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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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더 춥고, 배고프고, 갈증나고, 힘들고, 비참하고, 더 인간이 아닌 것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에 몰두한 저들. 저들은 인간인가. 유럽을, 독일을 휩쓴 광풍은 무엇인가. AfD 지지율이 20%가 넘는다는 뉴스를 접하는 요즘, 그 바람이 다시 불까 두렵다. 프레모 레비를 계속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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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한편 정기구독 이외 2권만 구매^^
독서괭님의 책누름 기운을 받아??

* 사은품으로 매거진 흄세 6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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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01 0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제 기운 받으셨습니까?

햇살과함께 2024-02-01 09:04   좋아요 0 | URL
저도 2권 읽고 1권 사기(3권 읽고 2권 사기 할까?) 하려고요~
괭님의 기운이 필요합니다!!

다락방 2024-02-01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저도 책 누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번주에 아직 한 권도 사지 않은 1인)

독서괭 2024-02-01 07:53   좋아요 1 | URL
오늘 땡투 들어오면 사실 거잖아요.

햇살과함께 2024-02-01 09:0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 아직 이번주가 4일이나 남았....

단발머리 2024-02-01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아이책 사면서 제 책 한 권 샀는데..... 햇살과함께님과 겹치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그건 바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2-01 09: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지난달보다 잘 읽을 수 있겠죠?

은오 2024-02-01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권뿐이라니! 😱😱 책누름 기운 제대로 받으셨네요 햇살님!!! 괭님은 왜 제게는 책누름의 기운을 안주시는건지....기운이빠집니다..
<사라진 것들> 서재에 계속 보이네요. ㅋㅋㅋ 저도 읽고 있는데 전작보다 좋은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4-02-01 13:35   좋아요 1 | URL
은오님도 이제 책 사지 말고 상금으로 받은 책을 읽을 시간!
저도 사라진 것들 첫편부터 좋았어요!
 

오늘은 맑은 날이다. 우리는 시력을 되찾은 맹인처럼 주위를 둘러본다.
서로의 얼굴을 본다. 한 번도 밝은 태양 아래에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사람은 웃기도 한다. 배만 고프지 않다면!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슬픔과 아픔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겪더라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전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원근법에 따라 앞의 것이 크고 뒤의 것이 작다. 이것은 신의 섭리이며, 그래서 우리가 수용소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삶에서, 인간이 만족할 줄모르는 존재라는 말을 그토록 자주 듣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이것은 인간이 애초에 완전한 행복의 상태를 누릴 수 없어서라기보다불행의 상태가 지니는 복잡한 성질을 늘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 - P110

이다. 그래서 수없이, 차례대로 늘어선 그 불행의 이유들이 단 하나의이름을, 가장 큰 이유의 이름을 갖게 된다. 그 이유가 힘을 잃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그 뒤로 또 다른 이유가 등장하는 것을 본다. 비탄에 잠길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뒤로또 다른 이유들이 줄을 서 있다.
그리하여 겨우내 우리의 유일한 적이었던 추위가 가시자 우리는 배가고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똑같은 오류를 범하며 오늘 "배만고프지 않다면!"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배가 고프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수용소 자체가배고픔이다. 우리 자신이 배고픔, 살아 있는 배고픔이다. - P111

1941년 토리노에서 최우등으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동안 나는 그가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은 확신이 든다. 솔직히 나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 더럽고 상처투성이인 내 손, 진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포로복만 봐도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토리노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 사람이다. 사실 특히 이 순간에는 내가 그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기화학의 기억저장소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무기력한 상태에 있었는데도 뜻밖에 고분고분 요구에 응한 것이다. 투명하고 기분 좋은 이 느낌, 피를 따뜻하게 해주는 이 흥분. 나는 이게 무엇인지 안다. 시험에 대한 열광, 나의 시험에 대한 나의 열광이며, 모든 논리적인 능력과 모든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동원하게 해주는 바로 그힘이다. 이것은 동창들이 그렇게도 부러워하던 것이기도 하다.
시험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 사실을 차츰 눈치채자, 마치 키가 자란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엔 그가 내 졸업 논문 주제에 대해 묻는다. 너무나 멀리, 깊이 파묻혀버린 일련의 기억들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전생의 사건이라도 기억해내듯.
무엇인가가 나를 지켜준다. 보잘것없이 오래된 내 ‘전기절연상수측정‘이 안전한 삶을 누리고 있는 이 금발의 아리아인의 흥미를 끈다. 그는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묻고는 내게 가터만의 논문을 보여준다. 철조망 너머 바로 여기에, 내가 이탈리아의 우리집에서 4년 동안 공부했던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인 가터만의 논문이 존재한다는 이 사실 역시 불가능하고 기이한 일 같다. - P163

