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
아프리카 초원학교 - 탄자니아의 사람.문화.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구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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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연에서 뛰놀고 자연을 느끼며 살게(비록 어린시절만이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은 현재를 살아가는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아서 실천은 못하고 그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동경으로 끝이 난다. 나 또한 그렇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추억이 살아 있건만 아이들에게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일 년만이라도 보낼까 생각하다가도 피아노 학원도 멀고 미술도 제대로 배울 수 없고 등등의 이유로 포기하고만다.

그러나 여기 그것을 과감히 실천한 한 엄마가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 게다가 오지라고 할 만한 아프리카에서 말이다. 그런 것을 접할 때면 먼저 드는 생각이 아이가 어리니까 가능했겠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만약 내 아이가 어렸다면 그런 것을 실천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전혀 아니올시다다. 그것은 단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한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자 질투로 하는 말일 뿐이다. 하다못해 방학 때 한 달을 빼는 것도 이제는 겁이 나는데 더 말해 무엇하랴.

내가 외국 여행에 대해 꿈꾸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보는 것이다. 그저 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진짜 그들의 생활과 비슷하게나마 지내보는 것이라고나 할까. 허나 아직 아이들 데리고 외국 여행 갈 기회가 없어서 아직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작 4박5일이나 일주일을 여행하면서 그네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일 뿐이겠지. 이 작가는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들어가기 위해 케냐에서 한 달을 보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작가다. 아니 엄마다. 어떻게 아이 둘을 데리고 마음먹으면 바로 되돌아 올 수도 없는 그런 나라로 여행을 간단 말인가. 아무리 동행한 지인이 있다고는 해도 내게는 그저 책 속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로 들린다. 장난감이 없어도 전혀 심심해 하지 않고 대중매체가 없어도 전혀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나라. 은행일을 줄 서서 한 시간 반동안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그런 나라. 현재 우리의 생활 방식으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들이다.

작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아프리카행을 결단했다지만 아마도 얻은 것은 어른이 더 많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이야깃거리를 선물받은 셈이다. 그 아이들은 분명 마음속에 아프리카를 품고 살아가겠지. 맑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말이다. 처음에 두께에 부담을 느끼며 읽기 시작했는데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읽을 정도로 책에 푹 빠졌다. 비록 책으로나마 멋진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내게도 이런... 아니 이보다 조금 덜한 용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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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7 1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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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왜 그렇게 많이 먹나요? - 생물의 일생에 관한 궁금증 51가지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35
베린다 웨버 지음, 김승태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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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무지 타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그 이유가 여름에는 곤충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오죽하면 시골에서 사슴벌레 보러 가자며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참나무 숲에 가자고 조르는 아이다. 그런 아이가 이 책을 그냥 넘길리 없다. 게다가 곤충 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등 생물에 관한 많은 상식이 실려 있으니... 아이는 동물이나 곤충에 관심을 훨씬 많이 가지지만 어른이 보기에는 식물도 만만치 않게 신기한 것이 많다. 

모기유충 그림을 보더니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단다. 분명 보여줬는데... 모기유충은 원래 고여있는 지저분한 물에서 사니까 모기유충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은 것이니만큼 모기유충을 안 보는 것이 좋은 것이겠지만 이번 여름에는 물가를 유심히 살펴보라고 해야겠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모기가 있으니까.

