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미학
노영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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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교대 1학년 때, '동서미술'이라는 수업을 들을 때부터 습니다. 학교 다닐 때 미술에 전혀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고, 재주도 없어서, 그냥저냥 12년을 보냈더랬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니, 미술에도 조금 더 흥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동서미술' 수업이 참 좋았습니다. 덕택에 - 과제 때문이긴 했지만 - 간송미술관 전시도 다녀왔고, 불교 미술이나 한국 미술의 여러 작품들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틈틈이 이런저런 미술 관련 책들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한국 미술사 강의 1], [반고흐, 영혼의 편지],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 [개념 미술(한길아트)],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그리고 얼마전에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미술]이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구요. 그러다가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를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나게 읽다가 흐름을 놓쳐서, 그리고 흐름을 놓치니 다시 따라잡기가 어려워서, 다시 도전하기 전에 다른 책을 먼저 봐야겠다 싶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이 책, [처음 만나는 미학]을 우연히 서점에서 보고는 읽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되지, 뭐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붙이는가 싶으시겠지만, 실은 책을 읽은 후에 책에 대해서 별다르게 두드릴만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두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책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에 위에 주욱 이야기했던 책 중에, 꼭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고 한다면 저는,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과 [서양미술사] 그리고 이 책을 꼽아서 다시 읽어볼 듯 합니다.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이 난해하거나, 문장이 지저분하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히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미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진, 선, 미에서, 진에 해당하는 부분이 존재론과 인식론의 영역이고, 선에 해당하는 부분이 정의론의 영역이라면, 미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책 한 권에 펼쳐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진과 선에 종속된 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18세기 이성주의가 발생하면서 인간의 이성에 - 혹은 인간 자신에 - 기댄,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미에 대한 사변은 진과 선에 대한 논의처럼 점차로 독립된 영역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입니다. 


그렇다보니, 이 책은 철학과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철학자들의 사변의 대상이 되었던 진과 선처럼, 그에 딸린 미에 대해서 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하고 밝히고 탐구하고 집중해온 그런 이야기들이 책의 내내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의 미덕은,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미학적인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술술 잘 읽혀내려간다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처음 부분에는 미학에 대한 개관을 하면서 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소개하고 있고, 그 이후부터는 시간의 흐름대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미에 대하여 철학자들은 - 사람들은 -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의 특징은, 각 장마다 하나 이상의 영화를 소재로 하여, 영화 속의 미학적 관점, 그리고 그런 관점을 사유한 사람들의 사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보지 않은 영화라도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보려는 영화였다면, 영화의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이야기하고 있으니 피하는게 좋겠지요.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저자의 생각에 미학이 개입하는 지점이라고 하는 영역을 소개한 후에, 그 이야기를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영화평론이 아니기 때문에, 도입부의 독자의 흥미를 낚아채기 위한 가벼운 도구 정도로 영화를 사용할 뿐이어서 그리 크게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미학적 관점에 대하여서는, 문외한의 독자이기 때문에 감히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문외한의 길잡이 도서로써 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철학사적 지식이 있다면 더 쉽게 다가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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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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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연말에,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찾았고, 이 책이 답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목은 [국보순례]이지만, 여기에서의 '국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지정한 문화재의 의미가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뛰어나고 기억할만한 국가적 보물로써의 '국보'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국보', '보물', '사적'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는, 작가의 견문에 따라 작가에게 의미있는 보물들을 모아서 쓴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인 유홍준 교수의 안목을 믿는다면 한 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 될터이고, 저는 유홍준 교수의 안목에 항상 경탄을 금치 못하는 편이라, 가볍게 읽는 독서 중에서도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림/글씨', '공예/도자', '조각/건축', '해외 한국 문화재'가 바로 그것인데요. 아무래도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로 지정되어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는 작품 중심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다보니,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꽤나 많았습니다. 


신라의 주요한 릉/총에 대한 소개라든지, 보길도 부용동에 대한 소개, 안동 묵계서원이라든지 굴산사터 당간지주 같은 곳은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안목이 빛난다고 할까요. 저자의 유명한 책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그런 곳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요. 정선 아우라지 같은 곳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도 그런 소개가 틈틈히 등장하여 독자의 역마살을 자극하네요.


