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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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예의, 의리, 이런 단어들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몸담고 있는 여러 모임/단체들에서 일어나는 사람 사이의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일들을 겪다보면서, 무례하고 의리없는 다양한 행태들에, 저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라는 굳은 다짐을 여러 차례 하다보니 그런가봅니다. 

그런 다짐을 한 여러 일 중에, 지난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을 '버리고' 간 사람들이 보여준 일도 한 몫 합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이건 아니다, 라고 의심할 수도 있지만, 일백가지 일 중에 하나만 틀어져도 관계를 끊어버리는 그런 모양은... 도무지 그렇게 해서는 부부끼리도 헤어질 수 밖에 없잖은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매정한 모양새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이해타산을 따져가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둔 이들... 저는 그런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때 봉하마을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유시민 대표를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유시민 대표 같이 자기 주관 강한 이가,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주장에 다 동의하지 않았겠지만, 일단 대통령께서 결정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접어두고 대통령 편을 든 것... 한미FTA나 대연정, 이라크파병 등, 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러 일들에 대해서, 유시민 대표는 보통의 헛똑똑이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견을 접고 대통령의 의견에 자신을 맞춥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굳은 심지를 가진 모습에, 한결같이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마치 사시사철 푸르고 올곧은 소나무의 풍모를 지녔다고 할 수 있는 분입니다.  

그런 문재인 실장이, 이번에 자서전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자신의 인생 역정에,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엮어 한 권의 책을 펴낸 것이 이 책, [문재인의 운명] 입니다.  

책은 시종 담담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첫머리로 하여,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생각,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인생 중에서 함께 보내온 시절,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한, 약간은 의식적인 평가를 담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의 기대어린 전망을 담아, 누가 읽어도 담담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셨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이슈가 되었던 것은, 바로 문재인 실장의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사건들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전두환 여단장과 장세동 대대장 휘하의 공수부대에서 군생활을 한 일화부터, 경찰서 유치장에서 미결수 신세로 사법고시 합격의 기쁨을 맛본 일, 그리고 연수원 차석 졸업에 판사 임용을 받지 못한 일까지. 그러면서 부산/경남의 인권변호사로서, 사실 변호사가 국민의 인권을 편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언급을 통해 모든 변호사는 인권변호사 일 수 밖에 없다는 상식적인 이야기까지. 

자신을 드러내기 바쁘고 자신을 빛내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근간의 세태에, 묵묵하게 자신의 해야할 마땅한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온 분이, 마침내 빛이 나는 그런 일을 보면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한 가지 크게 공감하는 것은, 많은 진보세력에게 지탄받아온 참여정부의 정책 중에 이라크 파병에 대한 문재인 실장의 변호였습니다.  

물론 이라크 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국가경영입니다. 진보/개혁진영이 집권을 위해선 그런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70쪽)

문재인 실장은, 이라크 파병을 통해 미국의 네오콘 세력의 목소리를 낮추고 부시 정권으로 하여금 대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가져가도록 주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 폭격 이야기도 네오콘 세력으로부터 흘러나오던 시기에, 이라크에 비전투병 3천명을 파병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를 통해 6자회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원조같은 것을 얻기 위한 파병이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한 파병보다는, 그래도 받아들이기 쉬운 파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진보/개혁진영이 수권진영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려면 조금 더 실제적인 문제에 있어서 준비를 해야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권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사안에 대한 로드맵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2012년, 진보/개혁진영이 집권하게 되었을 때, 그러나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집권하게 되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을 때, 진보/개혁진영은 두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할 것입니까? 참여정부가 보여준 불가피성에 대한 냉철하고 섬세한 판단과 평가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문재인 실장은 정치를 하시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해보게 되었습니다. 유시민 대표의 근저 [국가란 무엇인가]나 공저 [미래의 진보]를 읽어보면, 유시민 대표가 가지고 있는 국가 통치의 기본적 방향에 대한 뚜렷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치 '출사표' 같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문재인 실장의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없습니다. 당위에 대한 선언들만 있을 뿐입니다. 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문재인 실장은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자신은 선수로 뛸 용의가 없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 타살로 몰아넣은 이들에 대한 생각은 확고한 듯 합니다. 그네들에 대하여 자신이 어떻게 맞서야할지에 대한 다짐이자 현실적 인식이, 책의 말미에 담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467쪽)