……단테는 어떤 사람인가. 『신곡』은 무엇인가. 『신곡』이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설명하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신선하고 낯선 감정이 생겨난다. ‘지옥‘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거기서 어떤 벌을 받는지, 베르길리우스는 이성이고 베아트리체는 신학이다.
장이 매우 주의 깊게 듣는다. 나는 천천히, 정확하게 시작한다. - P171

나와 로렌초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수많은 다른 사람들 중에서 내가 시련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준 어떤 가능성 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들의 인간성은 땅에 묻혔다. 혹은 그들 스스로, 모욕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줌으로써 그것을 땅에묻어버렸다. 사악하고 어리석은 SS 대원들, 카포들, 정치범들, 범죄자들, 크고 작은 일을 맡은 특권층들, 서로 구별되지 않으며 노예와도 같은 해프틀링까지, 독일인들이 만든 광적인 위계질서의 모든 단계들은 역설적이게도 균등한 내적 황폐감에 의해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로렌초는 인간이었다. 그의 인간성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이 무화의 세상 밖에 있었다.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 P187

우리의 배고픔이 한 끼를 굶은 사람의 그것과 같지 않듯이, 우리의 추위에도 특별한 이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허기‘라는 말을 쓴다. ‘피로’, ‘공포’, ‘고통‘이라는 말도 쓴다. ‘겨울‘이라는 말도 하지만 이것은전혀 다른 것들이다. 자기 집에서 기쁨을 즐기고 고통을 아파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자유로운 단어들이다. 만일 수용소들이 좀더 오래 존속했다면 새로운 황량한 언어들이 탄생했을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 속에서 셔츠와 팬티, 올이 성긴 천으로 만든 윗도리와 바지만 입은 채, 더할 수 없이 허약해지고 굶주린 육체로, 종말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하루 종일 노동하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 P189

알몸인 채로 타게스라움에서 10월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나온 우리들은 두 개의문 사이를 몇 걸음에 달려가서 SS 대원에게 카드를 넘기고 다시 숙소의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SS 대원은 두 행동이 이어지는 불과 몇 초 사이에 우리의 얼굴과 등을 한눈에 보고 각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렇게 하여 자기가 받은 카드를 오른쪽 남자에게, 혹은 왼쪽 남자에게 건네준다. 이게 우리들 각자의 죽음과 삶을 가르는 것이다. 3~4분 사이에 200명이 수용된 한 막사의 선발이 ‘완료‘ 되고, 오후에 1만 2,000명이 수용된전 수용소의 선발이 끝난다.
복잡한 타게스라움에 끼어 있던 나는 주위에서 나를 누르던 사람들의압력이 차츰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곧 내 차례였다. 모두 그렇듯 힘있게 그리고 유연하게,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쫙 펴고 근육을 모두긴장시켜 불거지게 하려고 애쓰며 지나갔다. 나는 뒤쪽을 보려고 곁눈질을 했다. 내 카드가 오른쪽으로 넘어간 것 같았다.
우리는 숙소로 다시 들어가 옷을 입는다. 아직은 아무도 자신의 운명을확실히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선발된 쪽이 오른쪽으로 넘어간 것인지,
왼쪽으로 넘어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서로에게 자비를 베풀거나 미신적인 배려를 할 때는 아니었다. 모두들 제일 나이 많은 사람들,
제일 여윈 사람들, ‘무슬림들 옆으로 모여든다. 그들의 카드가 왼쪽으로 갔다면 왼쪽이 선발되는 게 틀림없다. - P196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어쩌면 아주 보잘것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절망의 문턱을 넘지 않도록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준다. 비가 오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 혹은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하지만 오늘 저녁 내가 추가로 죽을 배급받을차례라는 것을 안다. 혹은 상황이 더 안 좋아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보통 때와 다름없이 배가 고프다. 그러면 정말로 바닥에 누워 있는 것같을 때마다 종종 그렇듯 정말로 마음속에 고통과 지루함밖에 느껴지지않는데,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좋다, 나는 내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건드리거나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수 있다. 그러면 비는 끝이 날 것이다. - P201

