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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F 세대에 묻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 워낙 책 읽고 매번 충격 받는 스타일이라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 내용은 어렵지 않고 대담형식으로 서술된 경어체라 전달방법도 무척 친절하다. 예도 많이 들고 비교도 많고 추상적인 문구 없이 상황 정리도 명쾌하다. 주로 <시사 IN>의 이종태 팀장이 아젠다를 펼쳐내 어떻게 생각하시냐 질문을 하면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위원이 답을 하는 구성이다. 최근 시즌을 맞아 반 MB정서, 반 자본주의에 몰두해 있던 나로선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새롭다기보다 낯설었달까. 정확히는 당황스런 수치심이다. 이 책엔 한마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진보, 좌파에 대한 일침이 한 가득이다. 당신들의 주장과 논리는 여기서부터 이렇게 틀려먹었으니 정신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말로 들린다. 마침 책 제목도 선거철을 맞아 무엇을 택할 것인지 - 결국 누구를 택할 것인지 - 묻고 있지만 덮고 난 심정이 책의 결론처럼 분명하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독자로서 개인적인 한계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나와 같은 세대들이 앞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주장을 면밀히 비교해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뭘 알아야 비교도 해 볼 것이니까.
나와 같은 세대라 한정지은 것은 내 세대가 요즘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잊혀진 세대, F 세대이기 때문이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태어나 80년대 컬러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90년대 말에 결혼해 2천 년대에 아이를 낳고 지금은 학부모가 된 사십대. F는 ‘Forgotten’, ‘Fire’, ‘Facebook’, ‘Formidable members’를 두루 의미한다. 민주화 운동권 선배를 두었지만 데모는 하지 않았고 취직해서 결혼할 무렵에 IMF를 만났을 것이다. 사교육 열풍 속에서 아이가 걸음 떼기 시작했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내었을 것이다. 집값이 자꾸 오르자 불안감에 무리하게 대출하여 집이라도 장만했다면 분명 이자에 허덕이며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사십대가 2030세대와 합쳐지면 유권자의 반이 넘어가기 때문에 표심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보았듯이 박빙일 때엔 이들이 보수로 기우느냐 야권으로 기우느냐가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 F세대의 특성을 말해보라 누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뒤쳐지지 않는 삶’이라고 본다. 사실 사십대에 들어서 직장인으로서 서울 어느 구에라도 번듯한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한 부부라면 그 삶은 지난날 지겨운 경쟁에서 잘도 살아남은 축에 속한다. 대학입학, 취업, 결혼, 육아, 집장만에 이르기까지 그 이십 여 년의 세월은 분명 메인 프레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이념투쟁이라는 추상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행복이나 실질적인 혜택 등의 실용적 가치이다. 그래서 명예나 도덕을 따지는 사람은 위선이라 여기며 속물정신이나 편법 등의 수법으로 성공한 사람을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그렇게 해서라도 한 계단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준화 속에서의 궁극적 차별화. 삼성을 욕하지만 삼성에 들어가고 싶고 이명박을 욕하지만 이명박처럼 재산을 불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들 많았는가.
역사의식과 사회참여도 도덕성, 지식수준도 386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 심지어는 머리가 나빠 공부도 못하고 날라리만 많은 세대라 - 운좋게 취직해 지금은 사회의 중진이 되었건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 이들에게 향후 십년은 이제 막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의 십년과도 다르며 결혼과 육아를 늦추고 있는 삼십대의 십년과도 다르다. 이들의 미래 십년은 정확하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돌입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데 지금부터의 십년은 F 세대의 자녀들이 성장해 성인이 되는 세월이다. 지출항목이 더 많아지고 커지기만 하는 시기, 평범한 직장생활로는 더 이상의 재산증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기이다. 여기까지 잘 달려온 세월에 미안해서라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고 어쩌다 추락할까봐 두려운 시기이다. 그 전에는 성장이나 발전도 중요했지만 지금부터는 복지라는 말이 아주 구체적으로 와 닿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4년 동안 양극화 때문에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와 절망을 감추기 어려웠던 시기인 것이다. 보수신문은 지난 일년 내내 복지를 과하게 시행하면 나라가 망하는 수가 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복지포퓰리즘은 안 된다 주입해 왔다. 하지만 서민이라면 그 기사 때문에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중간하게 가난하면 복지혜택은 받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늘 재벌개혁하자는 불가능하고 진부해 보이는 진보쪽 보다는 '생애 맞춤형 복지'라는 그럴듯한 대안을 내세운 박근혜가 우리에게 더 유리한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방황하는 F 세대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복지교본을 툭, 제공한 느낌이다. 혹시라도 언뜻 구호만 보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무조건 옳고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라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F 세대는 공정 한가