문재인 실장은, 아마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자신의 앞날을 투신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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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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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새로운 책인 [국가란 무엇인가(이하, 국가)]를 출간하셨습니다. 언뜻, 얼마전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와 묘하게 오버랩된다는 느낌을 받는 책이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쉽게 막힘없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독후에 듭니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가]와 같은 이런 류의 책이 가지고 있는 함정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책은, 평소에 '지식소매상'으로 자신을 언급하신 유시민 대표'다운' 책입니다. 즉, 원산지에서 조금씩 필요한 부분을 떼내어서 재가공한 후 소매로 공급하는 형태로, 이 책은 1차적 저작물 여러 권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조금씩 가져와서 자신의 생각대로 가공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지닌 치명적 결함은, 많은 분들이 인지하시는대로, 원저자의 생각과 묘하게 궤를 달리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가급적이면 인용작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죠.


그러나, 이렇게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번역이 문제까지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다수의 세계인들에 의해 씌여진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그 책이 저자(혹은 작가)의 의도대로 쓰여진 책이라고 얼마나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번역 이전의 원서를 읽어야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원서를 읽는다고 해서 그 적확한 의미를 숙지하는 것은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그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언어가 가진 역사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원서를 읽더라도, 우리가 그 문화 속에서 이루어져왔고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책의 적확한 의미대로 읽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마치 패러디 영화를 보면서 웃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겨진 최선의 방법은, 그렇게 모아모아 자신의 의견의 푯대로 삼는 글을 쓴, 저자를 믿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원저작물을 읽어보는 것도 그를 더 확실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겠지요. 저는 이 [국가]를 읽으면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몇몇의 원저작물을 갈무리 해 두었습니다. 독서가 풍요로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이 책 [국가]는, 유시민 대표가 다음 대통령선거와 그 이후에 계속될 국가지도자 선거에서 '반드시' 뽑아야 하는 사람의 프로필을 여러 사람들의 견해를 모아모아 특정한 책이라고 보시면 무방할 듯 합니다. 


우선 저자는, 국가관을 명확하게 한 후에, 그 국가관에 따라 어떤 이가 통치하여야 하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입장은 어떠해야 하고, 진보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진보주의자들이 추구해야 할 국가의 이상을 설명한 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옹호를 끝으로 자신의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진보'에 대한 저자의 견해일 것입니다. 저자는 '진보'를 어떤 고정된 하나의 견해가 아닌, 변화를 추동하는 힘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진보세력은 공고한 보수의 울타리에 비해 끊임없이 유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세력이 자신의 진보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해야 공고한 보수의 울타리와 균형을 잡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한창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의 부분에서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모두 추구하면서 필요한 적절한 시기에 선별적 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확대해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릇 '복지'란 진보 만의 것은 아니며, 사실은 모두의 것이며 모두가 주장하고 추구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교조화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진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유연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그런 주장을 바탕으로 자신을 '진보'자유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자신 대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한 편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개량 사회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베른슈타인의 정치행위를 간단하게 언급합니다. 결국, 한미FTA를 추진하고 이라크 파병을 이루어내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주의자들 - 수구세력? - 과 합종연횡을 시도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지식인에서 정치가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옮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걸어갈 수 밖에 없었던 길이었음을 베른슈타인에 빗대어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지식인은 선명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다지만, 정치인은, 특히 국가의 지도자로 선출된 정치인이야말로 그 선명성을 조금은 수정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오늘, 선명하게 자신의 주장대로만 이 나라를 통치함으로써, 다른 한 편의 결기어린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국가지도자를 이미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저자는, 국가란 무릇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존재라고 명징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국가지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명했던 주장에서 조금 비켜서더라도, 국민에게 마땅히 주어야할 것을 주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매진하고 노력한다면, 그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지도자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동의하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지금의 대통령이 '반북'하는 것처럼 '반미'하셨다면... 지금처럼 힘들었을테니까요. 그 때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거든요.



