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디지아 —> 짐바브웨

경찰은 셰발과 발뢰가 선택한 서사 도구일 뿐 아니라 그들이정치적 견해를 밝힐 대상이었다. 이 역시 고정관념이지만, 스웨덴이 2차세계대전에서 중립국이었기 때문에, 또한 스웨덴에서는 모든 여성이 금발 미녀이기 때문에, 우리는 스웨덴을 본질적으로 평화주의적인 국가로 여겼다. 하지만 셰발과 발뢰는 스웨덴 문화의 핵심에 군사주의가 있다는 사실, 경찰도 주로 군대에서 모집된 인력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애쓴다. 그들은 스웨덴이 1960년대 중순에 자치경찰을 국영화한 것이그릇된 결정타였다고 본다. 그때부터 경찰이 스스로에게만 봉사하고 스스로에게만 관심을 쏟는 준군사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 P9

이전 세대의 경찰소설은 대체로 과장되었고 거창했지만, 셰발과 발뢰는 정반대길을 택했다. 시리즈 전체에서 확연히 드러난 그들의 입장은 이 책에도 간명하게 요약되어 나온다. "경찰의 일은 현실주의, 정해진 절차, 집요함,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 P10

마르틴 베크는 왠지 찜찜했다. 어렴풋하고 종잡기 어려운 기분, 예를 들자면 책을 읽다가 깜박깜박 조는 바람에 책장을 한장도 넘기지 못하고 계속 같은 대목을 되읽을 때 드는 무지근한 피로감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 막연한 육감의 정체를 헤아려보려고 애썼다.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린 것은 무력감이었지만, 그가 좀처럼 무시해버릴 수 없는 다른 감각이 더 있었다.
위험하다는 느낌이었다. - P60

경찰의 일은 현실주의, 정해진 절차, 집요함,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물론 까다로운 사건이 우연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우연이란 융통성 있는 개념이고 요행이나 운과는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범죄 수사의 성패는 우연의 망을 가급적 촘촘히 짜내는 데 달려 있다. 번득이는 육감보다는 경험과 성실함이 더 많이 기여한다. 명석한 두뇌보다는 좋은 기억력과 건전한 상식이 더 귀한 자질이다. - P61

마르틴 베크가 뢴에게서 뭔가 구체적인 정보를 끌어내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물어야 했다. 그것도 뢴이 오해하지 않을 만큼 명확한 문장으로 질문을 잘 구성해서 물어야 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둘 다 진작부터 이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서로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왔다. - P63

지난 십 년 동안, 스톡홀름 도심은 대대적이고 폭력적인 변화를 겪었다. 원래 있던 동네는 모조리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 동네가 지어졌다. 도시 구조 자체도 바뀌었다. 도로가 확장되었고 고속도로가 놓였다. 그런 활동을 부추긴 것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꿈이 아니라 귀한 땅을 한 뼘도 남기지 않고 최대한 착취하겠다는 욕망이었다. 도심에서는 기존 건물의 구십 퍼센트를 허물고 기존 도로망을 깡그리 지운 것만으로도 모자라 지형 자체에도 폭력적인 변화가 가해졌다. - P81

만약 당신이 정말로 경찰에 붙잡히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찰관을 죽이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하는 진실이고, 스웨덴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스웨덴 범죄 역사에는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무수히 많지만 경찰관이 살해된 사건 중에는 미해결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 P88

1950년대 말, 스톡홀름 경찰은 대폭적인 물갈이를 겪었다. 새 지휘부와 새 분위기가 주입되었다. 군대식 사고방식은 인기를 잃었고 보수적 견해는 더이상 장점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본부의 변화는 각 구역 경찰서에도 어느 정도 퍼졌다. 자동적인 승진은 더이상 당연시되지 않았고, 좀더 민주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과정에서 행정경찰 내부의 프로이센주의를 비롯한 전통적 기풍이 약해졌다. 뉘만은 눈앞에서 기회가 떠내려가는 걸 지켜본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 P98

그리고 교양 없는 독자에게 읽힐 위험이 없는 문화면에는 로디지아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 P103

