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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인류와 함께 해 왔던 많은 도시와 자연과 구조물들이 점점 유적지라는 이름으로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조금만, 조금 더 멀어지면 아마도, 이 책의 제목처럼 사라져버려 더 이상은 찾을 수 없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보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들은 운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디지털 텍스트의 시대이고, 비록 나는 종이로 보았지만 누군가의 어딘가에는 디지털 방식으로 아카이빙될테니, 그 이름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이름을 잃은 곳도 많을 것이다. 인간이 키워 낸 테크놀로지는 이들의 존재를 지우는 대신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한 듯 하지만, 그것은 최근의 일일 뿐, 다만 얼마 전까지는 기억도 하지 못한 채 너무나도 많은 것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도시, 자연, 구조물을 두 세 장의 지면에, 그나마도 큼직큼직한 사진 몇 장과 지도를 함께 실어, 어찌보면 불친절해 보일만한 구성을 갖고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빽빽하게 소개하면 좋으련만, 이 책은 많은 부분을 덜어낸 채, 간결하게 소개하고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돋고, 역마살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꼭 가 보리라. 비워진 여백을 내 발과 눈으로 채우리라.
좋은 책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이미 지워져버린 많은 빈 공간 사이에 군데군데 자리잡은 텍스트는, 묘한 독서의 느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