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제주도우다>

서평 정우영

현기영 <제주도우다>

광복의 1945년에서 대한민국 수립의 1948년까지를 흔히 해방공간이라고 하는데, 온 국민이 새 국가 건설의 꿈에 한껏 부풀었던 그때는 불행히도 한국사에 유례없는 무서운 폭력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삼 년의 기간을 지나면서 국가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거의 절반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제주도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당시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열정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그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인간은또 무엇인지를 작가는 이 소설에서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3권, 361쪽) - P237

서평 온수진

역시 배신이야말로 달콤한 것. 이 책은 보고서가 아니었다. 아니, 보고서에 부합하는 내용도 조금은 있고, 오충현 교수(동국대)의 자세한 학문적 설명도 부연되어 있다. 하나 이 책은 마음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주 저자인 김성란 님은 마음을 다듬는 ‘평화의 씨앗‘ 활동가다. "씨앗부터 키우려면 씨앗부터 키우는 행위와 씨앗부터 키울 수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을 다듬지 않고 하는 행위와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마음 다듬기는 어느 쪽이든 빈 수레가 되기 쉽다. 건강한 숲을위해 씨앗부터 키우는 노을공원시민모임과 행위에 담긴 인식을 살펴마음을 다듬는 ‘평화의 씨앗‘이 손을 잡은 이유다." 즉,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행위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에, 나아가 행위와 마음이 순환하고 연결되는 것에 집중한다. - P2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를 읽고 찜한 책. 사전에 진심인 사람들. 사전에 관심없던 사람도 사전에, 말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그들이 15년, 아니 반평생 동안 사전이라는 배를 엮는 이야기. 일본 특유의 오타쿠스러운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횡단-신체성
물질성
생태적 주체와 생태적 사유
인간의 몸

환경정의
환경보건
환경질병
환경윤리

1장 서론-몸된 자연

강력한 윤리적·정치적 가능성은 인간 신체성과 인간을 넘어서는 자연 사이의 문자 그대로의 접촉 지대로부터 부상한다. 인간이 언제나 인간을 넘어서는 세계와 맞물리는 지점인 횡단-신체성 trans-corporeality으로 인간 신체성을 상상한다는 건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이 궁극적으로 ‘환경‘과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 P18

횡단-신체성은 이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다. 이론적 장소로서 횡단-신체성은 신체이론·환경이론·과학연구가 생산적인 방식으로 서로 만나고 섞이는 장소를 지칭한다. 이와 같이 인간 신체와 비인간 자연을가로지르는 운동‘은 물질과 담론, 자연과 문화, 생물학과 텍스트의 영토들을 관통해 이동하는 풍부하고 복합적인 분석을 필요하게 만든다. - P21

페미니즘 이론은 신체성과 무심성無心性, 수동성으로 비된 자연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아야 했다. 인간의 특정 그룹과 비인간 생명체에게 모욕과 침묵을 강요하기 위해 조성되어 왔던 자연/문화, 몸/마음, 대상/주체, 자원/행위능력 등의 젠더화된 이원론을 타파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 P25

투아나가 강하게 주장하듯, 페미니즘은 오로지 물질 그 자체에 직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을 무의미하게만들 수 있다. - P27

"인간 몸에 있는 대다수 세포들은 간성적inter-sex이고", "다섯 계 중 네 계에서 대부분 유기체는 재생산을 위해 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경이롭게도 치마버섯은 "2만 8천 개 이상의 성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우리는 자연이 변함없이 고정된 반면에 문화는 무한하게 유연하다는 주장을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요약했다. 만일 이러한 생물학이 퀴어하게 들린다면, 그럴수록 더욱 좋다. ‘상황적 지식‘으로서 이 퀴어 생물학은 규범화하는 이성애-생물학의 내용과 분류뿐만 아니라, 그것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 P27

