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가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데보라 엘리스 지음, 곽영미 옮김, 김정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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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변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이혼이나 재혼을 다루는 것이 파격이라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듯이 에이즈에 대한 것도 조금씩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동성애에 대한 어린이책도 나온 것으로 안다. 우리 정서상 에이즈는 어떻게 받아들인다쳐도 아직 동성애에 관한 것을 받아들일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그런 것도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처럼 내가 속한 현재에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하다. 물론 아직도 에이즈라는 것은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긴 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나와 상관없는 병으로 인식되는 에이즈가 아프리카에서는 아주 흔한 병이란다. 실제로 심각할 정도로... 그러기에 작가는 작정하고 그 문제를 꺼낸 것이겠지. 우리가 생각하듯 문란한 생활 때문이라기 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예방에 대한 개념도 없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지 않았으니 점점 늘어날 수밖에. 게다가 HIV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거의 10년이라고 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옮길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환경이 이렇게까지 안 좋아질 수 있을까 혹시 작가가 극적 구성을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실화를 다룬 책들을 읽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결코 과장은 아니라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적인 것이나 교육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다.

그래도 빈티가 아빠가 살아계실 때는 라디오 방송도 하는 꽤 잘나가는 부류에 속하지만 아빠가 에이즈로 돌아가시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아니 아빠와 엄마가 에이즈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그저 고생을 조금 더 하게 하는 요소일 뿐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구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현재 그런 일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례를 치른답시고 몰려온 친척들이 빈티의 집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가져가질 않나, 아예 집도 가로채서 돈을 챙기고 아이들은 데려다가 혹사시키질 않나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적으로 통제하고 집행할 만한 제도장치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본다. 어떤 나라는 풍부한 쳔연자원 때문에 국가는 엄청난 부자지만 국민은 너무 가난한 경우도 있다. 바로 부패한 사회 정치적 구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그저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이 그렇단다. 아직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노예처럼 사는 아이들이 진짜로 있단다. 이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래도 나중에는 빈티와 언니 오빠가 함께 의지하고 거기다가 부모가 없이, 언제 HIV 양성자로 판명날지 모르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구나가 느껴졌다. 비록 언제 갑자기 병세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일지라도 현재에 충실하며 사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말라위와 잠비아 등지의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것이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 마음 답답하게 만든다. 그나마 빈티가 실존인물은 아니라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 비록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문학작품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사회고발적인 소설로 접근하는 편이 맞겠다. 그러기에 문학적 수준으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손치더라도 이 시대 아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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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역사를 만든 사람들 9
브리지뜨 라베.미셸 퓌에크 지음, 고정아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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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유적 중 유난히 불교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지난번에 석불사에 갔을 때 어느 해설사 분이 싯다르타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하는데 무척 재미있고 인상깊게 들었었다. 그 후로 새삼 불교에 대해 그리고 붓다에 대해 관심이 갔지만 워낙 일 벌리기를 좋아하는지라 일상으로 돌아와 잊고 지내다가 기회가 되어 붓다의 일생에 대해 읽게 되었다. 어느 것을 관심 갖고 있으며 그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외할머니가 워낙 불교에 뜻이 있으셔서 온 재산을 절 짓는데 쓰실 정도였다. 물론 당신의 삶이 기구하여 마음 붙일 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불교를 믿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만은 분명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집에 가면 옆집에 있는 불상이 왜 그리 무섭던지...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불상들도 모습에 따라 이름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정작 불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뭐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지 않기도 했지만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저 원래는 왕자였는데 수행을 해서 붓다가 되었다는 정도 밖에 몰랐다.

그런데 그 왕자라는 것도 내가 생각했던 그런 큰 나라의 왕자가 아니라 작은 부족의 왕자였다. 하긴 그것이 붓다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왕자로 태어나 좋은 것만 보고 어려움 없이 살지만 워낙 천성이 곧고 착해서인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들과 자신이 다른 신분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당연하게 생각했을텐데 싯다르타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가 결국 몰래 집을 빠져 나와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초월해서 진정한 자신의 행복과 평안과 평화를 찾은 싯다르타는 붓다로 불리게 된다. 붓다란 깨달음을 얻은 자라는 뜻이란다. 고통을 없애면 된다는데 과연 그 고통을 어떻게 없앨까. 그것은 욕심을 버리면 된단다. 하지만 모든 욕심을 버리면 의욕도 잃게 되지 않을까. 그럼 무엇을 목표로 살아갈까. 이미 욕심과 욕망으로 얼룩진 내 마음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요원한 일처럼 느껴진다. 욕심을 버려라... 지금 내가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고, 좀 더 좋은 것을 갖고 싶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도대체 만족이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제 붓다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알았다. 그러면 다음에는 절에 갈 때 부처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일이 남았다. 자세히 보면 손의 모습에 따라 이름이 다르며 그에 따른 건물의 이름도 다르다고 한다. 석불사에서 들었던 항마촉지인과 시무외인, 전법륜인 그리고 선정인이 있다고 하니 잘 봐야겠다. 이에 대한 것에서 더 나아가 불상에 대한 것을 조금 자세하게 실어 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이런... 욕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거늘 금방 욕심을 갖는다. 역시 난 깨달음을 얻기에는 택도 없나보다. 그래도 알고자 하는 욕심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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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통볼통 화가나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3
허은미 지음, 한상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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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몇 명이 모둠을 만들어서 의사소통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전에는 사실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했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그러나 교육을 받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감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지금의 상태에서만 기인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 후로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좀 더 나를 깊이 들여다보도록 노력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 전혀 다른 타인이야 그 순간을 대충 무시하거나 흘려넘기면 되지만 가족의 경우는 그럴 수가 없기에 특히 남편과의 대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감정 중 화를 다루는 이 책은 아이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그것도 30대를 거치면서 알게 된 내 감정의 참모습을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깨닫는다면 분명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나 어른이 되어갈 때 훨씬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특히 화가 나는 이면에 있는 감정들을 설명하는 부분은 의사소통 교육을 받으면서 배웠던 것을 쉽게 설명하고 있을 뿐 기본적인 설명은 일치한다. 굉장히 충격이었고 새로운 빛이라고 느꼈던 것을 이렇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적당한 스트레스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단다. 마찬가지로 화라는 감정도 무조건 없애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누구나 어려서 이상적인 방법으로 육아되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렇게 육아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사람이란 커가면서 스스로 그것을 이겨내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스스로 치유한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치유가 안 되면 소위 말하는 이상 성격이라던가 다른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에게 무조건 화를 억누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때론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알아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세상을 바꾸는 힘도 결국은 화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하지만 아이들이 나타내는 화는 그렇게까지 거창하지 않으므로 우선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곰곰 생각하게 하고 그 이유를 말하게 하면 많은 경우 효과가 있다. 이것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보기 전에 어른들도 이 책을 보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고서 말이다.

