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 나의 고전 읽기 6
김은주 지음, 이해정 그림, 르네 데카르트 원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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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웠던 철학자들... 그때는 누가 무슨 말을 했고 내지는 누구는 무슨 학파인지만이 중요했다. 그들의 말이 지닌 의미나 어째서 그런 이론이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식하게 공부를 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다시 돌아가서 공부를 한다면 이상적으로 그들의 저서를 읽어가며 '제대로' 공부할까... 글쎄 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아니 자신이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공부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자 할 때만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요즘은 닥치는 대로 과학이나 철학 등 학교 다닐 때 등한시했던 분야를 찾아서 읽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그 책들을 읽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시험을 봐야 한다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으리라 본다.

사실 몇 년 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어 보고자 시도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앞부분만 읽고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서 읽어야 할 목록에 들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본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다 읽었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야 어찌됐든 일단 마지막 장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사실 철학에 관한 강의를 조금 듣고 언젠가는 철학자들의 책을 하나씩 읽어 보리라 마음 먹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실천이 안 되어서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는 대단한 발전이요 진일보한 것이다. 한때는 등한시 했던 분야지만 삶을 살아가면 갈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바로 철학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에 만난 책이라 더 값지게 다가온 것일까. 여하튼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데카르트의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 내려간 덕분인지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문체도 간단 명료해서(의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단어 뒤에 숨은 뜻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조금씩 인용해 가면서 설명해 주고 때론 그의 삶에 대해 고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저서를 병행해서 읽는 느낌이었다. 그러기에 더 이해하기가 쉬웠는지도 모른다. 만약 오로지 책만 가지고 설명을 했다면 데카르트에 대해 무지한 나 같은 사람은 감이 잡히지 않았을 것 같다.

비록 행동가도 아니었고 나서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지도 않고 책도 조심스럽게 집필할 정도로 어찌보면 소심했던 데카르트지만 그의 위력은 대단했다. 자신이 의도했든 안 했든 서양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니 지금까지 그 위력은 유효하다. 종교에서 과학을 분리한 것이 굉장한 사건이었듯 신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을 신에게서 독립시켜 결국은 이성으로 과학을 성찰하게 만든 그의 업적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원래의 '방법서설'은 자서전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하니 다른 철학자들의 책보다는 쉽다고 한다. 허나... 이 책도 어느 부분에서는 몇 번씩 읽어야 하는데 과연 원래의 책을 (내가)소화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언젠가는 뒤에 알려준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저자는 친절하게 마지막에 '더 읽을 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데카르트가 말한 생각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생각'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데카르트적인 생각이 아닐까. 무지의 상태란 단지 지식이 없거나 멍하니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만이 아니라 관습의 틀 내에서 기계적으로 사고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마지막 말이 왜 내겐 요즘의 세태를 나타내주는 말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정반합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직 정만을 취급하고 보려 한다. 관습의 틀... 보수와 진보. 아니 차라리 보수라면 낫겠다.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서 문제지. 데카르트적인 '생각'을 하다 보면 눈앞이 환해지는 어떤 길이 나타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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