오늘도 우리는, 아침에는 영원처럼 까마득해 보였던 하루의 분초를 통과했다. 이제 오늘 하루는 끝이 났고 곧잊혀진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하루가 아니며 그 누구의 기억 속에도남아 있지 않으리라. 우리는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비가 더 올 수도 있고 덜 올 수도 있다. 혹은 땅을 파는 대신 카바이드공장에 가서 벽돌을 나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일 전쟁이 끝날 수도 있고 우리 모두 학살당하거나 다른 수용소로 이송될 수도 있다. 혹은 수용소가 수용소가 된 때부터 금방이라도 닥칠 듯, 확실한 것처럼 늘상 예고되어온 다른 격변 중 하나가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일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기억이란 희한한 도구다. 수용소에 있는 동안 아주 오래 전 내 친구가내게 써줬던 시 두 구절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느 날, ‘내일‘이라고 말하는 게
아무 의미를 갖지 않을 때까지.

이곳이 바로 그렇다. 수용소의 은어들 중 결코 사용하지 않는 말이 무엇이인지 아는가? ‘Morgen früh‘, 내일 아침이다. - P204

코만도의 동료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그러는 게 당연하다. 어떻게 내가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침에 내가 사나운 바람을 피해 실험실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바로 내 옆에 한 친구가 등장한다. 내가휴식을 취하는 순간마다, 카베에서나 쉬는 일요일마다 나타나던 친구다. 바로 기억이라는 고통이다. 의식이 어둠을 뚫고 나오는 순간 사나운개처럼 내게 달려드는, 내가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잔인하고 오래된 고통이다. 그러면 나는 연필과 노트를 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을쓴다. - P216

부서진 창문이 수리되고 난로가 온기를 퍼뜨리기 시작하자 우리의 마음도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토바로프스키(23세의 프랑스계폴란드인으로 발진티푸스 환자)가 이런 일을 해낸 우리 세 사람에게 빵 한조각씩을 주자고 제안했고 다른 환자들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었다. 수용소에는 이런 불문율이 있었다. "네 빵을 먹어라. 그리고 할 수 있으면 네 옆 사람의 빵도 먹어라."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갖지 마라. 지금 이 일은 수용소가 죽었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우리 사이에서 일어난 최초의 인간적인 제스처였다. 나는 바로 그 순간이 어쨌든 살아 있던 우리가 해프틀링에서 다시 서서히 인간으로 변모한 그 변화 과정의 시작으로 기록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P244

우리는 러시아군이 곧 도착할 거라고 서로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 그렇게 공언했다. 모두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희망을 갖는 버릇, 자신의 이성을 신뢰하는 버릇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는 모든 일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생각이라는 것은 쓸모없었다. 그것은 위험하기도 하다. 고통의 원천이자, 그 고통이 일정한계를 넘으면 자연의 섭리에 의해 무뎌져버리는 감수성이라는 것을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 P262

부록 1 독자들에게 답한다

내가 보기에 위의 진술들에 거짓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 그림을 완성시키려면 다른 하나가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하고 싶었기때문에 알지 못했다. 물론 공포정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거기에 저항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독일 국민은 전체적으로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는 특별한 불문율이 널리 퍼져 있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획득하고 방어했다. 그런 무지가 나치즘에 동조하는 자신에 대한 충분한 변명이 되어주는 것같았다. 그들은 입과 눈과 귀를 다문 채 자신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환상을 만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자신은 자기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공범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는 것, 그리고 알리는 것은 나치즘에서 떨어져 나오는 방법(결국 그리오래지 않아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나는 독일 국민이 전체적으로 이런 방법에 의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바로이런 고의적인 태만함 때문에 그들이 유죄라고 생각한다. - P276

모든 반란은 어떤 식으로든 특권을 가진, 그러니까 신체 상태나 정신 상태가 다른 일반 포로들보다 훨씬 나은 포로들에 의해 계획되고 지휘되었다. 이건 놀랄 일이 아니다. 고통을 덜받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건 처음에는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수용소 밖에서도 룸펜프롤레타리아가 투쟁을 선도하는 일은 드물다. ‘거지들‘은 저항하지 않는다. - P279

