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것들이 그 질병이 가져온 극단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질병이 그 후 더 기승을 부리지 않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각 기관의 기발한 대응책이나 도청의 처리 능력이나 나아가서는 화장장의 소화 능력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국은 시체를 바다로 내던져 버리는 것과 같은 절망적인 해결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리유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푸른바닷물 위에 일어나는 시체들의 징그러운 거품을 쉽사리 상상했다. 또 만약 통계 숫자가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어떠한 조직도, 그것이 제아무리 우수한 것이라 해도, 거기에 견딜 수는 없을 것이고, 도청이라는 것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첩첩이 죽어서 쌓일 것이고, 거리에서 썩을 것이고, 또 공공장소에서는 죽어 가는 사람들이 당연한 증오심과 어리석은 희망이 뒤섞인 심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붙잡고 매달리는 꼴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235

무시무시한 불행은 오래 끌기 때문에 오히려 단조로운 것이다. 그런 나날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페스트를 겪는 그 무시무시한 나날들이 끝없이 타오르는 잔혹하고 커다란 불길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발바닥 밑에 놓이는 모든 것을 짓이겨 버리는 끝날 줄 모르는 답보 상태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 P236

즉, 그 시기의 커다란 고통, 가장 심각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고통은 바로 생이별의 감정이었으며 페스트의 그 단계에 나타나는 생이별의 감정에 대해 새로운 기록을 남겨 놓는 것이 양심적으로 필요 불가결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당시에 있어서 - P236

고통 자체는 그것의 비장감을 상실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 P237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그들은 빈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페스트의 지배 속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이제는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은 단조로운 감정만 느끼고 있었던이다.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시민들은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재앙이 계속되는 기간 중에 집단적인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 실제로 그들은 그것이 끝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말들은, 초기에 있었던 열정이나 안타까운 감정은 찾아볼 수 없는 채, 다만 우리에게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는, 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성이 비쳐 보이는 말들이었다. 처음 몇 주일간의 그 사나운 충동이 사그라지자 낙담이 뒤따랐는데, 그 낙담을 체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역시 일종의 일시적인 동의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 P238

다른 사람들로 말하면, 그들은 밤낮으로 자기네들의 일에 몰두하고 있을 뿐 신문도 보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혹 누가 어떤 결과를 알려 줄라치면 거기에 흥미가 끌리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딴 데 정신이 팔린 채 무관심한 태도로 듣고 있었다. 그것은, 고역에 지칠 대로 지쳐서 그저 일상적인 자기 일에 과오나 없으면 그만으로 여기다 보니 결정적인작전도 휴전의 날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된 대규모 전쟁의 전투원에게서나 상상할 수 있는 무관심이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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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디자인 페스티벌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떻게 20대에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아니 40대라도...


나에게 이해되는 시는 이런 거.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



아 썅! (왜 안 떨어지지?)



- 꿈꿀 수 없는 날의 답답함



답답함을 욕 한마디로 발화하면서 해방감이 느껴진다.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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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9-01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이의 시를 외워보세요.
술 한 잔 하고 좌중 앞에서 한 수 읊으면, ㅋㅋㅋ 효과 제대로 납니다.

허물처럼 벗어던진 브래지어가 / 나무 의자 등어리에 걸려있고 / 사랑은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의 반의 반은 폼이잖아요. 음. 이른 시간에 벌써 취했나봅니다. 딸꾹!

햇살과함께 2022-09-01 20:23   좋아요 1 | URL
오~~ 그 시 좋은데요!!
있어빌리티를 장착해야겠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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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마지막 구매.

남편이가 <중세에 살기>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도서관에 한군데도 없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 그런가. 알라딘 중고도 없다. 그래서 새 책으로 구매하기로. 정가 무려 8,000원! 8월엔 책 안사려 했는데 배송료 때문에 어쩔수 없이 내 책 한권 구매^^ 정희진 샘 시리즈 4권으로(8월에 오기로 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 9월로 밀렸으니 쌤쌤?). 교보는 저 책만 사도 배송료가 안붙는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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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남편분이 빌려달라는 책도 있으시다니 !! 매번 먹을 것만 주로 부탁받는 저로서는 ㅎㅎ 중세에 살기 재미있겠어요 정희진쌤 책이야 재미있을거고 당근 *^^ㅑ

햇살과함께 2022-08-30 23:46   좋아요 2 | URL
남편이가 가끔 책을 몰아볼 때가 있는데 요즘 그런 시기네요^^ 안볼 땐 몇달 동안 넷플릭스 드라마만 보기도…

얄라알라 2022-08-30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자크 르 고프의 책....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신 남편님께서는 와우!
역시나 동문선 책이네요.

