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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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학년 소녀의 성장기이다. 이 소녀는 무슨 이유에선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중이고, 마침 엄마가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 까닭에 외할머니 댁에서 한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린아에겐 이 외할머니 댁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골’살이라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터, 5학년 소녀는 이를 표현하기 쉽잖아서 아마 심드렁한 표정과 짜증나는 말투로 이를 여과없이 드러냈을 터. 이야기는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린아의 곁에는 이런 린아를 마뜩찮아하는 사월이, 린아에게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 - 음이 이야기 내내 드러나 - 는 유하, 그리고 둘만으로는 이야기의 전개가 쉽잖기 때문에 필요한 지호, 세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유하의 사고로 인한 죽음, 그리고 사십 구제가 끝날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이승에서의 삶을 함께 정리해가며, 린아는 한 뼘 더 성장한다. 그 성장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린아는 과연 이 에피소드를 통하여 어떤 성장을 이루어내었는지. 상당히 색다른 방식으로 - 비눗방울과 일곱 번의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7분에서 1분으로 줄어드는 네 인물의 만남 - 짜여진 에피소드의 전개는, 글쎄. 이 책의 제목처럼, 린아의 여름이 반짝거리는, 이야기의 처음에 거부했던 물놀이를 말미에 받아들이면서 유하의 유품 - 이자 관계의 완성 - 을 발견하는 그 반짝임을 린아의 성장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이해일 뿐이다.

왜 어른 독자가 이 이야기를 헤아리며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이 어린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어른 독자는, 어린이에게 이 책을 안내하며 이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서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까, 어른 독자는 독서 내내 이 책의 매시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작가의 이야기 진행을 헤아릴 수 밖에 없다. 만약에 이 책이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면? 나는 좋은 평을 내리긴 어려울 듯 싶다.

사월이와 린아의 갈등은 너무 전형적이다. 이를 드러내고 해소하는 사건과 대화도 성글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서사의 유려함을 찾기 쉽잖다. 대화로 서사를 이어가는 것. 결국 자잘한 에피소드로 이야기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나마도 몰입하기 쉽지 않다. 특히, 린아를 설명하는 초반부의 장면이 너무 불친절하다. 생소한 환경과 원치 않는 삶의 방식에 던져진 5학년이라면, 이런 퉁명스러움과 얹짢음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 같은 시작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많은 것을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든다.

어린이들과 읽을 책으로써, 이 책이 가진 미덕은 망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비눗방울로 형상화한 독특한 장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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