면을 짚어보며 2022학년도의 우리 교실 배움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특히, 아직도 마지막 지점에서는 교사가 주도권을 쥘 수 밖에 없는 교육과정 운영을 해 왔는데, 올해는 최후까지 어린이들이 배움의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 배움을 구성해 갈 수 있도록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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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상 성취기준-성취수준을 이와 같이 해석하면, 대안 교육이 하는 것과 같이 공교육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결국, 교육과정 문해력의 문제이다.

이 말이 참 맞다. 우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도록 해야 하며, 그 때 배우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옛것이 된 것이 아닌, 스스로 배움을 구축하고 구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교단에서 이를 시도하고 시행하는 교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수학 교과에서 만큼은 방법과 유형을 연습시키느라 배움을 배우도록 이끌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수학 교과야말로, 배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나 때문에 내 반 어린이가 국어에, 사회에, 미술과 체육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놓는다면 이를 아쉬워하고 안타까와하면서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면서, 왜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 때문에 수학에 흥미와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면서는 ‘그래도 난 할 만큼은 했어’라면서 회피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부터 누가 일정 수준에 미달되거나 뛰어나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이란 ‘그 아이의 부족한 면으로 파악하기보다 현재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살피는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는 처음에 이런 관점을 세워가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배려라고 여겼지만 지날수록 교사를 위한 장치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 아이에 대해 내가 내리는 평가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교사 중심적인지 놀라게 되었고, 나의 시선을 조금씩 넓혀 더 다양한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아이는 두 자리 수끼리의 곱셈이 안 되니 이 연습을 많이 시켜야겠다‘라고 단정하기보다 ‘한 자리와 두 자리 수의 곱셈이 되는 걸 보니, 10의 자릿수에 대한 이해가 있구나‘라고 아이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면 무엇을 연습할지 그 해법이 나온다. 즉 두 자리 수끼리 곱하는 경우에는 10의 자리끼리 곱해 100의 자리가 된다는 것을 아이가 이해할 지점부터 연습하면 된다. 이렇게 접근하면 아이나 교사의 조급증이 사그라들고,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 자신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 P218

‘아이들은 배우는 것을 배우러 학교에 온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걸 해결하는 법을 배우러 온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이처럼 쉽지 않은 과정을 기꺼이 교사와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교사가 할일은 이들이 그 힘을 키우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풀이의 교육적 가치가 아니라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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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우리가 해 온 경험을 토대로 우리 몸을 스탠-바이하도록 기능한다. 갈증 해소에 대한 실제적 작용 없이도, 이미 뇌는 우리 몸을 갈증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놀랍잖은가. [우리는 우리 뇌다].

아마도, 피아제의 용어라면 동화와 조절일 것이다. 이는 보통 유아기 학습을 설명할 때 나오는 용어이지만, 뇌의 학습은 평생을 이어간다고 볼 때, 우리는 배움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의 머릿속 정보가 외부세계의 데이터를 압도하는 경험 말이다. 군중속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았는데 다시 보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는가? 핸드폰이 울리지도 않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낀 적이 있지는 않은가? 어떤 노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계속 흥얼거린 적은 없는가? 신경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당신의 일상적 경험이란 외부 세계와 당신의 신체가 주는 제약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뇌가 구성하는 ‘주의 깊게 제어된 환각 halucination’이라고 말이다. (중략) 이것은 뇌가 감각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상적인 방법이며, 당신은 이런 과정이 일어나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중략)
이 경험을 구성하는 전체 프로세스는 ‘예측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빛의 파동이나 화학물질을 비롯한 감각 데이터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주변 세계의 실시간 변화들을 감지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몸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변화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는 몸의 장기와 호르몬을 비롯한 다양한 신체 시스템에서 관련 데이터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감지하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가 감각을 이런 식으로 경험하지는 않지만, 뇌는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신체를제어한다.
하지만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마라. 대신 당신이 목이 말랐을 때 물 한 잔 마셨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고 나서 몇 초 이내에 갈증이 줄어 들었을 것이다. 이 현상은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물이 혈류에 도달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물을 마시고 몇 초 만에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의 갈증을 해소했을까? 바로 예측이다. 뇌는 마시고 삼키는 행위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물을 마시면 느끼게 되는 결과를 예상해서 수분이 혈액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훨씬 전에 갈증을 덜 느끼게 한다. - P110

하지만 실제 이야기에서 군인의 뇌는 잘못된 예측을 했다. 실제로 만난 것은 손에 막대기를 든 채 소떼를 몰고 가는 소몰이 소년이었는데, 군인의 뇌는 총을 가진 게릴라 무리로 예측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뇌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외부세계의 감각 데이터를 통합해 자신의 예측을 수정하고, 소년과 소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경험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예측은 군인의 뇌에 심어져 다음번 예측을 개선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선택에 멋진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이것을 ‘학습‘ 이라고 부른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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