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깨운 캐롤린다 그림책 보물창고 30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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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실화를 다룬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작가라서 이 책도 혹시...? 하며 보았다. 역시 이것은 이야기일 뿐이다. 신화나 옛이야기(물론 신화도 옛이야기에 포함되지만)를 보면 자연이 생겨난 이야기가 많다. 산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화산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 모든 자연이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했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이야기로 산과 폭포와 연못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무게가 생성에만 쏠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배경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본능 중 하나가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힘들거나 슬플 때도 음악이 있었고 기쁠 때도 물론 음악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음악이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 어느 마을은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 아니 음악은 커녕 말소리도 제대로 내서는 안된다. 바로 거인이 잠들어 있는 곳에 마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거인은 달님을 너무나 사랑해서 오천 년이나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지만 달은 그저 아무 반응이 없다. 상심한 거인은 누워서 애원하다가 마음 아파하다가 울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그만 잠이 든다. 몇 백 년이 지나고 다시 만 년이 지날 때까지도 거인은 잠들어있다. 그동안 거인의 몸에서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온갖 동물들이 살고 급기야는사람까지 찾아와 터전을 이룬다. 산의 모습을 보고 거인을 깨우면 안 된다며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 푸픽톤 마을 사람들.

그러나 시끌벅적한 캐롤린다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의 평화가 깨지고 만다. 너무 큰 소리로 울고 웃고 이야기하며 심지어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그만 거인이 깨어난 것이다. 캐롤린다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기 위해 거인을 찾아가고 결국 거인의 오래된 소원까지 풀어주고 자장가까지 불러서 거인을 잠재운다. 사실 소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그저 한마디 이야기를 한 것 뿐인데... 거인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매일 저녁마다 산에 올라가 거인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그동안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서 큰소리조차 내지 못하다가 캐롤린다 덕분에 이제는 마음껏 노래부르고 즐겁게 생활하게 된 것이다. 이게 모두 거인과 캐롤린다가 마음 열기에 성공한 덕분이다.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대한다면 의사소통에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거인과 캐롤린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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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모두 잠든 밤에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신형건 옮김, 메리 스질라기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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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밤은 정말 유난히 까맣다. 언젠가 시골에 가서 밤에 하늘을 올려다 봤더니 별이 하도 많아서 지나가는 말로 아이들에게 올려다보라 했더니 깜짝 놀란다. 그때까지 그처럼 많은 별은 보질 못했다며... 순간 아차 싶었다. 나야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으니 밤에 별을 보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아이들은 처음부터 도시에서 자랐으니 별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별을 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엄마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신다. 하긴 항상 별을 볼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사셨으니 도시의 삭막함과 환한 불빛 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 못 하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기며 시골의 까만 밤이 생각났다. 가로등도 없을 적에는 엄청 까맣다. 게다가 옆에 산이 있어서 새소리며 작은 산짐승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다 들린다. 특히 논에 모내기를 할 즈음에는 개구리 소리가 어찌나 시끄럽던지... 그야말로 이 책에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기에 더 책 속에 빠져들었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느끼려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했던 것들이 어딘가에 기억되어 있으면 어느 순간 저절로 되살아나는 그런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런 책을 보면서 진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까. 애써 느껴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맛볼 수 있을런지... 딴에는 아이들에게 시골 경험을 많이 시켜주려고 자주 시골을 찾지만 아이들이 어디까지 생각하고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밤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까만색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도 올빼기나 개구리 토끼 고양이 등의 사물은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다. 커튼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표현한 그림이나 새벽에 동이 터오는 모습은 책장을 넘기다가 멈칫 하게 만든다. 어쩜 밤을 이렇게도 아름답고 예쁘게 표현했을까. 눈으로 본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귀를 열고 들리는 소리를 생각하며 그렸기 때문일까. 외양간에서 어미소와 송아지가 자는 모습이러던지 돼지가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은 왜 그리 귀엽던지... 서서히 아침이 밝아 오면서 밤 동안 깨어 있던 동물들과 자고 있던 동물들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 이제는 아까 그 동물들이 반대로 우리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골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서는 진정 까만 밤을 잃고 사는 우리 어른들에게, 그리고 그런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 또한 우리가 잠들었다고 모든 것이 잠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과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 물론 이해 못할 것이다.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텐데... 이번에 시골에 가면 원두막에 올라가 가만히 눈을 감고 밤에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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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와 퍼지퍼지 그림책 보물창고 33
에밀리 젠킨스 글, 피에르 프래트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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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자유로운 생각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그 기억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졌을 때는 더욱 더... 그래서일까. 고정관념을 확 깨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으면 왜 그리 참신하고 재미있고 신선하던지. 물론 이것은 내 성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보다는 뭔가 번쩍하는 느낌이 나거나 느닷없이 내 생각을 들킨 것 같은 책들을 좋아하는 성향 말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도 당당히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책에 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처음에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누가 마시멜로고 누가 퍼지퍼지인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아니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를 구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종을 구분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고 해야하나... 분명 그림에는 아이와 개 두 마리가 나온다. 대화를 가만히 읽다보니 분명 아기는 한 명인데 둘이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개가 서로 이야기를 했다는 얘긴데 그럴 경우 뭔가 이상하다. 그 개들은 천연덕스럽게 아기에게 '동물'이라고 표현하니 말이다. 게다가 집에 새로 동물이 들어왔는데 금방 떠날 것 같지 않다나. 내 참... 누가 누구더러 동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이야기는 시종일관 개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자신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할 줄 모르고 막대기도 던져 주지 못하는 이상한 동물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마시멜로와 퍼지퍼지에게 신경 써 줬던 사람들은 이제 그들에게 신경도 안 쓴다. 대신 그 '동물'에게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하루 아침에 찬밥 신세가 된 둘은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고 하지만 오히려 야단만 맞는다. 그러니 그 '동물'이 얼마나 미울까. 오죽하면 물어 버리고 싶었을까. 물론 대신 다른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긴 했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인형과 책, 작은 옷을 질겅질겅 씹는 것으로.

