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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속성 - 사람은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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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시장의 속성인데, 읽어보면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듯 싶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전통적 시장의 의미가 해체되고 확장되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랫폼에 대한 부분이다. 시장의 시장인 플랫폼. 사고 파는 행위를 사고 판다는 개념. 어찌보면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샵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은 이를 천원샵의 수준까지 확장해버렸다. 이제 누가 시장을 이르러 물건을 거래하는 곳이라고 하겠는가.

이 책에는 그렇게, 기술과 시스템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다른 색을 입고 있는 시장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이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요약할 수 있으니 알고리즘 이야기가 주된 것이라 이해했다.

하도 오랜만에 독서라는 행위를 하도록 해 준 책이라 집중하지 못하고 읽은 터, 그래서 이해와 기억도 띄엄띄엄이다. 그럼에도, 책을 덮으면서, 한 번 정도 한 번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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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본』을 읽다 동아대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 총서 1
강신준 지음 / 길(도서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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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교수가 쓰신 [자본론 공부]라는 책이 있습니다. 김수행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있으면서 서울대 유일의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연구와 강의를 하시다가 정년퇴임하시면서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에 얼마전에 타계하셨습니다. 김수행 교수가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구입을 미루어왔던 [자본론 공부]를 구매해서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읽기 편하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몇 번이나 읽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처음부터 읽기를 수차례. 얼마 전에 드디어 다 읽어내었지만, 과연 마르크스의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독서였습니다. 


그러다가 강신준 교수가 쓴 [오늘 자본을 읽다]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강신준 교수는 한 5년 전에 마르크스의 [자본]을 독일어 원전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완역한 바 있습니다. 김수행 교수도 [자본론]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번역하여 출간한 적이 있지만, 김수행 교수의 번역 [자본론]은 영역본을 바탕으로 번역한 것인데 비하여, 강신준 교수의 번역 [자본]은 독일어 원전을 번역하여 낸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독일어 원전을 번역한 것이 번역의 단계를 한 단계 덜 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측면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강신준 교수가 쓴 [오늘 자본을 읽다]의 경우, 저의 경우에는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보다 훨씬 읽기에 명료하고 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의 한달음에 다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굳이 그 차이를 언급하자면, 김수행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자본론]을 예시로 들었다는 생각이고, 강신준 교수는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자신의 견해를 조금씩 더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이 과연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언급하기에는 참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자는 금융 자본주의의 실패가 마르크스 경제학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며, 결국 생산과 소비의 끊임없는 불일치에 대하여 신기루를 부여하는 금융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경제학은 이론일 뿐입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학도, 케인즈 경제학도, 고전경제학도 모두모두 하나의 짜여진 시스템을 가정하고 그 속에서 경제 주체들이 서로 맞물려 하나의 경제적 현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냥 이론일 뿐입니다.


그래서 시장은 실패하게 되어 있으며, 모든 경제 주체들은 이기적으로 행위하기에 노동자가 생산 수단을 갖는 순간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연하게 되겠지요. 결국 복잡다단한 경제 주체와 자본의 드나듦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을 하였는데, 마침 저자의 결론도 '협동조합'으로 귀결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답은 공동체 정신에 있을테죠. 국가 중심의, 민족 중심의, 개인이 형해화된 그런 집단주의가 아닌, 개인이 개인의 (재산권적) 자유와 권리를 충분히 향유하면서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정신이 협동조합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저자도 하고 있고, 독서한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법이 제정되어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삶에서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날 수 있으니, 자본주의가 가진 여러가지 어려움에 해답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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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둘레 2016-02-25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자본주의 세상의 상식입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입니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 입니다.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경제법칙 내에 있다면 자본가 협동조합일 뿐입니다. 진정한 노동자 협동조합은 자본주의가 엎어지고 나서 생깁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과대한 믿음은 자본론을 읽지 않고 자본주의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는 유아적 몽상사회주의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마땅히 협동조합에 대해서 알려면 자본주의 법칙에서 벗어난 사회주의 협동조합과 비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비교를 한다면 형이상학입니다. 역사적으로 비교해보아야 합니다. 소비에트가 무너졌지만 소비에트 경제 활동영역은 여전히 노동자에게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유물론적 세상입니다. 소비에트는 인간의 꿈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작동했던 사회입니다. 소비에트와 소비에트 협동경제를 사적유물론의 철학적 범주로서 인식하고 역사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본주의에서 파시즘을 뒤엎고 사회주의를 내적으로 준비하는 협동조합이, 노동자적생산관계가 가야할 길이 보입니다.
 