군발드 라르손은 샤워하면서 자신이 오늘 죽을까 생각해보았다.
무슨 예감 같은 건 아니었다. 이를 닦은 뒤 마지못해 스투레가탄 거리의 브롬스 사립학교로 등교하던 여덟 살 때부터 그는 매일 아침 똑같은 생각을 했다. - P104

남부 경찰서에 차를 대면서 콜베리는 마르틴 베크가 쉬는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건 곧 내가 하루 종일 일해야 한다는 뜻이지, 콜베리는 생각했다. 둘째로, 하루 종일 말 통하는 사람 하나 없이 일해야 한다는 뜻이지. 사기가 금세 추락했다.
기운을 내기 위해서 콜베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 P110

"발자국을 꽤 정확하게 뜬 것도 있어. 부츠 아니면 묵직한 작업화야."
"그것도 아무짝에 쓸모없어." 콜베리가 말했다. " 고깝게 듣진 마. 나중에는 그런 게 귀중한 증거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뉘만을 살해한 놈을 붙잡는 거야. 증거로 범행에 엮는 건 놈을 잡아들인 다음에 해도 돼."
"논리가 이상한데." 뢴이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말자고. 우리에게는 중요한 단서가 몇 개 더 있으니까." - P114

"이 직업에서는 단합이 중요해." 마르틴 베크가 말했다. "늘 그랬어."
"그리고 우리에게는 단합심만 남겠지."
콜베리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좋아. 경찰은 하나로 뭉친다. 그건 자명한 명제지. 하지만 무엇에 대항하여 뭉치는 거지?"
"그 질문에 누가 답할 수……………."
마르틴 베크는 말을 맺지 않았다.
"누가 답하는 날이 오더라도, 자네나 나는 그런 날을 못 보겠지."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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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천사 죽이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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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천사를 죽이고 글 쓰는 주체, 삶의 주체로 나아가기.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도 나올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등 여성작가에 대한 울프의 글로 예습도 하고. 반납기일은 집중독서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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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15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읽는 책도 스스로 반납기일 정해야겠어요. 집중독서를 위해 ^^ 이 책도 도서관에 있군요. 다락방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두근두근.

햇살과함께 2022-09-15 23:52   좋아요 2 | URL
제가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스스로 정한 반납기일은 잘 지키지 않아서 문제..
회사일이든 집안일이든 독서든 외부 마감기한이 있어야 지켜지네요 자기주도가 안되는 인간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16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납기일은 정말 좋은 채찍을 든 선생님인 듯 합니다ㅋㅋㅋ 저도 반납기일이 다가오면 갑자기 열독모드로~^^
근데 저도 이 책을 먼저 읽어봐야겠군요.
전 집에 있어서 저도 반납기일을 달력에 표시를 해볼까? 잔머리 굴려 봅니다ㅋㅋ

햇살과함께 2022-09-16 13:35   좋아요 1 | URL
저에겐 채찍 든 선생님이 계속 필요합니다 ㅋㅋㅋ
특히나 제가 희망도서 신청한 거라 다 읽고 반납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울프 2권은 거제 책방익힘에서 사두었는데 언제 읽을지요??
책 사지 말고 계속 도서관을 이용해야 할까요??
 

<하지만 나는 인습적인 조심성의 장벽을 넘어서고 신뢰의 문턱을 지나, 그들의 마음속에 노변(爐邊)이라 할 만한 곳을 얻고야 말았다.〉 그녀는 바로 그곳에 자리 잡는다. 그녀의 문면을 비추는 것은 심장의 불꽃에서 나오는 붉게 팔락이는 빛이다. 달리 말해,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읽는 것은 인물에 대한 절묘한 관찰 때문도 아니고(그녀의 인물들은 건강하고 단순하다), 유머 때문도 아니며(그녀의 유머는 음울하고 투박하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견해 때문도 아니라(그녀의 인생관은 시골 목사 딸의 인생관이다), 그녀의 시정(情) 때문이다. 아마 그녀처럼 압도적인 개성을 지닌 모든 작가가 그럴 터이니, 시쳇말로 그들은 문만 열어도 어떤 사람인지 느껴질 정도이다. - P148

