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노트 - 딸 하나 인생의 보물 1호가 된, 엄마의 5년 육아일기
이옥선.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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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 이옥선 작가가 김하나 작가의 0세부터 5세까지 쓴 육아일기에서 발췌한 일기(1부)와 노년에 쓰신 에세이(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과거의 일기에 첨가된 이옥선 작가와 김하나 작가의 현재 시점의 짤막한 글도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모든 일기의 결론은 귀여움. 거실에 똥을 싸도, 컵을 흔들어 우유를 쏟아도, 떼를 쓰고 길바닥에 드러누워도. 일기의 마지막은 언제나 하나는 귀엽다로 끝난다. 아마도 아기가 자는 동안 글을 쓰기 때문일 걸. 모든 아기는 잘 때는 천사 같으니. 그리고 애초에 자녀가 20살이 되면 육아일기를 선물할 계획으로 쓰신 글이니, 결론은 흐뭇하게 긍정적으로^^ 라고.... 이런 육아일기는 한 줄도 쓰지 않은 무심한 엄마가 부러워서 심술내본다.


"쾌활하고, 적극적이고, 고집쟁이고, 귀엽고, 착하고, 예쁘다." 위에 저렇게 패악질을 부리고 난장판을 만든 나의 만행을 다 서술한 뒤 "착하고, 예쁘다"로 끝나다니? 누군가는 습관적으로 쓴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엄마는 습관적이고 인사치레 같은 말을 안하는 분이다. 종종 서운할 정도로 가차 없다. 오냐오냐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 이 일기에서도 엄마는 『난중일기』풍의 문체로 사실들만 간명하게 썼기 때문에 엄마가 실제로 저 모든 행패에도 불구하고 나를 착하고 예쁘게 보았던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김하나 - P107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에 따라 불임시술을 한 날의 일기와 관련하여서는 이런 멋진 코멘트도 날려주시고.


인구 정책 요즘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 수 있으려나. 지금은 출산율이 낮아서 야단이지만 45 년 전 그때는 정부 시책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 아래 인구 억제 정책을 썼는데 우리는 어진 백성이라 정부시책을 잘 따랐다. 둘만 낳았고 불임 시술도 했다. 주공아파트를 분양할 때 불임 시술서를 내면 당첨될 확률이 높단다. 후에 진주까지 가서 서류를 떼 오기 귀찮아서 포기했지만, 그때는 낙태 수술을 하는 것은 정말 별일도 아니었고 필요하면 누구나 쉽게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낙태를 두고 불법이네 합법이네 왈가왈부하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니, 여자들이 용어 자체를 ‘임신중지‘로 바꾸고 계속 투쟁을 해서 겨우 합헌을 끌어냈다. 이걸 보면 우리 같은 시대의 여자들은 ‘정부가 참 별꼴이네. 언제부터 그렇게 여성 건강을 생각해주고 태아의 인권을 생각했다고싶다. - 이옥선 - P113



2부 노년에 쓰신 에세이에서도 잔잔한 위트가 담긴 멋진 글을 볼 수 있다. 사노 요코 책이나 이순자 작가의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에서 느껴지는 노년을 겪으며 더 먼 노년을 바라보는 이의 글맛이랄까.


사실 젊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혼돈을 겪어야 하는 힘든 시절인지도 모른다. 그 치기와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진로의 탐색 등등. 그런데 말이지 살아보니 아웅다웅하고 잘난체하고 콧대를 세우고 그런 것들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관계에서도 이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별 관심이 없어진다. 서로 편한 사이면 좋고, 까탈을 부리거나 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 - P277


『노년예찬』(콜레트 메나주)이란 책의 부제가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이 말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젊었을 때는 먹고사느라 고생고생했는데 늙어서도 그래야 한다면 사는 재미가 없지 않나. 그러니 젊었을 때 고생을 하더라도 나이 들면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늙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 P330



나에게 엄마가 써준 글은 대학교 때 받은 몇 통의 편지. 그 편지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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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26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린이집시절부터 꾸준히 도시릭통 안에 편지를 썼어요. 별 거 없었는데 오늘은 더 사랑한다. 급식에 멸치가 나오면 꼭꼭 씹어라.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우리애는 기억할까 모르겠어요 ㅎㅎ 그 시절의 아이들은 다 귀여운거 같아요 ~

햇살과함께 2022-09-26 19:35   좋아요 1 | URL
와 미니님 대단하세요~ 전 1년에 한번?? 아이들은 잘 때가 제일 이쁘죠!! ㅎㅎ
 