한편 아쉬운 것은, 이 책 [국가]를 읽으면서, 이성적으로는 이 책이 유시민 대표의 대선 출정을 선언하는 출사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감성적으로는 아직 유시민 대표는 대권 '야욕'이 크지 않다는 생각도 같이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국가지도자 선거에서는 뻔한 구도로 가야할텐데, 유시민 대표는 '굳이 내가 아니어도', '저들이 아닐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해서 그래도 이전처럼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 분열하는 일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 정도의 책을 통해, 자신의 국가통치이상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이가, 이젠 국가지도자의 역할을 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국가지도자들을 겪어오면서 그들 중 대부분이 국가통치이상을 담기보다는 자기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허섭쓰레기같은 책을 보면서 안타까와하지 않았습니까? 조금은 차분하게, 조금은 냉정하게, 조금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다음에 올 지도자가 유념해야 할 통치이상을 이렇게 쓸 정도의 지도자를, 굳이 유시민 대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런 이가 우리의 국가를 대표할 이로 선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잠시 덮어두었다가, 내년 총선과 대선 연간에 꼭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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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 전2권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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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짧은 생을 돌아보면, 제가 처음으로 정치적 판단을 했던 것은 90년 1월 어느 겨울 눈오던 날이었습니다. 

한양대학병원을 갈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는 중, 가는 도중의 무료함을 이길 수가 없어서 구입한 스포츠신문의 1면 머릿기사는 '3당합당'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중학생 철없던 시절에 들었던 생각은, 배신감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그 나이에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띄고 있었다는 말은 당연히 아닐테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라는 입장에서 나온 판단이 아니라, 당연히 한 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의 변절, 그리고 남은 한 편에 대한 측은한 마음, 그것을 바탕으로 한 배신감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 어린 시절에 제가 그렇게 큰 편없던 배신감을 느낀 이유를, 요즈음에 와서는 '원칙'없고 '상식'없는 행동에 대한 배신감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불의한 이와 한 길을 걷지 않는다는 원칙을 수십년간 몸으로 보여왔다고 하는 이가 보인 비상식적인 행위가 제 편모를 배신감의 원인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버림받은 이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 후로도 그 전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걸어가시게 되고, 이 자서전은 그런 굴곡진 삶을 김대중 전 대통령 특유의 그 열정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 리드미컬하게 기록해놓은 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궤적에 약간의 얼룩진 부분도 있겠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되짚어보자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신 여든 여섯 평생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김대중 자서전(이하, 자서전)]에서 특히 대통령께서 한국 현대 정치사의 변방에 서계셨던 분이라는 사실을 특히 잘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현대 야당사의 큰 줄기는 1948년의 신민당을 시작으로 민주당 - 신민당 - 평민당과 민주당으로의 분당을 거쳐서 면면이 이어져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 2공화국때 잠시 정권을 잡았던 민주당의 비주류세력이었던 민주당 구파는 그 후 김영삼, 이철승 씨를 보스로 하여 그 세력을 유지하다가 1990년의 3당합당 이후로 현재 한나라당 세력으로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찌보면 해방 이후 친일지주세력을 근간으로 등장했던 신민당 - 민주당 속에서 줄곧 비주류로 생활해오던 김대중 대통령께서 1971년 대통령 선거의 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 전에 대통령께서 겪으셨던 여러 고난의 시절의 단 열매였으며, 이후 새로운 고난의 시절이 시작되는 단초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 까닭을 저는 대통령께서 줄곧 견지하셨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한 삶의 태도에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자서전]에는 대통령 자신의 자화자찬격 서술도 줄곧 등장하며,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실에 대한 설명(혹은 변명)도 있습니다. 그런 주관적 서술을 이렇게 저렇게 객관화시키더라도, 대통령께서 자신의 파란만장하며 치열했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줄곧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자세로 자신을 절차탁마하셨다는 사실을 폄훼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정치적 지도자(및 그를 자처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대통령처럼 객관적인 결과물 - 여러 저술 및 저작물 - 로써 자신의 성가를 보여준 이가 과연 누구인지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그런 자신의 오랜 기간에 걸친 정치적 비전을 직접 통치행위를 통해 펼쳐보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께서 얻은 행운이자, 자신의 오랜 고난어린 정치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인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서전]이 특히 유의미한 것은, 국민의 정부 5년간 정부에서 추진했던 여러 정책들과 통치행위에 대한 대통령의 비망록으로서, 그 기록이 비록 언급한 바와 같이 주관적인 색깔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세월 우리가 경험했던 민주적 공동체와 지금의 답답한 현실의 대비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우리가 정치적인 선택 - 선거 - 을 할 때 어떤 기준과 잣대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기록물이다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권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에 긴 고초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라서, 약간의 정치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2권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의 기록이라서 글이 끊어짐이 좀 느껴진다는 -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록하면서 대통령 개인의 입장을 피력하시는 방식으로 서술되다보니 - 느낌도 있으며, 특히 현 정부에 대한 팍팍함을 표현하시는 부분에서는 그런 느낌이 조금 더 강한 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기본적으로 유머러스하신 분이시다보니, 글 속에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사회적 흐름은 '말'의 위력을 저평가하는 입장이다보니, 유머러스한 부분이 '가벼움'으로 폄하되고, 진정성이 담뿍 담긴 연설같은 것은 '말만 잘하는' 행위로 깔아뭉게지지만, 대통령께서 순간순간 보이셨던 위트와 유머는 우리가 참으로 세계에 자랑할만한 위대한 정치 지도자를 가졌었구나, 라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고난스러웠던 정치 입문기, 박정희 정권에 의해 자행된 납치와 살인 미수 사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1차 남북 정상회담 등 다양한 사건의 뜨거운 서술을 통해, 한국 현대 정치사의 파란만장함과, 그 한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셨던 대통령의 삶의 모습을 읽어갈 수 있어서 의미있는 독서였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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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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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울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울면서 쓴 글은 지웠고,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그래도 서평이니까.  