자연의 대용어로 스콧은, "사물의 삶이 얼마나크게 인간적 의미와 감각을 초월하는지를 보여 주는 물리성physicality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에드워드 케이시와 데이비드 에이브럼과 같은환경주의 현상학자들은 인간의 경험과 인지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된 특정 장소와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케이시는 "장소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조건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와 유사하게, 로렌스 부엘은 "인간은 자신이 거주하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을 구축하는 문화생물학적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가 생산하는 모든 인공물은 그러한 환경의 흔적을 간직한다"고 주장한다. 생태비평은 "텍스트와 세계 사이의 분리"를 계속해서 강조하는 연구의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 P33

프롬은 "환경"은 "점점 더 세계 내 인간존재의 바로 그 구성물질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메를로-퐁티Merleau-Ponty를 끌어들이면서, 에드워드 케이시도 유사한 주장을 한다. "내 몸과 자연은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연속되어 있다. [・・・・・・] 문화와 자연으로 이뤄진 섬유들은 하나의 연속된 직물을 구성한다. 몸과 장소가 연속적임을 인정하려면 전통적인 분과학문적 경계를 가로질러야 한다. - P41

특히 장애연구는 몸과 장소 사이의 물질적/사회적 상호교환을 추적하기 위해 폐쇄된 몸이라는 의학 모델들을 거부한다. 로즈메리 갈런드-톰슨은 "장애연구는우리로 하여금 모든 몸이 수태의 순간부터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을 둘러싼 것에 반응하면서 변신하고, 몸에 역사를 기록한다. 몸이 세계와 마주칠 때 발생하는 변화를 우리는 장애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한다. - P42

말과 살, 흙은 이제 더 이상 개별적 개체가 아니다.
낸시 투아나는 주목할 만한 에세이 [끈적끈적한 다공성 :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증언하기]에서 유사한 혼합을 포착한다. 그녀는 바람, 비, 홍수, 살, 인종주의, 정치, 심리학, 수문학, 가난, 그리고 폴리염화비닐PVCs이 뒤섞이며 혼합되듯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사회적 실천과 자연 현상" 양자의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상호작용주의 존재론interactionist ontology은 ‘끈적끈적한 다공성‘이라는 개념화로 요약된다. "살-내 살과 세계 살의 끈적끈적한다공성이 [존재한다.] 이 다공성은 우리가 세계에 속해 있고, 세계를 발생시키고, 세계 안에 존재하게 하는 경첩이다. 그것이 상호작용을 발생시키는 얇은 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끈적거린다고 부른다. 이 박막membrane들은 피부와 살, 예단과 상징적인 상상물, 습관과 신체화와 같은 다양한 유형을 지닌다. - P49

로레인 코드가 아름답고 정교하게 서술한 ‘생태적 주체‘라는 개념에 가깝다. 그것은 "자신의 인식론적-도덕적-정치적 활동에 대한 책임을 고백하고 그러한 책임을 떠안기 위해 집합적 · 개인적 입장을 표명하는 주체를 말한다. 코드가 옹호하는 ‘생태적 사유에 따르면, "우리의 연구는 지식이 생산되고 논의되며 유포되는 장소인 ‘저 아래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 P55