샬럿이 그녀의 가장 뛰어난 소설 『빌레트]의 결말로 삼은 폭풍우의 묘사가 그러하다. <하늘은 어둡고 묵직하게 드리워져 있었다―서쪽에서 파도가 포말을 실어 오고, 구름들은 이상한 형태로 바뀐다. 그렇듯 그녀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자연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자매 중 어느 쪽도 자연을 도러시 워즈워스가 관찰하듯 정확히 관찰하거나, 테니슨이 묘사하듯 세밀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자신들이나 자신의 인물들이 느낀 것과 가장 가까운 대지의 면모들을 포착했으며, 그리하여 그녀들이 그려 내는 폭풍우나 황야나 여름날의 아름다운 풍경은 따분한 지면을 꾸미거나 - P149

작가의 관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채택된 장식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감정을 전달하며 작품의 의미를 조명해 준다. - P150

3 Dorothy Wordsworth(1771~1855).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누이동생. 평생 오빠 곁에 살면서 그의 시작(詩作)에 함께했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일기, 편지 등을 남겼다. 울프는 그녀에 대해 쓴 글을 [보통 독자』 제2권에 울스턴크래프트에 대한 글과 함께 실었다. - P149

그녀들의 이야기는조지 엘리엇 자신의 이야기의 불완전한 버전이다. 그녀 역시여성으로서 짊어진 짐과 복잡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듯성역 너머로 손을 뻗쳐 스스로 예술과 지식의 낯설고 빛나는열매들을 따야만 했다. 일찍이 그것들을 움켜쥐어 본 여성이얼마나 되련만, 그녀는 그것들을 움켜쥐고서 자기 몫의 유산- 견해 차이, 기준 차이 - 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고, 합당치않은 보상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녀를, 그 기억할 만한 모습을 보게 된다ㅡ과도한 칭송을 받고, 자신의 명성으로부터 움츠러들어 의기소침해져서, 오직 그곳에만 만족과 정당화가 있다는 듯 사랑의 품 안으로 물러나는모습, 그러면서도 까다롭지만 굶주린 야심>으로 인생이 자유롭고 탐구하는 정신에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손 뻗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여성적인 열망들을 남성들의 실제 세계와 맞대면시키는 모습을 그녀가 만들어 낸 인물들은 어떠했든 간에, 그녀 자신의 결말은 승리에 찬 것이었다. 그녀가도전하고 성취했던 모든 것을 돌아볼 때, 그녀가 어떻게 성별, 건강, 인습 등 온갖 장애물에 맞서 그 이중의 짐에 짓눌린몸이 소진하여 가라앉을 때까지 더 많은 지식과 자유를 구했던가를 돌아볼 때,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무덤에 월계수와 장미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 P180

그녀들을 숨 막히게 하고 기를 꺾은 것은 말하자면 소극적 교육이라 할 만한 것,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하면 안 되는 일을 규정하는, 옥죄고 숨통을 조르는 교육이었다. 〈아마 그런 압박 아래서 고생해 본 여성들만이 《여자이니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말을 계속 듣는 데서 생겨나는 좌절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 가르침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에서 살아본 여성들만이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숨막히게 하고 기를 꺾는지, 그것을 뚫고 용감하게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그럼에도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설교자와 지배자들이 그런 신조를 표명하고 열심히 강화했다. - P189

몇몇 여성들은 차라리 노동 계급을 부러워했으며, 마티노 양은 자기 가족이 몰락한 것을 솔직히 기뻐하며 환영했다. <아침 식사 전에 또는 어떤 식으로든 남몰래 글을 써야 했던 내가 이제는 내 식대로 내 일을 할 자유를 갖게 되었다. 우리가 신사의 체면을 잃어버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부모에게나 딸들에게나 종종 예외가 생길 때가 마침내 찾아왔다. 예를 들면 리스미스 씨는 딸 바버라에게 아들과 똑같은 돈을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 선도적인 학교 하나를 열 수 있었다. 개럿 양은, 부모가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걱정하긴 했지만 딸이 성공하기만 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으로 타협하여 의사가 될 수 있었다. 한편, 데이비스 양에게는 여성의 교육을 개혁하려는 그녀의 결심에 동조하고 도와준 오빠가 있었다. - P191