책을 한 달음에 읽고 난 후에, 많이 속상한 마음이 들고 있습니다. 왜 이리 일찍 떠나셨을까. 다시는 돌아오실 수 없는 길을. 게다가 그토록 다정한 사진들은 잔뜩 남겨두시고. 표지마저. 왜 손을 흔들고 계실까요. 저를 향해서 말이죠.  

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정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쓰신 듯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슬펐습니다. 검찰의 수사를 받으시면서 받으셨을 고통과 회한, 그리고 우리에게 미안해하시는 마음까지 그대로 느껴져서 더 속상했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닌데. 아니, 물론, 당신께서 하신 실수도 있으시지만, 그렇다고 우리 곁을 떠나실 것 까지는 없는데.   

다정하게 웃으시는 사진만 잔뜩 남겨두시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간절한 소망만 남겨두시고는. 내게  미안 해하시면서 떠나신 당신에게. 내내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자꾸 눈물이 나네요.   

당신께서 미안해하신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합니다. 이 세상에는 염치없이 뻔뻔하게 살아가는 너무나 많은 권력자들이 있는데, 위정자들이 있는데. 하물며, 소시민인 저도 부끄러움에 몸달아 하면서도 어영부영 이 세상을 이고지고 살아가는데.  

당신께서는 그런 제게 미안해하시면서 손 흔들며 떠나시니, 제가 더 몸둘바 모르고 속상하기만 합니다.  

염치있게 살아보려구요.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상식과 원칙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람 사는 세상을, 저도 죽을 때까지 꿈꿔보려구요.  

제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저도 힘 닿는데까지 애써보려구요. 다시는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지 못하도록, 저도 눈 똑바로 뜨고 살아보려구요.  

책을 두 번은 못 읽을 듯 합니다. 이젠 앞을 봐야할테니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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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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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정치 이력을 잠깐 언급하자면, 저는 2002년도에 개혁국민정당의 당원으로 입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개혁국민정당은 유시민 전 의원과 김원웅 전 의원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우리나라 정치에서 구현해보고자 한 정당으로, 상향식 의사결정이 가장 큰 특징이었고 당비를 내는 당원들로 운영되는 '책임정당'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적어도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정당에 입당원서를 쓰는 일은 없었고, 적어도 간단하게나마 정강정책 정도는 숙지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임감은 있었으니 '책임정당'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 듯 하네요.