그 중 주요한 부분은 '해외 한국 문화재'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국보'나 '보물' 등에 초점을 맞추는 책의 경우, 아무래도 해외 문화재에 대해서는 소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그런 해외 소장 한국 문화재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으며, (저자 특유의 서술 방법인) 유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슬쩍 담아둠으로써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신문 지상에 연재하던 글이라, 사진 한 면에 글 한 면으로 총 두 면의 지면을 하나의 문화재에 할애하고 있다는 측면입니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쉬움은 없습니다. 짧은 글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함께 실린 사진들이 시원시원하고 볼만합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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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보
이광표 지음 / 컬처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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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의 교보문고에를 자주 갑니다. 잦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쯤 갈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면 자기들이 보고싶은 책 - 주로 만화, 그림책류를 보죠 - 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책을 봅니다. 그러면 저는 눈에 들어오는 책이 뭐 있나 둘러보러가고, 와이프는 의자 같은 곳에 앉아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책을 보다가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 사라고 손짓을 하는거죠. 그러면 책을 열어 목차를 봅니다. 무엇에 관한 책인지 주욱 보는 것이죠.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사기가 그러면 사진을 찍어서 스크랩해두고, 만약에 정말 확 꽂히면 사곤 합니다.


전에는 보통 스크랩만 하고, 막상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할인도 해주고, 적립금도 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그냥 사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곧잘 사다보니까 지금 프라임 회원인데, 이게 꽤나 괜찮은게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1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합니다. 괜찮죠. 요즘같은 때에, 주차를 그래도 1시간이나마 그냥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가 아니겠습니까. 만 원 이상 책을 구매하면 2시간까지 무료로 주차를 하게 해 줍니다. 이러면 책도 좀 보고, 간식도 좀 사먹고, 아이쇼핑도 하고... 그래서, 주차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서 책을 그냥 구매하는 것이죠. 


이 책도, 일전에 드라이브삼아 광화문까지 갔다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스크랩해두었던 책을, 얼마 전에 교보문고 분당점을 가서 주차비 겸하여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실패한 책입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을 슬쩍 보았을 때에는 참 좋아 보였습니다. 국보 자체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국보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서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슬쩍 본 부분이 익산 미륵사지 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일부가 허물어져 콘크리트로 거칠게 땜질해 둔 서탑을 얼마전부터 복원 중인데, 마침 이 책에서 복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잘 써두었고,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이 책을 꼭 사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스크랩해두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사서 읽어본 후에, 그게 전부였구나, 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판이 훌륭하지도 않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만 검색해보아도 찾을 수 있는 사진들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국보 자체에 대한 내용이 충실하지도 않습니다. 간단한 소개는 인터넷 검색으로만 검색해보아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소개입니다. 국보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을 소개한 부분은 세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자 자신의 의견에 깊이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하나의 문화재를 둘러싼 보존과 활용의 논란 같은 것에서, 저자는 한쪽 편을 들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대한 근거나 까닭이 단편적입니다.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의견인 셈이죠. 꽤나 두꺼운 책에, 저자의 조금 더 세밀한 조사와, 논란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의 깊이 있는 청취 및 저자의 사려 깊은 의견을 기대하게 되었는데, 제가 서점에서 잠시 서서 읽어본 부분인 미륵사지 탑에 대한 부분 말고는, 그런 것을 잘 느끼기가 어려웠습니다. 


한 편, 저자의 욕심이 과한 부분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는 생각 말이죠. 책의 말미에는 같은 듯 다른 국보들을 비교한 장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저자가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문화재에 대한 이해라기 보다는, 문화재에 대한 여러 이해들을 가져다두기만 함으로써 글 자체가 평면적이며, 표면적으로 느껴진다는 생각.



그래서, 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이 책을 중고로 처분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알라딘에 팔기'까지 알아보았지만, 38,000원에 산 책을 9,000원에 팔 수는 없어서 - 9천원의 값어치는 하는 책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 그냥 일단 가지고 있기론 하였습니다. 다만... 서명도 하지 않았고 -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 표면 다음 장인 책의 첫 내지에 제 서명을 합니다 - 책도장도 찍지 않았습 - 책을 다 읽으면 책의 윗부분에 책도장을 찍고 읽기를 마친 날짜를 적어 둡니다 - 니다. 


