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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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학에서 법학 및 철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다채로운 관점에서 철학거리를 풀어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법철학, 이라는 표현이 몇 번 등장하지만, 법철학적 관점으로 철학거리를 풀어내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법의 필터를 철학 프레임 안에 넣어 보는 일도 심심찮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철학사의 흐름에 기댄 여타의 철학 교양서와는 다른 방식을 띄고 있다. 어린 자녀들과의 일화 속에서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유거리들을 이리저리 짚어내다보니, 일견 정리된 방식의 흐름을 꿰어내기가 쉽잖다. 그러나… 이미 단정한 류의 철학 교양서들이 너무 많은 탓에 이 책의 이리저리는 오히려 신선한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의미있는 지점은, 동시대의 동료 학자들을 꽤나 많이 불러세운다는 점이다. 고전 철학자들의 사유가 철학 교양서의 주된 흐름을 이루는 것이 보통인 상황에서, 저자가 불러낸 동시대 철학자의 사유는 그만큼 지금 시대의 철학거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저자는, 논란이 되는 현재적 이슈에 대해 무지갯빛 색채를 기저에 두고 있는데, 일견 이는 저자의 현재적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저자는 유태인으로 무신론을 견지하고 있다. 자신에게 문화적 배경을 제공하는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이를 가능케한 종교적 신념에는 가 닿지 않는 모양새이다. 게다가 유태인은 미국의 청교도 기반 사회애서도 그리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새이다. 저자의 전반적인 관점이 그러할 수 밖에 없다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아무튼.

오랜만에 꽤나 재미나게 읽은 책이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이리저리 많이 얻어내었다. 출퇴근길 혼잡스러운 대중교통 이동 중에 읽기에는 볼륨이 약간 있지만, 여하튼 즐거운 독서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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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은 인식론의 거품과 반향실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두는 주변을 통해 인식한다. 요즘 같은 시대가 아니라면, 가정 안에서 형성된 대부분의 인식은 오래도록 유지되었을 것이다. 물론, 갓난아기 때부터 인터넷을 다루는 것은 아니니, 모든 사람들의 인식은 가정으로부터 비롯되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새로운 인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현저히 커졌다.

그러나 최초의 인식이 새로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갈 여지를 막아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반향실에 들어앉아, 듣던 소리만 듣다보니, 새로운 깨달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일테다. 이를 미디어학에서는 필터 버블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차츰 성장하면서, 반향실 안에 들어앉아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면, 가정 혹은 누군가 강력한 목소리를 가진 이 아래에서 형성된 강력한 반향실 안에서 도무지 나오질 못하는 듯 싶기도 하다.

우리의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과연, 우리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펼치는 강력한 영향력은 과연 진실일까? 나는 상대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존중을 받을 권리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린이 청소년이 어른이 되었을 때, 마땅히 누려져야 한다. 경험적 진실 말고, 각자에게 통용될 수 있는 진리를 스스로 발견하고 누리게 하기 위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같은 말 말고, 정당하게 유예된 맥락에 대한 솔직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시프린의 이론은 내가 행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정당하게 유예된 맥락 속에서는 진실하지 못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프린은 그런 맥락에서 빠져나올 길이 있어야 한다고지적한다. 유예를 풀고 모든 사람이 정직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가정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야 한다. (중략)

갑자기 행크가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아빠가 되기 전에는 알려줄거지? 이의 요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그럼." 줄리가 대답했다. "네가 아빠가 되기 전에 알려줄게."
"그럼 됐어." 행크가 말했다. "나중에 내가 뭔가를 해야 되는 거라면 그걸 미리 알고 싶어. 나는 일을 망치는 게 싫거든." 그러고 나서행크는 요정이 진짜인지 묻지 않고 잠들었다.
행크는 그가 나중에 진실을 알 수 있을지를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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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문이 질문이 되지는 않는다. 간혹 자신의 주장을 질문의 방식으로, 트집을 잡기 위해 등등등.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질문이라는 형식을 빌린다.

문제 속에 담긴 본질을 고구하기 위한 회의주의자들의 끊임없는 의심은 당연히,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그래서, 순수한 질문을 던지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늘 노력하고 있다. 못되게 굴진 말아야지.

그래서 나는 렉스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에 관해 질문해보라고 가르친다. 이 사람은 정말로 이해하고 싶어서 질문을 하는 건가? 이 사람은 증거에 관심이 있는가? 이 사람은 자신의 견해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솔직히 인정할까, 아니면 그걸 감추려고 할까?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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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로 묶어 형식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를 문제 ‘유형’이라 가르치지만, 실상 이것은 추상화 된 사고를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들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수학의 가치는 그런 것이다. 무수히 많은 이차 방정식의 경우를 일반식으로 표현한 후 이를 근의 공식으로 형식화하여 나타내는 힘이다. 그래서, 알고리즘 공부는 반드시 수학적 사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알고리즘이 바로 수학인 것을.

이 사례는 수학이 가장 좋은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일한 방정식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던지는 경우, 공중에 떠 있는 높이의 최대 지점은 속도가 0에 도달한 후 사과가 아래쪽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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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종종 내가 자신들을 나무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 놓고는 아니지만) 성질을 낼 때가 있다. 우리 집 여자들 중 일부도, 내가 화내는 포인트보다, 내가 화를 자신에게 낸다는 자체에 대해 화를 내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때나 화를 내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내가 화를 내는 것에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임을 충분히 인지시킨 다음에, 나는 어린이들에게 나의 나무람은 너를 인격적으로 대하기 위한 것임을 충분히 납득시키고자 노력한다. 어른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물격적으로 대한다면 내가 성질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테니까. 간혹 물건들에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른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까.

어린이들에는 알려주어야 한다. 물론, 나무라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만이어서는 곤란하겠지만. 우리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존재이니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강아지 베일리와 이성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 베일리의 행동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보상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끼리는 이성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반응형 태도는 이성으로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누구에게 화가 났을 때 당신은 왜 그렇게밖에못 했느냐고 나무란다. 그 말을 들은 상대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적어도 그를 물체나 동물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간으로 대하고 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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