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은 인식론의 거품과 반향실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두는 주변을 통해 인식한다. 요즘 같은 시대가 아니라면, 가정 안에서 형성된 대부분의 인식은 오래도록 유지되었을 것이다. 물론, 갓난아기 때부터 인터넷을 다루는 것은 아니니, 모든 사람들의 인식은 가정으로부터 비롯되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새로운 인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현저히 커졌다.
그러나 최초의 인식이 새로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갈 여지를 막아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반향실에 들어앉아, 듣던 소리만 듣다보니, 새로운 깨달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일테다. 이를 미디어학에서는 필터 버블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차츰 성장하면서, 반향실 안에 들어앉아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면, 가정 혹은 누군가 강력한 목소리를 가진 이 아래에서 형성된 강력한 반향실 안에서 도무지 나오질 못하는 듯 싶기도 하다.
우리의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과연, 우리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펼치는 강력한 영향력은 과연 진실일까? 나는 상대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존중을 받을 권리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린이 청소년이 어른이 되었을 때, 마땅히 누려져야 한다. 경험적 진실 말고, 각자에게 통용될 수 있는 진리를 스스로 발견하고 누리게 하기 위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같은 말 말고, 정당하게 유예된 맥락에 대한 솔직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시프린의 이론은 내가 행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정당하게 유예된 맥락 속에서는 진실하지 못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프린은 그런 맥락에서 빠져나올 길이 있어야 한다고지적한다. 유예를 풀고 모든 사람이 정직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가정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야 한다. (중략)
갑자기 행크가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아빠가 되기 전에는 알려줄거지? 이의 요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그럼." 줄리가 대답했다. "네가 아빠가 되기 전에 알려줄게." "그럼 됐어." 행크가 말했다. "나중에 내가 뭔가를 해야 되는 거라면 그걸 미리 알고 싶어. 나는 일을 망치는 게 싫거든." 그러고 나서행크는 요정이 진짜인지 묻지 않고 잠들었다. 행크는 그가 나중에 진실을 알 수 있을지를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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