혹은,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도했나,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러나... 3만 8천원짜리 책에 대해서는 조금 과도하게 기대를 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함께 해 보게 됩니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갈수록 의무적인 읽기가 되어버린 듯하여 아쉬운 독서였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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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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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1학년 때, 한창 미술에 관련된 책들을 읽던 그 때, 진중권 씨의 책 [서양미술사 1]을 샀더랬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책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네요. 

 

 

이 책을 쓴 진중권 교수는 미학자이지만, 실제로는 미학자로서의 존재감보다는 사회평론가로서의 존재감이 더 커 보인다는 생각을 가지게하는 인물입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미묘하게 갈리는 부분에서 진보적인 방향에 서서 파쇼적인 주장과 행동에 대해서 분연히 발언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엄혹했던 이명박 정부의 시절동안, 100이 아니면 0이라는 그 강력했던 입장을 조금은 완화시켜나가기도 했지만, 여하튼 아직도 '싸움닭'이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게 남아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학자로서, 진중권 씨의 책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서는 원칙의 편에 서서 촌철살인하는 언어를 마구 쏘아대지만, 미학자로서 작품과 작품 외적인 평론에 있어서는 절제된 언어와 표현을 통해 정확하게 이야기하려는 바를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 [서양미술사 1]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로부터 19세기 신고전주의까지의 유파를 정리한 책으로써, 세간의 진중권 씨에 대한 평가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독특한 부분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미술부터 중세 시대를 거쳐서,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와 바로크/로코코 시대를 거쳐서 신고전주의까지, 유명한 평론가의 평론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론가란, 제 생각에는, 자신이 가진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평론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그림이나 책, 작품을 보던지간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사유하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평범한 독자로서 머물수 밖에 없는 까닭은, 우리는 그러한 우리의 사유를 다른 사람에게 공명하게 할 능력이, 혹은 통찰이, 또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능력 또는 통찰, 혹은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이를 평론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학자로서, 저자는 자신의 평론가적 통찰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앞서서 평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이들의 통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주는 것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진중권 씨 자신의 목소리로 고대 그리스부터 신고전주의까지를 훑어 내려갔어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저같은 미술의 문외한은 누가 이야기를 하더라도 수용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하지 않고, 자신보다 (어찌보면) 더 권위있는, 먼저 통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평가함으로써, 문외한들이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쳐다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고전주의니, 바로코/로코코니, 신고전주의니, 모던이니 하는 다양한 미술 유파들에 대한 생각은, 이미 당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능력있는 평론가들에 의해서 샅샅이 살펴진 바 있습니다. 저자가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런 먼저 지나간 이들의 목소리를 빌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을텐데, 차라리 먼저 통찰한 글들을 베이스삼아 자신의 생각을 양념처럼 뿌려둔 글들이 저같은 이들이 차후에 다른 견해와도 조금은 쉽게 비교/대조해 볼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책은 조금 어렵습니다. 러시아의 역원근법에 관련된 이야기는 도무지 어려워서 두어번 다시 읽은 듯 하고, 이해해내었지만, 며칠 지나니 '무슨 이야기였던가'라는 상실감이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도화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조금은 친절하게, 고전주의와 바로크/로코코, 신고전주의 등을 잘 비교해 줌으로써, 낭만주의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복잡다단하게 등장하는 유파를 조금은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해 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조금 재미없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많은 조형물들은 작품 수가 작아 그 이야기가 뻔한 구석이 있고, 중세시대에는 형이상학적이라 피상 이상으로 들어서기를 망설이게 합니다. 원래 그 시대들이 그랬나봅니다. 조금 더 다이나믹한 시대에 관한 책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결국 [서양미술사 2]도 사고야 말았습니다. 신고전주의의 이후부터 다룬다는, 2008년 초판과는 표지가 달라진 - 구성은 그대로겠죠? - 두 번째 권도 기대를 가지고 읽어볼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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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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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생 신분으로 지낸지 올해로 물경 13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삼분의 일이 꼬박 학부생 - 대학원에는 발도 못 디뎌보았군요... (쿨럭) - 신분이었으니 짧지만은 않은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지난한 대학생활 중,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첫번째 독서를 꼽자면 단연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하, 답사기)]입니다. 