그녀들은 남성 모자의 테두리에 똑바른 바늘땀을 박아 넣는 것이 여성의 삶에서 유일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를 느낄 만큼 용감해졌습니다. 그녀들은 토론을 시작했고, 공장 마룻바닥에 모여 초보적인 토론 모임을 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든 <테두리박기> 여공들도 지금까지의 신념에 회의를 품고 세상에는 똑바른 바늘땀을 박는 일과 빅토리아 여왕 외에 다른 이상들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로 낯선 사상들이 그녀들의 머릿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예컨대 한 소녀는 공장 지역의 길을 걷다가, 자신이 낳는 아이도 제분소에서 생계를 벌어야 한다면 자신은 아이를 낳을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책에서 우연히 본 말이 그녀의 상상력에 불을 질러 욕조와 부엌과 세탁소와 화랑과 박물관과 공원이 있는 미래 도시를 꿈꾸게 했지요.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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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온다고 하고,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제인 오스틴 편의 상찬에 궁금하던 차에 마침 3개월 무료 이용 중인 밀리의 서재에 <사랑과 우정> 이북이 있어 읽었으나…



- 제인 오스틴이 15살에 습작으로 썼다.
- 출판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닌 집안에서 형제자매들을 즐겁게 하려고 쓴 이야기로 오스틴의 소설 수준이 아니다(물론 이후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상황들이 있다).
- 아주 짧은 서간체 소품으로, 우화나 동화라고 볼만한 황당한 내용이다.
- 이 책 번역이 엉망인 것 같다. 오타, 비문 등이 많고 대충 번역된 것 같다.


- <집 안의 천사 죽이기>의 관련 내용은 아래 참조.

우선, 필라델피아의 눈에 전혀 열두살짜리 여자애 같지않게 변덕이 심하고 가식적으로 비쳤던 새침한 어린 소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아이답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 『사랑과 우정 Love and Friendship』의 저자가 될 터였으니, 이 작품은 믿기지 않게도 열다섯 살 때 쓴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 교실을 즐겁게 하려고 쓴 것으로, 같은 공책에 있는 이야기들 중 어떤 것은 짐짓 엄숙한 티를 내며 오빠에게 헌정되었고, 또 다른 것은 글머리마다 언니가 그린 깔끔한 수채화 삽화가 곁들여졌다. 가족의 전유물이었던 듯한 농담들도 있고, 급소를 찌르는 풍자들도 있다. 오스틴가의 아이들은 <탄식하며 소파에서 기절하는> 우아한 귀부인들을 웃음거리로 삼았던것 같다.
형제자매는 자기들이 모두 혐오해 마지않는 악덕들에 대해 제인이 최근에 쓴 것을 소리 내어 읽어 주면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나는 오거스터스를 잃은 슬픔에 순교자로 죽는다. 단 한 번 치명적인 기절이 내 목숨을 앗았으니. 기절을 조심하라, 친애하는 로라여. 되도록 자주 미쳐도 좋지만, 기절은 하지 말라.> 이런 식으로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맞춤법을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써나간다. 로라와 소피아에 대해, 필랜더와 구스타버스에 대해, 에든버러와 스털링 사이를 하루 걸러씩 마차로 달리는 신사에 대해, 테이블 서랍에 간직해 둔 보물의 도난에 대해, 맥베스를 연기하는 굶주린 모자(母子)들에 대해, 믿기 어려운 모험담을 써나간다. 의심할 바 없이 그 이야기는 교실을 웃음으로 떠나가게 했을 터이다. 하지만 이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거실 한구석에 앉아 글을 쓴 것이 단순히 형제자매로부터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서나 가내 소비용으로가 아니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녀는 딱히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썼고, 자신의 시대뿐 아니라 우리 시대를 위해서도 썼다. 다시 말해, 그렇게 이른 나이부터 제인 오스틴이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문장의 리듬과 균형감과 엄격성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성격이 좋고 예의 바르고 친절한 젊은 여성일 뿐이었으며, 그 점에서 우리는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경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런 문장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나서도 기억에 남게 된다. 활기차고, 평이하되 흥미롭고, 자유자재로 허튼소리를 넘나드는 정신 -『사랑과 우정』에는 이미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하지만 다른 것과 결코 섞이지 않는 작품 전체에 걸쳐 분명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웃음소리이다. 열다섯살 소녀는, 자신의 구석에서, 세상을 향해 웃고 있는 것이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123~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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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1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5살에 글을 쓴 제인 오스틴은 대단하군요 ^^ 황당하다니 더 궁금하네요~!!

