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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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제야 보이네] 서평
김창완 지음



'꼬마야, 꽃신 신고 강가에나 나가 보렴...'


김창완의 이 노래를 많이도 흥얼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군더더기없이 담백한 가사말에 소년같은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티비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드라마에도 나오고 영화에도 나오는데, 곧잘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친근하고 푸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산문집을 내었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마침 다산북스에서 30주년 개정 증보판을 출간했다. 좋아하는 예술가의 삶이 어떤지 알고 싶었고, 궁금했다.



삼 형제 밴드였던 산울림의 막내를 잃고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라는 음악을 만들고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었고, 그때부터 김창완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는 마음이 한 칸, 단칸방이라고 자주 얘기해 왔는데요. 그 통증이 마음을 너무 어지럽히면 서랍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넣어두시면 좋겠어요. 그게 삶을 완전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p24)



책을 읽다보면 단락마다 아크릴로 그린 그의 그림이 실려 있다. 추상작품으로 보이는 그림들은 개구장이 아이같은 모습이 담겨 있다.



어머니의 노래는 거친 세상을 건너와 강가에 묶여 있는 빈 배다. 그 배가 왜 거기 와 서 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 배는 우리의 어머니들을 많은 세파로부터 안전하게 모셔온 남루하지만 고마운 배다.
(p124)



매일 써야 하는 라디오 오프닝 글이 안 써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순간도 좋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럴때는 '오늘은 무슨 말을 하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네. 아, 벽이구나.
내 방에 앉아 있구나' 라고 한단다.


기나긴 삶을 단순하면서도 담백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고스란히 보인다. 세상 모든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고, 안될 거라고 미리 마음의 허들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냥 못하겠다 하면 그뿐이라고.



작가는 어렸을 때의 꿈이 불자동차 운전수였다고 한다. 이사 가기 전날부터 운전대를 챙긴다고 한다. 꿈을 잃는 이유는 꿈이라는 이름보다는 희망사항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쩌다 가수가 됐을까?' 그냥 오래전에 들어섰던 길을 따라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음악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면 할수록 조금은 알게 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예술이고 인생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딱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생텍쥐베리다. 때로는 동화같은 노래를 부르고, 그의 글은 처마밑에 널려 있는 무청 시래기같이 구수하면서도 향기가 있다. 꽃향기도 아니고 고향집 어귀에 들어서면 굴뚝에서 나는 밥내음이다.


아무리 맡아도 싫지 않고, 익숙한 내음.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 김창완 산문집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마치 어린시절을 태엽으로 되감기하는 것 같았다. 어린시절 할머니가 떡장수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조곤조곤 풀어내는 이야기 보따리에 시간 가는줄을 모르고 읽었다.


아직도 내게 삶은 제목 없는 노래다. 언제 제목을 지을지...언제 간판을 달지... 아니면 언제 개점휴업중인 이 간판을 뗄지...(p280)


대중에게 은은하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가 그의 겸손함이 아닐까. 아이같은 순수함과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그의 참 매력이 아닐까.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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