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 - 특별한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가는 물꼬방 교사 6인의 기록 ㅣ 배우는 사람, 교사
김병섭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6월
평점 :
2020~2021년 동안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연계 배움에 대한 많은 책과 글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의 수업 기록들과의 차이는 커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배움/수업에 관련된 책이나 글을 읽을 때에는 세 가지 정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교사의 배움 철학이 드러나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첫 장의 글에서는 배움에 대한 교사의 철학에 오롯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정성이 학교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것과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학교가 추구해야 할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넘어선 배움의 공공성이다. (104쪽)
결국 성취기준을 해석하고 이를 배움으로 설계하는 것은 교사의 철학이며, 이것이 드러나지 않는 배움이라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원격 등교가 교실 등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던 당시의 많은 수업/배움 이야기들에서는 교사의 철학은 고사하고 테크니컬한 이야기만 잔뜩 드러나는 것을 본 바 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구글 클래스룸 같은 것의 사용 후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도구가 철학에 부속되어야지,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무엇을 배우는/배웠는지가 드러나는가
이 책에 마침 시 수업 이야기가 두 장이나 들어가 있어서 내심 기대하였다. 그러나 좀 아쉬움을 느꼈다.
교사가 활동을 목적한 까닭도, 활동에서 사용한 제재도, 활동의 얼개도 있지만, 결국 그 활동이 성취기준의 무엇과 연계된 것인지를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 근래, 근무하는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교사의 담당 학년은 달라지는데 교실에서 하는 활동은 한결같다는. 결국 학년 간 계열성이 무너진다는 말이다. 예컨대, 근무하는 학교에서 5학년 외부강사 활동으로 배드민턴을 몇 년 동안 해 왔었다. 그런데 네트형 게임인 배드민턴은 6학년 과정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5학년 때도 하고 6학년 때도 하면 되지 않는가. 물론 그래도 되지만, 5학년 때 해야 할 성취기준 상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책의 다양한 활동들이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의 어떤 배움에 근거한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전문성은,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 그 위계에 기반할 때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3. 선남선녀들만 드러나지는 않는가
거칠게 말하자면, 교사가 엉망진창인 활동을 하여도, 누군가는 찰떡같이 배워가는 곳이 바로 교실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속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기가 막힌 결과물을 생산하면 그것이 배움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의 설계·운영 결과 드러나는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고 이를 토대로 배움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다음 배움이 더 나은 것으로 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례 중 많은 것들이 좋은 부분만 드러난다.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수업은 그럴 수가 없다. 이 책에서도 그 일면이 드러나지만, 그저 일방항의 동영상 강의만 들었을 뿐, 배움에 오롯이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것을 어떻게 고민하는가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배움으로 학생을 이끌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이 책은 여섯 분의 교사들이 2020년 한 햇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수업한 것을 기록한 옴니버스 식의 구성물이다. 어떤 분의 수업은 일개 독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내용으로 꽉 찼고, 어떤 분의 수업은 그 철학에 갸우뚱하지만 학생들의 배움이 잘 드러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분의 수업은... 글쎄, 국어과 전공이 아닌 초등 교사의 눈에도 조금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책의 에필로그 정도로 저자들의 간단한 협업 결과물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저자들은 과연 서로의 수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런 점이 교사 공저 혹은 교사 다수의 연수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다. 한 권의 책에 같이 이름을 올렸는데,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짧디 짧은 저자 서문으로 갈음하는 책은 과연 일개 독자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어쨌든 서가에 두고 다시 읽을 요량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독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