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노트 - 딸 하나 인생의 보물 1호가 된, 엄마의 5년 육아일기
이옥선.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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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 이옥선 작가가 김하나 작가의 0세부터 5세까지 쓴 육아일기에서 발췌한 일기(1부)와 노년에 쓰신 에세이(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과거의 일기에 첨가된 이옥선 작가와 김하나 작가의 현재 시점의 짤막한 글도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모든 일기의 결론은 귀여움. 거실에 똥을 싸도, 컵을 흔들어 우유를 쏟아도, 떼를 쓰고 길바닥에 드러누워도. 일기의 마지막은 언제나 하나는 귀엽다로 끝난다. 아마도 아기가 자는 동안 글을 쓰기 때문일 걸. 모든 아기는 잘 때는 천사 같으니. 그리고 애초에 자녀가 20살이 되면 육아일기를 선물할 계획으로 쓰신 글이니, 결론은 흐뭇하게 긍정적으로^^ 라고.... 이런 육아일기는 한 줄도 쓰지 않은 무심한 엄마가 부러워서 심술내본다.


"쾌활하고, 적극적이고, 고집쟁이고, 귀엽고, 착하고, 예쁘다." 위에 저렇게 패악질을 부리고 난장판을 만든 나의 만행을 다 서술한 뒤 "착하고, 예쁘다"로 끝나다니? 누군가는 습관적으로 쓴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엄마는 습관적이고 인사치레 같은 말을 안하는 분이다. 종종 서운할 정도로 가차 없다. 오냐오냐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 이 일기에서도 엄마는 『난중일기』풍의 문체로 사실들만 간명하게 썼기 때문에 엄마가 실제로 저 모든 행패에도 불구하고 나를 착하고 예쁘게 보았던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김하나 - P107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에 따라 불임시술을 한 날의 일기와 관련하여서는 이런 멋진 코멘트도 날려주시고.


인구 정책 요즘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 수 있으려나. 지금은 출산율이 낮아서 야단이지만 45 년 전 그때는 정부 시책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 아래 인구 억제 정책을 썼는데 우리는 어진 백성이라 정부시책을 잘 따랐다. 둘만 낳았고 불임 시술도 했다. 주공아파트를 분양할 때 불임 시술서를 내면 당첨될 확률이 높단다. 후에 진주까지 가서 서류를 떼 오기 귀찮아서 포기했지만, 그때는 낙태 수술을 하는 것은 정말 별일도 아니었고 필요하면 누구나 쉽게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낙태를 두고 불법이네 합법이네 왈가왈부하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니, 여자들이 용어 자체를 ‘임신중지‘로 바꾸고 계속 투쟁을 해서 겨우 합헌을 끌어냈다. 이걸 보면 우리 같은 시대의 여자들은 ‘정부가 참 별꼴이네. 언제부터 그렇게 여성 건강을 생각해주고 태아의 인권을 생각했다고싶다. - 이옥선 - P113



2부 노년에 쓰신 에세이에서도 잔잔한 위트가 담긴 멋진 글을 볼 수 있다. 사노 요코 책이나 이순자 작가의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에서 느껴지는 노년을 겪으며 더 먼 노년을 바라보는 이의 글맛이랄까.


사실 젊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혼돈을 겪어야 하는 힘든 시절인지도 모른다. 그 치기와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진로의 탐색 등등. 그런데 말이지 살아보니 아웅다웅하고 잘난체하고 콧대를 세우고 그런 것들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관계에서도 이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별 관심이 없어진다. 서로 편한 사이면 좋고, 까탈을 부리거나 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 - P277


『노년예찬』(콜레트 메나주)이란 책의 부제가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이 말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젊었을 때는 먹고사느라 고생고생했는데 늙어서도 그래야 한다면 사는 재미가 없지 않나. 그러니 젊었을 때 고생을 하더라도 나이 들면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늙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 P330



나에게 엄마가 써준 글은 대학교 때 받은 몇 통의 편지. 그 편지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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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26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린이집시절부터 꾸준히 도시릭통 안에 편지를 썼어요. 별 거 없었는데 오늘은 더 사랑한다. 급식에 멸치가 나오면 꼭꼭 씹어라.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우리애는 기억할까 모르겠어요 ㅎㅎ 그 시절의 아이들은 다 귀여운거 같아요 ~

햇살과함께 2022-09-26 19:35   좋아요 1 | URL
와 미니님 대단하세요~ 전 1년에 한번?? 아이들은 잘 때가 제일 이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