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햄스터 이야기 보물창고 1
플로랑스 데마쥐르 지음, 이효숙 옮김, 베르나데트 퐁스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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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물론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책을 좋아해서 걱정하지 않는 부모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걱정을 한다. 요즘처럼 책을 많이 읽어야 나중에 공부를 잘 하게 된다는 말이 떠도는 시절에는 더더욱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책을 좋아하게 될까... 책을 잘 읽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좋아해야 '읽어야 할 책'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우선의 목표는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된다.

아이들 책을 보면 책과 관련된 책이 의외로 많다. 뭐... 부모의 사랑이나 가족을 다룬 책보다는 적겠지만 말이다. 때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의 중요성 내지는 좋은점을 은연중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을 싫어하던 아이도 책의 묘미에 빠지고 나면 다음부터는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 류의 이야기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마도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많은 아이들이 키우고 싶어하는 햄스터가 주인공이다. 책을 좋아하는 샤를-임마뉘엘은 언제나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책을 즐겨 읽는다. 인간 세상에서도 그렇듯이 이렇게 자기만의 세계에서 책을 읽고 사색하는 존재는 왕따를 당하기 쉽다. 샤를-임마뉘엘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니 어울릴 시간이 없어서 못 어울리고 늘 책만 읽고 있다. 친구들 입장에서는 아주 재미없고 특이한 친구도 비친다. 그래서 틈만 나면 놀리고 귀찮게 하고 심술도 부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아는 것이 많은 존재가 꼭 필요할 때가 온다. 샤를-임마뉘엘이 떠나면서 쓸만한 책을 몽땅 집어들고 가자 책방 주인이 햄스터가 좋아하는 먹이에 독약을 넣어서 놓아둔 것이다. 혹여 사람이 먹을까봐 글씨로 절대 먹지 말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그러나 글씨를 모르는 햄스터들은 뭔가 이상한 것은 눈치채지만 확신을 못 하기에 급기야 샤를-임마뉘엘을 찾으러 간다. 샤를의 도움으로 그것이 독이 든 것임을 알게 된 햄스터들은 이제는 그의 집에서 머물다가 글까지 배우고 더 나아가 글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책 읽는 즐거움이라... 어른들이 아이에게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억지로 읽는 것 보다 좋아서, 즐거워서 읽으면 훨씬 능률적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으니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간접 경험을 하고 책 속에서 무언가를 얻기를 기대하며 책을 내밀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뿐이다. 책에서 샤를의 친구 햄스터들처럼 자기들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스스로 소중함을 느낄 때만이 더욱 가치있고 즐거운 책읽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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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 나의 고전 읽기 6
김은주 지음, 이해정 그림, 르네 데카르트 원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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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웠던 철학자들... 그때는 누가 무슨 말을 했고 내지는 누구는 무슨 학파인지만이 중요했다. 그들의 말이 지닌 의미나 어째서 그런 이론이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식하게 공부를 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다시 돌아가서 공부를 한다면 이상적으로 그들의 저서를 읽어가며 '제대로' 공부할까... 글쎄 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아니 자신이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공부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자 할 때만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요즘은 닥치는 대로 과학이나 철학 등 학교 다닐 때 등한시했던 분야를 찾아서 읽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그 책들을 읽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시험을 봐야 한다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으리라 본다.

사실 몇 년 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어 보고자 시도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앞부분만 읽고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서 읽어야 할 목록에 들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본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다 읽었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야 어찌됐든 일단 마지막 장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사실 철학에 관한 강의를 조금 듣고 언젠가는 철학자들의 책을 하나씩 읽어 보리라 마음 먹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실천이 안 되어서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는 대단한 발전이요 진일보한 것이다. 한때는 등한시 했던 분야지만 삶을 살아가면 갈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바로 철학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에 만난 책이라 더 값지게 다가온 것일까. 여하튼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데카르트의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 내려간 덕분인지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문체도 간단 명료해서(의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단어 뒤에 숨은 뜻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조금씩 인용해 가면서 설명해 주고 때론 그의 삶에 대해 고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저서를 병행해서 읽는 느낌이었다. 그러기에 더 이해하기가 쉬웠는지도 모른다. 만약 오로지 책만 가지고 설명을 했다면 데카르트에 대해 무지한 나 같은 사람은 감이 잡히지 않았을 것 같다.

