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의 최종이 인간이다, 라는 생각은 진화론적 가설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진화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분기점이 있겠지만, 그 과정은 결코 반복될 수 없다는 것이 진화론적 가설의 중요한 아이디어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저 다른 동물들이 진화한 것처럼 진화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는 것, 익숙한 것, 하던 것에 머무를 경우 뇌는 더 이상 복잡함의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뇌의 가소성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고 뇌가 굳어져 버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뇌의 허브 간 연결을 자유로운 경로로 휘몰아치도록 하기 위해서 - 축중 - 라도 항상 새롭고 생소한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자연선택은 우리를 향해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특정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적응력을 갖춘 흥미로운 동물 한 종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이 인간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다. 동물들은 각자 독특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적응한다. 당신의 뇌는 쥐나 도마뱀의 뇌보다 더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르게 진화한 것이다. - P51

복잡성이 높은 뇌는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 뇌는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하는 식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 전기와 소용돌이치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필요할 때마다 재구성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기억remembering‘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모아서 ‘조합assembling’ 하는 것이다. (중략) 당신이 같은 기억을 불러올 때마다 당신의 뇌에서는 매번 다른 신경세포 덩어리들이 그 기억을 조합해 냈을 것이다(이것이 축중이다).
더 복잡한 두뇌는 또한 더 창의적이다. 복잡한 뇌는 과거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일에도 대처할 수 있다. (중략) 복잡한 두뇌는 변화하는 환경이 시시각각 다른 신체예산을 요구하는 것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수많은 기후와 다양한 사회구조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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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최종렬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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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계명대학교 최종렬 교수가, [복학왕]이라는 웹툰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방대 재학생, 졸업생, 졸업생의 부모 29명을 인터뷰한 후 이를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서사적 인터뷰’를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비록 사회학과 재학생/졸업생으로 특정되었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과거와 현재의 자신에 대해 두텁게 진술함으로써 2, 30대 청년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렇게 들여다 본 삶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세대 대립 담론과는 조금 다른 양태를 띄고 있지 않는가 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 지점입니다. 이는 2, 30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수도권 중심의 해석이며, 지방의 삶은 조금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지점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사는 곳이며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 중심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수도권의 삶 또한 과대대표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 아래에서 지방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젊은이의 삶을 분석하는 것은 제대로 된 결론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저자는 건네는 듯 합니다.

지방 젊은이의 살아가는 방식을 저자는 ‘성찰적 겸연쩍음’이라는 단어로 정리하는 듯 합니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아래에서, 지방의 젊은이들은 선호의 언어를 쫓기보다는 가족주의의 언어를 쫓으며, 유사가족적 문화를 제공하는 대학이나 반 대학 성격의 집단으로 구성된 가족적 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데 익숙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습속은 계속 회귀적이며 이는 안온함과 평안함을 제공하는 자리가 되어줍니다.

저자의 걱정은 아마도, 이러한 삶이 대를 이어갈수록 결국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려 갈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아래에서 가족 공동체를 이루며 가부장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지방대 재학생/졸업생의 아버지는,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경제 질서 아래에서 외벌이로는 가정을 꾸려나갈 수 없음을 뼈져리게 실감합니다. 결국 가부장적 인식 아래에서 돌봄노동을 전담하던 어머니는 가계를 위해 가정 바깥에서 경제 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돌봄노동과 경제활동을 함께 하는 ‘가모장’적 삶을 영위하며 가정의 교육에 대해 믿음이라는 이름의 방기에 도달하게 됩니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아래에서 형성된 가족 공동체는 결국, 이러한 부모의 희생과 헌신(과 방임) 아래에서 성장한 자녀들을 품게 되면서 이들에게 경제적인 지지대가 되어주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 지방대 재학생과 졸업생은 홀로서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지방에는 이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 줄 시스템이 빈약합니다. 선호의 언어를 쫓는 지방대 졸업생은 더 나은 성취(와 경제적 자립)를 위해 수도권으로 상경하지만, 이의 실패는 결국 다시 가족 공동체로의 회귀와 공고한 경제 공동체 - 그러나 그 기반은 한없이 취약한 - 안에서 지지받는 삶으로 귀결됩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에서의 저자는 서사적 인터뷰를 최대한 정제된 목소리로 간추려 분석하지만, 이 책의 부제처럼 결국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목소리로 점점 커져만 갈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세대 담론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책은 따라서 이 이야기들 이후의 과제를 스스로에게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커져만 가는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는 결국, 어느 시점에서 파열음을 내며 주저 앉을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서울에서 나서 자라고 생활해 온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하였고, 그러나 감히 이런 거대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엄두도 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저자 혹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이어받은 다음 책 혹은 저작물을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의미있는 독서가 되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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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삼백여쪽 넘는 분량에 켜켜이 서사를 쌓아올린 느낌이다. 다양한 사례의 중첩은 이 주장을 설득력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 세대들이 겪는 고통이 기성세대 탓이라는 세대 전쟁 담론이 수입되었다. 예를 들어 박종훈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인 기성세대가 에코붐 세대(1979~1992년생)인 미래 세대의 밥그릇을 훔쳤다고 주장한다. (중략)
일종의 세대 환원론인 세대 전쟁 담론은 선한 청년 세대가 악한 기성세대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는 것처럼 그린다. 그래서 악한 기성세대의 몫을 빼앗아 선한 청년 세대에게 나눠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은 착각을 심어준다. 분명 누군가 이 프레임을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은 빈곤한 부모와 빈곤한 자녀의 ‘쌍봉형 가난‘ 이 두드러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이러한 세대 전쟁 담론은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의 ‘정치경제적‘ 갈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물론 어느 시대나 그러한 정치경제적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지방대생 부모와 지방대생 졸업생을 연구하면서 세대 전쟁 담론이 서울 내지는 수도권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획득한 자료를 통해 볼 때, 지방에서는 정치경제적 차원의 세대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문화적 차원의 세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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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이야기이다. 좁은 가족주의 언어… 가 지방이라서 더 좁다는 느낌이 드는 사례가 책에 가득하다.