슈퍼자본주의
로버트 라이시 지음, 형선호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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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본주의는 '슈퍼 자본주의'라고 보는 것이 저자의 입장입니다. 이전의 자본주의는 무엇이었는가.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라는 명칭을 저자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 이상인, 시민들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p10)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운영이 시민들의 협동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셈입니다. 정부는 시민이 정당한 댓가를 얻도록 기업을 독려하고, 기업은 자신들의 수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도록 분배 체계를 정비하며, 노동자는 자신들의 수익을 사용하여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정부에 세금을 내는, 그런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운영되는 것이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가 되면 이러한 흐름이 바뀝니다. 이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변화로 '신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이 부분이 납득이 잘 되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있는 진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1970년대는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금융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신기술의 개발과 함께 자본주의는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중심으로 바뀌어 갑니다. 미 국방부의 인트라넷이었던 인터넷이 범용화되면서, 우리 사회에 불러온 변화는 가히 혁명적입니다. 그 혁명이 이루어놓은 가장 위대한 일은 바로 금융 산업의 발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정보가 삽시간에 공유/전파되고, 그것은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생겨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노동자보다 투자자가 훨씬 중시되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 '세계화'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굳이 공장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아도 상관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이제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값싼 물건을 찾아다니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노동의 댓가는 더욱더 낮아지고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면서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이며 투자자이기도 한 노동자는, 지금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댓가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값싼 물품을 소비하길 바라며 자신의 투자가 이익을 남기기를 원합니다.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점차로 그 무게의 양상은 소비자와 투자자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으로, 효율적인 소비와 투자 대비 이익의 극대화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업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오염 물질을 여과없이 방류한다든지, 저개발국가의 노동에 대하여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든지 등. 이런 모든 현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 아래에서의 시민이 그들입니다. 시민들은 기업의 몰지각하고 몰상식적인 행동에 대해서 분개하고 분노합니다. 그래서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들도, 결국 소비자이면서 투자자입니다. 분개하고 분노하지만, 가격의 매력 앞에서, 이익 추구 앞에서 자신들의 시민됨을 잠시 미루어두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대변되는 현재를, 저자는 '슈퍼 자본주의'라고 이름 붙입니다. 



자그마치 5년 전에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읽은 줄 알았던 책인데... 얼마 전에 [완벽한 가격]이라는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잡은 이 책이 글쎄, 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얼마나 웃기던지... 


짧은 지식에, 작금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서 잘 통찰해 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대안은 마땅치 않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됩니다. 