불안한 F세대는 부자의 재산을 나누어 빈곤층에 나누어주는 식의 미국식 잔여 복지에 끌린다. 하향식 평준화는 아무래도 나의 추락을 방지해 줄 안전망으로 기능할 것 같기 때문에. 그러나 더 생산적인 의미의 북유럽 식 복지, 즉 퇴출당해도 실직수당이 보장되어 있고 직업 교육, 그를 통한 재취업이 보장되어 있는 선순환 식 복지도 흥미롭다. 언제 조직에서 나가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복지는 북유럽식 복지이다. FTA 가 발효되면 농업, 제조업, 제약업 등에서 피해자가 생길 것이므로 악영향을 최소화 하려면 복지 국가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재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FTA는 분명 해서는 안 되는 계약이었지만 비준까지 한 상태에서 폐기는 말이 안 되니까, 지금 상황에서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은 단순히 생활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구조, 생산체제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패자부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재벌이나 부자의 세금을 더 걷어서는 택도 없으므로 어쨌든 국민이 세금을 더 내는 수 밖에 없는데 장하준은 이를 두고 ‘복지 공동구매’라는 개념으로 복지를 재정립하자고 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탁아, 교육, 의료, 노후대비, 질병 등에 대한 보험을 온 국민이 공동구매해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니 세금은 공동구매를 위한 자금임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새삼 박근혜가 치밀하다는 것이었다. 야권에서 누가 후보가 되건 박근혜보다 치밀하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이미 이슈만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선점했다. 공식만으로는 아버지의 잘한 점, 이명박의 잘못한 점, 그리고 야권의 오류를 다 더해 복지 밑그림을 짜 놓은 듯 하다. 다만 큰 그림만 있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데 이 부분은 아마 상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준비된 시나리오를 척척 끼워 맞출 것이 분명하다. - 그러니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게 전략인데 야권에서 박근혜 복지는 내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걸려드는 것이다 - 좌파가 더 공부해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 기존에 잘못한 것들을 나열하여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것보다 자신들도 잘못한 것을 빨리 정리해서 그동안의 오류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꾸 우리가 한 잘못은 니들이 한 것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도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는데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도둑질은 나만 한 것이 아니라는 보수 프레임에 갇히는 꼴이다) 어차피 나도 잘못한 것이 맞다면 이걸 반복하지 않는 방안이 더 중요하다. FTA든 재벌이든 비리든 사찰이든 노무현도 했지만 이명박은 더 하지 않았느냐, 는 논리를 제발 거두어 주었으면 한다.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한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정부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박근혜보다 먼저 말해야 한다. 글쎄, 정치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인정하기 싫은 건 이명박 정부가 사악하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안 죽어도 되었을 사람이니 면죄부 주고 싶은 심정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박정희 시대로 끌어올려 결국 그의 딸인 박근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밀어붙이는 식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장하준은 우리가 외적 성장에 비해 내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외환위기 이후 지속, 강화되어 온 ‘신자유주의 논리화’의 결과라 말한다. 금융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것이다. 좌파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도 결국 신자유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방법이 아니고 외려 재벌해체로 적대적 M&A를 불러와 엉뚱한 해외 큰손들만 재산을 늘리게 되었다 주장한다. 주주중심 경영도 결국 단기수익에 집착해 점점 신규 개발을 꺼리게 되어 국가적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양극화가 된 건 금융자본과 주주 자본주의가 문제인 것이지 재벌이나 이명박 때문이 아니라는 것. 모든 걸 박정희와 재벌 탓으로 돌리는 건 박근혜는 절대 안 되고 이건희만 물러나면 다 저절로 해결된다는 식으로 들린다. 그러다보니 야권의 주장은 늘 재벌해체이고 국가의 개입은 절대 안 된다는 식이다. 관치와 토건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재벌에 대한 분노가 얽혀 정작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혹시 이러한 주장들이 역으로 재벌옹호나 박정희 찬양, 혹은 박근혜 복지의 홍보의 수단으로 쓰이게 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좌파도 우파도 잘못된 정책은 공정하게 비판했다고 보여 진다. 중요한 건 더 많이 알고 더 분석하여 더 적절한 대안을 구상하는 일일 터이다. 그런 면에서 F 세대들이 더욱 역사적 위치를 인식하고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더 이상 우리는 젊지만도 그렇다고 완전한 기득권층도 아니다. F 하면 퍼뜩 Fair(공정)이 떠오르는데 이는 언급되지 않았으니 우린 공정함을 주요가치로 내세우진 않았나 보다. 그래서 문득 F 세대는 공정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오늘 우리의 경제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묻고 있다. 경제를 내세웠지만 결론은 경제민주화가 복지의 다른 말이라 가르친다. 복지가 향후 정치의 핵심이라 알려준다. 복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30년에 걸쳐 시행하면 북유럽을 따라 갈수 있다고 그 처음 5년을 누구와 시작할 것인지 묻는다. 아니 누가 되더라도 복지는 필연인데 당신들은 어떤 복지를 택할 것인지 묻는다. F 세대는,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F 세대여 돌을 던져라