햇살과함께 2022-09-15 16:30   좋아요 3 | URL
15살에 이런 글을 쓰다니, 제인 오스틴은 천재인 것입니다만,,
이 책의 번역은 구글 번역기로 돌린 것 같다는 생각이..
궁금하시면 이 책 말고 다른 번역이 있는지 찾아 읽어보세요~ 아님 원서?!
 

다음으로, 밋퍼드양이 이름을 전하지 않는 한 친구는 그녀를 방문한 후 이렇게 썼다. 〈그녀는 일찍이 존재했던 《독신의 축복》의 가장 뺏뻣하고, 까다롭고, 과묵한 본보기로 굳어져 버려서, 『오만과 - P122

편견』이 그 불굴의 갑(匣) 안에 어떤 보석이 숨겨져 있었는지 보여 주기 전까지는 부지깽이나 난로 앞 철망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아주 달라져서, 여전히 부지깽이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가 되었다. 위트 있는 인물 묘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정말이지 무섭다.> - P123

〈그녀는 성격이 좋고 예의 바르고 친절한 젊은 여성일 뿐이었으며, 그 점에서 우리는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경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런 문장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나서도 기억에 남게 된다. 활기차고, 평이하되 흥미롭고, 자유자재로 허튼소리를 넘나드는 정신―[사랑과 우정』에는 이미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하지만 다른 것과 결코 섞이지 않는, 작품 전체에 걸쳐 분명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웃음소리이다. 열다섯살 소녀는 자신의 구석에서, 세상을 향해 웃고 있는 것이다. 열다섯 살 난 소녀들은 항상 웃고 있기 마련이다. - P125

그녀가 친절함과 진실과 성실성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 주는 것은 틀림없는 감수성과 한결같은 좋은 취향, 거의 엄격한 도덕성을 배경으로 해서이며, 이런 가치들이야말로 영문학에서 가장 즐거운 것들이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메리 크로퍼드를 선악이 뒤섞인 모습으로 그려 낸다. 그녀는 메리가 성직자들을 비난하거나 준남작의 지위와 연수 1만 파운드에 대해 호의적으로 재잘대도록 더없이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만, 이따금 아주 조용하고도 완벽한 조화 가운데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러면 대번에 메리크로퍼드의 수다는, 여전히 재미있는데도, 김이 빠져 버린다. 거기에 오스틴이 그려 내는 장면들의 깊이와 아름다움과 복잡함이 있다. - P134

『설득』에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 있다. 그 지루함은 다른 두 시기 사이의 과도기에 종종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는 다소 싫증이 나 있다. 그녀는 자기가 그려 내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너무 친숙해져서, 더 이상 그것이 참신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코미디에 나타나는 신랄함은 그녀가 더 이상 월터 경의 허영이나 엘리엇 양의속물주의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풍자는 가혹하며 코미디는 거칠다. 그녀는 더 이상 일상생활의 재미를 신선하게 의식하지 못하며,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제인 오스틴이 전에도 이런 일을 했고 더 잘했었다고 느끼는 한편, 그녀가 전에 시도해 본 적 없는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설득』에는 새로운 요소가, 아마도 휴웰 박사를 흥분시키고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주장하게 했던 무엇인가가 있다. 그녀는 세상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더 신비로우며 더 로맨틱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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