결국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지방대 졸업생들을 가족주의 언어 속에 가둔다는 혐의를 계속 가지게 된다.

가족주의 언어와 선호의 언어가 상호 침투할 때에는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때로는 가족주의 언어를 선호의 언어 안에 넣어 해석한다. 어떨 때는 선호의 언어를 가족주의 언어 안에 집어넣어 해석한다. 이런 과정에서 둘이 하나로 결합해 더 큰 공동체의 언어로 나아간다. 선호의 언어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의미한다면, 가족주의 언어는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를 뜻한다. 지방대 졸업생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좁은 가족주의 언어 안에서는 온전히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더 큰 공동체를 꿈꾸게 된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공동체의 연대와 닮아가고, 공동체의 연대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담보한다. 서로 보강한다. 이 경우 지방대 졸업생은 개인의 선호와 가족의 행복을 넘어선 더 큰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좋은 삶을 기획하게 된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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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 - 특별한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가는 물꼬방 교사 6인의 기록 배우는 사람, 교사
김병섭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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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년 동안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연계 배움에 대한 많은 책과 글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의 수업 기록들과의 차이는 커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배움/수업에 관련된 책이나 글을 읽을 때에는 세 가지 정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교사의 배움 철학이 드러나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첫 장의 글에서는 배움에 대한 교사의 철학에 오롯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정성이 학교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것과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학교가 추구해야 할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넘어선 배움의 공공성이다. (104쪽)


결국 성취기준을 해석하고 이를 배움으로 설계하는 것은 교사의 철학이며, 이것이 드러나지 않는 배움이라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원격 등교가 교실 등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던 당시의 많은 수업/배움 이야기들에서는 교사의 철학은 고사하고 테크니컬한 이야기만 잔뜩 드러나는 것을 본 바 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구글 클래스룸 같은 것의 사용 후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도구가 철학에 부속되어야지,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무엇을 배우는/배웠는지가 드러나는가


이 책에 마침 시 수업 이야기가 두 장이나 들어가 있어서 내심 기대하였다. 그러나 좀 아쉬움을 느꼈다.


교사가 활동을 목적한 까닭도, 활동에서 사용한 제재도, 활동의 얼개도 있지만, 결국 그 활동이 성취기준의 무엇과 연계된 것인지를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 근래, 근무하는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교사의 담당 학년은 달라지는데 교실에서 하는 활동은 한결같다는. 결국 학년 간 계열성이 무너진다는 말이다. 예컨대, 근무하는 학교에서 5학년 외부강사 활동으로 배드민턴을 몇 년 동안 해 왔었다. 그런데 네트형 게임인 배드민턴은 6학년 과정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5학년 때도 하고 6학년 때도 하면 되지 않는가. 물론 그래도 되지만, 5학년 때 해야 할 성취기준 상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책의 다양한 활동들이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의 어떤 배움에 근거한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전문성은,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 그 위계에 기반할 때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3. 선남선녀들만 드러나지는 않는가


거칠게 말하자면, 교사가 엉망진창인 활동을 하여도, 누군가는 찰떡같이 배워가는 곳이 바로 교실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속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기가 막힌 결과물을 생산하면 그것이 배움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의 설계·운영 결과 드러나는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고 이를 토대로 배움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다음 배움이 더 나은 것으로 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례 중 많은 것들이 좋은 부분만 드러난다.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수업은 그럴 수가 없다. 이 책에서도 그 일면이 드러나지만, 그저 일방항의 동영상 강의만 들었을 뿐, 배움에 오롯이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것을 어떻게 고민하는가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배움으로 학생을 이끌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이 책은 여섯 분의 교사들이 2020년 한 햇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수업한 것을 기록한 옴니버스 식의 구성물이다. 어떤 분의 수업은 일개 독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내용으로 꽉 찼고, 어떤 분의 수업은 그 철학에 갸우뚱하지만 학생들의 배움이 잘 드러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분의 수업은... 글쎄, 국어과 전공이 아닌 초등 교사의 눈에도 조금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책의 에필로그 정도로 저자들의 간단한 협업 결과물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저자들은 과연 서로의 수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런 점이 교사 공저 혹은 교사 다수의 연수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다. 한 권의 책에 같이 이름을 올렸는데,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짧디 짧은 저자 서문으로 갈음하는 책은 과연 일개 독자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어쨌든 서가에 두고 다시 읽을 요량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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