내가 이 책 전체를 통해 주장하는 바는 자아의 구성 물질을 더 광범 - P62

위한 환경과 상호연결로 이해함으로써 주체성 개념에 일대 전환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자아는 복합적인 경제적·정치적·문화적·과학적·물질적인 연결망과 얽힐 수밖에 없기에, 외관상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했던 인간 주체는, 이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내던져진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에 단 한 번도 윤리적 또는 정치적 문제와 연관이없었던 실천과 행동이 별안간 눈앞에 놓인 위기들의 구성 요소가 된 것이다. 이것은 전지구적 기후 변화의 사례에서 특히 명백하게 나타난다.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시베는 ‘미처 깨닫지 못했네‘ 하며 팔짱을 끼고 마구리를 바라보았다.
"말은 골고루 흩어져 있는 게 아닙니다."
마쓰모토 선생이 미소 지으며 사랑스럽게 마구리의 검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끝말잇기에서 이기고 싶으면 단어끝이 ‘아행‘ ‘카행‘ ‘사행‘으로 끝나는 말을 피하고, ‘야행‘ ‘라행‘ ‘와행‘으로 끝나는 말을 궁리해 내야 합니다. ‘괴수‘나 ‘감사‘가 아니라 ‘가마쿠라‘ ‘가스토리‘ 같은 말을 상대한테 자꾸자꾸 들이대는 게 좋겠지요. 이게 좀처럼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요."
"마쓰모토 선생님도요?"
기시베가 놀라서 물었다.
"말의 바다는 넓고 깊습니다."
마쓰모토 선생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아직도 한참 수업이 부족해서 해녀처럼 진주를 따 오지 못한답니다." - P245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편한 쪽으로 흘러가도록 안일하게살며 일을 해 왔을 뿐이니.
사전을 만들면서 말과 진심으로 마주서게 되고서야 나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든다. 기시베는 그렇게 생각했다. 말이 갖는힘. 상처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고 누군가에게전하고 누군가와 이어지기 위한 힘을 자각하게 된 뒤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고 주위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주의 깊게 헤아리려 애쓰게 됐다.
기시베는 《대도해》 편찬을 통해 말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진실한 의미로 손에 넣으려 하고 있는 참이었다. - P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심이되 중심이 되지 말라"_정성헌/이문재

밥운동, 물운동, 불운동 셋이 맞아떨어져야
정 맞아, 애들이 안 움직이잖아요. 어제 TV를 보니까 서울시내 애들 중 놀 데가 없는 애들이 80%가 넘어요. 먹고 뛰어노는 게 기본인데. 하루에 필요한 활동량을 계산한 게 있어요. 13세까지는 일일 활동량이 2만 보 이상이래요. 그래야 건강한 몸이 된답니다. 19세까지는 1만8,000보고, 어른들은 7,000보 이상이면 괜찮대요. 그런데 기분 좋게 걸을 데가 마땅치 않아요. 난 조금만 살펴보면 생명사회를 만들 수 있는생활운동은 아주 쉽다고 봐요. 문제는 지나친 디지털화예요. 이런 연구결과가 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5살이 될 때까지 4만 회 이상 질문을 - P173

해야 뇌가 정상적으로 발육이 된다, 그런데 온갖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차단하고 있어요. 애들이 자극적이고 빠른 것에만 반응을해서 즉자적인 인간이 되어버린다고.

이 ‘가속 노화‘라고 있다던데요.
정 그래요, 젊은이들이 빨리 늙어가요. 어린이 성인병까지 생겨나잖아요. 이거는 전적으로 잘 먹지 않고 잘 움직이지 않고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거거든. 이걸 역으로 뒤집으면 해결이 돼요. 덜 소비하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교육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 내가 인생과 사회의 주인으로 사는 것과 디지털문명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봐요. 이렇게 진짜 인문적교양을 쌓게 하면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오지 않겠어요.
어쨌든 나는 밥운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땅하고 물을 살려야 하는 거고. - P174

인터뷰 마무리로 대담집 마지막에 실린 ‘정성헌의 귀띔 40가지 중 일부를 옮긴다. 선생의 운동론과 구체적 실천 지침, 사상, 비전이 압축되어 있다.

• 보고 싶은 사람이 돼라.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훌륭한사람은 보고 싶은 사람과 똑똑한 사람을 넘은 그 무엇일 것이다. 남이있어야 내가 있다. • 마음의 스승을 모셔라. • 나의 분신을 찾아라. 나와뜻을 함께할, 나보다 더 훌륭하게 일할 좋은 사람을 찾아라. 그런 사람이 많아야 튼튼한 조직이 된다. 크게 생각하고 멀리 보되, 실행에서는작은 일부터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 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이다. 교육에 충실하라. • 그 사람이 주체가 되게 하라. 남을 운동하게 하는 게운동이다. • 강사가 돼라. 강사가 되면, 누군가를 가르치면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 쉬운 말을 써라. • 반드시 현장을 조사하라. 현장을 조사하면 그 과정에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운동을 하게 된다. 공을 세우려 하지 말고 일이 되도록 하라. • 중심이되 중심이 아니어야 성공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냐‘는 측은지심을 가져라. • 풀을 아끼는 게 나를 아끼는 것이다. 시민을 넘어 천지인민, 국민 5% 즉 250만 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상유십년(尙有十年)!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의 시간이 있다. 3년간 해보고 1년 조정기를 거쳐 다시 3년씩 두 번 더 해보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 P177