2022년 9월 포항 B급취향

척박한 포항에 올해 새로 생긴 독립서점&카페

올 봄 한겨레 기사 보고 집에 가면 가봐야지 하고 찜해 놓은 곳

https://m.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42840.html?_fr=nv

마침 어제 사촌동생 결혼이라 기차타고 혼자 포항에 다녀왔다.
내가 중학교 때 태어나 언제나 나에겐 신생아로 기억되는 동생 ㅎㅎ

서점 입구 발매트에 순돌이가 누워서 햇살바라기를 하고 있다.
오늘 시간이 많지 않아 역에 가기 전 30분 짬을 내어 급하게 [깻잎 투쟁기] 한 권 고르고 점심 대신 크렌베리크럼블과 커피.

가져간 책은 다미여 준비를 위한 [맨스필드 파크]
1박 2일에는 700페이지 정도는 되야지^^ 그러나 250페이지 읽었다. 항상 여행갈 때 300페이지 책 가져가면 다 읽고 읽을 책 없을까봐 걱정하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서점도 가는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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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5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책방 투어 기다렸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5 21:49   좋아요 2 | URL
요즘 주말에도 다른 일정으로 책방을 못갔네요^^ 10월 연휴에도 투어!

새파랑 2022-09-25 1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맨스필드 파크 샀는데 이렇게 보니 신기하네요~!!
역시 기차는 혼자타야 됩니다 ㅋ

햇살과함께 2022-09-25 21:52   좋아요 3 | URL
오 새파랑님도 사셨군요^^ 맨스필드 파크 재밌어요! 맞아요 기차는 혼자 타야죠^^

책읽는나무 2022-09-25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항은 태풍 피해 복구가 다 이루어졌을까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포항 제철쪽은 6개월 잡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포항 다녀오셨다니...갑자기!!!^^
독립서점이 3곳이나 있었군요?
딸 친구가 몇 년 전에 포항으로 이사를 갔대서 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맨스필드 파크는 꽤 두껍죠??
저도 읽어야 하는데...

햇살과함께 2022-09-25 23:55   좋아요 3 | URL
포스코 복구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맨스필드 파크 700페이지 정도요^^ 저는 오스틴 대표작 6권 중 맨스필드 파크랑 에마만 안읽었는데 둘다 700페이지가 넘어요 ㅎㅎ 물론 읽은 책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요 ㅎㅎ

바람돌이 2022-09-25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독립서점들이 점점 많이 생기네요. 참 좋은거 같아요. 저도 이제 어디 다른 지역을 갈 때는 그 지역에 독립서점이 있는지부터 검색하게 되네요. 다음에 포항가면 들를곳이 하나 더 생겨서 좋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5 22:08   좋아요 3 | URL
여행일정 짤 때 독립서점도 같이 검색하기~ ㅎㅎ
근데 보통 임차기간 2년 이상 유지되지 못하는 곳도 많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저같은 단발성 고객보다 지속가능한 수익 유지를 위한 단골고객 확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2-09-26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서점사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독립서점 갈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 ㅠㅠ 맨스필드파크도 두껍군요? 그래도 금방 다 읽으시겠어요^^

햇살과함께 2022-09-26 13:09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요~ 제가 기차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했던지 음식사진 밖에 안찍었네요.
서점 사진은 네이버 검색으로 ㅎㅎ
독서괭님 여행 갈 기회 되시면 애들이랑 그림책 서점 가보시길^^
맨스필드 파크 100페이지 정도 지나니 탄력받네요. 처음에 이름이 매치가 안되서 누가 누구지 생각하느라 속도가 안나더니..
 

아놔..노리스부인 정말 어이상실일세.. 대책없는 인간이군요..

토머스 경은 그렇게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는 심사숙고하며 망설였다. 이것은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면 제대로 뒷받침을 해 주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아이를 가족한테서 떼어 놓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잔인한 짓이 될 터였다. 그는 자신의 네 자식들을, 두 아들을 생각했고, 사촌 간의 사랑 등등을 떠올렸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이견을 제기하기가 무섭게 노리스부인이 말을 가로막으며, 그가 거론했든 안 했든 모든 이견에 답했다. - P13