비록 행동가도 아니었고 나서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지도 않고 책도 조심스럽게 집필할 정도로 어찌보면 소심했던 데카르트지만 그의 위력은 대단했다. 자신이 의도했든 안 했든 서양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니 지금까지 그 위력은 유효하다. 종교에서 과학을 분리한 것이 굉장한 사건이었듯 신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을 신에게서 독립시켜 결국은 이성으로 과학을 성찰하게 만든 그의 업적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원래의 '방법서설'은 자서전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하니 다른 철학자들의 책보다는 쉽다고 한다. 허나... 이 책도 어느 부분에서는 몇 번씩 읽어야 하는데 과연 원래의 책을 (내가)소화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언젠가는 뒤에 알려준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저자는 친절하게 마지막에 '더 읽을 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데카르트가 말한 생각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생각'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데카르트적인 생각이 아닐까. 무지의 상태란 단지 지식이 없거나 멍하니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만이 아니라 관습의 틀 내에서 기계적으로 사고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마지막 말이 왜 내겐 요즘의 세태를 나타내주는 말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정반합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직 정만을 취급하고 보려 한다. 관습의 틀... 보수와 진보. 아니 차라리 보수라면 낫겠다.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서 문제지. 데카르트적인 '생각'을 하다 보면 눈앞이 환해지는 어떤 길이 나타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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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보인다, 나의 특별한 실험책 - 자연의 아이들
라이너 쾨테 지음, 이자벨레 딘터 그림, 김영귀 옮김 / 풀빛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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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닐 때 그리고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기 싫을 때 하는 말이 '이걸 왜 배워야 하는데?' 또는 '이걸 배워서 써 먹을데도 없다.'는 말이다. 수학을 배워서 어디다 쓰고 과학을 배워서 어디다 쓰는지 참... 의아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우매한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 아이들이 할 뿐이다.

돌이켜보면 학교 다니면서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도처에 널려 있는 것들이 온통 과학이고 수학적인 현상이건만 그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도 이런저런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원인을 생각해 보려고 애썼던 계기가 바로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서부터였다. 하늘이 왜 파랗게 보이는지, 왜 비누를 쓰면 때가 잘 빠지는지, 왜 비가 내리는지 등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굉장한 과학적 지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무척 궁금해서 질문을 하는데 정작 그에 대한 답은 해줄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대단한 과학적 지식이 생긴 것도 아니다. 단지 호기심이 늘었다는 것 뿐.

과학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작정 외우려고만 하며 그처럼 힘든 것도 없다.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외워야 한다는 것은 고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요즘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고 판형도 커서 처음에는 그림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그렇게 간단하게 볼 책이 아님을 알았다. 설명도 차근차근 잘 해 놓았고 실험 방법도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실험이 모두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 되어 있어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대개의 실험이 도구가 있어야 하고 특수한 약품이 있어야 해서 마음 먹었다가도 포기하기 일쑤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수확이다. 특히 '똘똘이의 한 마디'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 줘야 할까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던 말들이 이렇게 정리되어 있으니 말이다.

차례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큰아이의 과학책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물에 대해서도 배우고 달에 대해서도 배웠던 것 같던데... 물론 식물에 대한 것도 배웠고. 그런데 대부분의 것을 무작정 외우려고만 했으니 아이의 고충이 오죽했을까. 이제부터라도 이 책에 나와 있는 간단한 실험부터 해 봐야겠다. 둘째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며 하도 현미경 타령을 해서 사 놓고는 지금까지 몇 번 꺼내보지도 않았다. 이 기회에 현미경도 잘 활용해 보고 또 마지막에 나와 있는 눈에 대한 것도 다시 한번 봐야겠다. 이것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겨울 밖에 없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지금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눈이 오면 아름다운 눈 결정도 보고 실험도 해 봐야겠다. 요즘 밤마다 둘째에게 조금씩 읽어주고 있는데 방학이 되면 실험도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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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땐 이런 문화재가 있었군요 위풍당당 만화도서관 9
지호진 지음, 김재일.김영곤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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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역사에 대해 배울 즈음해서 나도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작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저 외우는 것으로만 공부를 하다가 내 아이에게는 그런 식의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보던 것이 이제 아이는 어찌 하는지 모르겠고 내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진작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더라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것을 설명해도 아이는 한 귀로 흘리고 만다. 그러다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지금의 나처럼 공부하지 않을까.. 이런 것이 돌고 도는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닐런지...