'화는 아주 강한 감정이야. 하지만 나는 더 강해!!!'라는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어떤 것을 가르치거나 알려줄 때도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이 책은 놓치지 않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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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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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우고 특별한 종교가 없기에 성경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서구 열강의 정치판도나 예루살렘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벌이는 분쟁도 그저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아직도 분쟁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현재의 상황만 적어 놓은 글은 읽었지만 기초적인 지식이 없었던 때라 앞뒤를 연결해서 볼 줄은 몰랐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누군가로부터 대략적인 흐름을 듣고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예전에 읽었던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각 나라는 세계지도를 (평면지도로)펴낼 때 자국을 가운데에 배치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대서양이 양 옆으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유럽에서 한창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바닷길로 나가다가 우연히 아메리카를 발견했다는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나만 그런 것인지... 이럴 땐 지구본을 보고 이야기를 하면 금방 눈에 들어오는데 말이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내가 지도를 펴 놓고 세계를 이해하는데는 방해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구본을 내려 놓고 보면 되건만 그게 귀찮아서 그냥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려 애 쓸 뿐이다. 그러기에 이처럼 해당 국가를 지도의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쉽게 다가왔다.

소련의 붕괴로 갑자기 지도상에 나타난 많은 나라들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의 사정이 어떤지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것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디 그 뿐인가. 아프리카란 그저 검은 대륙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정치적 부패 때문에 더욱 힘들어 한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너무 없다. 그들도 언젠가는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겠지.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때로는 부족을 중시해서 지도상의 국경이 별 의미없이 여겨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것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보며 과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해결책은 있기나 할까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이 보기에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문제를 보며 세상에 '인도적인'이라는 수식어는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특히 국가간 문제에...

가끔 터져 나오는 카슈미르 분쟁과 아프가니스탄 문제,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이라크 문제 등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알면 알수록 화 나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만도 없는 게 바로 현실이다. 한번에 쉬 책장을 넘기고 싶지 않아 찬찬히 머릿속으로 세계 정세를 그려가며 읽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세계의 모습에 목말라 했던 터에 만난 유익한 책이었다. 시사저널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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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랑물 (책 + CD) - 권태응이 쓰고 백창우가 만든 노래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4
권태응 시, 백창우 곡,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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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라는 시인은 어린이를 위한 곡을 만들기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악기도 서양 악기와 동양 악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때론 혼합하기도 하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굴렁쇠 아이들은 또 어떤가. 연령대가 다양하기에 서로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어쩜 그리 딱 맞춰서 부르는지 그저 경탄스럽기만 하다. 맑고 꾸밈이 없는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맑아진다. 기타 하나 들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백창우 선생님을 보면 진정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권태응이라는 시인은 또 어떤가. 일제 시대에 경성제일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가지만 식민지라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독서회를 조직 운영하다가 결국은 감옥까지 간다. 거기서 폐결핵을 얻어 병보석으로 풀려나서 고향으로 돌아와 오로지 어린이를 위한 동시와 농민의 생활을 담은 단편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생전에 책으로 펴낸 것은 오로지 <감자꽃>이라는 동시집 뿐이다. 병이 너무 깊어 34세(만 33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시인 권태응.

아주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것을 노래한 권태응 시인의 시를 가지고 백창우가 곡을 붙인 노래를 굴렁쇠 아이들이 불러서 낸 보리 아이들 노래집인 <또랑물>은 위에서 열거한 수식어만 보더라도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책이다. 거기다가 예쁜 악보와 시가 같이 들어 있어서 노래를 듣다가 심심할 때 악보집을 펼쳐 보면 그게 바로 시가 되는 것이다. 노래는 또 얼마나 정감있고 순수하던지...

삼팔선이 생겨서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을 개탄하듯 노래한(그러나 개탄하는 듯한 뉘앙스는 전혀 없다.) '북쪽 동무들'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저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노래는 경쾌한 리듬보다는 약간 차분한 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노래 하나하나가 모두 가사와 아니 시와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 경쾌하고 어렸을 때 놀던 시골을 연상시키는 표제작 '또랑물'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또랑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이런 건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읽어도 소용이 없다. 한 번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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