엄밀히 따지자면 만족감의 몫이 같아서는 곤란했다. 토머스 경은 선택된 아이한테 진실하고 일관된 후원자가 되기로 단단히 결심한 반면, 노리스 부인은 양육비를 한 푼도 부담할 의사가 없었으니 말이다. 찾아다니고 떠들고 일을 꾸미는 한에서 그녀는 한없이 자애로웠고, 남에게 후하게 베풀라고 명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능했다. 그렇지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기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돈을 좋아했고, 친지들의 돈을 쓰는 법만큼이나 자기 돈 아끼는 법을 잘 알았다. 평소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수입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결혼 초부터 엄격한 절약 노선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 P16

"자라나는 아이들 사이에 적절한 구별을 유지하는 문제 말입니다. 딸아이들한테는 사촌을 너무 내려다보지 않으면서도 자기 신분을 잊지 않도록 가르쳐야 하고, 또한 그 애한테는 너무 기를 꺾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버트럼 가문의 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가르쳐야 할 테니까요. 나는 아이들이 아주 친하게 지내길 바라고 딸아이들이 사촌 동생한테 조금이라도 오만하게 구는 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서로 대등하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요. 신분이나 재산이나 권리나 물려받을 유산에서 늘 차이가 날 겁니다. 이건 대단한 섬세함이 요구되는 문제니, 우리가 아주 올바른 방침을 취할 수 있도록 처형도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 - P20

패니는 사촌 언니들이 옆에 있으나 없으나, 공부방에서나 거실에서나 관목 숲에서나, 늘 버림받은 기분이었고,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 있든 그저 무섭기만 했다. 아이는 레이디 버트럼의 침묵에 상심하고, 토머스 경의 근엄한 표정에 겁먹고, 노리스 부인의 훈계에 기가 완전히 죽었다. 사촌 언니들은 아이의 작은 키를 들먹여 상처를 주고, 수줍은 태도를 지적하여 무안을 주었다. 리 양은 아이의 무지에 놀라워했고, 하녀들은 아이의 옷가지를 보고 비웃었다. 이런 슬픔에 더해 자기를 놀이 - P24

친구이자 선생이자 보모로 언제나 귀하게 여기던 형제자매 생각이 날 때면, 아이의 작은 가슴을 짓누르는 낙심은 더욱 커졌다. - P25

노리스 부인이 이런 조언들로 조카딸들의 생각을 바르게이끌어 주었으니, 이 아이들이 뛰어난 재능과 올된 지식은 갖추었으되 자기 인식과 관용, 겸손함이라는 보기 드문 배움을 완전히 결여하게 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품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 P31

그는 딸들이 버트럼이라는 성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그 성에 새로운 기품을 더해 주리라 여겼고, 그 성을 버릴 때가 되면 점잖은 인맥을 넓혀 주리라 믿었다. 그리고 뛰어난 분별력과 올곧은 마음을 지닌 에드먼드의 성품은 본인은 물론이고 모든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명예와 행복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에드먼드는 성직자가될 것이었다. - P33

다른 식구들이 모두 패니를 뒷전으로 밀쳐 두는 상황에서 에드먼드의 지원만으로는 패니를 앞으로 나서게 하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패니의 정신이 함양되고 정신적 즐거움들이 확장되는 데 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몫을 했다. 그는 패니가 영리하며 분별력과 이해력이 뛰어나고 독서를 좋아하니, 잘만 이끌어 주면 독서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되리라 생각했다. 리 양이 패니에게 프랑스어도 가르치고 날마다 정해진분량의 역사책을 낭독하게 했다. 그러나 패니가 남는 시간에빠져들어 읽은 것들은 에드먼드가 추천한 책들이었고, 패니의 독서 취향을 격려하고 판단력을 바로잡아 준 사람 역시 에드먼드였다. 그는 패니가 읽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유익한 독서가 되도록 이끌면서 사려 깊은 칭찬으로 독서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러한 도움에 패니는 윌리엄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서 에드먼드를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이 두사람이 패니의 마음을 나누어 가졌다. - P35

가난한 혈혈단신 과부에다, 남편 시중에 병구완까지 하느라 건강도 망가지고 마음은 더 망가졌는데. 이승에서의 평화는 이제 다 무너졌고, 재산이라고 해봐야 양갓집 부인으로 내 한몸 간수하며 고인의 기억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살림을 꾸려가기도 빠듯한 형편인데, 패니 같은 짐까지 떠맡는 게 나한테 무슨 위로가 되겠어? 설령 내 입장만 생각하면 그게 낫다 해도, 그 가엾은 아이한테 어찌 그렇게 부당한 짓을 하겠나. 지금 훌륭한 집에서 잘 크고 있는 아이를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내 자력으로 헤쳐나가야지." - P45

토머스 경의 동의를 얻으려면 몇 달 더 기다려야 했지만, 그역시 이 연분을 진심으로 기뻐할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그사이 두 집안은 거리낌 없이 왕래했고, 약혼을 비밀로 해 두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노리스 부인만 아직은 이일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가는 곳마다 떠들고 다녔다. - P59

아내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는 우리의 시인이 사려 깊은 시구에서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네요. ‘천국이 보내 준 마지막 최고의 선물‘14)이라고요."