이 들녘이 낯설다_최용탁

내가 다섯 살이던 1969년에 아버지는 당시 열풍처럼 일어나던 이농을 감행, 가족을 이끌고 서울로 갔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우리가 처음자리를 잡은 곳은 청계천 둑길 아래 철길이 지나가던 판잣집이었다. 얇은 합판을 얼기설기 붙인 두어 평 남짓한 박스 같은 집에서 할머니와고모까지 여섯 식구가 살았다. 아버지는 고물상으로, 어머니와 고모는방직공장으로 일을 나가면 동생과 나는 밖이 무서워 나가지도 못하고종일, 기형도 시인의 표현대로 ‘찬밥처럼‘ 집 안에 담겨 웅크려 있었다. 거기서 채 일 년도 살지 못했다. 어느 날 판잣집이 헐린다 했고 곧 우리식구는 군용트럭에 세간과 함께 어디론가 실려 갔다. 그곳이 지금의 성남, 당시에 광주대단지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요컨대 대대적인 서울 판잣집 철거에 따라 강제이주를 당했던 것이다. 산을 밀어 황토가 발목까지 빠지던 수진리고개 근처에 천막을 치고 아버지는 불하받은 땅에 벽돌을 찍어 직접 집을 지었다. 하지만 기반시설이 전혀 없이 수만 명을강제로 몰아넣은 광주대단지는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나마 방두 칸짜리 벽돌집이라도 서둘러 지은 우리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곳곳에 겨우 천막을 치고 하루 먹을거리를 찾아 눈에 불을 켠 사람들이아귀다툼을 벌였다. 내 기억이 그 무렵부터는 아주 선명하다. 아버지가일하던 고물상에 종일 붙어 앉아 폐지로 들어온 만화책으로 글을 익힌다음 닥치는 대로 만화와 잡지 따위를 읽었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이 거친 어른 남자들의 드잡이와 욕설, 툭하면 일어나던 칼부림까지 어린 내게 심연으로 남은 시간이었다. - P180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을 위하여_홍기빈

이는 진화를 유전자의 변화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편향을 보여주는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찰스 다윈이 개진했던 진화이론은 유전자와 무관한 것이라는 점, 유전자의 발견과 연구는 20세기의 산물이지만 다윈의 진화 이론은 그 훨씬 전인 19세기 중반에 발전되고 개진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여, 다윈이 제시하였던 진화의 핵심 개념은 자연선택과 생물종의 적응변화, 두 가지이며, 이 두 개념은 유전자와 같은 좁은 의미의 생물학적 현상으로 국한될 이유가 없다. 생명체의 적응 노력은 한시도 쉬지 않고 또 무한히 다면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자연의 선택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 P185

딜레마가 아닌 파국_정희진

이는 안보 딜레마의 원리가 가져오는 평화와 비슷하다. 안보 딜레마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자위력 행사‘가 주변국의불안을 일으켜 다른 국가 역시 군사력 증가로 대응함으로써, 군사력 상호 경쟁의 안보 불안을 말한다. 이 불안은 모두가 총을 들고 있지만 쏘지는 않는 상태 혹은 쏘겠다고 협박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쟁의 기운은상존하지만 전쟁은 아니다.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가짐으로써 유지되는 전쟁 없는 상태, ‘평화‘다. - P197

<오펜하이머>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오펜하이머의 딜레마와 좌절이다. 자신이 만든 무기로 살릴 수 있는 인류와 죽어야 하는 인류. 그자신 이후의 과학기술…. 미국이 수소폭탄을 개발하면 소련은 더욱더강력한 수소폭탄을 개발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인간의 삶은 본디 딜레마와 좌절로 점철되어 있지만, 오펜하이머처럼 지구의사를 좌우하는 경우라면? 그는 모순된 인물이 아니라 엄청난 모순을 감당할 수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능력이 책임감이라고 할 때,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