더 값싼 노동을 구할 수 있는 한, 노동자가 처한 현재 상황은 개선되기 난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생각하자면, 물건값은 계속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월마트 같은 저가형 할인매장은 기술의 혁신과 노동 비용의 혁신 아래에서 계속 저렴한 물건을 공급할테고, 그것은 저소득 노동자가 계속 생산되는 원인이자 결과가 될 것입니다. 주주 자본주의라고 불리우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금융은 끊임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자본을 늘려나가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하여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묘안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묘안은 결국 노동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귀결되겠지요.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여러 책들처럼 대안이 마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어찌보면 그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태도는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가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비록 실현 불가능한 해결책이긴 하겠지만, 내 안의 시민을 계속 깨워내서, 더 저렴한 것을 찾는 나, 더 많은 이익을 찾는 나, 그것을 위해서 약간의 불법과 탈법, 위법과 편법에 눈감는 나와 맞서 싸우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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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격 - 뇌를 충동질하는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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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단위는 이제 더이상 가정이나 지역사회 공동체로만 제한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세계화/국제화는 이제 더 이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특징이 되어 버렸습니다. 혹자는 지구 경제 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 듯한 이 세계화/국제화 경제 시스템은, 일견 새로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듯 보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었으며,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를 탐욕스럽게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의 시작은 아마 이 지점에서부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노동하는 사람 - 우리 모두 - 에게 어떤 문제를 주게 되었는가를 책의 마지막에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동은 더 싼 비용을 치루는 곳으로 지속적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일은 예전과 다르지 않게, 예전보다 더 힘들고 어렵고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동에 대한 댓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의 노동은 더 낮은 댓가를 요구받고 있으며, 지구 경제 시스템 아래 있는 한은 더 낮은 댓가를 치룰 수 있는 곳으로 노동은 계속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과 베트남이며 앞으로 더 낮은 댓가에도 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 계속, 계속 이동하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소비자로, 혹은 다른 무언가로 신분세탁당한 사람들은, 빡빡한 가계 경제를 더 낮은 가격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할인점 혹은 아울렛이 이렇게 득세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가계 경제가 점차로 힘겨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싼 값에 이런저런 것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기억은, 열 몇 개씩 묶어서 파는 건전지였습니다. 건전지를 두 개씩, 네 개씩 사는 가격보다, 열 몇 개씩 묶어서 사는 가격이 단위 개수당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는 높은 가격을 주고 건전지를 열 몇 개 구매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두 개, 네 개 쓰고 나머지를 어딘가 잘 넣어놓는다고 했던 것이 도무지 어디에 간지 몰라서, 다음에 또 사게 되는 그런 일들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이제 저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구매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책은 왜 회사들이 그렇게 판매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는 보드게임 수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을 파는 대부분의 쇼핑샵들은 정가와 할인가를 따로 표시합니다. 십수년 보드게임을 사다보니,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쇼핑샵의 정가는 가상의 숫자이며, 할인가가 실제 판매가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면서 때때로 보드게임 쇼핑몰에서 자신들의 재고 보드게임을 털어내기 위해서 하는 할인 행사에 저도 한때는 열정적으로 참여하곤 했지만, 그렇게 사는 보드게임들을 실제로는 잘 즐기지 않게 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그런 할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왜 정가와 할인가를 따로 책정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드러나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비판적으로 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내 노동의 댓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격이 우리에게 어떤 착시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서 실증적으로 접근한 책이며, 설득력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더더욱, '제 값'을 지불하고 '필요한' 물건을 그 때 그 때 구매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대형 마트에서는 공산품 - 세제, 분유, 기저귀 등 - 이 필요할 때 구매하고, 그 때 그 때의 먹거리는 그 때 그 때 사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생활협동조합 - 저희는 한살림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의 회원입니다 - 에서 그 때 그 때 필요한 먹거리를 사거나, 집 옆에 있는 동네 마트 혹은 목요 장터에서 필요한 먹거리를 사고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사므로, 규모의 측면에서는 비싼 듯 싶지만, 절대적인 비용 지불은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한 번에 사는 것은 불필요한 것을 사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습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매한지는 벌써 5년이 지났는데 - 출간되던 당시에 샀네요 -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잘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책은 이리저리 널뛰면서 진행되는 탓에 연속성있게 읽히지는 않지만,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일단 사두면 언젠가는 읽게 될테니, 앞으로도 계속 사 두어야겠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말이죠.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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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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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사실 어느 정도는 낚여서(!) 산 책입니다. 요즘 지역에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또 제가 사는 동네인 서울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도 점점 늘다보니, 이런 제목의 책에는 그냥 낚여서 구매하게 되네요. 이 책은, 서울 지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화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고찰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서 다룬 서울의 장소들은 반드시 특정 공간일 필요도, 심지어는 서울에 있는 장소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서울의 장소들은 '구체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장소들의 이름'입니다. (273쪽) 저자가 서울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서울이 저자의 추억이 담긴 장소인 까닭도 있겠고, 저자의 표현대로 서울의 특정 장소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클리셰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서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배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서울은, 우리 삶은 점차로 배제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주거환경만 하더라도, 중정을 가지던 미음자 모양의 공동체 지향 형식의 주택으로부터, 복도식, 계단식을 거쳐, 이제는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주택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제의 원리가 지배하는 서울의 삶에서도, 고단함을 가지고 배제의 빈 곳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은 그런 이들에게 어떤 공간입니까. 


책은 읽기 쉽습니다.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져서 훅훅 읽힙니다. 그런데 책은 읽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 풀기 쉬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는 모여들고, 사람들은 그 부를 욕망껏 쫓아드는데, 그 욕망에 대한 방정식의 답이 (거의) 모두 같은 상황에서, 풀이 조건의 차이 때문에 답에 도달하는 사람과 도달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갈리고, 답에 도달한 사람들과 답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편차는 갈수록 심화되는 그런 상황... 을 책을 읽는 내내 보아야 하니 책을 읽기가 어렵습니다. 책 읽기가 버겁기도 합니다. 저자의 서술이 정리된 것이라기보다는 결대로 가는 것이다보니 이야기가 돌고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다보니 정리된 저자의 사유를 쫓기가 버겁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자의 이야기는, 서울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혹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하라, 그것이 민주주의가 아닌가, 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지금 발현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양상은 민주적인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장소, 그렇게 누군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경쟁이 어떻게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이겠습니까. 그러한 장소인 서울을 살아내면서 자신의 삶을 소진시켜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민주적 절차와 방식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사실 저자가 조금 더 책을 정제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탓에, 저자가 인용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자가 가진 감정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 이런 방식의 책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몇 번 더 읽어야 저자의 사유가 조금 더 명확히 와닿을 듯 싶지만,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느낌이 싫어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 것은 아니지만, 결대로 흐르는 이야기 방식이 좋아서 언젠가 다시 한 번 읽겠구나 싶은 책이라고 이 책을 평가하고 싶네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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