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이끈 놀라운 수학에 관하여
마이클 브룩스 지음, 고유경 옮김 / 브론스테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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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우리 생활에, 혹은 문명에 끼친 영향에 대해 나열하는 책은 꽤 많지만, 이 책은 그 책들 중에서도 더 성공적인 듯 싶다.


많은 책들이 다루는 이야기들을 딛고, 이 책은 한 걸음 씩 더 나아가고 있고, 그리고 그 한 걸음은 조금 더 통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너무 많다. 피타고라스니 탈레스니 뉴턴과 라이프니츠 중 누가 먼저니 가우스니 페르마니 등등등. 그리고 이야기들도 거의 대동소이한 편이다. 그래서 항상 읽으면 결국 같은 이야기인데 왜 읽었나 싶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 책은 꼭 한 발자국씩 더 나아가서 좋았다. 로그(지수)와 허수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도 좋았고, RSA에 대해 조금 더 서술한 부분도 좋았다. 아니, (비록 번역을 거쳤지만) 이런저런 설명을 세련된 문장으로 하는 부분도 좋았다. 군더더기 없다는 느낌.


그렇다. 이 책의 제목은 수학이 문명에 기여한 것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영어 제목이 더 나아보인다. The Art of More.


결어 부분은 곱씹어볼만 하다. 우리는 수학의 '신비'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만, 수학은 신비로운 학문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수학은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붙어 있으면서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그런 학문이다. 즉,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니, 골드바흐의 추측이지, 완전수니, 이런 것들이 수학적 신비가 아닌, 그 자신의 신비로움으로 여겨질 때, 수학은 조금 더 모두에게 다가설 수 있는 셈이라고 저자는 여기는 듯 하다. 자꾸 수학에 금박칠을 하면서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놀라운 힘으로 서술하는 이들이 있는데, 결국 저자의 표현대로 '엘리트주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수학적 사고를 상대'하기 위해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수학으로의 가치와 역할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음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학의 다양한 영역을 챕터 제목으로 하여 수학사에 기반하여 스토리를 토대로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한 발자국 씩 더 나아간 저자의 통찰을 보여주어 마음에 들었다. 이런저런 수학사 관련 책들보다 핵심적인 내용들을 잘 담고 있어서 이를 잘 읽어내면 많은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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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보다 데이터 문해력 - 서울대 통계학과 정성규 교수의
정성규 지음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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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료', 요즘 말로 하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은 배경 지식들을 작게 쪼개어 말해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보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데이터'란 용어를 중첩적으로 사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데이터 무제한, 이라는 말에서는 주고받는 정보를 말하지만, 이 책의 데이터는, 앞선 말 그대로 '자료', 특히 수로 나타나는 자료를 의미합니다. 수로 나타나는 이러한 자료들을 처리하는 학문을 좁게 통계학이라고 말하구요. 이 책은 통계가 가진 의미부터 통계를 보거나 다룰 때 알고 신경쓰면 좋을 것들을 알려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다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인용구 중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처럼 불확실한 것은 없지만, 천 사람의 인생의 평균처럼 확실한 것도 없다. - 엘리저 라이트


이 문구가 현대 사회에서 통계가 가진 강력한 역할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지만, 신도 천 번쯤 주사위를 던진다면 무언가의 결괏값으로 수렴함을 보실 수 있겠죠? 통계는 그렇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불확실함 사이에서 결론을 찾아가는 학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때, 통계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을 이 책에서는 설명하면서, 그러한 과정에서 놓치거나 신경써야 할 부분을 사례나 예시와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게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서로 연결해서 이해하긴 쉽잖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저자는 아마도 핵심 개념이나 용어를 짧게 끊어서 다루면 조금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지만, 책의 챕터가 너무 잘게 나뉜 덕에 내용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계속 끊어진다는 느낌이 독서 내내 듭니다. 그리고 다루는 개념이나 용어의 체계도, 교양 서적처럼 읽기에는 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통계 데이터가 넘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 속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 중 데이터 리터러시도 한 손에 들어갈 듯 합니다. 몇몇, 가령 0%의 확률이 모여 100%를 이루는 것이 통계, 라는 식의 설명을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 부분 등, 데이터가 가진 속성을 알려주는 탁월한 비유가 있어서 데이터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선 말대로 개념이나 용어가 흐름 없이 던져진다는 느낌도 좀 받았고, 독서의 3분의 2쯤을 지나가는 시점에서는 좀 집중해서 읽히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두고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인 듯 싶어, 도장 찍고 서가에 꽂아두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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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기반 수학 -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업 설계
제니퍼 창 워썰 지음, 신은정 옮김, 권오남.최태영 감수 / 경문사(경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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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학에 관심이 많고 교실에서 수학을 배우도록 안내하는 입장에서, 특히 개념과 원리보다 방법과 적용 중심으로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가진 어려움을 줄곧 보아온 터라 -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어려움을 여전히 방법과 적용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 과연 이 책은 어떤 인사이트를 줄 것인가 기대하며 방학 후 첫 책으로 골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개념 기반 수학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사 나름의 템플릿을 설명하며, 개념 기반 수학 수업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템플릿은 범용적이지 않아 보이며, 수학적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듯 합니다. 무엇보다 예시가, 우리나라의 사례로 적용하기 쉽잖습니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이미 사교육 안에서 어마어마어마한 문제풀이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거대도시 한 가운데 위치한 학교 어린이들이라, 이미 저희 6학년 교실에는 중 2, 중 3, 심지어는 고등학교 수학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특수한 상황 아래 적용하기 쉽잖은 템플릿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터, 책은 생각보다 집중력 있게 접근하기 쉽잖습니다.


