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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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268쪽에 잘 요약되어 있다. 우리는 뇌에 자리잡은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자연스레 몸과 생각에 익은 것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 몸과 생각을 이끌어 간다. 아마 이걸 의식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금새 무의식의 강력한 루틴이 우리를 다시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조금 더 나아가고 있는 듯 싶다. 그래서, 결국 그런 무의식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는… 역린을 살짝 터치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의식은 무기력하게 그 자리를 무의식에 양보하여야 하는가.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린 채 달려가는 인생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 의식이 해야하는 일은 무의식의 루틴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식을 무의식과 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을 의식이 관찰하게 함으로써 내가 가는 방향을 성찰하도록 하는 일.

독서가 너무 드문드문 길게 이어지는 바람에 중간중간 사유의 흐름을 놓친게 아쉽다. 영미권에 출간된지 오랜 책을 최근 번역하여 내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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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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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빈적인 기대는 고 남경태 저자의 개념어 사전이었다. 처음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저자가 가진 박학다식함 덕택에 마지막을 너무 재미나게 마무리했고, 이 책도 그런 기대를 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영문학 교수인 저자는 주로, 영어 저작물을 토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아무래도 1차 레퍼런스가 중복되다보니 조금은 루즈한 감도 느껴졌다. 어원에서 시작하여 이런저런 이야기 흐름을 잡아가는 장면이 계속 기시감에 루즈함을 일으키는. 그래도 어쨌든 끝을 보았는데…

독서 말미에, ‘5.16 혁명’ 표현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제시한 ’혁명‘의 첫번째 뜻은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다. 헌법의 범위를 벗어났거나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낸 경우가 4.19혁명과 5.16혁명에는 확실히 해당된다.(p257-258)’

저자가 혁명의 뜻을 너무 나이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16은, 아무리 관대하게 보아도 군사정변 이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시민의 손으로 헌법 상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수립된 정부를, 헌법 상 허용되지 않은 군대의 무력을 사용하여 전복한 것을 혁명이라고 한다면, 이는 혁명의 의미를 너무 나이브하게 여기고 있다는 판단 밖에는 서지 않는다. 혁명이 저항권 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볼 때, 혁명의 반대항에는 민주적 의사결정체가 아닌 것이 놓여진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루즈하던 독서에, 이건…? 이라는 평가를 붙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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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자서전 - 조선의 눈으로 걷다
신병주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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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많이 하지 않고 잡은 책인데 의외로 재미나게 읽었다.

서울과 관련되 책은 꽤 읽었다 생각하는데, 이 책의 차이점은 장소를 메인에 두고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라, 연대기적으로 인물과 사건을 늘어세우면서 서울 이야기 - 주로 지리적 면모 - 를 병치시키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보통 답사기 구성으로 흘러가는 서울 관련 책들이 다루지 못하는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이 나오는데 그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편이다. 장소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니, 다루는 이야기도 눈에 선 것들도 좀 있다. 덕택에 독서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다.

다만, 그렇다보니, 이야기들이 좀 분절적이다. 옴니버스를 엮은 느낌? 내러티브 없는 독서이다보니, 아무래도 이런 류의 책을 주로 돌아다니는데(!) 사용하는 나로서는 쓰임새는 많잖아 보인다. 그래도 재미나게 읽었으면 그것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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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데이터는 가공됨으로써 가치를 갖기 시작한다.

22쪽, 구글 설문지를 만들어서 일부 특정 사용자만 접근 가능한 커뮤니티나 플랫폼에 이를 게시하여 설문을 수합한 후, 이를 절차적 공정함을 갖추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가공하여, 마치 이것이 집단을 대표하는 의견인 양 공표하는 행위가, 사회과학자도, 컴퓨터과학자도 아닌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그런 데이터를 보고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행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데이터‘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데이터 중심의 알고리즘에 기반한 의사결정 시스템의 축약어이다. - P10

"어느 컴퓨터과학자나 엔지니어도 천문학자의 도움 없이 천문학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모형이나 도구를 개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사회과학자들의 참여 없이 사회적 데이터 분석을 위한 많은 기법들을 개발하고 있습니까?"
왈라크는 기계학습 개발자들이 창조한 모형에 편향이 스며드는 방식들을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시에 단지 이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데이터 세트를 연구에 포함해서 생기는 내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예를 들어 트위터 사용자들의 정보를 얻어서 분석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이 데이터는 미국 인구 전체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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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좋다, 는 실제 통용되기 어려운 관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정을 들여다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엘리트 주의적인 능력주의에 기대는 듯 싶다. 부모의 유전자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는 까닭인데… 이를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엘리자베스 앤더슨의 말처럼 "천부적 재능이 떨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득 불평등이 초래된다는 것은 의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소득 격차 대부분은 사회가 일부 사람들의 재능 계발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투자하며, 그들의 성과물에도 큰 차등을 둔 보상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 생산성은 주로 직무 역할에 따르지, 개인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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