이론적인 설교는 실제 행동으로 신속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이행되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뒤 불과 몇 달 뒤에 최초의 강제 수용소인 다하우 수용소가 세워졌다. 같은 해 5월에는 유대인 저자들 혹은나치즘의 적들이 쓴 책이 처음으로 불태워졌다(100여 년도 더 전에 독일계 유대인인 시인 하이네는 이렇게 썼다. "책을 불태우는 사람은 조만간 인간들을 불태우게 될 것이다" ). 1935년에 반유대주의는 뉘른베르크 법안이라는 기념비적이고 매우 상세한 법안으로 체현되었다. 1938년에는상부의 명령에 따라 불과 하룻밤 사이에 191개의 시나고그가 불태워졌고 수천 개의 유대인 상점이 파괴되었다. 1939년 독일인에게 갓 점령된폴란드의 유대인들은 게토에 갇혔다. 1940년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문을 열었다. 1941∼1942년 대학살 장치가 완전하게 작동했다. 1944년 희생자의 수는 수백만이었다. - P298

부록 2 프리모 레비 작가 연보

물자 부족, 노역, 허기, 추위, 갈증들은 우리의 몸을 괴롭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정신의 커다란 불행으로부터 신경을 돌릴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불행할 수 없었다. 수용소에서 자살이 드물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자살은 철학적 행위이며 사유를 통해 결정된다. 일상의 절박함이 우리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았다. 우리는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이나 그후에는 자살에, 자살할 생각에 가까이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수용소 안에서는 아니었다. - P312

부록 4 작품 해설

『이것이 인간인가』Se questoèun uomo(1947, 1958)
『휴전』 La tregua (1963)
『주기율표』 IⅡ sistema periodico(1975)
『지금이 아니면 언제?』 Se non ora, quando?(1982)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ll sommersie isalvati (1986)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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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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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초엽!!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로봇이 대세인 속에서 김초엽 만의 소재와 주제로 풀어낸 애잔하고 다정한 이야기. 김혜진의 돌봄 노동의 딜레마와 간병로봇의 고뇌, 오정연의 안락사 호텔에서의 마지막 일주일도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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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1-29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여기 김초엽의 “관내분실” 수록되어 있나요? 전 단행본에 실린 걸로 읽었는데, 좋았어요!

햇살과함께 2024-01-29 22:37   좋아요 1 | URL
관내분실 대상 우빛속 가작 동시 수상한 작품집입니다! 저도 김초엽 작가 2편은 우빛속 단행본으로 이미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좋네요!!
 

관내분실_김초엽

한 명의 여성 MC를 둘러싼 네 명의 남성 패널들이 마인드와 영혼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던 중이었다. 패널 중 누군가가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신호의 연속으로 해석할 수 있고, 마인드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것은 뇌 속의 다양한 화학적 신호들, 펩타이드와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전기적 신호로 데이터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자가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부정적입니다. 마인드가 영혼이 아니라는 가장 결정적인 반박은, 그렇게 스캐닝된 시냅스 패턴이 더 이상 가소적으로 변형되지 않는다는 관찰로부터 나왔죠. 한사람의 자아는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성장하고, 배우고, 반응하고, 노화하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변형되지 않는 마인드는 영혼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은 시점에서 고정되어버린, 일종의 박제된 정신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 P44

수상 소감_김초엽

그래도 최악인 건 아니다. 과학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실패가 완전한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틀리지 않는다면 새로운무언가를 찾아내는 일도 불가능하다.
오랜 시도 끝에, 나는 글을 쓰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패는 그리 나쁘지 않다. 그게 과학소설이라면 더더욱. - P62

마지막 로그_오정영

D2-62는 슬퍼 보이지 않았다. 어느 한구석이 고장 난 채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랜 세월을 견디고 나면 결핍도 원동력이 되는 걸까. 저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요, 묻고 싶었다.
"혹시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요."
내 마음을 읽은 듯 그가 말했다.
"죽고 싶은 마음,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던 근거가 갑자기사라지는 거죠. 안락사 담당 안드로이드들은 그런 감정 변화 인지에 특화된 앱을 장착하고 있어요. 담당 안드로이드가 좀 더 살아보라며 손을 내민다면 굳이 마음을 다잡지 말아요."
D2-62가 내 어깨 너머로 눈짓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저 영감도 그렇게 마음을 바꿨죠. 당시 담당 안드로이드를 계속 담당자로 배당해달라 요청했다더군요. 살아야겠다는 욕구라는 게, 죽겠다는 결심보다 쉽고 당연해야 하잖아요. 노을이, 하늘이예쁘네요, 함께 볼까요, 누군가 매일 같은 시간에 권해주기만 해도살아지는 게 하루하루니까."
그가 가리키는 곳에 겨우 혼자 거동할 수 있는 수준의 노인과 그에게 찻잔을 건네는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조이였다. 조이의 미소가 멀리서도 보였다. 어제 내가 보았던 미소와 다르지 않았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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