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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엔티크 기모노 가게인 '히메마쓰야'를 운영하는 시오리는 기노시타를 손님으로 알게 되면서 이들의 사랑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p26
게다가 익숙해지면 서양식 옷이 헐렁헐렁해져서 불편하답니다. 기모노를 입으면 기모노가 절 지켜 주는 느낌이 들거든요. 기모노엔 여러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늘 기모노를 입고서 생활하는 시오리에게 기모노는 단순한 전통의복 외에도 여러 의미가 담겨 있어서 기모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쓰던 기모노를 받아서 수선하고, 세탁하고 다시 향기를 입히고, 가격을 매겨서 필요한 이들에게 판매를 한다.
기린을 닮은 기노시타를 알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간절해지는데, 두사람이 히메마쓰야에서 알콩달콩 소꿉장난 하듯이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습이 잔잔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p74
기노시타 씨의 보드라운 손바닥에서 손을 떼기가 싫어서, 한 팔을 잡아 빼도 상관없으니 기노시타 씨가 내 손만이라도 집에 데려가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대화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살며시 손과 손의 수다를 중단시켰다
첫사랑을 하는 여인의 마음의 느껴졌다고 할까요, 읽는 내내 콩닥콩닥 두근두근거려서 잠시 바람을 쐬어야 했습니다. 사랑의 온도는 이렇게 주변까지도 단풍잎으로 물들이나 봅니다. 중간 중간 일본의 다양한 음식들이 나와서 검색하면서 알아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일본의 떡인 오하기, 양하, 고사리떡, 파드득나물, 갈근탕, 번차, 하쓰가쓰오, 스키야키등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는 음식은 오랫동안 추억속에서 그 음식을 대할때마다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기노시타가 처음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발다닥까지 빨개질 것 같다는 순수한 시오리의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노시타와의 몽글몽글한 데이트를 읽으면서 다음 데이트에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기다려졌습니다
p88
"아직 몇 번밖에 안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하면 불편하실지도 모르지만" 기노시타 씨는 밤하늘의 별들에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오리 씨하고 있으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말 얼마만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오믈렛처럼 보드라운 손이라는 표현이 오믈렛을 상상하게 만들었고, 작가님의 언어를 표현하는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맑다는 느낌과 소설 전체적인 분위기가 몽유도를 거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호수 위의 다리가 한없이 펼쳐져있는 느낌이랄까요
손님과 가게주인으로 만난 인연이 함께 음식을 먹고, 산책하고, 축제를 다니고 이러는 가운데 봄비처럼 잔잔히 스며드는 사랑의 언어들이 어느새 가슴 한켠에 자리하여, 마침내 불현듯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와 향기와 얼굴마저 안보면 안되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소담스런 일상과 함께 담아 내어서 편안했습니다.
동생 하나코가 좋아하는 밤밥을 지어주고, 시오리가 좋아하는 몽블랑 케이크를 사가지고 오는 동생, 시오리가 좋아하는 푸딩을 기억하고 사오는 기노시타를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투박하고 뚝배기같지만 깊이있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았습니다.
시오리가 더이상 이런 관계는 유지할 수가 없어 기노시타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나날이 찾아오는 그리움은 겹겹으로 쌓이고, 이들은 다시 재회를 합니다. 그리고는 , 있는 그대로의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p427
우리 관계는 비록 순탄치는 않아도, 그래도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인 원이 아니라 나선처럼 조금씩 위치를 바꿔 가며 우리 나름의 행복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이들의 일상속에서 소탈하면서도 담백한 사랑의 온도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들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건 소통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함께 나누고 느끼면서 주고받는 언어와 , 사랑이라는 매개체가 더욱 이들을 단단히 엮어주었습니다. 일본에 가면 소설속의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고 싶다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처럼 마냥 스며드는 사랑의 소설책이었습니다. 읽는동안 시오리가 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위 서평은 RHK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