 그러나 미운 정도 정이라고... 어느덧 정이 들었는지 할아버지가 와서 동물에게 다가가 안아 주려고 하자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는 막 짖어서 결국 할아버지가 얼씬도 못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건 바로 자신들의 동물이니까. 발칙한 개들의 생각이다. 그날 오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막대기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일까.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는 '동물'이 조금씩 자라자 서서히 주인들의 관심도 받게 되고 그 동물에게도 익숙해져서 마침내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정말이지 누가 누구를 받아들이는 건지...

 유쾌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이 책은 작가가 끝까지 개의 시선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설마 중간 정도 지나면 사람의 입장으로 바뀌겠지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속으로 아이 학교에서 읽어주도록 권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어느 부분에서 잠깐 멋칫했다. 바로 '오줌을 갈겨'라는 표현이었는데, 물론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려고 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서 망설여졌다. 원래 아이들이 안 좋은 말은 금방 따라하는 법이니까. 비교적 이런 표현에 너그러운 편인데 왜 학교라는 테두리를 생각하면 이런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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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방에 놀러가요? 민화그림책시리즈 3
윤열수.이호백 지음 / 재미마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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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가 그다지 좋지 않고 그림과는 더더욱 친하지 않지만 이 책의 겉표지를 보자마자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디서 봤을까... 다른 무엇보다 호피로 멋지게 장식한 것 때문에 기억이 났을 텐데... 결국 생각해 내고야 말았다. 바로 호암미술관. 얼마 전에 모임에서 봄에 야유회나 갈 겸 희원에 갔었다. 간 김에 호암미술관에 들렀는데 아이들 없이 어른들끼리만 가서 호젓하게 구경하는데 왜 그리 좋던지... 아이들과 갈 때는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알려주어야 하는데 어른과 가니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감상도 하면서 나름대로 즐겼던 구경이었다. 그 때도 선비들이 그린 그림과 일반인이 그린 민화를 보면서 예술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었다.

민화 그림책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이 책은 이처럼 표지를 보는 순간 지난 일을 기억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이런 책을 선뜻 집어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단 집어들고 펼쳐보면 좋아한다. 특히 이번 책은 지난 시리즈와는 다르게 들줘 볼 수도 있고 스티커도 붙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이들이 무지 좋아하는 스티커! 5학년짜리 딸은 여기에 있는 스티커를 보자마자 얼른 집어들고 붙이기 시작한다. 동생과 같이 하라니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까지 하면서 말이다. 붙이면서 하는 말이 감쪽같이 붙이는 게 보기보다 어려운 것이란다. 결국 동생 몫까지 혼자 다 붙였다. 그러니 저학년이나 유아들은 반응이 어떨지 안 봐도 훤하다.

띠지에 있는 책거리 그림이라는 말을 보고 학기가 끝날 때 하는 행사로 착각했다. 알고 보니 공부를 잘, 그리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책이 나오는 그림을 병풍이나 그림으로 해서 방에 걸어두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그림의 특징은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책꽂이 모양의 격자 구획 안에 소재들을 배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역원근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특정 시점에 얽매이지 않은 다시점 방식을 사용했단다. 어쩐지 지금까지 보아오던 그림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더라니... 특히 <책거리그림>이라는 그림은 어딘지 정신이 없는 듯하지만 어쩐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싶었다. 바로 다시점 방식을 사용했고 색도 신비감을 자아내는 원색인 파란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여러가지 책거리그림을 보면서 그 시대에 책을 어떻게 보관했는지도 알 수 있고 책꽂이에 무엇을 어떻게 놓아 두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렇듯 그림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그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생활과 (좀 더 비약을 하자면)사람들의 철학까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앞 부분에 있는 선비들의 생활을 나타내는 그림을 보면서 잠시나마 물욕을 탐하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경외감을 느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이 좋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마지막에 있는 '윤열수 선생님의 민화강좌'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잘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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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인물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3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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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갑자기 이 책의 저자 이름을 보더니 김충원이 화가였냐고 묻는다. 어렸을 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것을 기억하나 보다. 하긴... 비디오 테이프까지 있으니 기억할 수밖에. 그러나 그땐 어려서였는지 화가라고는 생각을 못했나보다.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나중에 그쪽으로 가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라서 그런지 이 책을 보자마자 방으로 갖고 들어간다. 그러더니 감탄을 하며 본다.

나는 워낙 그림과는 멀기 때문에 연필을 잡기조차 두려워한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이라곤 중학교 때 소묘를 그럴듯하게 했던 것 외에는 그림이란 내겐 곤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한번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무엇보다 얼굴을 그리려면 얼굴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설명을 해주는 것이나 두려움을 갖지 말고, 똑같이 그리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이 꼭 내게 하는 말 같아서 일단 안심이 된다.

그림을 그리는 간단하고도 기초적인 법칙들을 보며, 그리고 그 옆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보며 진짜 그 법칙을 잘 생각하고 그리면 뭔가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마저 품었다. 그래도... 역시나 두렵긴 하지만 말이다. 같이 들어 있는 인물 드로잉 연습장을 보니 선 긋기부터 나와있다. 그리고 차츰차츰 사람 얼굴을 그리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연습장에 있는 선 긋기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내 얼굴을 한번 그려봐야겠다. 그게 이 책을 열심히 읽는 것보다 훨씬 제대로 읽었다는 표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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