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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연대기 - 훈민에서 계몽으로, 계몽에서 민주로
최경봉 지음 / 돌베개 / 2025년 10월
평점 :
이러저러 읽었던 한글 관련 책 - [한글의 탄생], [훈민정음-사진과 기록으로 엮는 한글의 역사] - 들이 한글 자체에 초점을 두고 기술해 나간다고 한다면, 이 책은 한글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깃 거리를 찾아 연대기 방식으로 주요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사람과 사건에 대한 기술이 많은 편이다. 예컨대, 맞춤법 구축의 과정, 한글을 기반으로 한 전신부호나 점자, 지문자 등의 수립 과정, 국어사전 편찬의 역사 등등등을 주요한 사건 및 인물과 함께 연대기 순으로 늘어 놓는 것이다.
당연히 한글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여 주고 있다. 기존의
한글 관련 책들이 주된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가령, 한글 맞춤법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기술하며 조선어학회와는 약간 결이 달랐던 조선어학연구회 관련 사실을 병치하면서 맞춤법 수립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고민들을 깊고 넓게 보여주고자 한다. 연대기적 서술이 이를 가능케 하였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보니 여느 한글 관련 책들에서 다루는, 제자원리 등을 설명한다든지 하는 한글 자체에 대한 기술, 훈민정음 혜례본과 관련된 이야깃 거리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한글 전용론, 한글 맞춤법 통일안, 국어사전 편찬 등 다양한 한글 주변의 이야기를 얹고 있고, 심지어는 타자기, 핸드폰 자판 등 한글을 표기하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들고 있다. 그러면서 한글을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통해, 한글의 더 나은 사용을 두고 고민했던 학자와 시민의 관점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술한 책들을 먼저 보고, 한글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원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한글 자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언어 사용자로서 한글이 놓여진 세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의 효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굉장히 재미난 독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