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별에선 엄마가 보이겠지요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1
히구치 토모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들 책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별과 엄마에 대한 것이 아닐까. 별은 대개 희망이나 소원을 상징하고 엄마는 말할 나위 없이 아이와 가장 끈끈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이들 책에서 특히 그림책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그 둘이 함께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의 별(하늘에서 바라 본다는 의미의 별)은 희망을 상징한다기 보다 죽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목을 보고 언뜻 생각나는 것이 혹시 엄마가...?였다. 보통 할머니나 할아버지와의 헤어짐을 다룬 책들은 많이 보았지만 엄마의 부재를 다룬 그림책은 본 기억이 없다.(동화는 꽤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그려질까 더 궁금해졌다. 표지에 동그라미에 그려져 있는... 보기에도 개구장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 아이 둘을 보면 전혀 무거운 느낌이 들 것 같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표지를 넘기면 제목과 함께 아이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야기는 아이가 쓴 일기를 따라간다. 아빠 월급날이라 맛있는 거 먹자기에 역에서 아빠를 만나는 아이들. 그림으로 보아도 얼마나 개구장이일지 가히 짐작이 간다. 연연생이거나 잘해야 두 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형제는 머리도 고슴도치 머리에다 옷도 비슷하게 입었다.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 숙제는 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숙제가 별을 관찰하는 것이었기에 못했다고 하자 아빠가 별보러 밤소풍이나 가자고 제의한다. 소풍이라는 말에 신이 난 아이들은 수퍼에서 이것저것 사 가지고 언덕에 있는 공원으로 올라간다. 거기서 별을 보며 문득 광년에 대해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신 것을 생각하다가 아주 빠른 순간 이동 로켓을 타고 6500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지구를 보면 공룡이 보일 것이라며 신나한다. 역시 그 또래 아이들의 관심사는 어느 나라나 비슷한가 보다.

그러나 그 다음에 천연덕스럽게 이어지는 아이의 말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4광년 떨어진 별에서 지구를 보면... 엄마가 보이지 않겠느냐고. 빨래를 널고 주먹밥을 만들고 있는 아주 행복한 시절의 엄마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아이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아니 유쾌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커서 박사가 되겠단다. 순간 이동 로켓을 만들기 위해서... 일기를 쓰는 마지막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별을 관찰하긴 했지만 일기 공책에는 순간 이동 로켓을 꼭 그리고 싶었어요."

이 말 한 마디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똘똘 뭉쳐있다.

책을 덮고 나자 작가가 너무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이야기 전개를 이처럼 유쾌하게 하면서도 슬픔과 그리움을 이렇게 잘 나타낼 수 있을까. 그립다거나 슬프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책을 온통 그런 말들로 채운 것보다 더한 그리움과 슬픔을 느끼게 만드는 그 능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짐짓 모른 체 하면서 이렇게 독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느냐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내지는 철이 없어서 그처럼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로 철이 없거나 어린 아이들 같지는 않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일 뿐인 것 아닐까. 희망을 잃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세 남자들을 보며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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