14) 존 밀턴, 『실낙원』 5권 1장 18~20행. - P63

그러나 버트럼 양은 약혼한 몸이니 그는 당연히 줄리아의 몫이 될테고 이는 줄리아도 잘 알았다. 그래서 그가 맨스필드에 온 지 일주일도 채 안돼 이미 줄리아는 언제든 사랑에 빠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 P66

"그럼, 그렇고말고. 동생이 그렇게 말해 주니 기분이 좋네. 그렇지만 실은 줄리아가 더 마음에 드는 거지?"
"아, 그럼요! 줄리아가 더 마음에 들어요."
"정말? 대체로 언니가 더 미인으로 통하는데."
"그럴 테지요. 이목구비가 더 뛰어나고 안색도 더 보기 좋더군요. 그렇지만 난 줄리아가 더 마음에 들어요. 버트럼 양이더 미인이고 호감 가는 타입이지만, 난 언제나 줄리아를 더 좋아할 거예요. 누님 명령이니까요."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네. 하지만 동생도 결국은 줄리아를 더 좋아하게 될걸."
"아니, 지금 말했잖아요, 처음부터 줄리아가 더 좋았다고."
"게다가 버트럼 양은 이미 약혼을 했잖아. 명심해, 동생. 그 아가씨는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 P67

"어머, 프라이스 양,"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자 크로퍼드 양이 말했다. "기다리게 만들어 사과하러 왔지만 도무지 변명할 말이 없네요. 시간을 많이 넘겼고 큰 잘못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랬으니 말예요. 그러니 부디 용서해 주셔야 해요. 이기심은 언제나 용서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잖아요. 고칠 가망이 없으니까요." - P103

노리스 부인은 패니에게 애정이 전혀 없었고 즐거운 일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에드먼드의 말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자기가 세운 것이니만큼 자신의 계획이야말로 최상책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모든 걸 자기가 아주 훌륭하게 계획해 놓았으니 어떤 변경도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거라고 믿은 것이다. - P118

"정말 피곤하지가 않아요. 저도 이상할 정도예요. 이 숲을 적어도 1마일은 걸었을 텐데 말예요. 그 정도는 걸었죠?"
"반 마일도 안 됩니다." 이것이 그의 꿋꿋한 대답이었으니, 아직은 여자처럼 마음대로 거리나 시간을 늘리고 줄일 만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어머! 이리저리 한참 돌아서 온 것도 감안하셔야죠. 우리가 온 길은 굴곡이 매우 심했고요, 그리고 이 숲만 해도 직선거리로 반 마일은 될걸요. 첫 번째 큰길에서 벗어난 뒤로는 한번도 숲의 끝을 보지 못했잖아요."
"글쎄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첫 번째 큰길에서 벗어나기 전에 저 앞에서 숲이 끝나는 것을 보았는데요. 전경이다 내려다보이고 끝에 철문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을 보면 이 숲은 기껏해야 1펄롱 밖에 안 될 겁니다." - P140

패니는 자기가 사람을 곁에 붙잡아 두기보다는 떠나보내는데 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말에 러시워스 씨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글쎄요." 그가 말했다. "정말 내가 가 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하신다면 한번 가봐야겠군요. 기껏 열쇠를 가져왔는데 그냥 있는 것도 우습고요." 그러고는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더니 인사치레도 없이 훌쩍 사라졌다. - P152