알 속에서 으르렁거리는 새끼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아이는 큰 소리로 읽어준다. 알을 보호하기 위해 땅 속에 알을 낳고 덮어서 보호한 다음 부화하기 전에 소리를 신호로 해서 어미가 흙을 파 내주면 부화한 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준단다. 과연 그렇게 환경에 적응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자연이란 이처럼 경이롭지만 이것이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졌을까. 몇 백년 아니 몇 만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에는 생물의 일생에 관한 궁금증이 무려 51가지나 들어 있단다. 생활환을 주로 설명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종족유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만큼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운 것도 많다. 간단한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이 들어 있어서 이것을 발판으로 호기심을 키워나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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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 - 한국편 5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 한국편 5
조정육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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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추사 김정희 또는 완당 김정희... 지난해인가 언제 알기쉽게 간추렸다는 완당평전이 나와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 생각난다. 김정희 하면 추사가 더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완당이라는 호는 마치 서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책을 읽고는 싶었으나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본다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차에 이번에 드디어 아이세움에서 나온 책으로 읽게 되었다. 비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지만 어른이 보아도 결코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요즘 독특하거나 아름다운 글씨체를 많이 발견한다. 처음에는 글씨체가 뭐 그리 대단할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비록 오래 되었지만 회사에 다닐 때 폰트를 내 구미에 맞게 약간 변형시켜 사용하면서(물론 컴퓨터에서 사용할 것은 아니었다.) 어럼풋이 새로운 폰트를 개발하는 것은 굉장한 창작일 것임을 짐작하긴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누군가가 해놓은 것을 사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 진짜로 그 누군가가 정말 힘들여서 그리고 창조적으로 변형시켜서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말 예쁘고 특이하며 한글의 멋을 그대로 살린 많은 폰트들이 나오고 있고 그것도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그러나 나의 글씨체(폰트)에 대한 생각은 그저 현재에 대한 것이었다. 19세기에 그런 창작을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니 결과물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추사체라는 것을 완성시켰다고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즉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해야할까. 김정희가 추사체를 완성시키는 과정이 결코 쉽게 된 것이 아니며 또한 특별히 어떤 것을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 그저 끊임없이 쓰고 변형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무엇을 쓰느냐, 어디에 쓰느냐, 누가 보느냐 등에 따라 알맞은 글씨체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며 정말 치밀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그의 심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려서 큰아버지에게 양자를 가서 친부모를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워낙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호기심도 많았기에 어려움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잘 견딜 수 있었으며 9년씩 유배를 가서도 자신의 안목과 내면을 살찌울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유배를 떠나면서 썼던 오만함이 묻어나는 글씨체와 유배지에서 풀려날 때 겸손해진 글씨체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글씨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조차도 알 수 있었다. 김정희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난날의 오만함을 후회하며 무심으로 돌아가 추사체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글씨체를 창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교만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글씨체를 이해하고 통달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어디 글씨체 뿐이랴. 현재의 모든 일도 그래야 하거늘 사람들은 그저 외양만을 좇고 기교만을 배우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열심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하게 김정희의 삶을 훑어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일대기와 당시의 사회를 이야기하고 또한 그의 그림과 글씨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서 일석삼조의 이득이 있었다. 이 또한 단순히 기교만을 배우려하고 쉽게 얻으려 하는 얄팍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런지... 그래도 그것조차 알지 못하는 것과 이처럼 책을 읽고 거기까지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내가 책을 자꾸 집어든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게 느껴지고 보아야 할 것이 많아지니까. 또한 적어도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아니 많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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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약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5
파올라 잔논네르 지음, 김효정 옮김, 노석미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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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이 책을 보더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며 약간 멈칫한다. 그러더니 하필이면 내가 읽으려고 하는데 학교에 가지고 가서 읽겠다며 챙긴다. 하지만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양보할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는 법이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보아야겠기에 다른 책을 안겨줬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 아무리 두꺼워도 어른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면 책장이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았다. 우선 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그 부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보아왔던 춤들을 연상하며 최대한 비슷하게 상상하려고 애쓰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내가 상상한 춤이 과연 작가가 의도한 모습과 비슷하기나 할런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비보이들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전에는 약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고리타분한 어른들조차 대단한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할 정도였으니까. 사실 나도 그 고리타분한 어른들에 끼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추는 춤은 멋있어 보이고 즐겁지만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춤에 빠져 있다면 쉽게 용납하진 못할 것 같다. 춤에 빠져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듯 열정적으로 추는 것은 좋아보이지만 바닥을 쓸고 다니는 옷이며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이 아무래도 내 고정관념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나보다. 하지만 그들이 춤을 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던가 음주와 흡연을 하면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이 다시 보였다.