저자들은 이탈리아 무시하지 말고 그리스 비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탈리아가 마피아 조직만 있고 선진국하고 한참 거리가 멀 것 같아도 복지 수준은 OECD 중간이고 우리가 이탈리아를 따라가려면 십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 그리스가 최근 재정위기에 빠졌다고 국민이 게을러서 혹은 은행이 방만해서라며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주에 그리스의 은퇴한 약사 한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약 100m 떨어진 아테네 중심가 신타그마 광장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해버렸다. 놀랍게도 그는 사회빈곤층이 아니라 94년 은퇴할 때까지 35년간 약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연금을 납부했던 전문직 출신이었다. 긴축재정에 나선 그리스 정부가 복지 축소로 연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장하준은 보수와 수구언론이 마치 그리스가 복지를 시행하다가 재정위기가 온 것처럼 떠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복지와 아무 상관이 없고 단일 통화를 사용하지만 단일한 연방국가가 아닌 유로 존 때문이라 말한다. 유로 존에서는 화폐만 통합되었을 뿐 자유무역으로 인한 소득격차, 생산성 격차는 모두 각국의 소관이다. 쉽게 말해 관광업 발달한 그리스는 제조업 발달한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독일이나 프랑스, 국제 금융 자본가들은 그리스의 방만한 경영, 그리스의 내재적 결함이 재정위기를 초래했다고 18세기식의 청교도 윤리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 모습은 지난 97년 외환 위기 때 우리가 들었던 비난의 내용과 꼭 같다.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도 그런 줄 아는 것이다. 보수가 강력히 주입해온 가치들은 다시 우리가 보수적인 시각으로 남의 나라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 듯하다. 장하준은 같은 유로존 속에서 그리스를 도와주지 않는 유럽 국가(특히 독일)들을 강원도가 부도났는데 나라가 해결하지 않는 것에 비유하며 상당히 비윤리적인 행태라 꼬집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벌은 원래 성질이 나쁜 개인데, 누가 돌을 던져서 개가 미친 듯이 사람을 물려고 하면, 돌을 던진 사람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한 정승일 위원이었다.(장하준보다 더 예리하다고 느꼈다) 즉. 중소기업 단가를 깎는 재벌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주들이 자기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에 하청단가를 내려칠 수밖에 없는 경영방식의 근본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는 것. 인원감축하고 단가를 깎아야 주가가 올라가는 비정한 현실은 단지 대기업의 문제이기만 한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대기업에는 공정한 내실경영이겠지만 중소기업엔 불공정이 따로 없다. 이렇듯 금융자본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하지 않고 단순히 공정을 주장하거나 불공정을 비난해선 안된다 말한다.
결국 이 책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좌파에 대한 따끔하고도 현실적인 충고. FTA 발효 이후 벌어질 현상에 대한 대책. 그 준비로서의 복지에 대한 개념 정립. 복지의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의 증세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재벌을 공격하기보다 이미 커져버린 재벌을 잘 이용하자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잘 정리한 모습으로 탄생했다. 다행히 이 책의 장점은 너무 먼 미래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추상적인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전후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소득 수준에서 눈부신 신흥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국민의 힘을 모으면 복지 또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미래를 위해 국민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세금 더 내라는 말 하려고 이렇게 길고 복잡하였던 것인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완벽한 정부도 시행착오가 없을 순 없다. 정권의 말기엔 언제나 집권 정당과 현직 대통령이 모든 잘못의 원흉이었다. 이 책이 10년 뒤 우리 다음 세대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지금처럼 절망에 가득한 분노로 그 이전의 정부와 정책을 비난하지는 않도록, 부디 우리 아이들의 희망에 일조하는 정보가 되길 바란다.
선택이란 것은 늘 새롭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늘 같은 방식으로 하며 살아왔다. 선택이 새롭다기 보다는 선택으로 새로워지길 바란다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 같은 방식, 같은 생각으로 선택을 해놓고 새로워지길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선택하기 전까지 집요하게 따지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년만이 아닌 십년 후, 이십 년 후까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아는 F 세대는 투쟁에 익숙하지 않고 누가 돌을 던지면 같이 동조하거나 아니라 생각했다면 침묵으로 고개를 돌릴 사람들이다. 고독한 독립투사보단 외롭지 않은 연대를 택할 사람들이다. 2002년의 삼십대는 이제 노란저금통의 추억으로 남았다. 십년이 지나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 분명한 건 그 공감대의 키워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지금 우리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십년을 반성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더 이상 우린 삶의 단기이익을 좇아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꿈이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우리의 책임이 있다. 개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박을 터뜨리는 심정으로 돌을 던지자. 개는 이미 개가 된 이상 우리가 아니라도 개의 삶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행운의 박을 향해 함께 던지면 돌도 빛나는 희망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집어들어 선택된 돌이라면 F 세대가 앞장서도 될 것이다. 역사에서 잊혀진 세대가 이번엔 맨 앞줄에 서서 돌을 던져볼 기회인 것이다.
그렇게 모두 친구Fellow가 되어 파이팅Fighting하는 물결Flow이 되자.
세상을 향해 Follow me!, 한번은 이렇게 외쳐보자.
꼭 한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