줄리아보다 마리아의 사정이 더 딱했다. 그녀에게 아버지의 귀국은 곧 남편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누구보다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그녀는 행복을 맡기기로 선택한 연인과 맺어질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우울한 일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일을 안개 속에 묻어 두고 안개가 걷히고 나면 뭔가 달라져 있기를 기대해 보는 것뿐이었다. 11월 초가 될 리는 없었다. 험한 항로든 뭐든 이유가 생겨 일정이 지연되는 게 다반사였다. 뻔히 보면서도 눈감아 버리거나 뻔히 알면서도 생각을 멈춰 버리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뭔가 운 좋은 일이 생겨서 말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귀국은 빨라도 11월 중순에나 될 터였고, 11월 중순이면 아직 석 달이나 남았는데, 석 달이면 열세 주고, 열세 주면 많은 일이 일어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 P159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 안을 서성일수록 망설임은 커져 갔다. 그렇게 열심히 청하고 그렇게 강력히 원하는데, 그녀가 가장 순종해야 할 몇몇 사람들이 마음먹고 추진하는 계획에 꼭 필요해서 그러는지도 모르는데, 끝내 거절하는 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 혹시 심술이나 이기심이나 창피를 당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에드먼드의 판단만으로, 토머스 경이 이런 일에 찬동하지 않으리라는 에드먼드의 믿음만으로, 다른 모든 사람들의 청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연기가 너무나 두려운 게 사실인만큼 그녀는 자신의 신중한 처신의 진실성과 순수함까지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 P224

이런 생각을 하는 마리아한테 시간을 끈다는 것은 설령 훌륭한 혼수 준비를 위해서라도 견딜 수 없는 일이어서, 서두르는 품이 러시워스 씨도 못 따라갈 정도였다. 중요한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되었으니, 적막하고 속박뿐인 집에 대한 염증, 실연의 고통, 신랑감에 대한 경멸에 하루 빨리 결혼해 버리고만 싶었다. 나머지는 나중에 하면 되는 일이었다. 새 마차와 가구 들이야 봄에 런던에 가서 마련하면 될 테고, 취향껏 고르기에도 그 편이 더 유리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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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님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장애여성공감의 10여 명의 장애여성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살아내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장애여성공감의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라는 창립 20주년 슬로건을 들여다보며, 더 많은 당사자 이야기가 말하여지길. 더 많이 귀 기울이길. 더 보편화되길.



우리는 이상한(queer) 몸을 가지고 있다. ‘모든 몸은 아름답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때때로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 채택하는 선언이지만 각자가 가진 차이들을 쉽게 지우거나 고유한 삶의 방식들을 질문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너무 뭉뚝하고 얄팍하다. 장애여성들은 정상성의 기준을 해체하고 사회의 규범에 도전하는 퀴어한 사람들이며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고유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퀴어함은 성소수자를 ‘이상하다‘며 비하하는 말이었지만, 사회와 불화하는 그 이상함이 사회가 추구하는 정상성의 폭력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는 정신이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이나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불구의 정치가 피어난다. 불구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불구의 정치를 통해서 단지 사회질서에 통합되기 위한 장애 극복을 거부한다고 선언한다. 이상한 몸은 불구의 정치를 위한 우리의 힘이다. 이런 우리의 퀴어함이 자랑스럽고, 퀴어한 존재들과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 P20~21



작년에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인 홍은전 작가님의 <그냥, 사람>도 다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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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보는 방식과 읽는 방식을 형성해왔으며 여전히 우리의 흥미를 부추긴다. - P11

제인 오스틴,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크리스티나 로세티, 에밀리 디킨슨은 소설과 시를 써서 자신들을 옥죄는 범주에 도전했다. - P12

길버트와 구바는 이 많은 작품들이 어떻게 작가들의 내적인(가끔은 무의식적인) 투쟁을 증언하는지 추적한다. 작가들은 순종적인 아내, 어머니, 집 안의 천사, 심지어 착한 독신 이모라는 인습적 역할의 감수를 요구받았지만, 이 요구가 더 많은 (방랑하고 배우고 쓰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자유를 향한 욕망과 나란히 함께하기는 어려웠다. - P13

아마 광장공포증 때문에 스스로를 감금한 것이었을 에밀리 디킨슨은생의 마지막 수십 년 동안 거대한 저택의 방 한 칸에서 삶을 영위했다. - P14

길버트와 구바가 수두룩한 19세기 소설에 영향을 끼친 작품임을 보여준 밀턴의 『실낙원』에서, 이브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제멋대로 구는 일탈 본성(여자도 남자도 억누를 수 없고 물리치고 싶은 본성)을 지닌 전형적 인물이다. - P14

감금과 탈출 이미지, 미친 분신이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 대리인으로 기능했던 환상, 얼어붙은 풍경과 불길에 싸인 실내에 나타난 육체적 불편함에 대한 은유-이런 유형들은 대물림되며 거식증,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같은 질병의 강박적묘사와 함께 거듭 나타났다. - P19

19세기는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최초의 시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20

이 책의 제목을 『제인 에어』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샬럿 브론테를 세밀하게 읽어나가며 여성 작가들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샬럿 브론테가 여성 고유의 불안과 능력의 패러다임을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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