주인공 로빈은 분명 여자임에도 대개의 여자애들이 관심 갖고 좋아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혼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아이다. 여린 몸집에도 불구하고 헐렁한 바지와 커다란 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 쓰고 다니며 주로 남자애들과 어울려 다니는, 한마디로 부모들이 걱정하는 스타일의 아이다. 로빈의 안에는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로빈의 엄마 역시 자신이 버림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난 것이다. 불혹의 나이가 넘었음에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로빈의 아빠에게 쉐인(로빈의 엄마)은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비난하지만 모두는 자기만의 상처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상처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어쨌든 로빈은 정식으로 춤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또한 귀도를 만나서 서로 다른 춤을 이해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서 로빈은 비로소 진정한 춤을 알게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던 속을 귀도에게 드러냄으로써 무언의 위로를 받는 동시에 그것을 헤쳐나갈 힘을 얻었던 것이다. 비록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엄마와 할아버지가 팔짱을 끼고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행복한 결말을 상상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로빈이 엄마를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역설적인 표현과 심히 비꼬는 투의 문장을 자주 쓰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들은 읽으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지나 않을런지... 그러나 오타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가끔 있어서 아쉬웠다. 대개 아이들 책은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많지 않던데... 중간중간 나오는 춤 설명 때문에 상상하느라 애쓰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는 시점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로빈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가슴 뭉클했다. 과연 내 딸도 춤을 추면서는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이런 과정을 거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과연 그 시점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대해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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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먹는 시먹깨비 눈높이 책꽂이 23
김바다 지음, 정민아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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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중 대부분은 인터넷 게임을 한다. 아마 부모가 정해준 게임 시간을 충분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하루 종일 내지는 밤새도록 게임을 한 적도 있었다. 하고 나면 허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고 점수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조금만 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끄고 나면 다음부터는 안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다음이 되면 또 시작하곤 했다. 그러다가 정말 의미없는 일임을 자각하고는 한심해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했던 게임은 연속성이 있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의 대부분은 한번 시작하면 도저히 끝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른도 한번 하기 시작하면 끝내기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 상황을 이해하기에 아예 처음부터 그 맛을 들이지 않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주인공 건주도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느라 학원 가는 것도 숙제 하는 것도 잊는다. 그러면서 게임할 때는 왜 그리 시간이 잘 가느지 모르겠다고 투덜댄다. 학원에서나 학교 수업시간에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가면서 말이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다만 어른은 그저 그러려니...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나 건주는 드디어 그 정체를 알아내고야 만다. 바로 아이들의 재미있는 시간을 먹는 시먹깨비를 발견한 것이다. 시간을 먹는 도깨비라...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가 재미있게 보내는 시간을 조금만 떼어내서 가져가기 때문에 훨씬 짧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 <모모>가 생각났다. 그러나 역시 미하엘 엔데의 은근슬쩍 비꼬거나 재치있는 전개 방식보다는 약간 떨어진다는 것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것을 소재로 삼을 수 있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실은 아이가 제목을 보고 너무 감탄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먹깨비가 남들 눈에는 안 띄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복도에서 쓰러진 시먹깨비를 아이들이 발견한다는 부분에서야 그게 아님을 알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재미있는 시간을 빼앗아 가는 시먹깨비를 미워하지만 그것도 정이라고 먹을 게 없어서 굶고 있는 시먹깨비를 안쓰러워하는 건주. 결국 시먹깨비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학원도 재미있게 다니고 수학 문제도 재미있게 푼다. 갑자기 결말이 모두가 착해지고 잘 살았습니다조로 가서 약간 김빠지기는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건주가 여전히 컴퓨터 게임을 하기는 하며(게임을 한다는 것이 다행이 아니라 갑작스런 모범생 모드로 전환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 때가 가장 맛있는 시먹깨비 식사시간이라는 점이다. 전자파 차단복을 입고 게임하는 아이들 시간을 빼먹는 시먹깨비의 모습이 재미있다. 아이는 이 책을 읽더니 정말 그래서 재미있는 시간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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