근데 단돈 8000원에 겟하셨다니 놀라워요
이렇게 어려운 제목 책들은 특히 책값이 더 비싸던데^^

햇살과함께 2022-08-30 23:44   좋아요 2 | URL
자크 뭐시기.. 역시 얄라알라님은 아시는 분이군요 ㅎㅎ 동문선 시리즈 가격 저렴한 어려운 책이 많네요 ㅋㅋ

scott 2022-08-30 2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남편 분은 가을, <중세에 살고>
햇살님은 따스한 햇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쟁여둔 책 열독 하귀 ^^


고물가 시대 넘 착한 가격 팔천원!^^
소중한 책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2-08-30 23:49   좋아요 3 | URL
가격 정말 착하네요^^ 내용은 저에겐 안 착할 것 같지만요 ㅋㅋ 자꾸 빌려오는 도서관 책 때문에 쟁여둔 책이 소진되지 않고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08-31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남편분의 책 선택하시는 안목!!!👍
그것도 착한 가격의 책!!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8-31 17:28   좋아요 2 | URL
가격이 착해서 바로 사줬습니다 ㅋㅋㅋ
저랑 책 취향이 완전 달라서^^
재미없는 책(제 기준에^^;;)만 주로 읽어요.

새파랑 2022-08-31 1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함께 책읽는 멋진 모습입니다. 덕분에 업어서 책사시는것도 탁월합니다~! 근데 과연 마지막 구매가 맞는건가요? ^^

햇살과함께 2022-08-31 17:34   좋아요 2 | URL
올 여름 평소보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있어서,
아이들 여름방학까지 겹쳐서,
8월에 제가 매주 도서관 2~3회 방문하느라 바빴습니다^^
덕분에 업어서 빌려온 책들 보느라 더 바쁘네요..
오늘 하루 구매는 잘 참아보겠습니다~
 
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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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5권


5권은 스웨덴 경찰판 직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자꾸 회사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이것은 미생인가.


베크와 콜베리가 평소 못마땅해하는 군발드 라르손이 민첩한 행동으로 화재 현장에서 8명의 생명을 구해내는 영웅적인 활약을 하고, 이를 더욱 못마땅해하는 콜베리.

5권은 누가 뭐라해도 군발드 라르손이 주인공이다.


신입 경관을 못살게 구는 심술궂은 콜베리. 5권에서는 콜베리의 고약한 심보가 아주 돋보인다. 동료에 대한 까칠한 반응들, 신입에게 맨땅에 헤딩시키고, 열심히 삽질시키고, 웃음을 참는 고약한 상사다(너무 얄밉다!).


모두들 사건을 단순자살로 마무리하고 싶지만(퇴근하고 싶다. 주말에 쉬고 싶다. 휴가 가고 싶다),

각자 마음 속에 뭔가 미묘하게 신경 거슬리고 이상하게 찝찝한 것이 남아 있다대답되지 않은 의문이 하나남아 있다(콜베리 빼고).


그래서 사건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으나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계속 파헤친다(콜베리 빼고).

결국 사건은 단순자살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사건은 계속 이어진다. 다른 사건과 연결된다.


중간 중간 복지국가 스웨덴의 복지 구멍에 대한 전지적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도 눈에 띈다.

이중적 의미의 <사라진 소방차>라는 제목도 좋다.


다음 권에서는 콜베리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신입 경관의 활약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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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30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생 맞는것 같습니다.ㅎㅎ이름이 묄?이었나? 사실 군발드 라르손의 절친인데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너무 재밌었어요^^

햇살과함께 2022-08-30 19:49   좋아요 2 | URL
에이나르 뢴이요^^ ㅋㅋ 맞아요 라르손이 뢴 부인 이름 얘기하니 콜베리가 깜짝 놀라는 장면 웃겼어요. 자기는 뢴이 결혼했는지도 몰랐는데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