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디지아 —> 짐바브웨

경찰은 셰발과 발뢰가 선택한 서사 도구일 뿐 아니라 그들이정치적 견해를 밝힐 대상이었다. 이 역시 고정관념이지만, 스웨덴이 2차세계대전에서 중립국이었기 때문에, 또한 스웨덴에서는 모든 여성이 금발 미녀이기 때문에, 우리는 스웨덴을 본질적으로 평화주의적인 국가로 여겼다. 하지만 셰발과 발뢰는 스웨덴 문화의 핵심에 군사주의가 있다는 사실, 경찰도 주로 군대에서 모집된 인력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애쓴다. 그들은 스웨덴이 1960년대 중순에 자치경찰을 국영화한 것이그릇된 결정타였다고 본다. 그때부터 경찰이 스스로에게만 봉사하고 스스로에게만 관심을 쏟는 준군사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 P9

이전 세대의 경찰소설은 대체로 과장되었고 거창했지만, 셰발과 발뢰는 정반대길을 택했다. 시리즈 전체에서 확연히 드러난 그들의 입장은 이 책에도 간명하게 요약되어 나온다. "경찰의 일은 현실주의, 정해진 절차, 집요함,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 P10

마르틴 베크는 왠지 찜찜했다. 어렴풋하고 종잡기 어려운 기분, 예를 들자면 책을 읽다가 깜박깜박 조는 바람에 책장을 한장도 넘기지 못하고 계속 같은 대목을 되읽을 때 드는 무지근한 피로감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 막연한 육감의 정체를 헤아려보려고 애썼다.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린 것은 무력감이었지만, 그가 좀처럼 무시해버릴 수 없는 다른 감각이 더 있었다.
위험하다는 느낌이었다. - P60

경찰의 일은 현실주의, 정해진 절차, 집요함,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물론 까다로운 사건이 우연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우연이란 융통성 있는 개념이고 요행이나 운과는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범죄 수사의 성패는 우연의 망을 가급적 촘촘히 짜내는 데 달려 있다. 번득이는 육감보다는 경험과 성실함이 더 많이 기여한다. 명석한 두뇌보다는 좋은 기억력과 건전한 상식이 더 귀한 자질이다. - P61

마르틴 베크가 뢴에게서 뭔가 구체적인 정보를 끌어내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물어야 했다. 그것도 뢴이 오해하지 않을 만큼 명확한 문장으로 질문을 잘 구성해서 물어야 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둘 다 진작부터 이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서로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왔다. - P63

지난 십 년 동안, 스톡홀름 도심은 대대적이고 폭력적인 변화를 겪었다. 원래 있던 동네는 모조리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 동네가 지어졌다. 도시 구조 자체도 바뀌었다. 도로가 확장되었고 고속도로가 놓였다. 그런 활동을 부추긴 것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꿈이 아니라 귀한 땅을 한 뼘도 남기지 않고 최대한 착취하겠다는 욕망이었다. 도심에서는 기존 건물의 구십 퍼센트를 허물고 기존 도로망을 깡그리 지운 것만으로도 모자라 지형 자체에도 폭력적인 변화가 가해졌다. - P81

만약 당신이 정말로 경찰에 붙잡히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찰관을 죽이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하는 진실이고, 스웨덴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스웨덴 범죄 역사에는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무수히 많지만 경찰관이 살해된 사건 중에는 미해결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 P88

1950년대 말, 스톡홀름 경찰은 대폭적인 물갈이를 겪었다. 새 지휘부와 새 분위기가 주입되었다. 군대식 사고방식은 인기를 잃었고 보수적 견해는 더이상 장점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본부의 변화는 각 구역 경찰서에도 어느 정도 퍼졌다. 자동적인 승진은 더이상 당연시되지 않았고, 좀더 민주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과정에서 행정경찰 내부의 프로이센주의를 비롯한 전통적 기풍이 약해졌다. 뉘만은 눈앞에서 기회가 떠내려가는 걸 지켜본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 P98

그리고 교양 없는 독자에게 읽힐 위험이 없는 문화면에는 로디지아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 P103

군발드 라르손은 샤워하면서 자신이 오늘 죽을까 생각해보았다.
무슨 예감 같은 건 아니었다. 이를 닦은 뒤 마지못해 스투레가탄 거리의 브롬스 사립학교로 등교하던 여덟 살 때부터 그는 매일 아침 똑같은 생각을 했다. - P104

남부 경찰서에 차를 대면서 콜베리는 마르틴 베크가 쉬는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건 곧 내가 하루 종일 일해야 한다는 뜻이지, 콜베리는 생각했다. 둘째로, 하루 종일 말 통하는 사람 하나 없이 일해야 한다는 뜻이지. 사기가 금세 추락했다.
기운을 내기 위해서 콜베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 P110

"발자국을 꽤 정확하게 뜬 것도 있어. 부츠 아니면 묵직한 작업화야."
"그것도 아무짝에 쓸모없어." 콜베리가 말했다. " 고깝게 듣진 마. 나중에는 그런 게 귀중한 증거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뉘만을 살해한 놈을 붙잡는 거야. 증거로 범행에 엮는 건 놈을 잡아들인 다음에 해도 돼."
"논리가 이상한데." 뢴이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말자고. 우리에게는 중요한 단서가 몇 개 더 있으니까." - P114

"이 직업에서는 단합이 중요해." 마르틴 베크가 말했다. "늘 그랬어."
"그리고 우리에게는 단합심만 남겠지."
콜베리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좋아. 경찰은 하나로 뭉친다. 그건 자명한 명제지. 하지만 무엇에 대항하여 뭉치는 거지?"
"그 질문에 누가 답할 수……………."
마르틴 베크는 말을 맺지 않았다.
"누가 답하는 날이 오더라도, 자네나 나는 그런 날을 못 보겠지."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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