그럼에도, 수학 개념 기반 수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유와 궤는 조금 다르지만, 수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배움이 이루어져야 개념을 확장하며 방법과 적용을 단단하게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개념 이해 없이 방법을 익힐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개념 이해 없이 이미 방법을 너무 능숙하게 적용 상황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택에 맞지 않는 방법을 적용 상황에 들이대는 경우가 많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은 문제를 풀리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수학적 개념의 이해입니다.



그런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결국 이런 류의 책은, 특히 수학 교육 관련 책은 우리나라 상황이나 여건과 거리가 떨어진 경우가 많아서 읽어도 큰 인사이트가 오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차라리, 이 책에서 계속 언급하는, 위긴스와 맥타이의 '백워드 설계' 같은 더 넓은 템플릿을 사용하는게, 개념 기반 교육에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아쉬움을 들자면, 번역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사용된 용어 - 마인드 세트 같은 - 중 의미가 무엇인지 모호한 것들이 꽤 많으며, 언뜻언뜻 보이는 오타들, 예컨대 맥티게 McTighe 같은 것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네요. 띄어쓰기 오류도 많고... 전문 교육 서적이라 가격도 만만찮은데, 이런 책을 '사서' 읽는 독자에게 대한 배려나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싶어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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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다른 것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기술이다.” ( [기하학 세상을 설명하다], 96쪽)

이 책의 3장은 대칭의 좁은 엄밀함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조금씩 위상동형의 모습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수학이 세상을 수식으로 번역하는 일련의 과정임을 알고 있지만, 수학은 다르다고 생각한 것들에 무언가의 특징을 찾아 같게 보도록 만드는 사유의 기본을 제공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수학하는 사람들은 엄밀함에 도전하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울타리는 끊임없이 검증된다.

그 가운데, 결국 상대성이론이 등장했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수학의 눈으로 물리학을 보고자 했을 때,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 - 뉴턴 역학 - 이 삐그덕거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가장 뛰어난 기하학자가 넘어서지 못한 울타리에 천공을 낸 것은 다름아닌 아인슈타인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좀… 상대적일지도 모르겠다.

"수학은 다른 것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기술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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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던 엘렌버그이다.

이 책의 1장은, 수학을 배우는 이유로 유클리드의 공리를 언급하면서, 세상의 비증명 - 비합리 - 에 스스로 맞서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뭐, 스스로 확신에 차서 이리저리 떠들어대는 일을, 수학을 통해 조금은 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그러나, 이를 위해 우리가 교실에서 하는 수학적 논리 구축이 때로는 너무 과도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아울러 하는 듯 싶다. 수학의 두 날개 중 하나가 직관인데, ‘탁 보아 알겠다’ 같은 이야기를 너무 도외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10년간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이런 저자의 생각과 같은 것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 예컨대, 분수의 나눗셈을 풀기 위해 그저 나누기 분수를 곱하기 분수의 역수로 고쳐 풀어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을 왜 망설이느냐는 말이다. 억지로 논리를 만들게 되고, 그 논리를 잘 ‘알고’ - 이해하고가 아닌 - 있는지 물어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알고 있는가를 평가하게 되고, 빈 칸 넣기 같은 문항을 통해 억지 논리를 외우게 만드는 것이다. 그걸 못 해내면, 나누기 분수를 곱하기 분수의 역수로 만들 수 있더라도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는, 수학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낙인찍어 버리는 것이다.

수학은, 직관을 키우는 학문이기도 할 필요가 있다. 옳고 옳지 않은 것을 바로 알아낼 수 있도록 해 줄 필요도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논리성의 사슬로 얽어 맬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의 1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바라고 생각하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하학자 앙리 푸앵카레 Henri Poincare는 1905년에 쓴 에세이에서 수학적 사고의 필수불가결한 두 기둥으로 직관과 논리를 지목했다. 그는 모든 수학자가 둘 중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기하학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직관 쪽으로 기울어진 수학자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양쪽 기둥이 모두 필요하다. (중략) 그러나 직관이 없다면 기하학의 주제가 모든 풍미를 잃게 된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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