저자인 유홍준 씨는 문화재청장을 지낸 학자입니다. 물론, 저자가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던 임기 말에 숭례문 전소 사건이라는 센세이션한 사건이 있었기에 그 임기를 호평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야말로 저같은 이에게 우리 땅과 우리 문화가 소중하다는 것을 깊게 새겨볼 수 있게 한 계기를 마련해 준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학자가 꿈이었습니다. 비록 대입원서를 쓰는 와중에 부모님과의 마찰로 원하는 역사학과로의 지원은 좌절되었지만, 누구보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를 사랑하는 이라고 감히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러나, [답사기]를 읽으면서 제 자부심이 그다지 내세울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더랬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역사는 사건으로의 역사, 연대기로서의 역사일 뿐이었지, 삶의 한 조각으로서의 역사, 나를 감싸고 있는 역사는 아니었던 것임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무수한 연대와 사건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곳에서 그 시간에 살았을 이들의 삶과 사랑과 아픔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는 것을 [답사기]를 통해 알게된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땅을 조금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 준 책, 그 책을 쓴 저자가 작년 말에 새로운 한국미술사 통사를 출간했다는 것을 전해듣고는 한달음에 사서 두달음에 읽다가, 마지막 부록을 남겨둔 채 신학기를 보내던 중, 비로소 오늘 부록 몇 페이지를 읽어버리고는 짧은 감상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유홍준 씨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이하, 강의)]의 감상평입니다. 



지난 4월 초,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 대전에를 방문하게 될 일이 생겼습니다. 결혼식이 점심 언저리인지라, 조금 일찍 출발해서 공주를 들렀다가 결혼식을 보고 부여를 들러 집에 올 일정을 계획하였는데, 시간이 여의찮을 듯 싶어 오전은 대전을 둘러보고 결혼식 후에 공주만 다녀오고 부여는 다음을 기약하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무녕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 그리고 공산성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저는 와이프에게 무녕왕릉과 웅진 백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이 책, [강의]의 덕분입니다. 


[강의]는 선사시대 유적부터 통일신라, 발해 시대까지의 미술 작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 스러졌을 많은 회화 작품보다는, 아무래도 조각들을 주로 다루고 있고, 그 조각들이 자리잡고 있던 사찰과 고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강의]는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고조선), 원삼국시대와 삼국시대, 그리고 남북국시대를 아우르는 중에 우리 조상들의 생과 사를 보여주는 사찰과 고분들, 그리고 그 곳에서 산 자와 죽은 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벽화와 불상과 상징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유물과 유적으로서의 미술 작품이 아닌, 살아온 나날의 흔적을 담뿍 담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십 수년 전에 읽었던 [답사기]의 일정부분 영향을 받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답사기]를 읽으셨을터라, 그 책 속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흔적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다들 공유하고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 땅 곳곳에 흩어져있는 무수한 조상들의 흔적 속에 잠시 몸두고 오는 것만으로도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을 벅차게 느낄 수 있음을 많은 분들이 동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답사기]보다는 훨씬 딱딱하고, [답사기]에 나왔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는 많이 배제된 편입니다. 아무래도 책이 쓰여진 목적이 미술사 통사의 목적이라 그렇겠지요. 그러나, 나오는 도판이 계속 [답사기]와 오버랩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상기시켜준다는데에서, 특히 [답사기]를 뜻깊게, 재미나게 읽으셨다면 읽어보셔도 무방하리라 생각하며,


공주 무녕왕릉 앞에서 와이프에게 세세한 설명으로 멋진 남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저처럼, 조금은 도움이 되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홍준 씨의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한 번 다녀온 장소는 한 번 더 다녀오도록 하자.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에 끝낼 생각을 하고 가서는, 설명을 주룩주룩 읽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고 오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마음 편하게 몸두고 둘러보다가 와서는, 다음을 다시 기약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아직 아이들이 어린터라 유물과 유적지를 몸으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몸두는 습관을 들이다보면 자연스레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그리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하여 유물과 유적지에 대한 조금 더 나은 앎을 얻고 몸둬볼 수 있어 흐뭇하게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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