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ㅣ 창비시선 446
안희연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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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묻게 되는 시. 죽음, 꿈, 달, 손, 너, 강아지의 이미지로 슬픔을 묻는 시.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시는 아니다. 나에겐 어렵다. 그렇지만 여름은 좋다. 여름 언덕의 시원한 바람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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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일본번역가로 활동해 온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다. 권남희 번역가는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인데, 나에게 일본번역가 하면 제일 먼저 김난주 번역가가 떠오른다. 내가 본 많은 책이 - 사노 요코의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 나카야 미와의 그림책 "크레파스" 시리즈, "도토리 마을" 시리즈, 고미 타로의 그림책,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등등 - 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이었다. 집에 있는 책을 찾아보니 권남희 번역가가 번역한 책으로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와 가쿠타 미쓰요의 "종이달"이 있다. 내가 권남희 번역가가 주로 번역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마스다 미리 책을 많이 안 읽어서 인 듯.


초반은 마스다 미리 에세이처럼 너무 말랑말랑하고 순한 맛이어서 별로인가? 했는데, 1/3 지점부터 사노 요코 에세이(만큼은 아니지만)의 맛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마스다 미리의 순한 맛보다 사노 요코의 살짝 매운 맛 취향이다(마스마 미리와 사노 요코 에세이 1~2권 밖에 읽지 않은 내 맘대로 생각이지만^^). 작가님 바람처럼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 번역하시고, 에세이도 계속 쓰시면, 10년 후에는 좀 더 매운 맛이 많이 날 듯하다.


책에서 언급한 일본소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와 유즈키 아사코의 "버터",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 읽고 싶은 책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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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10 22: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검색해보니까 이분 하루끼 책을 많이 번역하셨더라구요 ㅋ 번역가님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6-10 23:00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이 본 책도 많을 것 같은데요? 저도 믿고 읽는 번역가에 추가했습니다^^

독서괭 2022-06-10 2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전 <종이달>을 읽었는데 이분이 번역한 거군요! 종이달 재밌습니다. 이 책도 관심이 가네요~^^

햇살과함께 2022-06-11 00:04   좋아요 4 | URL
네~ 저도 종이달 재밌게 읽었어요^^

mini74 2022-06-11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하루키 책은 다 김난주? 겠거니 했는데 이 분 번역도 많네요. 저도 급관심이 갑니다 ㅎㅎ

햇살과함께 2022-06-13 17:10   좋아요 2 | URL
미니님 마스다 미리 책도 많이 보셨을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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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희 작가님이 신춘문예 심사에서 뽑으신 유성은 작가님의 첫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네. 마음산책 표지 너무 좋다.

예전에는 ‘오늘은 열심히 일해야지‘하는 다짐 같은 것하지 않았다. 그런 다짐 하지 않아도 과로사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때보다 이렇게 농땡이 부리며 설렁설렁 사는 지금의 내가 좋다. 죽기 전까지 일을 하고 싶지만, 일만 하다 죽고 싶진 않다. 그렇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본 뒤로, 적게 벌고 적게 쓰더라도 숨 좀 돌리고 여유 좀 갖고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열심히 일하려고 했는데 또 열심히 하지못하고 말았다. 내일은 열심히 해야지……. - P19

삶을 심사하는 게 아니라 글을 심사하는 것이야, 하고굳게 마음먹어도 어느 한 편도 떨어뜨리기가 송구스럽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탈락, 보류, 합격‘으로 상자를 분류해놓고 읽던 중에 구세주처럼 유난히 반짝이는 글을 발견했다. 유성은 씨의 [인테그랄」이었다. 흑백인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유일하게 컬러로 기억되는 한 컷이 있는데, 파란 겨울 하늘과 남의 집 대문 앞에 놓인 하얀 병우유와 그해에 전국적으로 유행한 색색의 루빅스큐브가 있는 풍경이다. 「인테그랄」을 읽었을 때 딱 그 풍경이 떠오르며, 이 작품이야말로 새해 첫 신문에 실리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성격도 사고방식도 전혀 다른 수학자 남편과 합을 맞추어 살아가는 평범한 얘기를 담백한 문장으로 편안하게 쓴 산뜻한 글이었다. - P59

글 쓰는 사람으로 갓 세상에 신고식을 한 분들의 소감은 감동이었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는 모양이다. 유성은 씨의 소감은 이러했다.
"남편 연구실에서 일본 수학자가 쓴 산문집 한 권을 발견했다. 저자는 수학을 왜 연구하냐는 물음에 그저 들꽃같이 피어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누가 내게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들꽃으로 열심히 피어 있겠다." - P62

사전 편집부에서 자주 언급하는 말 중에 "교정은 그 사람의 인생을 걸고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사전 교정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나타난다. 사람마다 깨닫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라고도 합니다. - P72

심지어 어른들의 무수한 연애를 목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텔 로열』이란 소설을 써서 나오키상까지 받았다. 성애 문학의 대표 작가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사람이다.
목욕탕집 딸이었던 경험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때(?)돈 버는 집이어서 책을 마음껏 사본 덕분에 책과 관련된 직업을 얻게 됐다고 애써 미화해본다. ‘호텔 로열’은 없어졌다고 들었다. 우리 목욕탕도 까마득한 옛날에 없어졌다. - P76