그 개혁국민정당이, 열린우리당과 합당하고, 열린우리당은 몇몇 기억하기 힘든 정당의 이름을 전전하다가 지금의 민주당이 되어버렸고, 유시민 전 의원은 지금 당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속칭 '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 자신은 '지식소매상'이라는 명함을 하나 파서 가지고 다니시나 봅니다. :D

 
유시민 氏 - 전 의원? 전 장관? 딱히 붙일 호칭이 마뜩찮아서 그냥 氏라고 쓰겠지만, 저는 유시민 氏에 대해서, 삼촌뻘 되시는 분이시기도 하거니와 정확하면서도 넉넉한 성품 덕택에 분명히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호칭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님, 이라는 호칭은 너무 높인다는 느낌이 들고, 氏라는 호칭은 너무 객관적이고, 때로는 버르장머리 없어 보여서 난감하지만... 뭐 그렇습니다. ^^a - 의 책은 여러 편 읽은 바 있습니다. 근작이었던 '대한민국 개조론'의 경우에는 짧게나마 감상글을 쓴 바도 있습니다.

프롤로그를 넘어선다면, 읽기 쉬운, 그러나 단지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 에세이 글이 단편의 형식으로 수십개가 있습니다. 솔직히 불만입니다. 적잖이 비싼 책값에, 단편적인 소회가 절반 정도를 이루는 글을 쓰시고는, 뻔뻔스럽게(!) 지식소매상이라뇨. 이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책을 집어든 독자의 김을 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글은 짧고 간단하게 읽힙니다. 1부에서는 헌법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과 현재의 제현상에 대한 해석을 담아내었고, 2부는 전 정부에서 권력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경험했던 여러 일들과 그에 얽힌 소회들을 담아내었습니다.

네. 그렇기에 유시민 氏는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고 한 것이겠죠. 말 그대로 도매로 여기저기에서 떼어온 재료들을 잘 가공해서 판매하는. 딱 그 정도입니다. 소라는 동물이 가진 본질적인 구조와 성향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육회 맛은 느낄 수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조금 안타까웠다고 할까요?

일전에 '개념어사전'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화장실에 두고 읽었었죠. 틈틈이, 짧게 끊어지는 글들을 읽으면서 가졌던 느낌 같은 것을 이번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특히, 책의 목차 중에 '최장집'과 '장하준'이 있는데, 저자는 앞의 두 분에 대한 저작 중 근작인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기반으로 비판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제가 두 책을 다 읽었고, 두 분의 책을 조금 더 읽었다는데에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한 장하준 교수의 일련의 저작물에 대해서, 유시민 氏의 평가는, 그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기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정도의 느낌이지 그 이상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정도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념어사전'이라는 책도 그랬고, '후불제 민주주의'도 그렇고... 얼치기 법학도로서 헌법에 대해서 들었던 수업들을 생각하면서, '아!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정도로 끝나버린다면... 독서 이후의 안타까움은 참 크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겠습니다. 자꾸 지식도매상과 지식소매상의 음식 맛을 비교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은, 어찌보면 저자가 전작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라던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같은 책 - 에서 여러 재료를 잘 섞어서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새로운 사유를 이끌어내었던 모습과 자꾸 비교되는 안타까움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책은 쉽게 읽힙니다. 그러나 다루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 2MB 정부의 뻔뻔한 역주행 - 책은 편하게 읽히지 않습니다. 그건 저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범주의 책을 누가 썼더라도 아마 편하게 읽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요즘 시대가 그러니까요. 그런 탓에 평균값은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만, 프롤로그는 정말 읽을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민주화가, 서구의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났던 여러 사건 사고들 없이 다만 단순하게 이식된 민주화이기에, 민주적 절차를 수행함에 있어서 서구 사회가 그들의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해 나가면서 다양한 계급의 동의를 얻었던 것과 같은 절차 없이 다만 민주화라는 이름만 빌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무너져내린 독일의 제 2제국의 뒤를 이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충분한 민주적 절차 없이 사회민주주의 공화국을 세운 것이, 1931년 나찌당의 총선 승리로 귀결되면서 혹독한 후불의 댓가를 치루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투쟁의 댓가로 얻어낸 민주주의의 정당성이 있지만, 이것이 일반 시민과 유리되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민이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며 지금 그 댓가를 치루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됐거나, 이런 민주주의의 댓가를 후불로 치루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댓가를 치루는 방법이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위해 시민들이 연대하는 것임을 저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부분만 가슴 깊이 새기더라도 책은 그 값어치를 오롯이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누구와 연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부분이 글의 1, 2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글의 핵심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이며, 본문은... 다만 그에 대한 실례이자 증명일 뿐인가요...? @.@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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