요즘 부쩍 역사와 관련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도 여러 가지 형태로,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말이다. 이 책은 그 중 문화재를 시대별로 정리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에서 꼭 알아야할 문화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하나의 문화재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만화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신화가 나오기도 하고 직접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기도 하는 등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고 있다. 게다가 판형도 커서 보기에도 시원시원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하나의 문화재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면 끝이 없다. 이 책은 한정된 페이지 수로 인하여 그런 모든 욕구를 다 충족시켜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문화재에 담겨 있는 정보는 엑기스만 모아 놓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알찬 정보로만 가득차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역사에는 확실하게 규명된 것보다는 여전히 연구 중인 것이 훨씬 많으며 여러 주장들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즉 아직 연구중이라던가 이런 주장도 있다는 등 앞으로 얼마든지 연구가 진행되어 변화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소설로 치자면 열린 결말이라고나 해야할까. 아이들에게도 현재진행형인 사실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완성해 나갈 테니까...

한 시대를 주제로 정해서 역사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이 책을 먼저 훑어 보고 개략적인 지식을 안 상태에서 떠나면 얻는 게 훨씬 많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기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나도 아이들도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그냥 지식으로 읽혀지지만 갔다 온 곳에 관한 부분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른 느낌으로 읽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따스한 봄이 오고 있다. 이 책을 끼고 아이들과 역사여행이나 떠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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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에선 엄마가 보이겠지요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1
히구치 토모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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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별과 엄마에 대한 것이 아닐까. 별은 대개 희망이나 소원을 상징하고 엄마는 말할 나위 없이 아이와 가장 끈끈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이들 책에서 특히 그림책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그 둘이 함께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의 별(하늘에서 바라 본다는 의미의 별)은 희망을 상징한다기 보다 죽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목을 보고 언뜻 생각나는 것이 혹시 엄마가...?였다. 보통 할머니나 할아버지와의 헤어짐을 다룬 책들은 많이 보았지만 엄마의 부재를 다룬 그림책은 본 기억이 없다.(동화는 꽤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그려질까 더 궁금해졌다. 표지에 동그라미에 그려져 있는... 보기에도 개구장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 아이 둘을 보면 전혀 무거운 느낌이 들 것 같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표지를 넘기면 제목과 함께 아이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야기는 아이가 쓴 일기를 따라간다. 아빠 월급날이라 맛있는 거 먹자기에 역에서 아빠를 만나는 아이들. 그림으로 보아도 얼마나 개구장이일지 가히 짐작이 간다. 연연생이거나 잘해야 두 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형제는 머리도 고슴도치 머리에다 옷도 비슷하게 입었다.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 숙제는 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숙제가 별을 관찰하는 것이었기에 못했다고 하자 아빠가 별보러 밤소풍이나 가자고 제의한다. 소풍이라는 말에 신이 난 아이들은 수퍼에서 이것저것 사 가지고 언덕에 있는 공원으로 올라간다. 거기서 별을 보며 문득 광년에 대해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신 것을 생각하다가 아주 빠른 순간 이동 로켓을 타고 6500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지구를 보면 공룡이 보일 것이라며 신나한다. 역시 그 또래 아이들의 관심사는 어느 나라나 비슷한가 보다.

그러나 그 다음에 천연덕스럽게 이어지는 아이의 말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4광년 떨어진 별에서 지구를 보면... 엄마가 보이지 않겠느냐고. 빨래를 널고 주먹밥을 만들고 있는 아주 행복한 시절의 엄마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아이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아니 유쾌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커서 박사가 되겠단다. 순간 이동 로켓을 만들기 위해서... 일기를 쓰는 마지막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별을 관찰하긴 했지만 일기 공책에는 순간 이동 로켓을 꼭 그리고 싶었어요."

이 말 한 마디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똘똘 뭉쳐있다.

책을 덮고 나자 작가가 너무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이야기 전개를 이처럼 유쾌하게 하면서도 슬픔과 그리움을 이렇게 잘 나타낼 수 있을까. 그립다거나 슬프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책을 온통 그런 말들로 채운 것보다 더한 그리움과 슬픔을 느끼게 만드는 그 능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짐짓 모른 체 하면서 이렇게 독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느냐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내지는 철이 없어서 그처럼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로 철이 없거나 어린 아이들 같지는 않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일 뿐인 것 아닐까. 희망을 잃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세 남자들을 보며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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