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인습적인 조심성의 장벽을 넘어서고 신뢰의 문턱을 지나, 그들의 마음속에 노변(爐邊)이라 할 만한 곳을 얻고야 말았다.〉 그녀는 바로 그곳에 자리 잡는다. 그녀의 문면을 비추는 것은 심장의 불꽃에서 나오는 붉게 팔락이는 빛이다. 달리 말해,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읽는 것은 인물에 대한 절묘한 관찰 때문도 아니고(그녀의 인물들은 건강하고 단순하다), 유머 때문도 아니며(그녀의 유머는 음울하고 투박하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견해 때문도 아니라(그녀의 인생관은 시골 목사 딸의 인생관이다), 그녀의 시정(情) 때문이다. 아마 그녀처럼 압도적인 개성을 지닌 모든 작가가 그럴 터이니, 시쳇말로 그들은 문만 열어도 어떤 사람인지 느껴질 정도이다. - P148

샬럿이 그녀의 가장 뛰어난 소설 『빌레트]의 결말로 삼은 폭풍우의 묘사가 그러하다. <하늘은 어둡고 묵직하게 드리워져 있었다―서쪽에서 파도가 포말을 실어 오고, 구름들은 이상한 형태로 바뀐다. 그렇듯 그녀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자연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자매 중 어느 쪽도 자연을 도러시 워즈워스가 관찰하듯 정확히 관찰하거나, 테니슨이 묘사하듯 세밀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자신들이나 자신의 인물들이 느낀 것과 가장 가까운 대지의 면모들을 포착했으며, 그리하여 그녀들이 그려 내는 폭풍우나 황야나 여름날의 아름다운 풍경은 따분한 지면을 꾸미거나 - P149

작가의 관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채택된 장식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감정을 전달하며 작품의 의미를 조명해 준다. - P150

3 Dorothy Wordsworth(1771~1855).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누이동생. 평생 오빠 곁에 살면서 그의 시작(詩作)에 함께했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일기, 편지 등을 남겼다. 울프는 그녀에 대해 쓴 글을 [보통 독자』 제2권에 울스턴크래프트에 대한 글과 함께 실었다. - P149

그녀들의 이야기는조지 엘리엇 자신의 이야기의 불완전한 버전이다. 그녀 역시여성으로서 짊어진 짐과 복잡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듯성역 너머로 손을 뻗쳐 스스로 예술과 지식의 낯설고 빛나는열매들을 따야만 했다. 일찍이 그것들을 움켜쥐어 본 여성이얼마나 되련만, 그녀는 그것들을 움켜쥐고서 자기 몫의 유산- 견해 차이, 기준 차이 - 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고, 합당치않은 보상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녀를, 그 기억할 만한 모습을 보게 된다ㅡ과도한 칭송을 받고, 자신의 명성으로부터 움츠러들어 의기소침해져서, 오직 그곳에만 만족과 정당화가 있다는 듯 사랑의 품 안으로 물러나는모습, 그러면서도 까다롭지만 굶주린 야심>으로 인생이 자유롭고 탐구하는 정신에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손 뻗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여성적인 열망들을 남성들의 실제 세계와 맞대면시키는 모습을 그녀가 만들어 낸 인물들은 어떠했든 간에, 그녀 자신의 결말은 승리에 찬 것이었다. 그녀가도전하고 성취했던 모든 것을 돌아볼 때, 그녀가 어떻게 성별, 건강, 인습 등 온갖 장애물에 맞서 그 이중의 짐에 짓눌린몸이 소진하여 가라앉을 때까지 더 많은 지식과 자유를 구했던가를 돌아볼 때,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무덤에 월계수와 장미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 P180

그녀들을 숨 막히게 하고 기를 꺾은 것은 말하자면 소극적 교육이라 할 만한 것,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하면 안 되는 일을 규정하는, 옥죄고 숨통을 조르는 교육이었다. 〈아마 그런 압박 아래서 고생해 본 여성들만이 《여자이니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말을 계속 듣는 데서 생겨나는 좌절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 가르침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에서 살아본 여성들만이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숨막히게 하고 기를 꺾는지, 그것을 뚫고 용감하게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그럼에도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설교자와 지배자들이 그런 신조를 표명하고 열심히 강화했다. - P189

몇몇 여성들은 차라리 노동 계급을 부러워했으며, 마티노 양은 자기 가족이 몰락한 것을 솔직히 기뻐하며 환영했다. <아침 식사 전에 또는 어떤 식으로든 남몰래 글을 써야 했던 내가 이제는 내 식대로 내 일을 할 자유를 갖게 되었다. 우리가 신사의 체면을 잃어버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부모에게나 딸들에게나 종종 예외가 생길 때가 마침내 찾아왔다. 예를 들면 리스미스 씨는 딸 바버라에게 아들과 똑같은 돈을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 선도적인 학교 하나를 열 수 있었다. 개럿 양은, 부모가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걱정하긴 했지만 딸이 성공하기만 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으로 타협하여 의사가 될 수 있었다. 한편, 데이비스 양에게는 여성의 교육을 개혁하려는 그녀의 결심에 동조하고 도와준 오빠가 있었다. - P191

그녀들은 남성 모자의 테두리에 똑바른 바늘땀을 박아 넣는 것이 여성의 삶에서 유일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를 느낄 만큼 용감해졌습니다. 그녀들은 토론을 시작했고, 공장 마룻바닥에 모여 초보적인 토론 모임을 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든 <테두리박기> 여공들도 지금까지의 신념에 회의를 품고 세상에는 똑바른 바늘땀을 박는 일과 빅토리아 여왕 외에 다른 이상들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로 낯선 사상들이 그녀들의 머릿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예컨대 한 소녀는 공장 지역의 길을 걷다가, 자신이 낳는 아이도 제분소에서 생계를 벌어야 한다면 자신은 아이를 낳을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책에서 우연히 본 말이 그녀의 상상력에 불을 질러 욕조와 부엌과 세탁소와 화랑과 박물관과 공원이 있는 미래 도시를 꿈꾸게 했지요.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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