보통은 원서 제목이 그대로 번역되어 나오지만, 더러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확 바꾸어서 낼 때도 있다. "번역가는 제목을 왜 이따위로 번역했을까" 하는 서평을 가끔 보지만, 제목은 100퍼센트 출판사에서 정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나도 ‘제목을 왜 이따위로 정했을까‘라고 속으로 욕할 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제목을 정할 때 역자의 의견은 그리 반영되지 않는다. 역자가 "제목 너무 별로예요"라고 말해봐야 1그램의 무게도 더해지지 않는다. 출판사에서는 마케팅부의 말발이 가장 세다고 한다. 봉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판매를 위해 만드는 책이니 당연하다. 제목을 보고 기함하기도 하지만 저자와 일본 출판사 측의 허락을 받고 바꾸는 것이니, 역자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대수가 아니다. - P77

꽃은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어야 꽃이 된다면, 오역은 누군가가 까발려주어야 오역이 된다. 알고 오역을 하는사람은 없으니 지적받기 전까지는 바른 번역의 탈을 쓰고있다. 오욕의 오역은 번역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두려운 것.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어디선가 좀비처럼 튀어나온다. 생각만 해도 살 떨리네. - P86

역주는 어디까지 달아야 할까. 번역하면서 늘 갈등하는문제다. 내가 모르는 건 독자도 모른다는 기준으로 달아야할까. 나는 알지만 독자는 모를 것 같을 때? 나도 알고 대부분 독자도 알겠지만 모를 수도 있는 일부 독자를 위해? 갈등하다 역주를 달기도 하고 어물쩍 넘어가기도 한다. 역주를 다는 게 귀찮아서가 절대 아니다. 너무 친절한 역주는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 때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미주(본문 끝에 다는 역주)로 달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 P92

두 사람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은 나, 수줍게 끄덕거리며 "번역의 힘이긴 하죠"라고 혼잣말을 했다. 긴장한 탓에 진심이(?) 나와버렸다. 두 분 뒤에 앉은 통역가가 통역을해주었는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이불킥을 하며 만찬회장테이블이 넓어서 못 들었을 거라고 꾸역꾸역 생각했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그 나이로 안 보이세요"라고 하면 "그죠"라고 대답하는 재수 없는 화법의 나. 앞으로는 누가 빈말을 해주면 "감사합니다" 혹은 "아이,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하고 겸손하게 대답해야지, 굳게 다짐했다. 어렸을 때 깨달아야 할 것을 너무 늦게 깨닫긴 했지만, 더 늦으면치매로 보일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그러나 원래 사람을 잘 만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세상이 된 뒤로 더욱 적극적으로 만나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게도 겸손한 대화를 나눌 일이 없네. - P122

"신문에 이래 내는 데 얼마고?"
"공짜야."
"세상에, 누가 이래 내주노. 니가 엄마한테 잘하고 하도 착하게 살아서 복 받았는갑다."
"맞아."
사람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 P140

어느 때부터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 번역하고 싶지않은 책은 정중히 거절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하는 말에서 자유로워지자, 지구의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 나이를 먹어서 뻔뻔해진 것인지해탈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최소한 사람의 도리를하고 최대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세상을 왕따시키며 살고 있다. 물론 외롭다. 외롭지만, 편하다. 편하지만, 찜찜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잠자리에 들며 혼자 반문하지만, 다음 날 해가 뜨면 또 찜찜하지만 편한 외로움을 선택하고 있다. 아, 이렇게 고집스러운 독거노인이 돼가는 건가. - P169

애써 주류에 끼려고 애쓰지 않고, 고만고만한 주변 환경에 만족하며 사는 비주류의 행복. 인싸들 설칠 때 산은산이요, 물은 셀프지, 하고 혼자 노는 아싸의 여유. 행복회로는 돌리기 나름이죠.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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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하느님 - 권정생 산문집, 개정증보판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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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결핵을 비롯한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전쟁의 기억과 가난한 이웃과 자연을 끌어안고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성자 같은 삶은 실천하셨던 권정생 선생님. 모든 인세를 남북한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신 권정생 선생님의 귀한 글 모음이다.


몇 년 전 안동여행에서 찾아간 생가는 진정 '자발적 가난'이 아닌 '자발적 빈곤'의 삶을 택하신 선생님의 생전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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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6-09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가지고 있습니다. 자발적 빈곤의 삶을 사셨던, 생가 다녀오셨군요. 전 못 가봤어요. 교회 종지기를 했던 교회도 여전히 있는지요?

햇살과함께 2022-06-09 19:28   좋아요 2 | URL
네 일직교회도 있어요. 근처 폐교를 개조한 권정생문학관도 있어요. 안동여행 가실 기회 있으면 들러보세요. 저도 안동 처음 가봤어요.

프레이야 2022-06-09 20:03   좋아요 2 | URL
넵 안동은 여러 번 갔는데 매번 이곳은 가보질 못했어요. 한번 날 잡아 가봐야겠어요. ^^

햇살과함께 2022-06-09 21:00   좋아요 1 | URL
다리 다 나으시면 가보세요^^

그레이스 2022-06-09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발적 빈곤!
저도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2-06-10 00:08   좋아요 1 | URL
가 보시길 추천드려요^^ 안동여행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