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집에 들렀다가 대학원 수업 가는 길에, 오고가며 편하게 읽으려고 집어들었는데, 정말 편하게 읽히더군요. 


기본적인 이야기 얼개는 영화 [13 몽키즈] 같은 영화와 비슷합니다. 꼭 뫼비우스의 띠 같지요. 혹은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동감]과의 접점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에피소드 식이지만, 독자는 다 알고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연결고리가 있겠구나, 라고. 


다행히(?) 이 책은 추리소설 류는 아닙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가진 추리소설과의 접점 때문에, 책의 띠지에의 소개도 그렇게 '추리'라는 단어를 넣은 듯 하지만, 이 소설의 본류는 추리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십 줄에 접어서면서 살아낸 나날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보는 일들에 특히나 예민을 떠는, 저같은 이들이 읽으면 참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줄거리는 아닌데, 이야기가 이야기이다보니, 끊임없이 옛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새 독자인 저의 옛날과 자꾸 맞닥뜨려집니다. 그리고, 항상 기억은 왜곡되고 미화되는지라, 항상 저의 옛날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을텐데, 이런 책이 자꾸 지난 삶을 아름답게 덧칠합니다. 그게 싫지는 않네요. 이런 류의 책이 그래서 많은 이들의 - 저의 - 호감어린 평가를 받게 되는가 봅니다. 


한편, 뭔가 어리숙한 세 사람의 환상 체험 같은 이야기가 주는 묘한 울림도 있습니다. 불치하문이라 하였는데, 이 세 사람의 인생에 대한 즉시적인 대답은, 결국 이 세 사람에게 새로운 울림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우리는 자꾸 누군가에게 묻고, 자신이 이미 가진 답에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답은,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나미야 유지와 같이 진중하게 구할 수 있기도 하지만, 뭔가 서툴러보이는 삼인조의 즉시적인 결론 속에도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그 속에 답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 대한, 우리에 대한, 모두에 대한, 옳다는 확신.


약간은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 다른 사람을 꿈꾸게하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채 흘러가버린 인생에 대한 뒤늦은 찬가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삶의 아름다운 국면만을 모아둔 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그런 편안함은 덜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은 그저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라는 경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듯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좋은 이야기의 틀을 가지고 이런 결말이라니. 꼭 인기 드라마의, 모두를 무난하게 만족시키기 위한 결말 정도라고 이해해야 할까요. 혹은 이러한 이야기의 플롯이 가진, 결국 직소 퍼즐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울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낸 결말인 듯 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모두의 말에 그 의미를 부여하는 나미야 잡화점 어르신처럼, 결국 누군가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 주는 엄숙한 의미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깃속 그 모습들이, 결국 독자 모두를 무난하게 만족시켜주는 해피 엔딩을 이끌어 냅니다. 뭐, 이야기의 짜임새나 진행 방향에 대한 마이너한 방향으로의 불만 정도는 접어둘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쁘지 않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면, 만족인게죠.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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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